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신에 의한 집총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법제화 추진 발표 (‘양심적 병역거부’ 같은 닭살 돋는 용어는 개인적으로 참 싫어한다). 이것 참, 은근히 쾌거다. 내용이야 이제 익히 알려졌듯, 현역 사병 복무 기한의 2배 기간을 봉사시설에서. 대략 이렇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는 현재 도입을 추진 중인 사회복무제도 틀 안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다만 ‘예외없는 병역이행’이라는 원칙과 병역 형평성 등을 고려해 일반 사회복무자보다 더 힘든 분야에서 합숙 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아… 이거 표현에 좀 문제가 있다. “형평성 등을 고려해 일반 사회복무자보다 더 힘든 분야”라니, 너도 한번 당해봐라 같은 뉘앙스가 되어버렸잖아. “형평성을 고려해서 결과적으로 일반 사병 복무의 어려움과 대등한 수준의 복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어야지. 군필/미필자들의 자존심도 세워주고, 형평성에 대해 고민했다는 자신들의 사려 깊음도 제시하고, 대체복무하는 사람들이 괜히 손해본 느낌이 들지 않도록 일타삼피를 했어야 한다고. 제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을 각계에서 중용해야 하는 세상이라니까 (핫핫).

!@#… 아 뭐 여하튼. 인권 존중이 들어가는 공적 봉사 개념이란 누구는 고생하고 누구는 무임승차하라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개성을 지닌 개인이 존중받고 싶은 부분을 존중받으면서도, 공적 의무를 충족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주는 것,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드디어 인권도 좀 생각하는 사회라고 좀 고개를 들 체면이 생긴 듯 하니 이건 확실히 굿 뉴스다. 그런데… capcold는 약간 다른 곳에 관심을 기울인다. 바로, 이 정책의 제안자들도 그렇고 리플계의 반응들도 그렇고, 이 정도 거래조건이 꽤 괜찮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사병 복무 1년 반 = 사병은 아니지만 고생스러운 강제 노가다 3년’이라는 거래조건이 나름대로 반응이 좋다는 것. capcold도 납득할 정도고. 이것 흥미롭다. 군 복무시 당하는 노동량과 기간을 넘어서는 가외 변인으로서의 손해를 생각하게 해주니 말이다. 즉, 이런 거다.

!@#… 이전부터 주장해온 바지만, 사람들이 정말 몰라서 그러는건지, 지나고 나면 자동으로 잊어버리는건지, 아니면 워낙 군대를 나오고 나서 사회로 나와도 거기서 거기라서 문제의식이 사라져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capcold가 꼽는 군대의 사병생활의 가장 힘든 점은 월급 몇푼 문제도 아니고, 막사나 밥 품질 문제도, 훈련도 아니다. 바로 불합리한 인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아 물론 앞서 말한 조건들이 좋아지면 당연히 좋기는 하겠지만. 군대에서 멍청한 조직 운영이 만들어내는 멍청한 관계들은 ‘파멸의 콜렉션’ 급이다. 공적으로는 가장 효율적인 미션을 위한답시고 만들어놓은 수직적 체계가 오히려 경영진의 멍청함을 극대화해서 1) 하나마나한 비효율적 무한 삽질을 반복하게 하고 (예: 야삽으로 구덩이 파고 메꾸고 파고 메꾸고), 2) 허세로 대표되는 쓸데없는 바보짓을 양산하고 (예: 사단장 출동 맞이 부대 뒤집기) 3) 이 모든 것에 적응해나가며 살기 위한 야매스러운 잔머리를 극대화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 사적으로는 권한과 의무, 스킬 숙련도와 리더십에 대한 효과적인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그저 닥치고 하루라도 먼저온 넘이 대빵노릇하는 것을 용납해주는 쌩난리가 있는데, 그 결과 1) 쓰잘데기 없고 정당한 근거가 대부분 부족한 임의적 갈굼, 2) 공사구분 없이 뭉뚱그려서 종놈 취급하는 문화, 3) 그 결과 임무도 임무지만 그 전에 생활 자체가 스트레스. 까놓고 이야기해서, 유격훈련 힘들다고 자살하던가? 고참들한테 화장실에서 두들겨 맞고 자살하지. 짬밥이 맛없다고 총들고 탈영하나? 닥치고 고문관이라고 밟히다가 확 돌아버리는거지.

