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지적재산권의 향방

!@#… 한미FTA(아, 이제는 무려 KORUS-FTA)의 임팩트 뒤져보기, 지적재산권편. 이미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 FTA의 핵심은 미국이 한국을 삼키는 거대한 음모가 아니다. 미국과 한국의 ‘국가’라는 슈퍼플레이어가 더 이상 슈퍼플레이어가 아니게 되고, 시장 속에서 정부와 개별 산업과 기업들이 한꺼번에 배틀로얄을 벌인다는 것. 그 결과로서 한국의 어떤 산업들, 어떤 삶들이 처절하게 망가지는 것은 슬프지만 진실.

지적재산권 역시 그 배틀로얄 속에 있는 하나의 종목이다. 즉 지적재산권에 대한 FTA의 영향력은 갑작스러운 저작권제도 개악이 아니라, 한미 저작권 시장의 통합 그 자체다.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저작권 체계가 철저하게 재산권 행사자(그것이 반드시 창작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위주로 발달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지만. 모든 세부 논란거리들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보도나 각종 성명서에 나온 주요 이슈별로 한번 정리해보자.

개인정보 통지 문제. 예를 들어 한국인이 한국 포탈에 미국 영화를 불법업로드하면, 미국의 저작권자가 포탈에 그 사람의 개인 정보를 요구하고 그 것을 바탕으로 고소한다는 것. 한마디로 개인이 한국에서 불법을 저질렀는데, 미국인에게 정보가 고스란히 들어가 고소당하는 위협적인 감시 세상이 온다는 공포담으로 화자되고 있는 부분이다. 사실, 이것을 국가간 대결이라는 틀로 해석하자면 한국인들의 정보를 미국이 가져가는 침탈행위로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FTA의 컨셉이 그렇듯 국경이라는 틀을 벗어놓고 한미통합시장권이라는 틀로 보자면, 저작권자가 저작권 침해자에 대한 법적 절차를 밟아 나가는 것에 불과하다. 단지 국내기업이 아니라 미국까지 확대되었을 뿐. 그런데 이야기되고 있는 바로는 “국내 관계당국의 명령 없이 국내 저작권 침해자의 개인정보를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데, 이것은 미국 내에서도 한창 여러 논리들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영장 없이 정보 공개를 강요하는 방법이 그리 쉬우면 미국식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니까. 개인정보 공개 요청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리고 요청을 듣지 않을 경우 협회라는 방식을 통해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ISP(포털이든 통신망업자든, 인터넷서비스제공자. 한국에서는 OSP)가 공개 안한다고 하면? 강제 조사를 위한 영장을 법원에 신청해야지. 그런데 영장이 그렇게 아무때나 뚜렷한 증거도 없이 팍팍 내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 정작 그 요청을 실제로 들어주냐 마냐는 ISP의 의지에 달려있다. 즉 무슨 이야기인고 하면, 열쇠는 ISP들이 쥐고 있다는 것. 국내 포털업체들이 조낸 후달려하고, 평소부터 개인정보를 개떡취급한다면 땡이다. 바이바이 프라이버시.
(업데이트: 아니나 다를까, 정작 국내에서 저작권법을 고쳐서 아예 정보제공을 법적으로 의무화를 시키시겠단다… OTL 물론 FTA 후속조치라고 변명하면서)

그에 비해서 만약 ISP가 성격이 모나고 강단이 굵어서 확 버틴다면? 막강한 미국 음반협회 RIAA에서 학생들에게 배상금 타내려고 특정 IP 사용자들에게 배상청구 합의 메일을 전달하라고 요청을 하자, ‘우리가-니들-시다바리가’ 선언을 한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은 어떨까. 아니 한수 더 떠서, 아예 사용자 접속 기록을 안남기고 지워버린다면? 프라이버시 승, 감시자들 패 (한국에서는 대표적으로 ‘진보넷‘이 그런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아예 법으로 사용자 사용자 정보 기록을 삭제 못하도록 금지해버린다면? 즉 공공적 책임이니 어쩌니 명분 들이대면서 감시를 법제화한다면 말이다. 자연스럽게 앞서 이야기한 개인정보 청구건과 맞아떨어지게 된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이미 한국에서 다음 저작권법 개정때 관철시키려고 법사위에서 진행중이시란다. FTA로 인하여 확장되는 저작권 판은, 안그래도 점점 더 정보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저작권 시스템에 환상의 그라운드를 제공해준다. 한미 사이좋게, 국경없이.

일시저장 복제권. 외교통상부 보도자료를 우선 읽어보자.

