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컷 캠페인이라는 징후 [IZE / 160728]

!@#… 도달하고픈 상태가 무엇인지에 대한 목표와 규범을 잃고 눈 앞의 분노와 주관적 정의감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운동’의 귀결에 대한, 예스컷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에도 해당되는 일반 패턴에 대하여(몇년 전에 쓴 이 방향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로, 공동의 과제라는 자세에 대해서는 여기로). 게재본은 여기에 있는데, 덧글란의 상당부분이 본문에서 지적하는 문제들에 대한 존재증명이 되어주고 있다.

 

예스컷 캠페인이라는 징후

김낙호(만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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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한마디에 바뀐 것이 아니다 [한겨레 칼럼/ 140331]

!@#… 게재본은 여기로. 계기와 기반, 즉 주목받는 사건과 운동의 축적에 대한 이야기. 당연하게도, 말미의 축적과 참조를 통한 노하우화 이야기는 진보지식생태계 캠페인과도 연결.

 

대통령의 한마디에 바뀐 것이 아니다

김낙호(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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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2014 세계: 달라지는 미디어 역할 [한국일보 140108]

!@#… 게재본은 여기로. 한국일보의 2014 전망 특집 중, 미디어와 사회 파트를 집필. 일반적 연초전망형 기사의 기본형식을 살짝 벗어나, 정작 트렌드 제시는 전반부에 고압축해서 던져놓고는 후반부를 통째로 미디어환경론, 사회변동(에 대한 신중론), 일상정치 같은 화두로 유도하는 모험을 감행. 어떤 의미에서, 받아들여주신 담당자분이 더 대단;;
PS. 셀카를 절망적으로 못찍어서, 그냥 한겨레 사진을 다시 썼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키워드로 보는 2014 세계] <3> 달라지는 미디어 역할
(탈고 소제목: 미디어 기술은 거들 뿐)

김낙호(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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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백업 2014년 1월 1주까지: 철도공공성, 민주제, 운동, 언론환경 외

!@#… 떡밥 단편들의 북마크와 간단멘트 기록용 트위터@capcold, 그 가운데 새글 알림과 별 첨가 내용 없는 단순 응답 빼고 백업. 가장 인상 깊은 항목을 뽑아 답글로 남겨주시면 감사(예: **번). 중요한 리트윗 일부는 따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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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 – [우리마을 이야기] [기획회의 318호]

!@#… 후딱 밀어붙이려다가는 오히려 더욱 오래 걸리고 좌충우돌하는 것이 바로 어느 정도 민주제가 발달한 사회의 특징이다. 지난한 섬세한 계획과 머리 빠지는 조율과정은 필수요소.

 

개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 – [우리마을 이야기]

김낙호(만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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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다시 보는, 알린스키류 담론 전략

!@#… 굳이 다시 이야기를 꺼낼 필요도 없겠지만, 정부와 거대언론재벌 블록이라는 막강한 미디어스핀 복합체 짝짜쿵 쑈에 맞서기 위한 담론 전략들이 절실한 5년간이 한국 사회의 앞에 펼쳐져 있다. 미디어의 기술적 기반이야 인터넷도 있고 블로고스피어도 큼지막하고 원하면 찌라시도 막 뿌리고 할 수 있다고는 쳐도, 문제는 담론전략이다. 스핀닥터들의 술수에 말려들지 않고 제정신인 담론을 보급하고 싶다면 어찌되었든 너도나도 분노의 토로보다는 좀 더 효과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분야의 가장 고전적인 모범 전략, 일종의 운동판 손자병법인 알린스키Alinsky의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들 Rules for Radicals’을 살짝 다시 들춰보게 된다. 국내에는 베르베르의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소개한 10개 항목 버전이 주로 퍼져있지만, 여기서 들추는 것은 71년 출간되었던 알린스키의 책에 나온 완성판인 13개 조항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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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충만, 달라이 라마 강연 듣고 오다.

!@#… 티벳 불교의 최고 승려이자 임시정부 수장인 14대 달라이 라마가 위스콘신 매디슨을 방문해서 ‘긍휼: 행복의 근원‘이라는 제목으로 대중 강연. 알 사람은 다 알다시피 50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티벳을 무단점령해서 그들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완전히 뒤엎어버린 후(뭐 뻔한 레파토리… 강제이주, 종교금지, 자국어 사용금지, 전통문화 부정, 당에 의한 개발정책 등등) 59년에 정부인사 및 12만 티벳인들과 인도로 탈출하여 망명 임시정부 활동을 해온 사람이다. 임시정부 활동의 방식은 정치투쟁보다는 티벳의 정신과 문화를 보존/육성하기 위한 정착촌과 학교 설립 위주로, 철저한 비폭력주의. 그 덕분에 6-70년대 히피이즘의 와중에서 아이콘적 지위로 올라서고, 90년대에는 구습을 타파하고 티벳의 민주화를 위한 정치체제 개혁도 다수 강행. 그 사이 중국은 티벳땅에 괴뢰정권을 수립운영. 이런 험난한 와중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전 세계를 돌며 평화에 대한 강연을 하고 기금을 모아 학교, 사원, 박물관 등을 건립하기를 수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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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김밥할머니 축출 사건, 대처하는 자세

