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제작(4) 유통 복마전 [만화규장각 칼럼]

!@#… 원래 잡았던 계획으로는 3-4회 정도면 얼추 마무리될 연재. 유통구조에 관한 도해를 그려넣었으면 더 도움이 되었겠지만, 늘 그렇듯 도판 잘 안 키운다. 게재본은 이곳으로.

 

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제작(4) 유통 복마전

김낙호(만화연구가)

적당한 전략을 짜고 비용을 들여서 제작을 완료했다고 치자. 물류창고에 종이출판물이 쌓여있거나, 디지털이라면 이제 완성본이 이쪽의 하드(또는 서버)에 고이 모셔져 있다. 창작의 시각으로는 이 순간이 화려한 대미겠지만, 제작의 입장에서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클라이막스다. 유통이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시대에 유통경로의 선택권이 나아진 것은 확실한데, 그렇다고 혁신적으로 어느 작품이나 만들어지기만 하면 그것을 원하는 이들 모두와 쉽게 만나서 거래를 할 수 있는 그런 유토피아는 오지 않았다. 오프라인 서점이든 온라인 사이트든 독자들과 만날 가능성이 더 높은 특정한 전용 공간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은 여전히 경쟁적이며, 고객들에게 결제 편의를 제공하는 것, 수익을 수금하는 것 등은 큰 일이다. 그것을 다른 업체에게 맡기면 그만큼 비용이 든다. 하지만 바로 그 유통에서 경제적 성공, 대중적 인지도, 기타 등등 작품의 작품성 이외의 모든 성공여부들이 갈린다.

한국시장에서 출판물로서의 만화 유통은 오랫동안 골칫거리였다. 개인독자용 주류 만화의 유통이 ‘총판’이라고 부르는 만화, 장르소설, 잡지 등을 다루는 장르출판 전문 도매상들을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종합 집계 가능한 객관적 거래 데이터가 만들어지지 못할 정도로 각 총판이 개별적이었으며 그 중 많은 부분 영세한 규모 또는 운영방식을 취했다. 이런 총판이 자신들이 있는 해당 지역의 동네 서점들에 책을 공급하고 그곳에서 독자들은 구매를 하는 식으로는 다양한 취향의 만화를 제대로 주문해서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나아가 출판사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판매 마케팅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청소년보호법의 깃발 아래 동네서점에서 만화가 밀려나자, 아예 총판-대여점 위주의 유통구조만이 남아날 위기도 맞았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으로 유통정보시스템 구축이나 대여점의 소매점화 등 정책적 개입이 여럿 진지하게 논의되었으나 큰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00년대에 들어서며 더 많은 총판들이 독자 직접 판매를 확대하고, 인터넷서점이 확산되고 만화의 위상이 올라가며 대형서점들 역시 만화코너를 확충하며 상황은 점차 개선되었다. 여전히 보다 넓은 지류로 유통을 하려면 총판을 통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경로가 늘어난 셈이다.

오늘날 출판 만화를 유통시키려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총판, 온/오프라인의 대형서점, 그리고 직접 발송이 대표적이다. 중앙 집중화된 유통조직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총판은 유통상 중요하다고 판단한 지역의 대표적 총판 업체와 직접 거래를 한다. 대형서점 역시 좀 더 유통규모가 크지만 업체 단위로 각각 거래를 하게 되어있다. 총판의 경우도 대형서점의 경우도 자동으로 공인된 판매 데이터가 오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의 공급도 판매대금의 수금도 출판사가 직접 개입하여 관리를 할 수 밖에 없다. 즉 해당 총판/서점에 자사의 책을 놓도록 하는 거래를 터야 하고, 그 후 판매상황을 주기적으로 일일이 파악하며 금전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 한마디로 전담 영업 인력의 역할이 필수적인 셈이다. 물론 공공기관에 의한 지원사업인 경우 해당 기관이 일정 부분 유통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본격적으로 널리 원활하게 유통하기 위해서는 출판사 측에서 스스로 발품을 팔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만화에 대해서도 문자도서와 비슷하게 유통대행업체들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만화가 오랫동안 종수가 많고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장르로 굳어졌기에 그들을 통할 경우 유통과정상의 적극적 마케팅 개입(조건부로 특정 서가에 특정한 방식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 등)이 힘들다.

