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격언: 큰 힘에는 큰 까임이 따른다

!@#… 일상생활 자세로 받아들이면 명랑사회에 도움되는 capcold식 격언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큰 힘에는 큰 까임이 따른다”.

문자 그대로, 힘이 크면 크게 까고 미미하면 미미한 정도만큼 내버려두는 것을 이야기한다. 힘이 크면 그만큼 제대로 했을 때 도움이 될 구석도 개판쳤을 때 피해를 미칠 구석도 크다. 따라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강력하게 감시하고 비판을 해야한다. 그리고 힘이 크기 때문에, 쌍욕/비난 수준은 아닌 날이 선 비판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맷집은 아마도 가지고 있거나, 없으면 갖춰야 한다. 반면 미미한 이들에게까지 모두 신경을 쓰는 것은 일종의 덤이다. 자신이 지지하고 더 키워내고 싶은 것이 아직 미미한 상태라면 최선을 다해서 장려해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문제가 있는 미미한 것에 너무 열올려서 까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미미한 존재로 몰락시키려고 까는건데, 이미 미미한 존재라면 뭐 어쩌라고. 여튼 이쪽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이고, 사회정의에도 대략 들어맞는다.

연예인의 몇년 전 불평에 진지하게 분개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기에는, 그런 불평이 지니는 실제 효과라는게 인간적으로 너무 미미하다. 진보에 우호적인 어떤 에세이스트의 문제적 성격과 불미스런 폭력사건에 대해 까는 것은 그의 글과 활동 내용이 그런 사적 태도와 어긋남으로써 생기는 위선과 그것의 실제 파급력만큼씩만 까면 되고, 그 이상은 순수한 에너지 낭비다. 반면 정말 크게 까야할 것, 까고 까고 또 까도 모자란 것은 따로 널려있지 않던가. 사익을 위해 공공정책을 주무르는 고위공직자들. 기회만 닿으면 민주주의고 자시고 대충 뭉개고 자신들의 천년왕국을 만들고자 마각을 드러내는 특정 기득권 세력들. 예의도 지성도 비전도 사회발전도 쌈싸먹고 자기 꿈만 실현하는 통치를 추구하는 정치와 경제의 리더들. 마이너한 컬트 지면보다는 메이저 중앙일간지를 표방하는 언론이 자신의 상업적 이득을 위해 저널리즘 규범을 팽개치고 개드립칠 때 더 까임당해 마땅하고.

게다가 그들을 까는 것은, 고작(!) 분노하는 것 이상으로 더욱 더 강력하게 까야한다. 분노는 종종 “내가 분노했다”를 과시하고는 거기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까는 노력에 비해서 스트레스 해소 말고는 뭐 보람이 없다. 문제점이 있다면 문제점을 조목조목 까발리고, 더 나은 해결이 있음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여 그것을 널리 공유함으로써 그들의 기반 자체를 무너트리는 것이 가장 강력한 까는 행위다.

!@#… 좀 더 아름다운 모양새의 격언인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큰 힘을 가진 이에게 도덕적 다짐을 심어주는 것에 불과해서, 안지키면 뭐 또 별 것 없다. 하지만 ‘까임’은 그 큰 힘을 대하는 다른 이들이 적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조건이다. 즉 내가, 우리가 까는 만큼 까임이 생긴다. 큰 힘에는 큰 까임, 작은 것에는 작은 까임을 부여하는 질서 역시 그들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다. 그러니까, 소중히 기억에 간직하고 널리 퍼트리자:

“큰 힘에는 큰 까임이 따른다”.

 

PS. 배너, 이벤트 등 각종 캠페인화 제안 환영.

PS2. 좀 더 고상한 지면에서 ‘시민감시기능’, ‘공론장에서 공공성의 가치 회복’ 같은 폼나는 개념으로 논하고 싶으신 분들은 그렇게 하시면 됨.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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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thoughts on “오늘의 격언: 큰 힘에는 큰 까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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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티가 사방팔방으로 뻗치고 있는데, 내가 힘을 얻고 있다는 징후로군.흠… RT @capcold [캡콜닷넷업뎃] 오늘의 격언: 큰 힘에는 큰 까임이 따른다 http://capcold.net/blog/4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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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Pingback by xmio

    그 이상은 순수한 에너지 낭비다. 반면 정말 크게 까야할 것, 까고 까고 또 까도 모자란 것은 따로 널려있지 않던가. http://bit.ly/4AIUV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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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그들은 부당하다. 그런데 강하다. 이 정도면 조건은 충분하니, 가루가 되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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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를 참칭하는 주사/환빠들도 있는데, 이들은 워낙 사회적 영향력이 마이너하니 마이너하게만 까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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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소함에 목숨거는 드립: 2pm, 미수다 루저의 난…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십성 병맛 사건에 대해 과잉분노를 주고받으며 다른 이슈들을 덮어버리는 괴상한 패턴들. 이전 글 참조. […]

Comments


  1. 와 간만에 왔더니..정말 엄청난 격언을 탄생시키셨군요.

