호모포비아 쌩쑈 단상

!@#… 최근 이글루스 대문인 이오공감을 수놓고 있는 호모포비아 쌩쑈에 관해 짧게 몇마디.

!@#… 동성애 혐오발언이라 해도 표현의 자유가 있는 만큼, 표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생각”은 물론이고). 다만 표현의 강도, 공식성, 공개적 전파력 등 여러가지를 고려한 의미의 “강력한” 표현일 수록 그에 따른 책임도 강하게 부여된다. 무시당하든지, 욕먹든지,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든지 그 이상의 불이익을 받든지 어쩌든지. 그런데 발언에 대해 주어지는 불이익의 적정량을 가늠하는 것은 아주 상식적이게도, 그 사회의 “인권존중 수준”이다.

인권에 의거한 존중이라는 개념이 있는(혹은 최소한 그것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어떤 특질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용납되어야하는가의 문제는, 꽤 간단한 기준에서 시작해보면 편리하다. 질문은 딱 하나다: 그 특질이 해당 사회 안에서 그 인격체의 ‘선호’로 받아들여지는가 아니면 ‘정체성’으로 여겨지는가. 후자의 경우는 특질 자체가 아니라 사람을 비하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인격침해, 그게 집단적으로 일어나면 증오에 의한 차별, 그게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일어나고 있으면 심각한 위험신호. 현 한국사회에서 동성애가 동성애자의 ‘취향’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정체성’으로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서는 말하나 마나. 인권에 대한 꽤 기초적인 접근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역시 초등학교에서 여전히 이런 식으로 잘 안 가르치나보다.

!@#… 정말로 동성애에 대한 자신의 혐오를 불이익 없이 마음껏 표현하고 싶다면 두 가지다. 하나는 동성애를 (다시) 공인된 사회악으로 만드는 것. 하지만 인권 차원 문제가 끝이 없어서, 이 선택지는 폐기. 다른 하나는, 동성애가 정체성이 아닌 취향으로 받아들여지는, 즉 동성애를 기반으로 벌어지는 공공연한 사회적 규정과 차별이 없거나 충분히 미미한 세상을 만들어내면 된다. 그런 세상에서라면, 마음껏 표현하든 말든 누가 무슨 상관하겠는가. 자신의 동성애 혐오 주장을 취향으로서 존중받고 싶다면, 그것이 증오와 차별으로 연결되지 않을만큼 사소해지는 실제 사회적 조건이 마련되면 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성애가 싫다고 발언할 ‘취향의 권리’를 주장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그런 취향을 위해 동성애 인권운동에 힘을 보태주실 것을 강력하게 권장한다(핫핫). 무슨 나치 치하 독일이나 흑백 차별 시대 미국의 동네연설문에서 단어만 바꾼 것 같은 글귀들이나 블로그와 리플로 줄기차게 올린다고 하면, 그게 어느 세월에 ‘취향’으로 존중받겠나.

 

PS. 다만, 실제 동성애 인권운동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정체성’ 개념과는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리플 참조.

Copyleft 2010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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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thoughts on “호모포비아 쌩쑈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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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NASOL KIM

    RT @capcold: [캡콜닷넷업뎃] 호모포비아 쌩쑈 단상 http://capcold.net/blog/5296 | 최근 이글루스 동네에 오가는 동성애 혐오 "논쟁"의 점입가경을 보다가 몇마디 노트.

  2. Pingback by Nakh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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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Pingback by tattermedia's me2DAY

    태터앤미디어의…

    정말로 동성애에 대한 자신의 혐오를 불이익 없이 마음껏 표현하고 싶다면 동성애가 정체성이 아닌 취향으로 받아들여지는, 즉 동성애를 기반으로 벌어지는 공공연한 사회적 규정과 차별이 없거나 충분히 미미한 세상을 만들어내면 된다….

  4. Pingback by 김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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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한 정리…호모포비아 쌩쑈 단상 http://capcold.net/blog/5296

  7. Pingback by 파인로

    @LapizVerde 아무튼 이쯤에서 다시 읽어보는 @capcold 님의 http://j.mp/dt1Ibg "호모포비아 쌩쑈 단상"과 @dcdcsss 님의 http://j.mp/a7AbZv "적극적인 편들기를 권한다." 다시 읽어도 참 명문이다.

  8. Pingback by 파인로

    @LapizVerde 아무튼 이쯤에서 다시 읽어보는 @capcold 님의 http://j.mp/dt1Ibg "호모포비아 쌩쑈 단상"과 @dcdcssss 님의 http://j.mp/a7AbZv "적극적인 편들기를 권한다." 다시 읽어도 참 명문이다.

