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마케팅(8) 전시 이벤트 [만화규장각 칼럼]

!@#… 게재본은 여기로. 아무래도 내용상 사진을 좀 같이 보는 것이 좋은 관계로, 그쪽도 한번 클릭하시길. 원래 만화전시의 노하우에 관해서는 예전부터 좀 더 본격적인 이야기를 정리해두고자 했으나(특히 미학적 개념설정이 아니라, “관람경험”을 중심에 놓는 전시기획에 대해서), 참 기회가 어째 닿지 않고 있다. 뭐, 어쩔 수 없지.

 

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마케팅(8) 전시 이벤트

김낙호(만화연구가)

아무리 온라인이 주류가 되어있더라도, 물리적 공간에서 종이책에 인쇄된 만화를 사고파는 문화는 뚜렷하게 남아 있다(남아 있는 정도가 아니라, 수익원으로 치자면 여전히 그쪽이 거의 전부다). 마찬가지로 판촉 역시 온라인 마케팅의 유효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할지라도 오프라인 판촉행사의 효과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서점 서가에 좀 더 잘 보이게 포스터를 붙이거나 입간판을 세우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또는 작가와의 대화 세션 및 사인회를 열어서 팬들을 끌어 모으고 당일 판매고를 올리는 방식도 크게 어렵지 않게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시여부와 장소 및 시간 합의가 대부분의 작업인 그런 행사들보다 한층 본격적인 설계가 필요한 것이 있으니, 바로 판촉과 연계된 전시 이벤트다.

물론 이번 글에서 만화전시의 노하우를 전부 다루겠다는 식의 과욕을 발휘할 예정은 없다. 다만 직접적으로 작품 판촉과 연계된 방식의 전시 이벤트를 위해 고려해야할 주안점들을 짚어보는 정도다. 우선 가장 자명한 전제 두 가지를 적어놓는 것이 좋다. 첫째, 전시 자체로서 만족할 만하지 않으면 판촉효과도 없거나 마이너스다. 둘째, 전시를 위한 전시가 아니라 작품을 널리 알리고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한 전시다. 너무 판촉 의지만 앞서서 당장 전시로서 허접하면 당연히 곤란하고, 전시공간의 미감이 뛰어나지만 작품에 대한 구매욕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헛수고다. 각각 전자는 출판사의 과욕, 후자는 전시 큐레이터의 과욕으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이다.

이런 전제를 명심한 상태에서, 만화로 전시를 구성하는 것 자체의 특징들을 따져봐야 한다. 만화는 전시 공간에서 작품 자체에 대한 감상이 불가능한 소설 등 문학 장르, 작품 감상을 전제로 하는 그림 등 시각예술 장르의 중간 어딘가에 있다. 전자의 경우는 작품의 감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시 방문객들이 해당 작품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부분 알고 있다고 전제하며 창작과정의 맥락을 공간에 재현하는 방식을 선호하며, 작가의 작업도구나 육필원고 등이 애용된다. 후자의 경우는 작품 자체가 곧 전시물이다. 즉 미술전시에서는 대체로 그림 전체를 곧바로 감상하는 것을 특기로 한다. 하지만 만화의 경우 두 가지의 중간에 있기 때문에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한칸 카툰이 아닌 서사형 만화라면 시각예술로 되어 있기에 직접 보여줄 것이 충분히 있으면서도, 반대로 작품 전체를 본래의 형태(예: 책)로 감상하도록 만들기에는 전시회 세팅이 적합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루고 있는 작품의 특성에 따라서 양쪽의 장점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가장 나태한 방식은 단순한 원화전이다. 미술전의 클리셰를 추종하여 적당히 액자들을 여유롭게 배치하고 원화를 넣어 보여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역사적 의미가 있을 경우라면 육필 원화 자체로 박물관적 매력을 충족시킬 수도 있겠으나, 그런 메리트가 생기는 작품은 일부 고전 작품 정도로 한정된다. 아니면 인쇄로 재현되지 않는 엄청난 선의 작품이라도 그런 매력이 있겠지만, 만화의 원화는 오히려 인쇄를 해야 본래 의도한 효과로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예: 스크린톤 효과). 특히 디지털로 원고 작업을 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원화전의 매력은 해당사항이 없어진다. 게다가 이 경우 결정적으로 만화의 ‘이야기성’이라는 매력이 사라지고 오로지 그림의 인상만 남는다.