!@#… 서울대 인문대 앞 ‘해방터’의 김밥아줌마가 쫒겨나게 생겼다는 기사가 무려 네이버 가장 많이 본 뉴스란에 등극. 언제부터 날품팔이 노동자의 삶에 다들 이리 관심이 많았는지 신기할 노릇이다. 또 서울대 네임밸류인가.

!@#… 사실 서울대 인문대 측도, 학생회 측도 일리가 충분히 있다. 학교 입장으로서는 여튼 무허가에 위생검사 없는 장사인거고, 학생회 측 입장에서는 생활의 일부이자 학생 문화의 중요한 전통 가운데 하나니까. capcold 역시 김밥할머니를 종종 애용했고, 항상 총학 단위로 참가할 정도의 큰 시위가 있을 때마다 현장에 나와서 비상식량을 공급해주는 그 굳건한 모습에 감동한 바 있다. 즉 행정적 분류상으로는 잡상인, 문화적 위치로는 유서깊은 서울대 명물.

!@#… 여기에 대놓고 왜 인문대 행정 공무원들이 할머니를 내쫒느냐고 해봐야 소용 없다. 그들의 ‘공무’에 있어서 서울대의 암묵적 전통이고 문화적 가치고 명물이고 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으니까. 식중독으로 누가 쓰러지면 그들이 책임을 뒤집어쓰는 사태만 막는 것이 그들에게는 중요하다. 그렇다면 전통과 이미지를 신경써줘야할만한 교수들이라면? 에이. 김밥할머니는 교수 생활의 명물이 아니라, 학생 생활의 명물. 관심을 기울일 이유가 없다. 가져주면 훌륭한 사람이자 대인이지만.

!@#… 즉 무슨 말인고 하니, 김밥할머니를 명물로서 보호해야할 임무는 애초부터 학생들에게 있고, 그들의 대표기관인 학생회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호하냐고? 대자보를 수십장 쓰든 인터넷을 폭격하든 어쩌든 아무 소용없다. 룰 바깥에 있던 김밥할머니를, 룰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우선, 김밥할머니의 캠퍼스 내 영업허가를 받아내라. 대학 행정부와 쇼부치고, 영업비를 대납해주는 것도 필요하면 해야지. 위생검사 받아라. 물론 행정절차 복잡하고 이거저거 잔손이 많이 가서 할머니가 직접 처리하기 난감하겠지? 학생회가 해줘라. 간단한 논리다.

!@#… 지켜야할 가치가 있고 또 지키고 싶다면, 계속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켜주라는 말이다. 조건이 부당하면 연관된 이들과 함께 합의하여 새로운 룰을 만들어내든지. 그 모든 합리적인 방법들을 놔두고 주장만 백날 퍼트려봐야 아무 소용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비단 서울대 학생회와 김밥할머니 뿐만 아니라 좀 더 큰 차원의 여러가지 ‘운동’들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것, 이제쯤 다들 눈치채시리라 믿는다.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좌파 라디오의 극적 승리 [한겨레21 642호]

!@#… 이번에 나왔던 한겨레21 2007 신년호의 해외소식란에 실린 글. 지면의 글은 짧은 버전, 보통 그렇듯 여기 capcold블로그는 원본 풀버전.

 

지역민들이 일구어낸 좌파 대담 라디오의 극적인 승리

김낙호 (위스콘신대 언론학 박사과정)

“2007년에도 방송은 계속 될 것입니다.” 이 발표는 미국 내에서 가장 진보 성향이 강한 도시 가운데 하나인 위스콘신주 매디슨 시민들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어주었다. 폐쇄 시한이 눈앞에 다가왔던 좌파 성향의 대담프로 전문 라디오채널 ‘더마이크’(theMIC 92.1)가 극적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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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하워드 진 강연 듣고 오다.

