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브 2016: 미디어/시사

!@#… 베스트오브2016 시리즈, 미디어편(미디어 관련 국내 및 해외 이슈, 불명예스러운 일들 등)과 시사편(시사사건, 올해의 키워드 등).

 

** 미디어 이슈 한국편

* 최순실게이트 이어달리기: 태블릿PC 입수 보도로 가장 강력한 돌파구를 뚫어낸 JTBC에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기는 했지만, 한겨레의 오랜 판 깔기, 조선일보사의 복수심(…), 세계일보의 괴롭힘당함, 이화여대생들의 정유라 비리 이슈화 등 수많은 미디어 담론 활동들이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이어짐으로서 결국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을 밝히고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한겨레의 과정 정리 기사 3부작을 추천(1, 2, 3).

* 청와대의 조선일보 부패 논설위원 날리기: 조선일보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의혹을 건드리자, 박2 정권은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의 호화접대 부패 정보를 던지며 극우 여론을 동원했고, 조선일보는 침묵 모드로 후퇴. 정권과 정권친화적 언론사가, 진실로서 서로를 견제하는게 아니라 부패정보로 전략적 저울질이나 했다는 착잡한 현실의 노골적 확인.

* “5인 미만은 언론이 아님”법, 위헌: 인터넷신문의 등록 요건을 상근직 5인 이상으로 올려서 다양한 목소리의 소규모 언론을 통제하에 두는 효과가 우려되었던 신문법시행령 개정안, 연말에 결국 위헌 판결. 사회의 후진을 이렇게 아주 약간 막아냄.

* 게임 성우 경질과 여혐 논쟁의 폭주: 개별 사건들의 흐름을 놓고 보면, ‘폭주’라는 표현 말고는 적합한 것이 없다. 게임 성우가 페미니즘 메시지의 티셔츠를 SNS에서 인증했는데 그게 과격파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와 두 다리 건너 관계가 있다는 것이 빌미가 되어 남성 유저들의 집단적 불매 으름장이 되고, 기업은 성우를 해촉하고, 그게 다시금 여혐논란으로 커지고, 서브컬쳐 창작자들이 싸움의 진영을 택하면서 몇가지 경솔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더욱 폭넓은 불매로 이어지고, 앗하는 사이에 만화에 대한 국가 검열 지지 같은 것으로 번지고… 체계적인 성차별 해소를 사회의 공동 해결과제로 차분히 작업하기보다 진영적 적대의 쾌감에 빠지며 벌어진, 무익한 퇴화.

*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조작 논란: 한국에서 포털사이트의 막대한 접속건수에 수반되는 여론 영향력 덕분에, 인기 검색어 선정은 애초부터 민감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올 해 두 번 큰 논란이 있었는데, 하나는 마케팅업체를 통한 어뷰징이 이뤄지곤 한다는 연초의 폭로 보도고, 다른 하나는 정부 당국 요청에 따라서 키워드를 삭제/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긴 업체 내부지침이 드러난 것이다. 어뷰징은 어차피 누군가가 늘 시도하고, 법원결정 등 키워드를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기에 그 자체로 모든게 조작이라고 분노할 이유는 없지만, 더 공정한 검색어 기술 및 정책을 계속 압박할 필요성을 환기.

 

** 미디어 이슈 세계편…이라고 해놓고 대체로 영미권

* 미국대선, 전통 뉴스미디어의 이슈 영향력이 호쾌하게 망해버림: 거의 모든 미국 주요 일간지들의 사설은 지지후보로 클린턴을 선택했다. 트럼프 후보가 경악스러운 인종관, 성별관, 노동관, 국제관을 선보일 때마다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유능한 메이저 언론들은, 공화당팀이 토론과 연설에서 거짓말을 할 때마다(즉 거의 모든 말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하지만 동시에, 선거를 선정적이고 대등한 경마구도로 만드는 관습은 못 버렸다. 정치시스템 불신에 빠진 이들에게 바닥까지 내려간 뉴스미디어 신뢰도의 빈 공간을 채운 것은, 극우 분노 매체와 개인들이 쏟아내는 편안하고 호쾌한 거짓말 정보글들. 선거의 뚜껑은 열렸고, 전통 뉴스미디어의 가치와 접근법은 그냥 뭐 졌다.

