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며칠전 그나마 유엔에서 휴전 하라고 하니 이스라엘이 학살을 좀 한박자 쉬어가고 있지만, 애초에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물론 그 동네의 역사적 증오의 타래는 길고, 다양한 구체적인 이권들이 잔뜩 개입되어 있으며, 결국 이스라엘=악 / 아랍=선 그런 단순한 구도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본적으로 아무데나 폭탄 때려넣고 다 죽여버리는 짓거리는 누가봐도 상당한 문제거리니까. 아 물론 그마저도 ‘collateral damage’라는 매끈한 단어로 상쇄시키는 신기에 가까운 담론술사들이 21세기를 지배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한참 돌아다니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스타벅스 불매 운동하자는 돌림 게시물들. 당신이 스타벅스 한잔 마시는 동안 그게 유대계 자본이라서 그 돈이 이스라엘에 무기 사는 자금으로 흘러들어가고 그걸로 레바논 어린이들 죽이고 다닌다고. 원래 설득이란 것은 1%의 논리와 99%의 공감으로 형성되는 것이며 죽어가는 어린이 사진 만큼 보편적 호소력을 지니는 아이템이 드물기 때문에 나름대로 여기저기 많이도 퍼지더라.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불매운동으로서의 실질적 효과 따위, 미미하기가 대략 IMF 금모으기 수준 정도. 자세한 이야기야 이런 곳에서 이미 충분히 자세히 설명되었으니 생략.
!@#… 무엇보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 자체부터가 단지 미국 자본이 유대계 소유가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근본적 이유는 바로 이스라엘의 외교 방향이 미국의 외교전략과 99.99% 일치하며 (그 악명높은 ‘방어를 위한 선제공격’ 개념이라든지, ‘섞여있을 경우에는 몰살시키기’ 전술이라든지, ‘상대방은 모두 테러리스트’ 전략이라든지 기타등등),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 중동에서 이익을 지켜내는 것에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중동이 ‘제어가능한 불안정 상태’에 있는 것이야 말로 미국, 아니 정확히는 미국의 석유 재벌들의 석유 무역 정책에 가장 이상적인 상태니까. 물론 이 모든 것은 스타벅스와는 참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이다.
!@#… 그런데, 사실 이 운동의 정작 중요한 것은 한 단계 너머에 있다. 운동이 표방하는 바야 스타벅스 안마시면 세계평화에 도움된다는 엄청난 비약이지만, 그보다 이 운동이 실제로 이루어내는 바는 다른 방향에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냐 하면, 바로 스타벅스가 유대계 자본이고, 유대계 자본이 미국의 경제권, 나아가 정치를 움직인다는 하나의 시스템에 대한 인식틀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나아가 덤으로 계속 달라붙는 타임워너니 코카콜라니 하는 수많은 일상적인 미국적 상징이 곧 모두 이스라엘의 상징으로 연결되도록 한다. 이런 막강한 틀짓기(업계 용어로 ‘프레이밍’)가 바로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지니는 진짜 효과, 즉 담론 구성의 힘이다. 물론 미국이 사실은 모두 유대계라는 식의 믿음이 이 전에는 없었는데 새로 깨달았다는 것이 아니다. 이미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막연한 가정을 구체적 공포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다지 비밀이었던 것도 아니고 약간만 찾아보면 다 나왔을 법한 자료라도, 일반 사람들에게 당장 정서적으로 와닿도록 만든 것이니까. 스타벅스 불매운동에 대해서 그것이 효과적이냐 아니냐, 그 것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토론이 오가는 와중에서, 이미 “미국은 곧 유대계나 다름없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주어 학살이 양산된다”는 가정은 어느 쪽 입장이든지 간에 기정사실화된다. 레바논 어린이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안되겠지만, 안그래도 나쁜 미국의 이미지가 좀 더 나빠지는 쪽으로는 탁월하다. 게다가 온라인 상에서 소문만 퍼트리고 있지, 스타벅스에 조직적 테러를 가하느라 돈과 인력을 낭비하지도 않았으니 나름대로 이미 남는 장사. 이런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힘이 위력을 발휘하는 부분이다. (의도하지 않고도 효과가 생기는 경우 역시 적지 않지만)
!@#… 사회 운동은 단순히 자체적으로 표방하는 목표의 달성 자체뿐이 아니라, 기저에 깔리는 담론적 힘을 만들어나가는 의사소통행위다. 목숨걸고 삼보일배를 하고 단식을 하며 어떤 곳의 개발을 일시적으로 막아내도, 환경보호 담론 자체의 유통은 못해내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안습 상황, 또는 지문날인을 열심히 거부하며 불편하게 살았지만 지금은 그냥 잊혀지기만 하는 상황들을 벗어나고 싶다면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는 이야기. (결국은 중동 이야기가 아니라 이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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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는 도움이 안되지만 반미정서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거라는 건 잘 모르겠습니다. 불매운동이 의도하는 것과 행동방식은 그냥 다른 저항들하고 같다고 봅니다. 불합리한 것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저항하는 겁니다. 의도하는 담론은 이스라엘이 중동 특히 팔레스타인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스타벅스 등 기업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 알고 어떤 방법으로든 도와달라는 겁니다.
