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는 그린우드]의 매력에 나름의 사회적 메시지도 가미, 은근히 물건. 그런데 그간 이미 완결된 작품이, 왜 1권과 2권의 발간 텀이 1년이나;;
특별할 것 없는 룸메이트 – 어서오세요 305호에
김낙호(만화연구가)
최근 소식에 따르면, 미국에서 언론 보도문 작성의 황금율과도 같은 AP가이드라인에서 ‘호모포비아’라는 용어를 쓰지 않도록 규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유인 즉슨, ‘포비아’ 즉 공포증은 정신적 장애에만 써야하며, 사회정치적 의미에서의 혐오에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동성애자만 보면 괜히 싫고 심박수가 올라가고 주변에 그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호흡장애가 와서 그들 옆에만 있어도 정상 생활이 힘들어지는 그런 것이 포비아다. 그저 제대로 된 현대적 시민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에 생기는 깊은 무지에서 오는 사회적 어색함 정도로는, 포비아라고 불러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소위 호모포비아라는 사람들은, 동성애자들 앞에서 공포에 떠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차별하고 탄압하는 것 아닌가. 단순히 못나기 짝이 없는 교양 없음을, 포비아라는 어쩔 수 없는 정신건강 상태로 변명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한국에서 만화라는 장르 속에서 동성애를 다루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야오이로 대표되는, 동성애를 하나의 상상된 장르 코드로 들고 오는 방식이다. 같은 성별을 지닌 이들이 연애를 한다는 점에서 오는 전복적 쾌감을 주지만, 표면적 동성애 코드 이외의 나머지 이야기는 딱히 이성애로 바꾼다 한들 별반 차이가 없다. 다른 하나는 퀴어라는 용어로 통칭되는, 동성애자의 사회적 현실을 다루는 것이다. 이성애자 중심이며 각종 편견과 차별이 있는 실제 사회 환경 속에서, 동성애자로서 나름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직시하는 이야기들이다. 이 방향의 경우는 훨씬 현실감 있는 깊숙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신, 아무래도 소수자로서 차별받는 현실 속에서 쉽게 우울한 내용으로 빠져버리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탄압받는 소수자로서의 자의식을 지나치게 강조하기보다는 그런 사람들을 처음 만나게 되고 점차 익숙해지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정체성 혼란의 이야기와 평범한 연애 이야기가 별반 서로 다를 바 없는 것처럼 그려지며 섞이면 된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다 웃고 우는 사람들임을 직시하되, 실제 각종 차별을 받고 있고 손쉽게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기에 숨길 때도 드러낼 때도 조심스럽다는 것을 소재로 신중하게 녹여 넣으면 된다. 말이야 쉽지만 당연하게도 실제 맞추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그런 균형을 맞춰낸 작품이 바로 [어서오세요 305호에](와난 / 학산문화사 / 2권 발간중)다.
이야기는 이성애자 대학생 김정현이 친한 선배의 소개로 새로운 룸메이트의 집에 입주해 들어가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그 룸메이트는 이름부터 ‘김호모’고,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처음부터 커밍아웃한다. 그 말이 진실인지 장난인지 헛갈려하면서 벌어지는 소동부터, 그들로부터 한 단계 두 단계 이어지는 여러 동성애자 및 이성애자 친구들의 사연들이 겹치고 겹치면서 점차 김정현이 동성애에 눈을 뜨는… 것은 아니고, 있는 그대로 사람들과 정들면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려낸다. 감동의 성장드라마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경쾌한 학원 코미디물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의 불안과 화해를 그려내는 대목마다 여느 무겁게 짖누르는 사회파 작품들 이상의 해소감을 준다.
경쾌함을 이뤄내는 주요 요소는 [허니와 클로버], [여기는 그린우드] 등으로 대표되는, 사랑도 꿈도 늦은 사춘기 속에 방황하는 대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학원 코미디의 호흡을 통해서 이뤄진다. 특히 타인과 함께 생활하며 보낸다는 점에서 기숙 학원물의 느낌도 강하다. 룸메이트로서 같이 사는 김정현과 ‘홈씨’(김호모의 애칭) 이외에도, 허구한 날 놀러와서 밥과 술을 축내는 같은 과의 쌍둥이 남매, 홈씨의 동성애자 또는 이성애자 친구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북적댄다. 집, 그리고 학교 공간을 통해 많은 이들이 오가며 오해와 화해를 거듭하고, 학기초와 문화제 학기말의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과 이벤트 속에서 크고 작은 유쾌한 소동들이 일어난다.
학원기숙코미디물의 힘은, 일상적 모습을 경쾌하게 그려내는 것과 여러 사람들을 어떻게든 자주 꼬이게 하는 것에 있다. 비현실적이지 않게 난감한 상황들을 만들고, 소심한 성격 속에 주인공들이 엇갈리고, 어처구니 없는 오지랖과 소소한 다른 사건으로 화해의 계기가 오고, 그 모든 과정에서 좀 많이 비뚤어진 방식이라고 할지라도 서로를 선의로 대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것이 의외로, 동성애에 대한 퀴어적 접근과 궁합이 좋음을 [어서오세요 305호에]가 보여주고 있다. 틈만 나면 비장한 신파로 빠지지 않고(물론 운동으로서의 예술이라는 접근이라면, 경우에 따라서는 비장함도 신파도 필요한 경우들이 있지만), 담백하게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별다른 개방적인 교육을 받은 적 없는 ‘평범한’ 이성애자 남자 주인공이 동성애자를 처음 접하며 겪는 혼란을 딱 현실적 일상의 눈높이에서 그려낸다. 네이버 웹툰이라는 널리 열려있는 대중 공간에서 연재하며 폭넓은 인기를 끌었던 것은, 소수자의 낯선 시선에서부터 이야기를 풀기보다는 그들을 발견해내는 적당히 편견이 있는 시선부터 시작하고 서서히 넓혀나감으로서 이뤄낸 성과다.
이 작품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굳이 애둘러 가거나 숨기지 않는다. 주인공은 처음 본 홈씨를 대단히 어려워하며, 성격 착하고 자신에게 소소하게 간섭하지 않는 쿨한 성격임에 호감을 느끼면서도 결코 쉽게 가까워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실제 동성애자가 아니라 사실 이 모든 것이 자기를 놀려먹기 위한 장난이었다고 믿게 되는 순간 배신감보다 안도감을 느끼며, 동성애자 맞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다시금 복잡한 마음이 된다. 언제 나도 노리지 않을까라는 턱없는 불안에도 빠져본다. 하지만 여러 소동을 거치면서, 동성애가 무슨 전염병이 아니라, 딱 그냥 그런 것이라는 것에 서서히 익숙해져 가는 모습이, 거리감을 두고 바라보다가 점차 티격태격하게 되는 유머러스한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표현된다. 동조가 아닌 이해로서, 특별한 배려가 아닌 그저 특별할 것 없는 같은 사람이자 친한 룸메이트로서 말이다.
[어서오세요 305호에] 한 작품을 읽고 동성애자 인권에 완전히 눈을 떠서 인권운동가가 된다든지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이 더 널리 읽힐수록, 최소한 세상의 다양성에 대한 스스로의 무지를, 사회 속 수많은 이들이 함께 무지하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한 정서인양 변명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니, 그런 변명을 할 필요가 없어질 정도로, 어차피 그것도 결국 그저 사람들 사는 방식임을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어서오세요, 305호에! 2 와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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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기획회의>.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발간. 여기에 쓰는 글에서는 ‘책’이라는 개념으로 최대한 접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즉, 업계인 뽐뿌질 용.)
다음 회 예고(그러니까 지금 호): 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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