!@#… 미국 최강의 빨갱이(!) 역사학자 하워드 진Howard Zinn의 강연을 듣고 왔다. 뭐 알 사람은 다 알다시피, ‘미국 민중 저항사’, ‘오만한 제국’,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같은 이 분야 최고 명저들의 주인공이고, 그 일을 한 50년 넘게 해왔다. 위스콘신대 사회학과 쪽에서 만든 Haven’s Center에서 주는 비판연구 평생 공로상(센터 대표의 말이 걸작이다: “이 상은 비판적 학문 연구의 노벨상이다. 그들은 십몇억씩 상금도 주지만, 우리는 좌파라서 그런거 없다”) 수상 기념 특별 토크, ‘역사의 활용과 테러와의 전쟁’. 동네가 매디슨이다 보니, 행사장이 미어터졌다… -_-; 머리 희끗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물론, 새파란 신입생 티 풀풀나는 젊은이들까지. 오죽하면 하워드 진이 인사말로, “매디슨에 오면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겠나. 여튼 하워드 진의 실물을 본다는 것은 사람이 나이도 나이인지라 날이면 날마다 올 기회가 아니라서 긴 줄 기다려가면서 여하튼 착석.

그리고 강연 시작. 물론 이젠 늙어서 말도 느릿느릿 힘겹게 이어가는 할아버지지만, 여전히 현장 활동가의 포스와 대가 특유의 여유까지 겸비. 강연 소감이라면… liberalism가 아무리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conservatism의 반댓말로 쓰인다고 할지라도, 진짜 progressive의 포스에는 쨉도 안된다는 것. 오래오래 살아서, 더욱 더 세상에 공헌하시길.

(추가: kabbala님이 찾아주신 강의 동영상. 역시 유튭! 하지만 아쉽게도 본강연 부분만 있음)
(추가2: 루나님이 본 강연 중 몇 대목을 발췌 번역해주셨음)

!@#… 발표 내용이야 뭐 항상 책에서도 하던 이야기인 “현재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역사를 망각하지 말도록 교육을 하자”니까 그렇다치고… 질의응답에서 몇토막(녹음해온 것이 아니라서, 적당히 의역).

Q: “정부의 문제에 대해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도대체 사람들이 알아듣길 거부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그건 당신이 제 처남을 못만나봐서 그러는 겁니다.”
…그 분야 최고 대가가, 수십년동안 자기 처남 하나 못 설득했다는… 그만큼 사람을 바꾸는 건 힘들다는 이야기. 그리고 말로 안되면 책을 선물해라, 라고 이야기한 후 책을 한 열 권 이상 주루룩 소개.

Q: “대학와서 한 3년동안 저항운동을 한 것만으로도 각종 압박에 시달리는데, 어떻게 그 긴 세월을 계속 해나가셨습니까. 어떻게 해야 계속할 수 있을까요.”
A: “가끔 야구도 하고 영화도 보고 그러십시오. 저도 100% 선동가가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을 믿으십시오.

Q: “항의 운동(시위, 팜플렛 등등)으로는 도저히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항의 다음 단계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A: “모든 항의는 항의 당시에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이고 모여서는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어쩌면 내일, 어쩌면 내년, 어쩌면 그 후가 될지도 모르지만, 항의는 계속 해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운동이 필요하지만, 항의 다음 단계는 무엇이고 그 다음은 무엇이다 식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는 것이죠.

!@#… 잘 기억해뒀다가 나도 50년 뒤에 써먹고 싶다. 그 목표를 위해서라도, 그 때 가서 이런 질문들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고 싶다.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2010.1. 추가) PS. 삼가 고인의 명복을.

이스라엘의 학살과 스타벅스 불매운동의 효과.

!@#…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며칠전 그나마 유엔에서 휴전 하라고 하니 이스라엘이 학살을 좀 한박자 쉬어가고 있지만, 애초에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물론 그 동네의 역사적 증오의 타래는 길고, 다양한 구체적인 이권들이 잔뜩 개입되어 있으며, 결국 이스라엘=악 / 아랍=선 그런 단순한 구도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본적으로 아무데나 폭탄 때려넣고 다 죽여버리는 짓거리는 누가봐도 상당한 문제거리니까. 아 물론 그마저도 ‘collateral damage’라는 매끈한 단어로 상쇄시키는 신기에 가까운 담론술사들이 21세기를 지배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한참 돌아다니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스타벅스 불매 운동하자는 돌림 게시물들. 당신이 스타벅스 한잔 마시는 동안 그게 유대계 자본이라서 그 돈이 이스라엘에 무기 사는 자금으로 흘러들어가고 그걸로 레바논 어린이들 죽이고 다닌다고. 원래 설득이란 것은 1%의 논리와 99%의 공감으로 형성되는 것이며 죽어가는 어린이 사진 만큼 보편적 호소력을 지니는 아이템이 드물기 때문에 나름대로 여기저기 많이도 퍼지더라.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불매운동으로서의 실질적 효과 따위, 미미하기가 대략 IMF 금모으기 수준 정도. 자세한 이야기야 이런 곳에서 이미 충분히 자세히 설명되었으니 생략.