    제목 자체도 훌륭한 격언에, 내용의 아름다움은 고이접어 나빌레라 수준으로 가고 있습니다.

    굿굿 아악 굿

  2. !@#… nomodem님/ 스타 논객이 이야기했다면 대형히트를 쳤을지도 모르나, 듣보잡급 c모가 생각해낸 바람에 불쌍해진 격언이죠. 흑

    언럭키즈님/ 약간 더 고운 가루가 됩…

  3. 캡님이 안 까이시는 이유가 사안 설명과 본인 생각을 분명히 분리해 주시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상황을 은근히 자신이 원하는 구도로 놓고 썰을 푸시는 논객들이 워낙 많다보니 온라인 논쟁이 많이 벌어지는데 캡님 블로그에선 그런 소모적인 논쟁은 애초 필요가 없지요.
    그나마 합리적이라고 불리는 논객들 중에도 사안과 본인생각을 분리해서 쓰는 분이 드문 것 같네요.
    왜 그런지는 몰라도…왜왜왜왜왜!!!ㅜㅜ
    괜찮다고 생각하던 논객들이 점점 아집을 형성(?)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인터넷으로 의견을 주고 받는 행위는 안 하는 게 좋은가…하는 우울함에 빠집니다.ㅜㅜ

    이런 현상이 촛불집회 이 후 대단히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4. 그 큰 힘을 함부로 깠다가는 미네르바 꼴 나죠. 결국 만만한 조무래기들 까는 재미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넘버 쓰리의 검사처럼 말이죠. 큰 힘이란 것도 참 상대적인게 골목대장 까지말고 동네 조폭 보스나 까라고 한다면 범위를 더 확대해서 세계 조폭 보스나 깔 것이지 왜 (상대적으로) 힘 별로 없는 동네 조폭 보스나 까고 있으냐는 반박을 받지 않을까요?

  5. !@#… aero님/ 사실 제가 안(덜)까이는 이유는 힘이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핫핫) // 아집 방향으로 퇴화하는 모습은 ‘인터넷으로’ 의견을 주고받아서라기보다, 의견을 열심히 ‘주고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일정부분 악화되는 패턴이죠. 그냥 소통만 있으면 패망이고 특정한 조건들과 소통이 결합되야 비로소 발전. 그 특정한 조건들을 해명하고 널리 여러 차원으로 보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체념의공포님/ 큰힘 함부로 까면 응징: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까면 안되고 신중하고 철저하게 까도록 머리를 항상 잘 굴려야죠. //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죠. “우리 사회의 노동자 인권? 아오지 탄광이나 이디오피아 기아 아동들이나 걱정하라고 그래!” 같은. 사실 간단한 해답은, “그냥 단순히 힘의 거대함이 아니라, 우리의 사회적 실생활에 직접 가장 큰 힘을 미치고 반대로 우리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개념을 잡는 것인데… 표어로 삼기는 약간 깁니다(핫핫).

  6. 한윤형씨 블로그에서 모 에세이스트를 둘러싼 논쟁의 과정을 늦게나마 둘러보고 여기 흘러오게 되었는데 머리가 아플정도로 골치아파 보이던(되려 몇몇 블로거들의 지나친 관심과 에너지낭비로 담론이 부풀려진듯하죠?) 문제가 정말 명료해 보이네요. 늘상 블로거스피어에서 오가는 논쟁의 발화와 귀결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들이 확 정리되는게 속이 다 시원하네요. ^^

  7. !@#… 쿠오레님/ 작은 개별 사례에서 중대한 패턴을 읽어내어 큰 플랜을 짜는 것과, 그 개별사례에만 불을 지르는 꼴이 되어 오히려 큰 함의로 연결되는 것을 가로막는 것. 그 사이의 섬세한 차이에 둔감한(혹은 적극적으로 무시하는) 자세는 이런 실세계 담론공방에서는 실로 쥐약이라는 것을 좀 널리 각인시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