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입시 부정, 교육의 쓴 맛

!@#… 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 부정 사건. 이런 류의 교육 사건들은 전에도 이야기했듯, 약간만 시점을 옮겨서 보면 해답이 뻔하다니까. 예를 들어 이 사건을 대학교로 환산을 해보자고. 나름대로 명문 소리 듣고 있는 사립대, 예를 들어 한 연세대 정도에서 입학시험 유출이 있었다고 치자. 문제 유출된 것을 보고 시험친 사람이 47명이나 붙었어요. 그럼 어떻게 될까.

얄짤없지 뭐.

해당자들은 전원 불합격처리하고 합격대기 인원 47인이 보결 합격. 선의의 피해자들일 수 있으니 재시험? 웃기고 있네. 보결로 밀려난 사람들은 그럼 선의의 피해자가 아닌가? 학교도 교육부도 여론도 얄짤없을 것이다. 얄짤없지 않으면, 학교 전체가 부정입시 방조로 교육부에서 큰 불이익을 당한다(인가 취소까지도 가능하다). 문제 유출한 교수는 당연히 최소한 파면이고, 유출을 종용한 학부모와 퍼트린 학원은 천문학적 액수의 민사소송에 신음하게 될 것이다. 학교, 그리고 불합격처리된 학생 가족들이 소송을 걸고. 당연한거다. 리스크를 걸었으면 잘못되었을 경우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지. 만에 하나, 합격자가 소명해서 “나는 그 학원에 다녔고 당일 유출문제를 받았지만, 유출된 시험문제를 읽어본 적이 없어요”라고 정말로 증명할 수 있다든지 (예를 들어, 유출된 문제들은 죄다 틀렸다든지…-_-) 하는 특수상황은 케이스-바이-케이스로 구제하고. 학교 행정당국보다는, 법원에서 구제할 가능성이 더 크고. 대학입시였다면 99.99%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 그런데 고등학교 입시라고 해서 뭐가 달라야 한다는 건가. 자고로, 상식적인 시스템이란 잘못이 발생하면 얄짤없이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이 경우라면 이런 거다:

1)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시험 부정행위를 했으면 당연히 불합격.
2) 미필적 고의라면, 고의를 행해서 자신들을 말려들어가게 한 그 쉐키를 찾아서 조지기.
3) 부정에 노골적으로 고의적 개입을 한 넘들은 교육판에서 완전히 재기불능하도록 조져놓기.

간단하지 않은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교육적 목표가 어쩌고? 야매 명문입시고교(외고출신자로서, 현행 외고 시스템에 대해서 내리는 최종진단이다)에 사기를 부려서 진학하는 경험 보다, 세상의 사필귀정 시스템은 얄짤없구나 라는 경험을 시켜주는 것이 천배만배 교육적이다. 물론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당사자들이야 당장은 그런 것을 깨달을 리가 만무하지만. 그러니까 그 분들은 학원, 그리고 문제 유출한 외고 교사를 고소하세요.

!@#… 교육을 제대로 굴리고 싶다면, 세상의 올곧은 쓴맛을 보여줘야 한다. 학교도 학원도 유출가담자들도 유출 문제로 이득을 볼 뻔 했다가 불합격의 굴레로 떨어질 위기에 벌벌 떠는 그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각각의 쓴 맛을 볼 필요가 있다. 징징거리지 말고, 떼쓰지 말고, 세상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받으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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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외고 입시 부정, 교육의 쓴 맛

Comments


  1. 그렇죠. 문제 유출이 의심되는 학원 출신 합격생은 당연 불합격 처리되는거고
    이제 거기서부터 학원과 유출 선생에 대한 소송의 시작이죠.

  2. !@#… …..님/ 소송의 결과, 학원은 기둥뿌리까지 다 뱉어낸 다음에 영구폐쇄, 유출 선생은 교육계에서 완전 영구 매장 및 업종을 불문한 사기꾼 블랙 리스트 등재. 뭐 그 정도는 해줘야죠.

  3. 역시 capcold님께서 깔끔 명쾌하게 정리해주시는군요. 학부모라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자식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한낱 재력과 운빨의 결합으로 전락시킨 학원과 유출 교사에게 당장이라도 분노를 쏟아야 마땅할 것 같은데, 그보다는 불합격처분 문제만 갖고 교육감과 학교에 앵앵거리면서 매달리는 것은 학부모들 역시 학원과 유출교사의 의도에 암묵적으로 공모했기 때문에 캥기는 것이 있어서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사필귀정 시스템”이 굴러가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 !@#… anoez님/ 실제로, 붙은 이들은 합격 발표날 때까지도 아무 말이 없었으니까요.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되어서 자신이 미리 보고 말았다는 것 정도는, 시험장 현장에서 이미 눈치 챘을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