!@#… 무엇보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 자체부터가 단지 미국 자본이 유대계 소유가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근본적 이유는 바로 이스라엘의 외교 방향이 미국의 외교전략과 99.99% 일치하며 (그 악명높은 ‘방어를 위한 선제공격’ 개념이라든지, ‘섞여있을 경우에는 몰살시키기’ 전술이라든지, ‘상대방은 모두 테러리스트’ 전략이라든지 기타등등),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 중동에서 이익을 지켜내는 것에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중동이 ‘제어가능한 불안정 상태’에 있는 것이야 말로 미국, 아니 정확히는 미국의 석유 재벌들의 석유 무역 정책에 가장 이상적인 상태니까. 물론 이 모든 것은 스타벅스와는 참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이다.

!@#… 그런데, 사실 이 운동의 정작 중요한 것은 한 단계 너머에 있다. 운동이 표방하는 바야 스타벅스 안마시면 세계평화에 도움된다는 엄청난 비약이지만, 그보다 이 운동이 실제로 이루어내는 바는 다른 방향에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냐 하면, 바로 스타벅스가 유대계 자본이고, 유대계 자본이 미국의 경제권, 나아가 정치를 움직인다는 하나의 시스템에 대한 인식틀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나아가 덤으로 계속 달라붙는 타임워너니 코카콜라니 하는 수많은 일상적인 미국적 상징이 곧 모두 이스라엘의 상징으로 연결되도록 한다. 이런 막강한 틀짓기(업계 용어로 ‘프레이밍’)가 바로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지니는 진짜 효과, 즉 담론 구성의 힘이다. 물론 미국이 사실은 모두 유대계라는 식의 믿음이 이 전에는 없었는데 새로 깨달았다는 것이 아니다. 이미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막연한 가정을 구체적 공포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다지 비밀이었던 것도 아니고 약간만 찾아보면 다 나왔을 법한 자료라도, 일반 사람들에게 당장 정서적으로 와닿도록 만든 것이니까. 스타벅스 불매운동에 대해서 그것이 효과적이냐 아니냐, 그 것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토론이 오가는 와중에서, 이미 “미국은 곧 유대계나 다름없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주어 학살이 양산된다”는 가정은 어느 쪽 입장이든지 간에 기정사실화된다. 레바논 어린이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안되겠지만, 안그래도 나쁜 미국의 이미지가 좀 더 나빠지는 쪽으로는 탁월하다. 게다가 온라인 상에서 소문만 퍼트리고 있지, 스타벅스에 조직적 테러를 가하느라 돈과 인력을 낭비하지도 않았으니 나름대로 이미 남는 장사. 이런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힘이 위력을 발휘하는 부분이다. (의도하지 않고도 효과가 생기는 경우 역시 적지 않지만)

!@#… 사회 운동은 단순히 자체적으로 표방하는 목표의 달성 자체뿐이 아니라, 기저에 깔리는 담론적 힘을 만들어나가는 의사소통행위다. 목숨걸고 삼보일배를 하고 단식을 하며 어떤 곳의 개발을 일시적으로 막아내도, 환경보호 담론 자체의 유통은 못해내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안습 상황, 또는 지문날인을 열심히 거부하며 불편하게 살았지만 지금은 그냥 잊혀지기만 하는 상황들을 벗어나고 싶다면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는 이야기. (결국은 중동 이야기가 아니라 이쪽이냐…)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좌파만담토크쇼 Stephanie Miller Show 공개생방송

!@#… 금요일, Stephanie Miller Show 공개생방송을 보고 왔다. 라디오 라이브가 아니라 거의 락공연을 방불하게 하는 엄청난 열기. 강력한 좌파만담토크쑈라는 특징과 자유주의-진보주의 성향 강한 매디슨이라는 도시가 만나서 만들어진 천혜의 조건이 만들어낸 에너지.

!@#… 우선 간단한 프로그램 소개. 이 라디오 프로는 문자 그대로 좌파적 정치성향으로 가득하며, 그 모든 이야기를 신랄한 풍자와 비판으로 풀어내며, 유머감각으로 중무장했으며, 전체가 노래 틀며 말하며 시간 허비하지 않고 순전히 말만 뱉어내는 ‘토크쑈’다. 진행자는 사십대 중반의 처자 스테파니 밀러.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아버지, 즉 극강 보수 정계 가문의 딸내미로 태어났으나 크게 탈선(?), 개그와 방송 진행에 능해진 특이한 인생역정의 소유자. 이 사람이 프로를 강력한 포스로 진행하며, 그 옆에는 성대모사의 달인 Jim Ward라는 사람이 각종 정치인 패러디로 운을 맞추어 준다. 여기에 감초격으로, 사이사이에 각종 개그 소리효과 및 그보다도 더 개그스러운 보수파들의 발언들을 넣어주며 가끔씩 한마디씩 거드는 피디 아저씨 Chris Lavoie (이 사람은 라이브에는 같이 움직이지 않고, 스튜디오에서 원격참여). 주로 공화당의 멍청한 정책, 보수층의 바보같은 생활방식들에 대한 풍자적 비판과 진보성향 움직임에 대한 열렬한 지지로 이루어진 프로. 정치인들을 흉내내고 까는 거야 뭐 그렇다치더라도, 부활절날 아침방송에 “그런데말야, 부활절 토끼라는거 따지고보면 이교도적 풍습 아냐?”라고 천연덕스럽게 찔러버릴 수 있는 것은 천부적 재능이라고나. 이 계열에서는 문자 그대로 떠오르는 스타. 공식 사이트는 여기.