그렇다고 장편 스토리를 페이지 단위로 뽑아서 순서대로 액자에 넣어 나열하는 것도 대체로 효과가 좋지 않다. 책 또는 화면으로 읽도록, 즉 개인적 독서가 전제되어 있는 작품일수록 전시회의 벽면에서 읽는 것이 적잖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나열함으로서 공간적 효과를 만드는 것이 의도라면 경우가 다르겠지만, 진심으로 읽게 하는 것은 방문객에게 고문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인가. 물론 정해진 정답은 없고, 창조적 해결은 어디서나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개인적 경험에서 추천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는 우선 작품 속 세계를 직접 혹은 이미지로 반영한 공간을 전시로서 구축하고, 그 안에서 작품의 주요 대목들을 개인 단말에 가까운 형태로 감상할 수 있도록 섞어 넣는 것이다. 미술관이나 서점에 전시물이 있다는 느낌보다, 공간 자체가 전시물인 느낌 속에 빠지도록 하는 쪽이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전시의 재미를 작품 속 세계에 대한 몰입감을 통해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작품을 적합한 환경에서 감상하며 전체를 더 읽고 싶다는 욕구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의 느낌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면, 현장에서 바로 책을 사도록 유도한다. 물론 이 전시 공간 자체에 다른 오프라인 이벤트, 즉 작가와의 만남 같은 것을 함께 엮어 넣으면 금상첨화다.

그런 접근법의 간단한 사례로, 2003년 연말에 필자가 기획하고 제작했던 이향우 작가의 작품 『우주인』 재출간 판촉용 전시회, ‘비틀비틀 클럽파티’를 들 수 있다. 전시회의 재미와 구체적 판촉을 결합하는 것은 물론, 소형 출판사에서 단독으로 감당 가능한 낮은 예산수준으로 해결해야 했던 이벤트였다(예산을 아끼기 위해 열의와 손재주 좋은 출판사 직원들의 자발적 가외 노동력을 착취하곤 했다). 반면 작가가 이전 전시경험들을 통해 전시라는 형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는 유리한 측면도 있었다. 또한 이벤트 개최 즉 출판일이라는 시기적 타이밍은 성탄절-연말이었고, 확보한 공간은 무료로 전시공간을 대여해주던 홍대 쌈쌈스페이스였다.

이런 조건 위에 전시내용을 기획했는데, 작품이 지니는 팬시한 그림체, 백수생활을 동화적으로 그려내는 낙천적 감수성, 작품 속 주인공 패거리들이 자주 모이는 아지트격인 클럽 등이 공간의 컨셉을 구상하기 위한 주안점이었다. 여기에 만화 특유의 평면성은 억지로 입체화하기보다 그대로 살리는 쪽이 낫다는 기획자의 미학적 취향이 결합하여, 결국 팝업 카드로 된 연하장 느낌의 클럽 공간, 그 속에 각종 아기자기한 팬시 감수성의 아이템들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기획했다. 그래서 팝업 카드 느낌의 클럽 바에 모여 앉아 있는 등신대 캐릭터들이 있는 포토존, 팝업카드로 제작한 작품 속 시퀀스, 각종 종이 디오라마, 작품 속 분위기에 맞아떨어지는 작가의 인형 수집품들 등 다양한 요소들을 동원했다. 각 전시물은 작품 속 특정 에피소드를 재현했고, 전시 공간에 책을 비치하여 원하면 그대로 읽어볼 수 있게 만들었다. 작가와 방문객들이 함께한 개막과 폐막, 검은 사인펜이 아니라 알록달록 크레파스로 작성하게 되어있는 방명록 등도 자연스럽게 전시의 일부가 되어주었다.

그 결과 전시 이벤트로 나쁘지 않은 호응과 나름의 판촉 효과를 이끌어냈고, 이후 대형서점 두 곳에서 순회전시도 성사시켰다. 모든 경우에 적합한 모범답안은 전혀 아니겠지만, 특정한 작품에 대해서 어떻게 맞춤형으로 판촉 전시행사를 기획하고 만들어나갈지 그 과정에 대한 참조사례 정도는 되어주지 않을까 한다. 결국 전제를 잊지 않고,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이며, 일관되게 머리를 많이 잘 굴려보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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