* 설문데이터 기반 예측보도의 처절한 실패: 영국의 브렉시트든 미국의 대선이든, 투표 전의 설문 데이터 기반 예측보도는 결국 드러난 결과보다는 희망적이었다. 다양한 설문자료의 취합과 통계적 보정, 정교한 예측모델로 지난 몇년간 확실하게 주목받았던 기상예보형 보도 양식은, 데이터에 예측 못한 체계적 편향이 내포되면 그냥 무너진다는 평범한 교훈을 가장 뼈아프게 드러내버렸다. 더 좋은 데이터와 더 발달한 분석이 가야할 길이지만, 데이터에 대한 불신과 호쾌한 사변과 통찰에 대한 과잉신뢰로 후퇴할 수도.

* “가짜뉴스” 기승과 대처 다짐:  미국 대선 결과 이후 ‘포스트 팩트’ 시대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 모든 소식들이 가장 많이 교류되다보니 의도적 거짓 정보도 가장 많이 퍼져나간 페이스북의 방치플레이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 연초에도 페이스북 트렌딩 코너의 수동편집 사실과 편집 기준 공정성 사안이 불거졌던 바 있다보니, 결국 페이스북은 마지못한 대응책을 만들었다. 외부 팩트체킹 조직들의 협력에 의거한, 태깅.

* 정치전략적 해킹자료 유출이 정상화되어버림: 국제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공작질이 올해 새로 발명된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서 친러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상대 정당의 이메일을 대규모 해킹해서 외부 민간 기구인 위키릭스를 통해 뿌려댄 기법은 너무나 노골적이었다. 그런데 마치 정상적인 일인양, 성공까지 거뒀다. 미디어 정치의 어떤 괴상한 새로운 시대가 열린 시대.

* 오바마, 와이어드의 특집호 객원편집자 역임: 현역 미국대통령이 기술문명 전문 대중잡지인 WIRED지의 객원편집자로 한 호의 내용을 직접 꾸려넣은 훈훈한 미담. 과학과 기술문명에 대한 긍정, 사회 발전을 위한 과학 활용에 대한 희망, 교육의 힘에 대한 의지, 그것을 세계적으로  강력한 정치 리더가 구체적으로 이해하며 지지한다는 함의. …그러나 11월에 그 정반대의 인물이 그 자리에 들어서버림. OTL

* 그 외: 일부러 VR이니 AR이니 AI 같은 것들은 안 꼽음. 올해는 아직 명백히, 시도는 많되 분명한 임팩트를 만들기보다는 베타에 가까우므로.

 

**올해의 저널리즘 홀오브쉐임

* 올 한 해 MBC 뉴스의 거의 모든 것: 간판 저녁뉴스의 시청률이 2%대로 떨어지고, 설문조사에서 신뢰도의 처참한 추락을 늘 확인하고, 취재 현장에서 시민들로부터 욕설을 들어서 장비에서 로고를 떼어야한다면 뭐 뚜렷한 현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 바탕은 물론 지난 정권 후반부터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방문진 이사회에서 일선 국장들까지 이어지는 정권의존형 의결구조.

 

**올해의 우수 저널리즘

* JTBC의 최순실게이트 태블릿PC 공방형 보도: 공공적 함의에 대한 날카로운 초점, 정권의 대처를 염두에 둔 전략성을 갖추고, 결정적 증거를 결정적 여론 폭발로 성공적으로 이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좀 더 긴 이야기는 여기.

* 한겨레21의 세월호 사건 추적보도: 1년 내내 계속, 더 깊숙히 끄집어내고 또 끄집어내며 끈질긴 후속보도. 사안은 계속되는데 모두의 관심은  소진되었을 때 어떻게 계속 중요한 내용들을 이어나가는가가 바로 고퀄 저널리즘의 중요한 가치다.

