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당 미디어법 판결: 헌재의 필살 얍삽이

!@#… 미디어법 입법의 불법성에 대한 헌재의 판결. 결국 헌재는 과정의 불법성을 인정함으로써 법도 모르는 또라이는 아니랍시고 체면을 차리고, 법안의 유효성은 인정해서 정치적 부담은 피해가겠다는 책임 회피의 정신이 절묘하게 배합된 환상의 구토칵테일을 만들어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라스베가스에서 일어난 일은 라스베가스에 남는다”라는 미국 격언처럼, “국회에서 일어난 일은 국회에서”라는 일종의 불개입 선언을 해버린 셈이다. 법안 내용이 위헌만 아니면 뭘 어떻게 하든 국회에서 알아서 해라. 그 강렬한 비겁함 앞에 잠깐 어안이 벙벙해서, 적합한 욕지거리조차 아직 생각이 나지 않는다.

!@#… 물론 헌재의 입장이 아주 생뚱맞은 건 아니다. 사법부는 까놓고 말해서 만약 그 어떤 물리적 소요사태도 없이 절차가 진행되었다면 여하튼 통과되었을 법안으로 간주할 수 있으니까(추가: 당연하게도, 실제 표현은 더 법적으로 세련되게 했지만. 예: 판결문 p79, 81 외). 그게 바로 H당 국회 절대 과반의 결과고, 이 정도로 사회시스템 근간에 관여된 이슈에 실질민주적 합의과정을 죄다 무시해도 득표력에 결정적 지장이 없는 한국의 표심 향배며, 행여 지장이 좀 생겨도 여전히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버티는 쪽이 유리하다는 굵직한 이해관계 일치 기득권 연대의 힘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비겁하게 빠져나가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직무유기다. 이 사회의 최상급 원칙들에 대한 분쟁 판단기구로서 스스로의 존재의미까지 부정할 만큼의 완벽한 태업이다. 당장, 그런 논리는 마치 “술을 안쳐먹었어도 사람을 치었을 놈이니 그냥 놔주자” 같은 느낌이잖아.

!@#… 여튼 덕분에 “한국은 절차민주주의는 이미 확립, 이제 닥치고 돈” 이런 소리가 얼마나 뼛속까지 구라인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절차민주주의든 사회수준이든 시민의식이든 뭐든, 의지와 추진력으로 얼마든지 퇴화시킬 수 있다 – 심지어 일정 부분은 지극히 민주적으로 말이다.

당장 현실적으로는, 절차 위법을 인정받은 것부터 최대한 강력한 떡밥으로 써먹을 것을 권한다. 최소한 내년 지방선거까지, 아주 사골이 우러나오도록. 기득권 강자의 오로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비굴한 반칙정신을 그 누구의 뇌리에서도 잊혀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순간적으로나마 국정지지율 50%니 뭐니 하는 비슷한 소리조차 다시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그들은 부당하다. 그런데 강하다. 이 정도면 조건은 충분하니, 가루가 되도록 까자.

 

PS. 상황이 이러다보니 헌재 판결 문제를 꺼냈지만, 핵심은 여전히 H당-2MB정권 미디어법 자체의 문제와 지조때로 추진 과정에 있다. 혹 다시 기억을 가다듬어야 할 것 같으시다면, 여기서 해당 키워드를 검색하시거나, 아니면 더 간단하게 여기여기를 읽어보시길.

PS2. 검찰이 4년형 구형했던 언소주 조중동 광고영업 방해혐의건은 법원에서 대표만 집유판결에 공동피의자는 무죄선고. THE학원뇌물서울교육감 공정택도 최종 당선무효 확정. 용산사태 유죄선고와 미디어법 통과 인정이라는 커다란 사법유기의 시궁창냄새에 오감이 마비될 듯 하지만, 그럴수록 이런 나름대로 상식적인 사법판결들을 한쪽으로는 더욱 환영하며 북돋아줄 필요가 있다. 나름 머리 굴리며 책임 회피하는 현재의 사법부만으로도 정신건강에 해로운데, 아예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권세력의 개를 자임하는 사법부로 타락하면 안되지 않겠는가.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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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thoughts on “H당 미디어법 판결: 헌재의 필살 얍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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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Nakho Kim

    [캡콜닷넷업뎃] H당 미디어법 판결: 헌재의 필살 얍삽이 http://capcold.net/blog/4900 // 이런 건에서 쌍욕을 참고 있으니, 아마 몸 속에서 사리가 나오리라.

  2. Pingback by laystall

    RT @capcold: [캡콜닷넷업뎃] H당 미디어법 판결: 헌재의 필살 얍삽이 http://capcold.net/blog/4900 // 이런 건에서 쌍욕을 참고 있으니, 아마 몸 속에서 사리가 나오리라.

  3. Pingback by 김원철

  4. Pingback by Heeyo

    헛. 땡큐. 읽어둘만하네, 다들. RT @laystall: @twheeyo http://bit.ly/1Evelb 이런 얘기도 있고 http://bit.ly/3qPNNL 이런 얘기도 있음. 그리고 이런 얘기도. http://bit.ly/tg8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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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Pingback by 잉여인간 모놀로그

    헌재에 대한 푸념, 2009년 10월 29일…

    아동 성추행 사건으로 한참 세상이 시끄러울 때, 가족끼리 TV를 보다가 아버지께서 거칠게 한마디 하셨다. 저런 놈들은 주저 없이 처단해야 하는 거 아니냐, 취했다고 형 감경이 말이 되느냐, 판사들이 성범죄를 우습게 안다 등,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 거기에 대해 나는 법원도 가능한 형량 안에서 나름대로 복잡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형벌의 인플레이션은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 쉽다, 형 감경의 타당성은 지금 알려진 정보로는 결…..

