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관리책임에 대한 판결, 메모 토막들

!@#… 최근 대법원의 포털의 명예훼손성 내용 관리 책임 판결에 대한 몇가지 정리되지 않은 메모 토막들. 함의는 거대한데, 어째 떡밥 타이밍을 잘못만나서 대중적 관심은 그다지… 인 사안. 하기야 사실 표현의 자유 관련 세부 사안들이 대체로 그런 운명을 맞이하곤 하지만.

!@#… 먼저 사건 개요는 이곳 참조. 대법원의 보도자료 전문은 이곳 참조. 보도자료에 나온 바, 법원 다수의견이 밝힌 세부 내용을 살짝 해부해보면 이렇다.

가장 중요한 요소, 포털(‘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게시물 관리 책임 발생 조건은 다음의 경우다.

1)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 AND
2) 사업자가 그 존재를 인식하였거나 또는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남 AND
3)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 통제가 ‘가능

그리고 그 결과 발생되는 책임은, 피해자 삭제요구가 없어도 알아서 ‘삭제의무‘를 이행해야한다는 것.

확실히, 그냥 포털이 나서서 맘대로 지우셈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세련되게 조건들이 붙어있기는 하다. 다만 조건에 해당되지 않으면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명시하지 않은 것은 큰 아쉬움이 따른다.

!@#… 그렇다면 문제점은? capcold가 굵은 글씨 강조한 부분 그대로지 뭐.

불법성이 ‘명백’하기 위한 조건은? 즉, 사실은 극단적 케이스가 아닌 회색지대의 경우인데 포털들이 알아서 조심해버리는 과잉 검열과 위축 효과가 발생하는 문제는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얼마나 명백해야 명백한 것인지, 세부 기준이 없다면, 상식의 문장이 최고의 억압을 만드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국가보안법처럼).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난다는 것의 조건은? 내용을 파악한 후 인위적 편집을 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라면 좋지만, 외부인력이나 자동화+수동의 혼합운용이라면 좀 복잡해진다. 게다가 업체는 반드시 모든 게시판에 대해 한번씩 읽어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전제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심각해지고.

관리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은 그 범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자기 서비스인데, 업체가 기술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것은 없다. 경제적으로는, 도저히 통제 불가능한 양적 한도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는 하나의 기준이 있을리 없다. 즉 관리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관리통제를 하고 있다는 전제가 아니라면 새로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기가 (무리수 없이는) 어렵다.

!@#… 이번 판결이 논의대상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는, 사건 자체로 놓고 볼 때 상식적 도덕의 기준으로는 확실히 포털 쪽이 개인에게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즉 “포털 면책=정의“라고 쉽게 누구나 공감하도록 만들 수 없는 노릇. 사실 애초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모범답안은, “원칙적으로는 정보서비스 공간 제공자는 서비스 이용자가 생산하는 내용에 대해 면책이 되지만, 자신들이 내용에 직접 개입하는 만큼씩은 책임이 부여“되는 것. 그런데 만약 중간 개입 없는 정보의 투명한 유통, 내용 생산자와 내용 책임자의 완전일치 같은 나름대로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고 싶다면 포털의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시키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이미 지나칠 정도로 비대해진 포털의 (편집 배치와 링크 유도에 의한) ‘언론 기능’을 놓고 보자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번 판결의 내용은 포털의 편집 개입을 오히려 강화시켜서, ‘언론’으로서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도록 만드는 역설적 효과가 우려된다. 이것 참, 골치 아픈 문제다.

!@#… 포털의 개입을 최소화시키면서, 문제소지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 그리고 그 와중에서 정당한 내용이 장시간동안 삭제되어 표현의 자유 억압이 발생하지 않도록 장치를 고안하는 것. 이런 섬세하고 종종 서로 상충하는 작업을 수행할 가능성이라도 있는 것은 결국 융통성 있는 자율정화다 (국가는 적극적으로 개입할수록 경직성은 물론 각종 위축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자율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항상 그렇듯 건설적 아이디어들을 선보이는 것이고. 예를 들어 capcold의 경우 좀 더 가능성을 생각해보고 있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 일반공개와 강제비공개(내지 삭제) 사이에, “논쟁적 내용입니다“라는 경고 후 보여주는 단계라든지, 여러 중간 단계 도입.