“컴퓨터의 램(RAM)과 같이 전원을 끄면 기억된 데이터가 지워지는 메모리에서의 일시적 복제는 저작권을 인정키로 했다. 다만 시사보도, 교육, 연구 등 공익을 목적으로 이용한 경우는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예컨대 앞으로도 인터넷상에서 웹서핑, 웹브라우징 등은 한미 FTA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온라인 통신은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내 컴에 복제함으로써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것. 하드에 저장하지 않더라도, 메모리에 캐시에 복제하니까. 그것에 대해서도 ‘복제’로서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말이다. 다만 공익을 목적으로 할 경우 정당사용(fair use) 원칙에 의거하여 예외로 한다는 말 되겠다. 그런데 그게 어째서 개인의 웹서핑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 된다고 해석하는지는 며느리도 모를 일이지만(내 개인의 사용이 시사보도, 교육, 연구 등 공익을 목표로 한다는 보장이 어디 있다고).

그런데 이런 치사한 놈들, 이라고 욕하기 전에 우선 질문할 것이 있다. 도대체 “왜 누가 이런 걸 도입하고 싶어할까”라는 것. 램에, 캐시에 저장된 것 가지고 불법복제라고 떠들어대며 고소를 하겠다는 말인가? 그런 공포스토리가 다 있나. …뭐, 사실은 그 정도로 황당사악한 것은 아니다. 이것을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하드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 이용으로 특징지어지는 서비스(예를 들어 스트리밍 비디오)에 대해서도 문자 그대로 “copy”right의 범주 내에서 보호를 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의 상업 서버에 있는 스트리밍 음악에 대한 직접링크를 걸어서 다시 상업적 서비스를 하는 얌체족의 경우는 어떨까. 카피를 안했으니, 하드에 데이터를 복사하지 않았으니 법적 책임이 없다. 웹오피스는 또 어떨까. 작업 편의를 위해 오피스 프로그램의 상당부분이 캐시로 사용자 컴에 복제 이식되어 들어가는 쪽이 편할텐데, 사용자의 컴에 들어가는 동시에 저작권이 소멸된다? 그거 참 괴상한 상황이 되어버리니까 말이다. 이들의 의도는 브라우징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브라우징을 막는 것으로 인하여 무슨 이익이 생기겠는가), 온라인상에서 직접 사용하는 서비스 방식에 대해서도 폭넓게 상품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싶은 것.

그렇다면 저작권자들이 이러한 내적 타당성을 갖춘 논리에 대해서 어떻게 맞서며 사용자들은 사용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것인가. 우선, 일시적 복제의 범주를 ‘전원이 꺼지면 지워지는’이라고 해놓은 조건은 말도 안된다. RAM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인터넷 브라우저의 캐시파일들은 하드에 저장되고, 사용자 속도 편의를 위해서 계속 남아있으니까(아니면 하드를 RAM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메모리 페이징은? 협상자들이 혹시 컴맹?). 즉 일시적 복제권을 인정해주는 것은 인정해주더라도, 일상적 사용을 침해하지 않도록 예외조항이 훨씬 더 넓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 사용을 위한 일시적 복제는 해당 정보서비스의 정당한 이용과정의 일부로 포함시켜 간주하도록 명시하고, 사용자의 뚜렷한 자발적 의도에 의한 세부 저장이 아니라 서비스 이용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일시적 파일저장의 경우도 예외로 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일시적 복제 파일의 소유가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 서비스를 하여 원저작자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에만 저작권 침해가 되도록 하는 것 등등… 그런데 이런 것은 FTA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저작권법상의 세부 조항들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미국 저작권법의 기초논리와 상충하지 않음을 미국에도 설득시켜야 할 사안이다.

70년 조항. 디즈니가 열심히 로비했다고 하여 소위 ‘미키마우스법’. 저작권자 사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저작물을 공공영역(public domain)으로 흡수하여 인류문화 이바지 어쩌고로 삼는데, 그 유예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려버린 미국식 시스템을 이번 FTA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복제약 등 의료업 관련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특허’의 경우도 일괄으로 70년을 적용했는지, 아니면 차별화되어있는지는 아직 세부자료가 없어서 모르겠다. 하지만 솔직히 현재형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만큼은 50년이든 70년이든 별반 차이 없다. 저작권자가 죽은 지 50년이나 된 콘텐츠는 어차피 현재의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콘텐츠 기획에 있어서는 대부분 ‘상업적으로’ 별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문학고전 선집 정도라면 모를까. 물론 경제평가에서는 몇천억이니 먹구름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저작권이 소멸하지 않아서 앞으로 20년간 더 내야할 것을 상정하고 있는 것일 뿐, 문화콘텐츠 상품의 ‘상업적 수명’에 목매다는 실제 문화산업, 그 산업영역의 개별 기업이나 개인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 없는 차이다.