  7. Pingback by laystall

    @twheeyo 그 관련 얘기인데, 일견의 가치가 있는 얘기로 http://bit.ly/1Evelb 이런 얘기도 있고 http://bit.ly/3qPNNL 이런 얘기도 있음. 그리고 이런 얘기도. http://bit.ly/tg8l0

Comments


  1. 니 맘에 드는 판결은 환영하고 니 맘에 안드는 판결은 까자?

    그냥 니가 판사하지 그러냐 ㅋㅋ

  2. 정치의 문제를 사법의 문제로 끌구 댕긴게 좀 되니까 영감님들이 황당한 형태의 반응을 한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ㅋ

  3. 대리투표와 정족수 미달 혹은 재투표가 어떤 것인지는 초딩 학급회의 수준의 기본 상식 아닌가? 원칙적이고 상식적인 판단 대신 정치적이고 눈치보는 비겁한 행동을 하다니… 정치를 하고 싶은가…

  4. “절차는 위법인데 법안은 통과”라는 괴상한 판결로 인해 사람들에게 이 사건이 좀 더 잘 각인된다는 점은, 어찌보면 불행 중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반 아이들도 이런 내용에 관심없어 하는 아이들까지 판결때문에 황당해하더라고요.

  5. !@#… zz님/ 어른들의 세계란, ‘맘에 드는/안드는’ 말고 좀 더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법상식” 이라든지. 초등학교 입학하시면 서서히 하나씩 배우게 될꺼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Samuel님/ 정작 위법적 절차 -> 법 효력 일단 정지라는 지극히 기계적인 사법판단조차 건너뛴다면 사법이라고 불러주기조차 좀 뭐해지죠.

    알군님/ 정치는 너희들이 해! 라며 내세운 명분이 오히려 가장 정치적인 – 아니 그냥 정권굴종적인 – 행태가 되어버렸죠.

    언럭키즈님/ 옙. 그 이미지를 깊게, 길게 각인시키고 사골까지 우려먹을 첫번째 조건, “사안 자체의 강렬함”을 이제야 겨우 확보한 느낌입니다.

    마법사의꿈님/ 얄궂게도, 정치 사안에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겠다고 관습헌법까지 끌고 왔던 그들이 이번에는 정반대로 비겁하게 도망갔다는 것이죠. 두 경우 모두 지극히 자기들 편리한 쪽으로.

  6. “술을 안쳐먹었어도 사람을 치었을 놈이니 그냥 놔주자” 절묘한데요? 미디어법 그 자체에 대한 기억은 흐려진 감이 없지 않았는데 친절한 링크 감사합니다.

  7. 저는 이 말 듣고 딱 떠오르는 명문장이 있던데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8. !@#… iiii님/ 가끔 법 자체의 문제를 덮기 위해 H당 의원들이 일부러 그 이상으로 부도덕 진상쑈를 떤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죠.

    블랙프란시스님/ 사실은 거꾸로인데 말이죠. “처벌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그 쿠데타는 성공한 것이 되어버린다”

  9. 민주주의 후퇴 = 제도 파괴, 사회 규범 파괴. 이번 헌재 판결로 이 두가지 일타 쌍피! 믿을 것은 국민 뿐.

  10. capcold// 그 말처럼 이번 일도 “무효화하지 않았을 때 그 위법적인 법안처리는 합법적인 법안처리가 되어버린다”겠군요 ㅇㅂㅇ!

  11. !@#… login님/ 아니 사실 국민도 그다지 ‘믿을’ 것인지는 좀;;; 어떤 무엇도 ‘믿지’ 않아도 그럭저럭 잘 굴러가는 것이 바로 제대로 된 시스템이죠.

    블랙프란시스님/ 오오, 원래 “그러니까 열심히 기억해서, 그게 성공하지 못하도록 다음 지방선거때까지 계속 이슈화/이미지 각인을 해놓자” 취지의 이야기였는데, 그렇게 적용해도 또 말이 되는군요;;;

  12. capcold님/ 아, 캡콜님의 취지는 그런 거였군요! 저는 거기까지 미처 생각이 닿지 못했습니다 ㄱ-;;;;; 캡콜님 말씀대로 다음 선거때까지 열심히 기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ㅎㅎ

  13. 심리학 연구 중에 construal level theory라는게 있더라구요. 즉 가까운 사건에 대해서는 우리가 사건의 세밀한 내용을 기억하고 인식하는 반면, 먼 사건에 대해서는 절차를 잊어 버리고 대략적인 개요만을 기억한다는 이론이죠. 즉 지금 당장은 우리가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기억하겠지만, 결론적으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위헌은 아니다’라는 결론만이 기억이 남을 겁니다.

  14. !@#… Panda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다음 응징분기점(예를 들어 2010.6. 지방선거)까지 불길을 유지해서 시간이 더 흐른 후에도 ‘위법 날치기를 강행하고 다음 선거에서 박살났다’라는 결론으로 방향을 틀어줘야 하는 셈이죠.

    블랙프란시스님/ 아 저는 취지에서 벗어나지만 충분히 말이 되는 해석, 무척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