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공포 애완동물 만화 – 『이토 준지의 고양이 일기 욘&무』[기획회의 275호]

!@#… 그간 여기 백업해두지 않았던 지난 기획회의 원고도 주루룩…

 

유머 공포 애완동물 만화 – 『이토 준지의 고양이 일기 욘&무』

김낙호(만화연구가)

사람을 유형으로 손쉽게 나누어 분류하고자할 때 흔히 사용되는 범주들이 있다. 혈액형이나 출생 별자리 같이 과학적 근거와는 담을 쌓았지만 대중적 인기를 확실하게 끌고 있는 것도 있고, MBTI 같은 좀 더 근거는 있지만 여전히 명확한 분류라기보다는 대체적 성향 정도에만 해당하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분류들을 동원할 때 쉽게 빠지는 함정은, 당사자의 의지보다는 정체성을 규정할 듯 접근한다는 점이다. 타고난 성향이라는 듯 이야기해야 어떤 필연적 숙명의 신비감이라는 매력이 생겨나지만, 그만큼 살짝 허망하다. 이왕이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지니는 무언가에 대한 선호를 가지고 간단한 범주화를 시키고, 그런 선호가 있기 때문에 어떤 모습들을 보인다고 역으로 성립시켜보는 쪽이 더 두고두고 재미있게 발전시킬 여지가 많다. 그리고 그런 범주화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 중 하나가 바로 ‘개과’와 ‘고양이과’다. 개를 좋아하는가 고양이를 좋아하는가에 따라서 사람의 기본 속성이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신빙성은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지만, 적어도 개를 좋아하는 사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하나의 속성으로 보이게 만들 만큼 각각 자신이 좋아하는 그 대상을 끔찍하게 좋아한다는 것 만큼은 알 수 있다.

『토미에』, 『소용돌이』등 기이한 환상설정의 공포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이토 준지는 스스로를 ‘개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약혼자가 집으로 데려온 고양이들과 함께 하면서 내면의 ‘고양이과’ 속성에 눈뜬다. 고양이와 만나고 친해지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낸, 줄거리로 치자면 실로 시시한 소품이 바로 최근 출간된 『이토 준지의 고양이 일기 욘&무』(이토준지 / 대원CI)다. 그런데도 애써 서평으로 다루고 소개하며 널리 추천하고 싶어지는 것은 바로 그런 나긋나긋한 내용을 풀어내면서도 자신의 유일한 주력장르인 공포만화의 전개방식과 그림을 그대로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례 없이 실없는 스릴과 서스펜스로 넘치는 훌륭한 개그만화가 펼쳐진다.

어딘가 불길하게 생긴 고양이, 약혼자의 텅 빈 눈빛과 수상한 미소, 부적절한 장소에서 발견되는 기괴한 모습의 생물, 노이로제에 걸린 듯한 주인공, 이 모든 것이 사실 작가가 평소에 그려내던 신경증 기질이 가득한 공포물의 모습에서 한 치 벗어남이 없다. 다만 이 만화에서는 사람들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융합되며 죽거나 물고기들이 인간을 뜯어먹으러 뭍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고양이가 집에서 뒹굴거릴 뿐이다. 소심한 작가가 고양이와 친해지기 위해 고양이의 배를 간질이려 하고, 고양이장난감으로 낚시놀이를 한다. 고양이를 귀여워하게 되는 것에 관란 이런 하나하나의 일화들이 공포 괴담 같은 연출을 통해 에피소드식으로 펼쳐진다.