* 백남기열사 사건, 최전선의 정보와 시각을 타전한 ‘나물’ 트위터(‏@EdnaM100): 시민이 사회문제에 대한 정당한 항의를 하는 와중에, 공권력의 잘못된 대처로 쓰러졌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당국은 사인과 책임소재를 흐리려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병원 앞의 무력대치까지 이르렀다. 그 와중에 유족이, 트위터를 통해서 계속 사안의 전개 과정을 타전하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주고, 관점을 정리해주며, 심지어 피해당한 사람들에게도 당연히 존재해야만 하는 어떤 일상의 힘까지 보여주었다. 중요한 저널리즘 기능을 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 뉴스타파의 파나마 문서 프로젝트: 국제적 조세도피처로 활용된 동네에서 입수한 대량의 세무 자료를, 세계의 여러 탐사보도기관들이 국제적 공조로 함께 분석하여 각자 자기 사회의 부패 문제를 추적. 당연히 한국 경제인, 정치인들의 연결이 다수 포함. 좀 더 많이 자랑해도 될 대단한 프로젝트다.

* PD저널리즘의 매력을 다시 발휘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특히 하반기로 오면서 더욱, 굵직한 사회적 사안을 충실한 조사와 효과적 설명 서사로 정리해내어 대중적 이슈화에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방영목록만 살펴봐도, 얼마나 hard-hitting 했는지 한눈에 보인다.

 

** 주목할 국내외 시사 사건

국내.

* 테러”방지”빙자 침묵종용법에 대해, 야당들 필리버스터로 맞서다: 주먹싸움이 아닌 논리적 이치와 정제된 말의 힘으로 시민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의원들의 모습은, 그 길고 긴 상황을 인터넷의 여러 경로로 생중계 관람한 이들에게 정치과정에 대한 신뢰를 한 뼘 회복시켰다.

*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책임 최종 확인: 가족의 건강을 위해 신경쓴 댓가로 오히려 가족이 죽어나간 비극적 사건, 그 체계적 가해자들이 결국 인정됨. 매우 늦었고 미진했던 공식사과와 보상 결정. 안전성 연구조작 처벌.

* 강남역 여성증오 살인사건과 여혐 이슈 일파만파: 이 사회에서 여전히, 가장 기본적인 치안문제에서 여성이 얼마나 불리한 차별적 위치에 있는지 일거에 환기시킨 범죄사건. 그것을 계기로 표면화된 연대의 손길, 각 세부 업계의 성폭력 고발 등. 그 와중에서 실패한 조롱, 일방적 입장의 폭로 만연, 비이성적 반작용 결집, 공동의 문제 대처보다는 기분방어와 진영싸움으로 퇴화하기 등의 문제도 발생.

* 인공지능 알파고, 이세돌에 바둑 완승 파문: 기계로 해낼 수 있는 인지 능력의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성큼 진화하고 있음을 누구나 느끼게 만든 사건. 그 후 딮러닝, 신경망 그런 개념들이 열심히 알려지고, 하반기에는 네이버아 구글의 번역기 수준이 확 향상되면서 다시금 잔잔한 파문. 인간 따위 조만간 필요 없

* 개성공단 폐쇄: 아오 진짜. 국정 말아먹기의 첨단.

* 사드 배치 논란: 방위 미사일 체계 배치의 기술적 정당성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는 입장이지만, 배치 발표의 갑작스러움과 주변국 외교 조율의 부재라는 무대책은 너무나 굉장.

* 김영란법 시행: 뇌물을 금지한 법의 결과, 많은 이들이 저녁을 되찾았다! 과연 한국사회. 더 긴 이야기는 여기로.

* 총선결과 여소야대: 민주당과 국민신당의 분열이 새누리당의 압도적 반사이익이라는 파국적 결과로 갈 수도 있었으나, 그야말로 여러 맥락들이 이리저리어쩌저쩌다보니 걍 대충 새누리당 과반 실패, 여소야대 국면 시작. 그러자 그 후 국회가 입법 일하는 모양새가 급격히 개선되었다는게 최트루.

* 백남기 농민 사망원인 조작 시도: 공권력이 살수차 직격을 해서 쓰러지고 다시 못 일어난 분의 사인을, 무슨 놈의 병사라고 우기는 것인가(…) 여튼 공권력, 정권세력, 서울대병원 담당자들의 기득권 파트너십을 믿고 너무 무리수를 던짐.