!@#… 여튼 그런 프로가, 이번에 이곳 매디슨에 라이브를 하러 온 것이다. 여기는 스타보수논객 Billy O’Reilly가 사탄의 자식들이라고 칭했을 정도로 자유주의-진보주의 성향이 강한 곳인데다가(그래서 이번 라이브에 많은 시민들이 사탄 뿔 모양 머리장식을 하고 방청을 왔다…그래 우린 사탄의 자식들이다 어쩔래, 하는 만담 정서), 최근 가장 개가를 올리고 있는 진보성향 상원의원이자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경선에 출마선언한 파인골드의 홈그라운드이기까지 하다. 그러니 뭐 분위기 끝내주지. 아침 8시부터 하는 방송이었고 7시부터 입장 시작이었는데, 당연히 만석. 문자 그대로 남녀노소, 이성애자 동성애자 할 것 없이 열광.

!@#… 좌편향이고 진지한 내용들을 주욱 다루면서도, 유머와 풍자정신으로 대중성을 확보하기. 한마디로 ‘즐거운’ 좌익. 보수주의자들보다도 더 엄숙한 진보들이 스스로의 앞길에 장애물을 던져넣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 반드시 참조해서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포맷의 방송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라는 말 이상으로 임팩트가 있는 것, 그것은 바로 “다 즐겁자고 하는 짓인데” 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당일 행사 사진들 모음

 

(2006.5.23 일부내용 추가)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노조와 진보에 관한 짧은 잡설.

!@#… 이번 주 한겨레21에서, 드디어 노조의 환부에 대해서 직언을 하는 특집을 다루었다. 제목하여, “대공장노조 진보 맞나?“. 대공장 노조의 비틀거림이 민주노조의 비틀거림이 되고, 그것이 민주노동당까지 굴비 묶이듯 연대 창피를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기아 건, 폭력사태 건 같은 위기징후들이 연이어 터지면 확실히 곤란하다. 말을 해줘야 하는 타이밍에 말을 꺼냈으니 우선 박수부터.

!@#…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노조 = 진보” 라는 공식이다. 그래서 노조가 뭔가 잘못을 저지르면, ‘거봐, 다 똑같잖아!’하면서 진보라는 이데올로기 일반을 통째로 헐뜯어버리고.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말해두자. 노조라고 진보인 것이 아니다. 그 노조에 속한 노동자라고 진보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게 아니라, 노조가 정당한 활동과 참여지분을 보장받는 사회구조가 바로 진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진보라는 것은 1) 다양한 성원들이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와 영향력을 발휘해서, 2) 결국 토론과 합의에 의해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아무도 소외받지 않는 발전이 가능한 사회구조를 지향하는 자세라는 말이다. 노조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지, 그 자체가 진보인 것이 아니다. 아직도 한국이라는 상황으로서는 분명히 노조가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덕분에 노조가 진보의 상징처럼 쓰이고 또한 (capcold 포함)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현재 지지하고 있는 것 뿐이다. 노조라는 것 자체는, 무슨 정의와 평등의 이상향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익단체다. 짜장면에는 양파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파 자체가 짜장면인 것은 아니다.

!@#… 만약 노조라는 도구를 거치지 않고도 기업이라는 사회에서 개별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합리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그게 바로 진보다. 거꾸로, 노조가 그런 역할을 못해준다면 (예를 들어, 전체의 60%라는 비정규직들의 목소리는 어디있는가) 그건 진보라는 사회상태를 만들기 위한 도구로서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이다. ‘노조는 진보인데 왜 이렇게 굴러갈까’는 잘못된 질문이다(<올드보이>의 유지태 말투로…). 진짜 질문은 애초부터, ‘노조를 어떻게 하면 진보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그리고 ‘노조를 어떻게 활용해야 진보적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여야 한다.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자유/개작자유/영리불허 —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자유/개작자유/영리불허 —

성폭력 문제 서울대 농활대 철수 사건

!@#… 성폭력 문제 서울대 농활대 철수 사건.

http://www.snunow.com/2003/?news/view/id=565

…서울대에 대한 막연한 자격지심과 마초이즘이 결합하여 분노를 터트리는 대다수의 머저리들은 어차피 뭘 해도 시끄럽기만 하고 세상에 하등 도움도 안되기 마련이니 논외로 치고… 곪디 곪은 상처가 결국 터진 셈이다. 연합뉴스 / CBS 노컷 뉴스 등에서 확인도 안된 미숙한 엉터리 정보로 찌라시성 기사를 온라인으로 팍팍 날려버리는 바람에 (CBS 최철 기자님, 연합뉴스 박상돈 기자님, 정말 당신들의 후안무치한 3류 찌라시 근성에 감복하고 말았습니다) 더더욱 개판이 되어버렸고.