사실 생각해보면 개그와 공포가 동전의 양면인 것은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감정의 과장, 기이하고 부조리한 설정 애용, 긴장을 잔뜩 조성한 후 터트리는 모습 등 공통요소가 많다. 이미 전설이 된 공포-유머 영화 『이블데드2』같은 부류에서 자주 선보였듯, 공포의 기이한 설정을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한도 이상으로 과장하면 아주 매끄럽게 유머의 영역이 되어버린다. 어떤 명언을 살짝 비틀어 설명하자면, “하나의 좀비를 죽이면 공포, 백만의 좀비를 잔디깎이로 갈아버리면 유머”인 것이다. 나아가 그런 과장까지 동원해서 만든 극한의 긴장감이 전혀 의미 없는 내용일 때, 그 허망함에서 오는 유머 효과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그런 공포의 문법에 매우 능숙한 작가답게, 그것을 다시금 유머의 코드로 사용하는 것에 조금도 위화감이 없다. 극중에서 작가가 고양이를 바라보는 탐욕스러운 눈빛은 공포물에서 극대화된 신경질적인 탐욕의 모습이자, 내막은 그저 고양이를 껴안고 싶은 막 고양이과로 커밍아웃한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이다. 그 괴리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는 고양이를 껴안고 빙글빙글 바닥을 돌고 주변 사람들은 손을 들고 경악하는데, 작가의 다른 만화에서 같은 장면이 나왔다면 아마도 요괴에 홀려 무저갱에 빠져 신체가 뒤틀어지면서도 탐욕의 웃음을 짓는 공포스러운 대목이었을 것이다. 그런 연상작용을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에, 공포의 힘을 빌린 훌륭한 개그만화가 완성된다.

하지만 가장 돋보이는 표현적 특성을 넘어 내용을 살펴보면, 녹록치 않은 애완동물 만화이기도 하다. 고양이에 대한 애착이 없기에 고양이가 새로 들어온다는 소식이 하나도 기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양이가 새로 가꾼 집의 벽에 발톱자국을 남길까봐 보호필름을 입히는 것이 불만인 작가가 어엿한 고양이과로 거듭나는 성장(?)담이다. 고양이의 습성에 대한 철저한 관찰이 담겨있고 가감 없이 에피소드 속에 녹여내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철저한 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고양이에게 정을 붙이는 작가 자신에 대한 묘사다. 손가락도 빨려보고 싶고, 침대에 고양이가 스스로 올라와주길 바라고, 고양이 장난감도 잘 다루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실감나게, 혹은 관점에 따라서는 처절하게 그려진다. 보통 애완동물만화가 자신이 애착을 가지는 동물을 열심히 관찰하고 감정이입하는 것 자체에 머무르는 반면, 이 만화는 어떤 의미에서 애완동물 만화라기보다 애완동물주인 만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고양이를 함께 바라봄으로서 동감을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고양이에 대한 팔불출인 작가를 보면서 박장대소하며 이입을 하게 되는 면이 더 강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심히 귀여워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유감스럽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은 작가가 공포만화라는 본업을 접은 것이 아니라 틈틈이 사이드 프로젝트로 연재한 물건이며 길지 않은 분량으로 이미 완결되었다. 아마 오늘도 작가는 애완고양이가 등에 불길한 해골무늬를 품었다는 망상을 지양분으로 삼아 더 기이한 설정의 공포를 그려내고 있을 것이다. 고양이가 다치지 않게 바퀴에 청테이프롤을 끼운 의자 위에 앉아서, 그리고 원고를 마감한 후 고양이를 껴안고 바닥을 뒹굴 것을 고대하며 말이다. ‘고양이과’ 독자들에게는 공감대 때문에 필견의 작품이고, ‘개과’ 독자들에게는 고양이과 인간들을 놀려먹기 위한 소재로 삼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작품이다.

이토 준지의 고양이일기 욘&무
이토 준지 지음/대원씨아이(만화)

Copyleft 2010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자유/영리불가 —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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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준지의고양이라니 그고양이도참 RT @Bobby_Chung: RT @capcold [캡콜닷넷업뎃] 유머 공포 애완동물 만화 – 『이토 준지의 고양이 일기 욘&무』(기획회의 275호) http://bit.ly/bpH0nH | 밀린 원고 대방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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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머 공포 애완동물 만화 – 『이토 준지의 고양이 일기 욘&무』> 전례 없이 실없는 스릴과 서스펜스로 넘치는 훌륭한 개그만화! 추천합니다! http://bit.ly/9WL5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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