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몇 곳에 어째선지 자꾸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OTL 여튼 전에 ‘불행한 소년’ 웹버전이 히트친 것 생각하면 훨씬 더 단행본이 폭발적 화제를 모을 법한데 뭔가 결정적 계기를 아직 못 만난 듯.
개인보다 개인들이 만든 사회의 우화 – 지금은 없는 이야기
김낙호(만화연구가)
태고적, 그러니까 PC통신이 온라인의 주류였던 시절, 좀 더 노골적으로 삐딱한 사고방식의 본 필자가 끄적 였던 글 가운데, 미운 오리 새끼 동화에 대해 남겼던 단상이 있다. 당신은 주인공인 미운 오리 새끼에 감정 이입하며 언젠가 백조로 찬란한 변신을 꿈 꿀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세계라면 당신은 훨씬 높은 확률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 오리를 구박하던 여러 일반 오리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사실 우화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세상에 대한 비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래 구전되는 우화들은 종종 개인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이솝우화든 종교 경전들의 비유든 비슷하다. 그 쪽이 감정 이입할 구석도 더 있으며,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고치든 고치겠다고 결심만 품든 더 쉽기 때문이다. 자신이라는 개인의 문제로만 환원하면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을 계속 보다보면, 불만이 쌓인다. 왜 흥미로운 비유를 통해서 세상 일반을 담아내고 읽어낼 만한 가능성을 낭비하는가. 왜 ‘리바이어던’이 ‘토끼와 거북이’만큼이나 재밌는 이야기임을 설명하지 않는가(훨씬 이해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금은 없는 이야기](최규석/사계절)은 그런 불만을 가볍게 해소시켜주고도 남는 작품이다. 진보적 정치성향을 지닌 아동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된 단편만화들을 중심으로 여러 작품을 추가하여 만들어진 모음집인데, 모든 작품들이 현실사회의 어떤 일면들을 상상 속 세계 속 사건에 비유하는 전형적인 우화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모든 우화들이, 단지 개인이 아니라 여러 개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이 무언가를 해서 그 결과로 어떻게 되었다는 직선적이며 완결적인 이야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이상한 사회의 모습 속에 주인공들이 어떻게 말려들어가 있는가를 보여주고 가장 찜찜한 순간에 열린 결말로 매듭짓는 경우가 많다. 즉 개인이 아니라 사회의 모습이 이야기의 중심인 것이다. 때로는 동물들로, 식물들로, 중세풍 마을의 사람들로 전개되는 여러 우화들은, 오늘날 현대 한국사회의 여러 가지 가장 일상적으로 정착하고 곪아 있는 일면들을 사정없이 건드린다.
연재 당시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불러온 작품인 ‘불행한 소년’에서 그런 사정없는 일면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불행한 환경 속에서 태어난 소년이 세상에 대한 저주를 하려는 순간마다 나타난 작은 천사는 그보다 네가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위로해준다. 그러나 여느 고전 미담과 달리, 결국 늙어죽을 때까지 소년은 백조도 겨울을 행복하게 지내는 개미도 되지 못하고, 그냥 비참하게 홀로 죽어간다. 그때서야 그는 천사에 대해 분노를 터트린다. 그리고 이것이 단지 충격효과를 노리는 극적반전이 아니기에, 마지막 장면에서 그런 ‘천사’가 세상 곳곳에 활약하고 있음을 서늘하게 보여준다. 매우 다양한 표현방식과 비유로 만들어진 개별 작품들이 다루고 있는 몇가지 중심 내용들은 이런 것들이다. 하나는 현실적 사회모순들에 대해 일어나야할 저항을, 주관적 행복이나 인내 같은 미담 윤리로 억제하려는 사회다. ‘불행한 소년’. ‘돼지의 왕’ ‘냄비 속의 개구리’ 등의 작품이 여기 속한다. 혹은 그보다 더 심한 문제로,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결과를 단지 개인의 노력으로 돌려서 더욱 개인들이 옴싹달싹 못하게 하는 모습이 있다. ‘가위바위보’, ‘팔없는 원숭이’ 등이 이런 주제를 다룬다. 