…여튼, 성폭력의 실상이 정확히 무엇이었다라는 사실 확인 없이, ‘아가씨라고 부르기만 해도 성폭력이라고? 서울대생 겉멋만 든 똥바가지들’이라는 식의 대략 뇌세포 두 개면 충분한 머저리 소리가 온라인에 진동했다. 하지만 사실, 그것에는 사실 확인을 곧바로 표명하지 않은 서울대 총학의 책임이 크다. 원래 언론은 서울대를 찢어먹길 좋아하고, 수많은 온라인 바보들은 그걸 같이 찢어먹고 싶어서 안달이니까. 그게 서울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대가다. 덤으로, ‘여성’ 문제까지 개입되었으니 이 얼마나 안성맞춤인가. 뭐 여튼, 결국 서울대 학생회에서 입장표명이 나왔다. 사실 완전한 것도 아니고, 여러 단위 가운데 사회대 사건에 대한 것에 불과하지만… 여튼 나왔다. 이걸 본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욕할려면 욕할 수 있겠지.

http://we.snu.ac.kr/bbs/view.php?id=chonghak46&no=145

!@#… 길다. 말이 비비 꼬였다(한마디로, 미숙하다). 내가 이해한 바를 3줄로 요약해보겠다.

 – 아가씨 호칭 건은 언론에서 오버한 거다. 
 – 결정적인 사건은, 술먹고 몸 더듬은 것이었다.
 – 농민회는 숨기자고 했고, 우리는 철수했다.

자, 이제 하고 싶은 말들.

!@#… 우선 서울대 학생회에 대해서 먼저 한마디. 너무 미숙하고 무능해서, 보고 있는 내가 다 안타까울 지경이다. 중재자로서 실패했으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지. 철수하면 사태가 해결되나? 대화를 중단한다는 거다. 관계를 끊는다는 거다. 즉 사태가 더 악화될 뿐, 뭐 하나 도움이 안된다. 이 상황에서는, 문제발생에 대해서 제대로 중재와 대처를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을 표명하고, 가해자와 쇼부치는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닌가. 피해자 중심의 원칙 때문에 피해자들의 허락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사실 표명이 늦어졌다고? 사건 발생 후 철수결정이 난 건 2일이다. 도대체 며칠이나 지난 거냐! 게다가, 사실 확인이 늦어져서 엉뚱한 정보가 유포되서 피해망상 마초 바보놈들이 온라인상에서 몰려다니면 사태가 어떤 식으로 퍼지고 누가 2배 3배 더 피해를 볼지는 불을 보듯 훤한 것 아닌가.

게다가 발표문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하고 싶은 말을 하나에 다 쑤셔넣느라고 고생했다. 하지만 성폭력 사실 확인이 하나, 언론의 무책임한 아가씨 공방에 대한 비난이 하나, 농활의 문제점에 대한 문제제기가 하나, 양성평등(빌어먹을, 시대가 언젠데 아직까지도 <여남평등> 같은 용어나 쓰고 있나. ‘여자가 하면 역차별, 남자가 하면 적선’에 불과하게 여겨질 위험이 가득한데)에 대한 일상적 반성의 필요성에 대한 역설이 하나. 각각 따로 해라 제발. 이게 무슨 논술고사, 기말리포트냐… 하나에 다 쑤셔넣고 읽는 사람 헷갈리게 만들게. 이번 건에서 드러난 바, 학생회는 성차별 해소나 농활에 대한 의지 등과는 별개로, 실력이 딸렸다. 그리고 학생회가 실력이 딸려서 문제가 개판이 된다면, 그건 이쪽의 과오고 책임이다. 회피하지 말기를.

!@#… 성폭력에 대해서도 한마디. 술 퍼먹고 몸더듬었으면 누가봐도 성폭력 맞다. 뭐, 용어에 있어서 아무래도 ‘규정상의 용어’와 ‘생활상의 거부감’의 괴리가 있어서 ‘성희롱’으로 부르고 싶다면 뭐 봐줄 수도 있다. 그런데… 술먹고 만취상태에서 누군지도 모르고 더듬었다느니 어쩌느라면 게임오버다. 다만 문제는 가해자가 농민회 사람이 아니라는 건데… 사실 그게 무슨 문제인가? 농민회든 아니든, 가해자는 가해자다. 사과하고 수습해야지. 무슨 거기에 마을과 농민회의 체면이니 어쩌니 하니까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건가? 물론 농민회는 사태해결에 같이 도와줄 의무가 있고.