  9. Pingback by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베스트오브2010: 캡콜닷넷

    […] 호모포비아 쌩쑈 단상 : 한창 이글루스에서 많은 이들이 쌩쑈할 때라서. […]

Comments


  1. 언제나처럼 명쾌한 글, 잘 읽었습니다. 이글루스 호모포비아 쌩쑈에 대한 글을 capcold 님이 써주실 줄은 몰랐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아무튼 capcold 님이 이글루스에 글을 올리지 않는 건 이글루스 측으로 봤을 때 꽤나 손해인 동시에 capcold 님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인 것 같기도 하고(흐흐).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수많은 지랄 옘병 쌩쑈가 범람하는 가운데 dcdc 님의 “적극적인 편들기를 권한다.” 만이 홀로 오롯이 빛나더군요. 가슴이 답답하던 참에 아주 까스활명수마냥 시원해서 절로 무릎을 치고 말았습니다. 이오공감을 보면 또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듯, 떡 먹다 체한 듯 괴로워집니다만 이젠 dcdc 님의 글과 더불어 capcold 님의 글도 있으니 한결 지내기가 편하겠네요 :-)

    제가 초등학교 때 학업을 게을리해서 그런지 ‘선호’와 ‘정체성’의 문제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명쾌하다면서 어쩐지 모순되는 듯). 카레를 예로 들면 ‘선호’의 경우, “철수는 카레 좋아한대.”, “그래?”라고 한다면 ‘정체성’의 경우, “야, 내가 못 믿을 소식을 하나 들었는데, 철수가 카레 좋아한다더라. 깜짝 놀랐지 뭐야.”, “그래? 진짜 충격이다. 카레 좋아하는 사람이 사회 곳곳에 있다는 소식은 들었어도 철수가 카레 좋아하는 사람일 줄은 몰랐는데…”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요? 말하자면 ‘선호’의 경우는 개인의 여러 취향 중 일부로 간단히 받아들이는 반면 ‘정체성’은 개인을 규정하고 도장을 쾅 찍어버려서 아무개 = 동성애자가 그 사람을 말해주는 최우선적이며 가장 중요한 특질이 되는 건가요? 아, 만약 잘못 이해했으면 쥐구멍.

  2. !@#… 파인로님/ 잘만 이해하셨는걸요 뭐;;; 좀 더 그 상황을 제 식으로 표현하자면, “철수가 카레인이래.” “뭐, 카레인이었단 말이야? 카레인들은 **하고 **하다던데, 어쩌고 저쩌고 수군수군” 정도랄까요. // 저도 제가 이글루스 호모포비아 건에 대해 한 마디 할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문단에서 ‘동성애’를 각종 사회 소수자, 혹은 아예 ‘노조’ 같은 말로 바꿔넣어도 대체로 말이 되기 때문에 살짝 적어봤죠(…)

  3. 마지막 문단 공감합니다.
    ‘자유를 폐지하자고 말할 자유를 달라’는 말처럼,
    저 진술은 소수자에게 물리적/정치적 압박이 일상화된 상황에서는 개인의 사상의 자유와 전혀 상관 없어 보입니다.

  4. 생쑈라는 표현에 동의합니다. 연말연시를 최악의 화제로 싸운다 싶었는데 설마 그게 여태 갈 줄은 또 몰랐습니다. 어휴;;;;;;;;;;

  5. !@#… 서울비님/ 그런 압박적 상황이 현존하는 것에는 관심도 없이 머리 속에서만 모든 것을 취향으로만 환산하는, 해맑게 나이만 잔뜩 먹은 어린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문제랄까요.

    Noname님/ 사실 제가 사회현상(…)을 바라볼 때 가장 즐겨 동원하는 두 가지 표현이 바로 ‘야매’와 ‘생쑈’입니다(…)

  6. 각종 이오지마 배틀을 보면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건은 참 할 말이…
    예의없음과 솔직함을 구별 못하는(혹은 안 하는)게 요즘 인터넷 트렌드인 것 같아서 깝깝합니다.

  7. !@#… 대산초어님/ 게다가 솔직하기만 하면 그 솔직함의 내용이 뭐든 용납된다는 식의 자뻑도 심히 읽는 사람을 난감하게 만들곤 하죠;;;

  8. 아우아~ 머리속으로 제 주변의 호모포비아들에게 어떤식으로 말해줄까 시뮬레이션을 해 봤는데 답이 안 나온다능… 어렵군요. 선호와 정체성이라, 말해도 못 알아들을거 같습니다.
    ㅡ,.ㅡ;;

    아, 그러고보니 관련 주제로 네이버에 연재중인 ‘어서오세요. 305호에’라는 작품 재밌게 보고 있는데, 시간 나시믄 리뷰 한 번 해주시길 바래요. ㅎㅎ

  9. “사실 모든 원흉은 듀개를 까기 위한 의도의 포스팅이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와선 아무래도 상관없어!” <<소드마스터 야마토 풍으로.