아니면 불의라는 괴물과 맞서 싸우고자 나섰으나 그 과정에서 무디어 지거나 아예 스스로 괴물과 닮아가버리는 흔한 모습들에 대한 ‘용을 잡는 사냥꾼’, ‘거인’, ‘괴물’ 등도 있다. 노골적인 괴물이 되지 않더라도 진영논리의 허상에 빠지는 ‘새’, ‘흰쥐’ 등의 이야기도 강렬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누가 억지로 시킨 것이 아니라 사회 속 사람들이 서로에게 시키는 것으로, 제어 없는 성장과 경쟁의 파국을 그려내는 ‘숲’, ‘까마귀’, ‘뱀’ 등의 작품들이 있다. 즉 사회적 모순을 개인에게 환원하는 것, 그 과정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거나 진영논리와 무한경쟁에 빠지며 그런 사회에 각자 기여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정도 뼈 아픈 직면들을, 읽은 후의 뒷맛은 심란해도 우선 재미 있게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역시 우화라는 형식적 재미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사건에 대한 묘사는 평이하고 친절하며, 짧고, 비유적이고, 별다른 훈계를 덧붙이지 않는다. 흔히 장르만화에 대해 기대하는 것보다는 전반적으로 글을 통한 설명이 강하고 그림이 삽화처럼 보충해주는 느낌이 강한데, 온라인보다 단행본으로 옮겨오면서 폰트의 선택이나 판형 등으로 인해 한층 더 그림 동화집 같은 느낌이 되었다. 또한 단행본용으로 추가된 몇몇 새로운 이야기는 작정하고 글 중심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만화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하기에는, 너무 시각적 심상이 강렬하다. ‘거인’에서 점차 커지는 모습을 그려내는 거인을 이야기로만 볼 때와 그림과 함께 볼때는 전혀 감이 다르다(연재 당시의 친절한 아저씨 같은 인상의 그림과 단행본의 좀 더 괴물화되는 변신과정이 강렬한 단행본 그림도 느낌의 차이가 상당하다). 혹은 글 위주의 이야기인 ‘까마귀’에서도,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공작새가 다가오는 마지막 대목에서 만화적 시각연출의 힘이 뚜렷하다. 매 작품마다 그림체를 조금씩 다르게 적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인 ‘팔 없는 원숭이’에서는 특히 붓 스트로크 식으로 우화적 해학을 극대화하고 있다. 서문에 작가가 밝힌 바람은 이 작품들이 여느 오랜 우화들처럼 익명으로 돌아다니며 구전설화가 되는 것이라지만, 시각적 표현 자체가 만드는 매력의 지분이 이렇게 뚜렷하다면 작가의 이름표가 떨어지는 순간은 쉽게 오지 않을 듯하다.
메시지의 깊이와 강도, 표현 방식의 다양한 실험과 재미 양쪽으로 볼 때, 이 작품은 안 그래도 지금껏 늘 불온하게 현실을 직면시켜온 작가의 작품 가운데에서도 가장 그 방향성을 빼어나게 수행하고 있다. [지금은 없는 이야기]의 우화들이 그려내는 것은 온전히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교훈은 개인이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다가 아니다. 사회가 그렇게 생겨먹었으니, 웬만큼 모두 함께 다른 길을 힘들여 만들어 나아가지 않으면 꿈도 희망도 없다는 불편함이다. 그것이 독자들에게 단순히 갑갑함으로 다가올지, 아니면 그러니까 그만큼 서로 메시지를 나누고 함께 각성하고 연대하여 조금씩이나마 전체 방향을 바꿔가자는 희망으로 다가올지는 이제부터 밝혀질 일이다. 이왕이면 후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마도 이런 류의 작품이 널리 퍼지고, 노동 투쟁이든 입시광풍이든 정치참여든 사회 속 여러 현상과 결부되어 열심히 토론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 지음/사계절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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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기획회의>.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발간. 여기에 쓰는 글에서는 ‘책’이라는 개념으로 최대한 접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즉, 업계인 뽐뿌질 용.)
다음 회 예고: ‘도사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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