대형출판사라면 영업부를 따로 두는 것이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하겠지만, 소규모 출판사라면 따로 인력을 둘 여건이 되지 않아 편집인이 영업을 겸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그 경우 관리 가능한 거래처 자체를 더 적게 잡게 되기 때문에 유통의 폭이 좁아지고, 그 결과 인지도가 올라가지 않아 판매도 위축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위험이 다분하다. 한번만 실패를 겪어보면 바로 깨닫게 되는 점이지만, 유통에 관해 영업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만화출판은 그저 종이에 잉크를 뭍이고 쌓아두는 것에 불과하게 된다. 그렇기에 직접 영업을 할 수 없는 소형 출판사들은 서로 힘을 합쳐서 공동으로 유통인력을 굴리거나, 유통대행사의 단점을 감안하고 그것을 상쇄하고 남는 활발한 마케팅을 실행하거나, 대안적 유통을 병행해야 한다.

그런 대안 가운데 하나가 인터넷 주문 등을 통한 출판사 직접발송인데, 택배회사만 거래하면 되기 때문에 소규모 출판사가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심지어 올해 ‘셔틀맨’ 단행본의 경우처럼 아예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작가가 직접 담당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것은 이벤트성이 강한 상품에 대해서만 효과가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는데, 유통망 자체를 통한 인지도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이벤트를 통해서 그것을 확보해놓은 상태에서만 주문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00년대 초반 ‘로보트킹’ 복간 프로젝트, 김혜린 단편집 등이 이런 방식으로 성과를 올린 대표적 케이스인데, 전자는 당시 고우영 삼국지 무수정본 복원 연재로 인기를 끈 인터넷 딴지일보를 통해서, 후자는 팬커뮤니티를 통해서 먼저 일정 숫자 이상의 구매 의향층을 확보하는 이벤트를 벌인 후 출판사 직접배송을 했다. 물론 출판사의 모든 직원들이 박스포장을 하는 추가 노동 발생은 있었지만, 아직 유통망을 충분히 뚫지 못한 소규모 출판사로서는 유효한 시작 전략이다. 반면 이벤트라는 속성상 일회성의 이미지가 강하기에 잡지나 총서 시리즈 등 지속적 화제성이 필요한 상품 라인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디지털 유통의 경우 종종 중간단계가 축약되곤 하지만, 독자와 만나는 판매/사용공간에 진입하기 위한 유통 영업이 필요한 것은 매한가지다. 서가공간이 한정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에 판매업체의 매대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똑같은 이유 때문에 개별 작품을 콘텐츠를 제공하여 수익을 얻고자 하는 측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열하도록 협상하는 것은 한층 더 어렵다. 나아가 공급받은 현물이 감소하는 것이 아닌 디지털의 속성상, 수익의 수금은 더욱 피수금자 마음대로다. 작가가 직접 작품을 업로드하고 과금을 한다는 발상으로 시작한 ‘코믹타운’, 작가를 업체와 연결시켜주는 포트폴리오 서비스 ‘코코믹’ 등이 직거래 마켓플레이스 개념을 시도하여 적어도 판매대에 진입하는 것에는 장벽이 없는 사업을 시도했으나, 그런 식의 서비스로 만들어진 공간은 정작 사용자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했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작가가 웹툰 신작을 포털과 직거래하는 경우부터 기존 출판만화의 스캔본을 콘텐츠제공업자를 거쳐서 온라인만화방에서 서비스하는 경우까지, 디지털 유통이라고 해서 출판물 유통보다 딱히 더 쉽고 영업을 할 필요가 덜하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물론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직접 디지털 유통 공간을 만드는 등 대안적 유통이 가능하기는 한데, 실험을 할 때 00년대 초 ‘엑스타투’나 ‘We6’의 실패사례를 충분히 참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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