… 그리고 언론에서 졸라 떠들어대고, 학생회 성명서에도 열심히 언급된 아가씨 발언. 남자한테는 학생~ 하면서, 여자한테는 아가씨~ 하면 그건 명백한 성차별이지. 당연한 것 아닌가. 남자한테 아저씨라고 한다면 모를까, 누구는 학생으로 존중해주고 누구는 그냥 아가씨인가. 이해가 안되나? 회사에서의 ‘미스 김’같은 호칭인거다 한마디로. 그런 건 의식적으로 자꾸 고쳐나가야한다. 하지만 생활속의 잘못된 습관은 강의/강령식으로 지적 한 두번 매섭게 한다고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이해심 많고 부드럽게, 하지만 강하게 지속적으로 계속 압박을 가해야 겨우 고쳐지는 것이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중간에 그만두면 더 망가진다. 이 막나가는 남성우위 사회에서, 장사 한두번 해보나? 다 알잖아.

여튼. 쉽게 풀어보자. 더듬었다 -> 성희롱, 정도가 심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성추행. 남자는 학생, 여자는 아가씨 -> 일상화된 성차별. 둘다 넓은 의미에서 성폭력인데, 성폭력이라고 하면 곧바로 강간을 떠올리는 원숭이 같은 인간들 때문에(그리고 그런 골때리는 것들이 좀 많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남발하면 안되는 용어다.

!@#… 그런데, 역시 미묘한 문제지점은 농활이라는 활동이다. 안그래도 농활하면 ‘엘리트’ 대학생 vs 농민들이라는 이분법적 이미지로 다가오는데, 거기에 서울대…그것도 여성까지 붙어서 파장이 커진 셈이다. 그렇다면 다시 냉정하게 서울대고 여성이고 좀 논외로 치워보고, 농활이라는 것 자체를 좀 살펴보잔 말이다. 농활은, 봉사활동이 아니다. 정치활동이다. 농촌봉사활동이니 어쩌고 운운하는 머저리들은, 아마도 한번도 농활을 가본 적, 혹은 깊이 생각해본 적 없이 MBC 청춘시트콤이나 보고 세상을 다 안다고 자부하는 초딩들, 그리고 그에 준하는 사회적 지능을 지니고 있는 목소리 큰 고릴라들이다.농활은 애초부터 정치활동으로 탄생했고, 지금까지도 계속 정치활동이다. 까놓고 말해서, 지식인들이 농촌 공동체에서 같이 노동을 하면서 농민들을 노동자 민중으로서 각성시키기 위한 선전활동(아, 닭살 돋아 미치겠다)인거다. 그런데 그 목적을 나름대로 교묘하게 숨기기 위해서 봉사활동처럼 보이도록 하고 돌아다닌 것. 조금만이라도 한국에서 대학이 행한 사회적 역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상식의 범주다, 이 정도는.

그래, 시대는 변했다. 더 이상 대학생들이 나서서 농민들을 노동자로서의 자기정체성을 파악시켜주는 시대가 아니다. 왜냐하면, 첫째 농촌사회가 이전보다 더 ‘똑똑’해졌고, 둘째 대학생들이 이전보다 더 멍청해졌으니까. 얼마나 멍청해졌냐하면, 스스로도 정말로 봉사활동이라고 착각하는 순진무구한 고등학교 4,5년생들로 탈바꿈할 정도다. 일요일 아침 <도전!지구탐험대>라고 생각하거나. 실용적 차원에서 생각해보자. 한창 모내기하는 봄도 아니고, 추수하는 가을도 아닌 여름철에 우루루 몰려가서, 서툰 솜씨로 경작물들 망가트리며 몸만 피곤해지려고 가는 게 어디가 농활이란 말인가.

농활의 존재이유, 기본 마인드로 돌아가야할 때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농활. 농민학생연대활동. 농활의 기본은 바로 연.대.다. 그런데, 학생들이 와서 논밭일 도와주는게 무슨 얼어죽을 연대인가…그냥 무상노동이지. 연대라는 건, 사회적으로 서로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계층들이 서로 필요한 지점을 보충하고 도와주며 하나의 목적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몇가지 원칙을 다시 캐낼 필요가 있다.