누구를 위한 반미?개정일 을 위한 반미겠지 개쓰레기같은 종북꼴통들 싸그리 청소했으면 좋겠군
어라 세상물정 모르는 망가 오탁후였냐 하긴 또라이기질에서 서로 통하는게 있긴하겠지
흠님은 무언가의 지능안티?
프레임은 틀짓기라기보다는 “뒤집어 씌우기”라고 번역하는 게 맞겠죠
그런데 만약 이 글에서 capcold님이 ‘(거의) 날조긴 하지만 스타벅스불매운동이 여론환기의 효과가 있어서 긍정적’이라는 의미를 쓰신 글이라면 굉장히 위험한 말씀을 하신 것 같네요.
그런식이면 그 ‘프레이밍’이 누구에겐 정당하고 누구에겐 정당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조선일보의 ‘운동권은 다 주사파’는요? ‘민노당은 다 빨갱이’는요? 그것도 그들 입장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담론들을 다시금 환기 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들의 행위는 어째서 문제가 되겠습니까?
설마 capcold 님이 그런 의도로 쓴 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만, 밑의 댓글들을 보니 ‘혹시 그게 맞나?’란 생각이 들면서 조금 무서워집니다;
역시 미디어몹에 링크되면 유입되는 덧글들의 질이 참….-_-;
미몹은 정치 오타쿠사이트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요…
!@#… 황우석 사기사건 이래로 오랜만의 한꺼번에 리플, 아니나다를까 미디어몹 효과…군요.
fjkd님/ 옳다 그르다의 문제와 효과적이다 아니다의 문제는 별개니까요.
흠 님/ 초등학교 개학 얼마 안남았을텐데, 방학숙제는 다 했니?
nomodem님/ 아니, 무려 ‘지능’ 안티라구요?
물고기두마리님/ 의미의 이중성을 이용한 좋은 아이디어지만, 언론학계에서는 반겨줄리가 없을 겁니다. :-)
지나가다님/ 말씀 감사합니다. 물론, 저는 그런 효과가 그 자체만으로 특별히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프레이밍에 의한 담론 형성이란 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무기고, 어느 진영에서든 이용할 수 있죠(또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효과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무기로 관철시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과연 의식적으로 제대로 읽어내서 비판이든 지지든 할 수 있는가”가 정작 진짜 문제일 따름입니다. 이 건의 반미효과, 또는 반미라는 발상 자체에 대한 제 의견은 언제 다른 기회에 다시.
현무님/ 미디어몹은 제가 노골적으로 시사나 정치 관련 글을 쓸 때만 연결해가더군요… 다른 곳에서는 가벼운 글들도 잘만 가져가면서. -_-;
앗..그렇다면 미디어몹이 capcold님의 지능안티?
!@#… nomodem님/ 저한테 아무리 안티해봐야, 떡 하나 돈 한푼 안나옵니다. :-)
capcold님의 ‘가벼운 글’에는 별로 매력을 못 느끼나 보죠. (웃음)
그리고 한국적 상황에서는 ‘정치’나 ‘시사’야말로 가장 흥행하는 소재인데 거기에 제일 관심 있는 게 당연하겠고요. (예를 들어 제 블로그에서는 그런 일이 전혀 없거든요. 유일한 사례는 쿠키뉴스의 김모 기자가 인용출처 표기 없이 덧글까지 인용해간 정도……. (웃음))
!@#… mirugi님/ 한켠에서 만담 개그를 나름대로 지향하는 저로서는, 참 치명타스러운 평가군요. OTL
스타벅스 불매 운동은 뭐시기 된장녀 그거 때문이 아니었나요?
!@#… 곰님/ 은근히,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스타벅스 불매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니까요. -_-; 뭐, 맥도날드도 롯데리아와 가격경쟁하면서 확 인하하기까지는 비슷한 처지였죠.
거 참 요새 덧글들 질이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슬슬 member’s only로 전환할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