* 최순실게이트와 탄핵국면: 이거야 뭐 그냥 원탑 올해의 사건.

해외.

* 미국 대선에서 부적격 극우포풀리스트 당선: 뭐 그렇다. 세계야 4년만 어떻게든 버텨줘.

* 브렉시트: 영국 시민들 다수, 이동과 무역의 자유에서 오는 경제사회적 이점을 내다버리고 그냥 폐쇄적 분노의 쾌감을 선택하다.

* 포케몬고 열풍: 오늘날, 전 세계를 아우르는 혁신적 대중문화 히트가 생겨나는 어떤 방식.

* 유럽권의 이민자 수용 갈등: 경제 기회 때문에 이민와서 하층노동자가 되는 이들. 전쟁 난민으로 떠밀려오는 이들. 국제적 눈치보기 갈등, 복지 여력의 갈등, 우익화되어가는 기존 시민들과의 문화적 융화 갈등. 그런 것들이 노골적으로 표면화되고 터져나온 해.

* 세계적 테러 창궐: 브뤼셀 공항. 이스탄불 공항. 파키스탄 공원. 이라크 각지. 프랑스 니스 해변. 폭탄으로, 트럭 폭주로. 론울프, 소프트타겟 등 연구할 패턴만 차고 넘친다.

* 터키 군부 쿠데타 실패: 근대 정권의 수호자 역할을 해온 터키 군부, 종교세력의 힘을 끌어들이며 실질적 독재를 더욱 강화하던 에르도안 정권에 설익은 쿠데타 강행,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대실패. 그 후 독재자는 한층 더 사회억압 정책 강화 행보.

* 미국 올랜도 게이클럽에서 대규모 총격 살인 발생: 동성애혐오 문화, 자생적 테러리즘 문제, 총기규제 실패 등 참 여러 층위들이 엮인 비극.

* 중력파 검증: 그게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물리적 실체로도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주기까지, 오래 걸렸다. 과학의 쾌거.

* 콜롬비아 내전, 협상으로 종식: 말로 천냥 빚 갚.

* 영미권 대중문화의 시대적 아이콘들 줄초상: 데이빗 보위, 무함마드 알리, 프린스, 레너드 코엔, 조지 마이클, 캐리 피셔…

 

** 올해의 개드립: 재기발랄한 하야 시위 깃발
시위현장에 등장하는 깃발이 전통적으로는 특정 조직에 대한 소속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그런 조직 이미지를 다시금 패러디하여 조직이 아니라 일종의 자기표현으로 변용된 시대다. 즉 개인 플래카드/피켓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동시에 진지한 시위참여라는 메시지도 섞은, 독특한 시위 문화가 된 것이다. 거기에 인터넷 공간에서 특히 강화된 온갖 개드립 감성(…)이 합쳐지며 시위의 현장감을 대폭 갱신했다. 참여의 진입장벽도 낮추고, 실제 노동단체 시민단체의 패러디를 통해서 해당 단체들에 대한 거부감도 줄이고 여러모로 긍정적 현상.

 

** 올해의 키워드: 정치 효능감
기존 대의정치의 역할이라도 복원해보자는 다소 소극적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여튼 올 한 해는 한국사회의 시민들이 정치 효능감(이 개념에 대한 좀 더 긴 이야기는 여기로)을 일정량 회복하는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테러”방지”법의 인권침해를 반대하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릴레이는, 의원들이 시민들을 위해 정치로서 싸워준다는 신뢰를 마련했다. 총선에서 여소야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무리 보수정권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존재한다고 한들 충분히 민의를 모으면 진지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게 한 걸음씩 쌓이고, 연말에는 결국 국정농단 비리에 터져버린 시민들이 대규모 연속 시위로 국회를 압박하여 대통령 탄핵을 얻어내고야 말았다.
미국이든 영국이든 이태리든 
여러 선진국이 정치 효능감을 상실한 우익 포퓰리즘의 창궐과 재창궐로 시련을 겪는 동안, 이미 한 걸음 앞서서 그 안에서 허우적대던 한국사회는 어쨌든 이제 조금씩 기어나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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