 (1) 상호성: 농민과 학생이 서로 뭔가를 주고 받는다는 것. 그리고 뭘 주고 받는지 서로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 학생은 농민에게 노동을 제공하는데, 농민은 학생에게 뭘 제공하는가? 라는 질문이 제기되면 거기서 이미 연대고 뭐고 말짱 황이다. 차라리 까놓고, 농민들이 학생들에게 농업이라는 시스템을 실습을 통해서 가르쳐준다고 인정하는게 낫다. 그렇게 하려면 밭에 데리고 나가서 일만 시키는 식이 아니라, 경작 시스템에 관한 본격적인 실기강의 형식으로 아예 커리큘럼화하는 것이 더 좋겠지. 그러면 학생들도 자신들이 봉사를 베풀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서 뭔가 배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그것이 농민들이 학생들에게 가장 잘 해줄 수 있는 분야 아닌가.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분야로 농촌사회에 무언가를 제공해주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다. 바로, 공부. 동네 아이들, 어르신들 공부를 시켜드리는 것이 훨씬 성취감 있을 것이다. 국영수라도 좋다. 영어회화라도 좋다. 재태크 교실이라도 좋다. 농촌 판례 중심 민법교실이라도 좋다. 정작 중요한 건, 진짜 자기가 잘하는 분야로 서로에서 도움이 되어주는 것이니까. 즉 학생들은 농업을 배우고, 농민 가족들은 공부를 배우고. 기브-앤-테이크. 서로 주고받으며 이득보는 게 있어야 연대인거다. 상호성이라고, 상호성.

 (2) 이분법의 극복: 학생 vs 농민. 왠지 이주민 vs 원주민, 정치인 vs 서민 같은 느낌이다. 학생회 집단 대 농민회 집단. 괴이하다. 좀 섞어야 한다. 학생들끼리 마을회관에서 자는 게 아니라, 각 가정으로 한명씩 보내서 입주시키는 게 더 낫다. 그래서 논밭 경작 체험코스가 아닌 농촌사회에서의 생활 그 자체를 배울 수 있는 것이 좋다. 입주과외식으로 애들 공부도 도와주고. 그리고 떠나기 전 마을잔치 때면 농민가족과 그 가족에 홈스테이한 대학생이 한팀이 되어, 그런 식으로 구성된 다른 팀들과 경쟁하며 게임을 벌인다든지. 이분법적으로 농민들을 타자화시켜 놓고는 무슨 얼어죽을 연대냐, 연대는. 섞여라, 제발.

 (3) 지속성: 일년에 10일쯤 가고, 편지 한두번 교환하고, 잊어버리고. 그러면서 한 마을에 3년쯤 있다가 다른 마을로 교체. 전형적인 패턴이다. 한마디로, ‘이벤트’성이다. 연대는 이벤트가 아니다. 그렇다고 학기중에 맨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도대체 무슨 고민인가, 21세기의 한국에서. 농활 방문 마을과, 농활 간 대학교 해당 학과 사이에 자매결연을 맺어라. 그리고, 어디 온라인 사이트에 까페라도 하나 만들어라. 그리고 틈틈이 서로 근황, 사진들 좀 올리고. 애들 숙제해온 것에 빨간펜도 좀 그어넣어주고. 그럼 마을에서는 쌀도 좀 보내주고, 그럼 과 사람들 같이 모여서 그걸로 같이 밥 지어먹고. 그런 모습들 디카로 찍어서 까페에 올리고. 어렵나?

…즉 간단히 말해서 이런거다. 이 시대에, 예전부터 내려오던 어떤 시스템이 도저히 안맞겠다 싶으면 다시 본질로 회귀해서 뭔가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보란 말이다. 아니면 영 안되겠다 싶으면 때려치우든지. 연대라는 목표가 뚜렷하고, 서로 도움이 되도록 어떻게든 조율을 하고 관철을 시켜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섣부른 철수 따위는 하지 않는다. ‘내가 저들을 위해서 봉사를 해주고 있는데, 저들은 그걸 무시하고 업신여기는군. 못참겠다, 너희도 한번 당해봐라’라고 여길 때 대화를 끊고 철수를 하는 거다. 농활을 수행하는 학생회라면, 두말할 나위없이 전자의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그 정도의  의지는 없었나보다.

!@#… 아아, 또 이야기가 길어진다. 하고 싶은 말 다 하다보면 백과사전이니 그냥 좀 짜르겠다. 하고싶은 말은 결국, 좀 덜 미숙해지라는 것이다. 봉합하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라는 것이다. 농활의 기본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라는 것이다. 아, 그리고 성폭력 문제는 성폭력 문제차원에서 풀어야지, 무슨 농촌/도시 구도니, 서울대 여자니 하는 이상한 걸로 촛점을 흐리지 말자는 말도 해야겠다. 그냥 서울대가 싫으면, 서울대 가서 화장실 변기 옆에다가 빗맞춰서 똥싸놓고 오든지. 알께뭔가. 어차피 당신들은 스트레스나 풀려고 하는 거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탐구하거나 해결하고 싶은 의지 따위는 추호도 없는데.

!@#… 여하튼. 뭐 이런저런 생각이 나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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