!@#… 적응하는 방법? 그 조직, 그 인간 관계만큼 똑같이 멍청해지면 된다. 경우에 따라서 애초에 조직보다 더 멍청했던 사람이라면야, 상대적으로 그만큼 똑똑해지는 (소위 우리 전 세대 분들이 이야기한 “군대가면 사람된다”) 것이겠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한국 군대가 얼마나 동시대 다른 조직들에 비해서 운영능력이 뒤쳐지는지에 대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아니면, 그냥 멍청한 척 하거나. 그런데 멍청한 척만 하겠다고 다집했다가도 시나브로 진짜로 멍청해지는 것은 일도 아니다. 군대에 가서 낭비하는 것은 2년이라는 세월이 아니라, 그 수 배의 시간이 지나도 다시 회복되지 못할 멍청해짐이 뼛속까지 스며든다는 거다. 못 믿겠으면 예비군 훈련장에 가보면 안다.

!@#… 대체복무제는 단순히 2년 남짓 강제노동에 대한 대체를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이후로도 오랫동안 완전히 바보로 만드는 멍청이질에서 피해갈 수 있음에 대한 대체다. 노동과 시간 말고, 그런 손해가 바로 우리 마음 속에 그 ‘2배의 기간’이라는 교환조건을 내밀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계기를 통해서 사병 인적자원 관리의 비효율성, 야매성에 대해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으면 그것이 가장 나이스한 흐름일 것이다. 물론 병력 유지 등 군대를 둔 당초의 목적과 목표치에 대한 점검 역시 전제로 하고 (예를 들어, sonnet님이 제시했듯 한국은 ‘유사시 일정 수의 보병 동원이 가능해야 하는 국가’라는 점이라든지). ‘민주군대’라는 것은 군대 민주화가 아니다( 동네 민병대도 아니고, 민이 주인이 되는 군대라는 말이 애초부터 성립가능하다고 보는가?). 그보다는, 그 용어를 쓰는 사람들의 원래 의도는 뭐든지 간에 실제로는, 민주화된 사회이기 때문에 발달하게 된 합리적 조직 인력관리 관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쓸만한 매니지먼트를 도입해야한다는 당위성을 나타낸다. 민주사회라서 더 엄격하게 챙기는 기본인권 같은 요소들을 배려해서 생활만족도를 높이고, 사병들의 노동력을 낭비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적재적소에 집어넣는 방식들 말이다.

예를 들어 capcold가 제안하고 싶었던 것들. 사병들의 자동진급제를 성과진급제로 변경하기. 되먹지 않은 무능한 꼴통이 단지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계급까지 높아진다니! 그리고 외출/외박 제도 재정비. 이동통신의 시대에 수용소 컨셉을 유지해야할 이유가 어디있는가. 또 교대 근무 스케쥴 합리화. 일직사관하면서 틈틈이 잘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건 뭐냐 도대체. 적성 평가방식 대수술과 보직 분류의 세분화/합리화는 당연지사. 아 그리고 군수품 유통 개선 및 민간업체 참여 확대. 하나씩 보자면 정말 끝도 없다. 그리고 뭐 하나 인력배치, 그에 따른 예산, 조직체계 등 여러가지를 같이 손대지 않으면 안될 부분이 없다. 국방의 신성함이라는 명분의 방패 뒤에, 온 사회가 트랜스폼을 하던 지난 격변기에도 쓸만한 구조개혁 한번 없던 곳에 대해서 메스를 좀 들이대야할 필요가 있다니까.

!@#… 대체복무에 대한 의견이 오가다 보면, 군대가는 것의 엄청난 손해에 대해서 한번쯤 울분을 토할 것이다. 이왕이면 기억을 조금씩 되짚어서, 정말 무엇이 그렇게 손해인건지 더 파고 드는 쪽이 좋다. 그러다가 결국 그 손해를 줄이려면 뭘 해야할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을 내밀고. 두루뭉실 군사문화의 폐단을 없애자느니, 닥치고 평화를 외치느니, 혹은 군대 갔다왔으니 가산점 주셈 하고 떼쓰는 것 보다, 이쪽이 좀 더 제대로 된 논의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니까.

!@#… 뭐, 하지만 약은 약사에게, 군사 이야기는 군사 전문가에게. capcold는 어디까지나, 담론의 흐름에 대해서 좀 더 쓸만한 방향으로 흘러줬으면 하는 것일 뿐. 군 복무 반대가 비겁하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라면 아무리 해도 도덕적 차원이지만, 군 복무의 ‘손해’에 대해서 이슈가 제기되어야 어쩌면 제도 개선의 밑바탕이 되니까. 뭐 그렇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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