– 추천과 비추천의 비율(그리고 그런 추/비추 이유에 대한 다시금 추/비추)을 통해서 비추 비율이 일정 정도를 넘는 게시물/리플을 자동 차폐. 이용자가 각각 특정 등급 이상의 것만 보도록 개인화 가능. (비로긴의 경우 default로 정해진 특정 등급 이상만 볼 수 있게 함으로써 로긴 사용 유도).

– 문제적 내용으로 차폐를 할 경우 검색에 의해 비슷한 내용의 펌글에 일괄 자동 플래그 처리. 특정 플래그가 심어진 내용물에 대한 접근 제한을 직접 선택하게함.

– 인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최대한 세련된 의미기반 자동화 데이터 클러스터링 엔진을 계속 개발. 기사제목 낚시질을 기계적으로 방지.

긴급 차단 후 후속 처리의 효율화. 정보(떡밥)의 속도가 휙휙 지나가는 시대에 한번 침해 신청만 들어오면 30일동안 사라진다는 것은 솔직히 말도 안되잖아. 체포를 통해서 신변을 강제확보할 경우도 붙잡아 놓을 근거가 발생하지 않으면 48시간이내로 풀어주게 되어있듯, 글도 48시간 이내에 풀어주는 정도가 가장 좋겠다 싶다. 물론 그것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 판단을 담당할 중재 기구가 무척 규모가 커지고 업무절차가 효율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 가급적이면 관의 도움을 받기는 하더라도 민간기구로.

– 침해 사건들의 세부사항과 의의에 대한 지속적인 사례 축적과 문제제기를 위키 등의 형식을 취하여 대중적 소통. 즉 법리적 연구의 좁은 틀에 갖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쉽게 참조할 수 있도록 공개 서비스하고 문제제기들을 받아들여 이후 중재기구의 판단에 반영하는 시스템.

– 아, 그 전에 법원은… 좀 더 적극적이고 기본 원칙으로서의 표현의 자유를 명시하고, 사건에 따른 제한 조건의 예외성을 매번 명시할 필요가 있다. 그냥 사건만 판단하고 나서 손 털 것이 아니라, 그쪽 판 일반에서 위축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좀 열심히 써달라고.

!@#… 언젠가 각각의 내용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자세히 들어가다가 쓸만한 정도의 건더기가 나오면 사업계획서든 논문이든 나와주겠지(희망사항).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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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포털의 관리책임에 대한 판결, 메모 토막들

Trackbacks/Pings

  1. Pingback by Free Mind Free Web by Mindfree

    네이버 지방법원 탄생을 축하하며…

    포털 사이트도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한다. (관련 기사는 여기) 일단 대법원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전문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혹은 블로거 ‘그만’이 …

Comments


  1. 이중 몇몇은 유튜브라던지 많은 해외 사이트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정화 수단들이죠. 이런 수단에도 물론 나름의 문제점이 많습니다만, 우리나라 같은 알아서 기기 풍조가 만연된 환경에서야말로 포털의 독재적 개입 방식보다는 이런 자율적 방식이 적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2. 의리님 의견에 또 한표…
    캡콜드님 의견이 정답에 가장 가까워 보이지만.. 포털들이 상당히 귀찮아 할 만한 것이라 더더욱..orz

  3. !@#… JNine님/ 사실 저도 의리님 의견에 한 열 표쯤 추가;

    매애님/ 사실 어떤 정화 수단이든, 충분히 오래 사용하다보면 결국 상업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악용하는 방법이 생겨나죠. 마치 보안솔루션처럼, 끊임없이 실험하고 진화해야 한다고나.

    언럭키즈님/ 귀찮아할 뿐만 아니라, 개발에 돈도 들어가죠. OTL

  4. 자율정화 기능 강화에 공감 백만 표 드립니다. 말씀하신 방법들이 실효를 어떻게 거두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칼에 모든 걸 정리해 버리는 것보다는 여러 겹의 완만한 안전장치들을 두면서 자율성을 보호해주는 게 당연 좋지요. 댓글을 검열 대상으로 만드는 건데 법적인 근거 없이 해석만으로 그런 권력 내지 의무를 포털에 부과할 수 있는 걸까요? 네이버만 해도, ‘우리는 검색이라능!’을 외치며 그런 의무를 부담스러워 하는 판에..
    Mindfree님 트랙백의 ‘네이버 지방법원’이 딱 맞는 표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