  10. !@#… 뗏목지기님/ 윗 파인로님의 리플에 나온 ‘카레인’ 비유면 알아듣지 않을까 합니다. 알아들어도 받아들이진 않을 것 같지만(…) // 진짜 그런 작품들 때문에라도, 연재중인 웹만화에 대한 뭔가 확고한 고정지면을 만들어내야 할텐데…;;;

    시바우치님/ 음 허지웅 기자의 첫 포스팅이라면, 전 솔직히 듀게를 칭찬하려던 건지 까려던 건지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OTL

  11. 좋은 사이트 소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누가 동성애자라고 해도 어 그래? 하고 넘어가는데 그러면 저한테는 동성애가 취향의 영역인건가요. (…………….)

    제가 보기에는 ‘동성애가 싫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동성애자는 전부 죽일놈이야!’가 아니라 ‘(나는) 동성애(를 하기)가 싫다’ 는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우째 논쟁이 격화되면서 저런 발언을 하는 사람은 전부 ‘동성애자는 전부 죽일 놈들이야!’로 몰려가는 듯.

  12. 요즘들어 이오공감 논쟁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 같네요. 아직까지 밸리에선 관련 글이 몇 개 올라오고…
    하지만 ‘영원한 수명’만 있고 ‘영원한 젊음’이 없어서 결국 계속 늙어가다 매미가 되어 버렸다는 티토노스가 생각날만한 퀄러티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을 뿐…

  13. !@#… 미스트님/ 유감스럽게도, 개인에게 취향의 영역인 것과 사회적으로 취향의 영역인 것 사이에는 격차가 있곤 하죠. 사회 다수가 미스트님 같은 자세를 확보해서, 문화적 및 제도적 차별들을 없애도록 앞당기는 것이 베스트. // 논쟁이 격화되면 중간층이 소멸하곤 하죠 OTL

    언럭키즈님/ 쓸만한 글들은 안읽고 자기 주장만 반복하는 것으로도 논쟁의 수명은 길어지곤 하죠;

  14. 신선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의 취지와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잘못 읽으면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발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취향’과 ‘정체성’이라는 단어를 이 글 속에서 쓰인 고유의 맥락이 아닌 원래의 동성애 인권 운동 맥락에서 해석했을 때 그렇습니다.
    원래의 맥락에서 보자면 동성애란 ‘취향’이 아니라 ‘정체성’인 것이 맞거든요. 저번에도 캡콜드님 글에서 관련된 내용을 보았던 걸로 기억은 합니다만, ‘동성연애’와 ‘동성애’라는 단어의 차이가 바로 거기서 나옵니다. ‘동성연애’가 ‘취향’이라면 굳이 그 엄청난 차별에 맞서 가면서 그 ‘취향’을 지킬 이유가 있겠습니까. ‘동성애’는 ‘정체성’ 혹은 더 정확하게는 ‘정체성의 일부’이니까 포기할 수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그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도 현실이지만 그와 무관하게 근본적으로는 동성애는 취향으로 또는 정체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로 정체성인 것이죠.
    캡콜드님은 편견을 가진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를 수용하는 자세의 측면에서 말씀을 하셨는데, 동성애자들의 관점 혹은 동성애자 인권 운동에 가담하는 이성애자들의 관점에서는 문제가 그렇지가 않다고 봅니다.
    그런 얘기를 하려고 하셨던 것이 아닌 것은 알겠는데 너무 말꼬리 잡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냥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

  15. !@#… 매애님/ 옙, 확실히 그렇게 충돌하는 면이 있죠. 글 자체야 말씀하신대로 “편견을 가진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를 수용하는 자세”이며, 실제 동성애 인권운동 쪽의 시각이 이렇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지면 곤란하겠습니다. 달아주신 리플, 글 읽는 분들이 필히 같이 읽어보도록 본문에도 링크 걸어놓겠습니다 :-)

  16. 호모는 권장하고 레즈비언은 금지하는 게 답입니다. (무언가 사심이 들어있어)

  17. !@#… Ha-1님/ 그 사심에 붹만표 추가;;; 이왕이면 남-남 다부다처제까지 적극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