50년이나 70년이나 재산권 보장으로 인한 창작자에 대한 인센티브라는 명분을 크게 초월하여 비현실적으로 길기는 매한가지다. 그렇다고 아예 저자 사후 곧바로 저작권이 소멸한다면 전세계적으로 유명 작가와 기업인, 연구자들에 대한 저격사건이 끊이지 않을테고. 개인적으로는 한 세대, 즉 20년 정도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뭐 로비력 강한 쪽이 승자. 정작 정말로 중요한 건 애초부터, 공공영역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공공사용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법정손해 배상제. 핵심은 저작권 침해시에 대한 손해배상의 하한액을 명시하는 것. 현재의 민사스러운 발상의 실손해 배상 원칙에 더해서, 아무리 못해도 이정도는 내라, 라는 형사스러운 컨셉이 달라붙는 것이다. 저작권 침해 처벌에 대한 강한 의지…라는 컨셉이기는 하지만, 하한액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방향이 크게 엇갈릴 듯.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불법 규정과 접근통제형 저작권. 기술보호조치 무력화는 미국 저작권법상 저작권자 진영의 대표적인 무기. 보호장치를 깨는 행위 자체가 불법을 부추킨다는 논리하에, DRM이든 DVD의 DeCSS든 보호장치를 깨는 용자들을 옭아매기 위한 규정이다. 한미FTA의 경우, “기술보호 조치를 위반하더라도 고의나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저작권 침해가 되도록 규정했다”고 하지만 아직은 심히 애매하다. 카피를 안하고 개인 사용을 위한 것이라면 사실 카피라이트 상에서 규정할 수 있는 논리조차 부족하다. 대표적인 것이 DVD의 코드프리 기능. 불행중 다행으로, 무력화 기술을 만든 사람이 법적 책임을 뒤집어쓴다. 이미 무력화되어있는 기기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은 만에 하나라도 고의성이 없었다고, 즉 원래 그런 건줄 알았다고 열심히 우기면 된다. 누가 뭐라하든, 코드프리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미국에서 산 DVD도, 한국에서 산 DVD도 보고 싶기 때문에. 그렇듯, 지역코드 할당 정책은 산업적으로도 의미없는 바보짓이었음이 거의 증명되고 있으며, 아직도 그 잔재때문에 고생하는 DVD팬들은 열심히 기술적 보호장치를 우회한다. 기술깨기와 불법복제가 밀접하게 서로 연관된 것은 물론 사실이지만, 기술깨기를 하되 불법복제로 이어지지 않고 보다 다양하고 정당한 개인 사용을 도모하는 영역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결합하는 것이 접근통제형 저작권 개념. 한국의 현행 저작권은 보호조치로서 이용 통제형(즉 불법복제와 배포를 금지)하지만, 이제는 접근통제형(즉 애초에 해당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미 아이디 암호 넣어야 사용할 수 있는 회원제 사이트도 많은데 이게 무슨 엄청난 귀신씨나락까먹는 소리냐 할 법 하지만, 해부해보면 이게 다 저작권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적 근거, 논리를 만들어놓는 과정이다. 기술적 조치 무력화 불법 규정과 결합을 해보면, 드디어 아이디 암호 깨는 것 자체도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즉 해킹한 아이디를 통한 불법적인 콘텐츠 이용도 저작권 침해로 간주. 미디어가 ‘물건’ 중심의 비지니스에서 ‘콘텐츠’ 중심의 모델로 바뀌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확보하려고 하는 조치다. 물론 사용자 입장에서는 규제가 늘어나는 것인 만큼 큰일이다. 예를 들어 친구 아이디를 빌려서 잠깐 들어갔더니 법적 책임을 묻는다든지 말이다. 그렇기에 개인적 사용권 양도에 대한 구체적인 예외조항들이 대단히 시급하다. 그런 것들을 확보하지 않고 저작권자들의 논리로만 이루어진 저작권을 관철시키면… 생지옥이지 뭐.

친고죄. 자,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 나왔다. 바로 저작권의 친고죄 규정이 흔들린다는 것. FTA 타결 내용은 “‘상업적 규모’ 이상의 저작권 침해사건은 권리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침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 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는 것. 저작권에서 친고죄가 왜 필요한가는 다시 반복할 필요 없으니 생략. 현재 미국의 경우 친고죄는 아니지만, 뚜렷하게 상업적 이익을 위한 침해의 경우, 또는 180일 이내에 1000달러 이상의 피해액 발생시에만 저작권자 클레임 없이도 형사적으로 침해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게 골때리는게, 내가 비영리적으로 가져가면 용서될 수 있으나 만약 그걸 다른 놈이 가져가서 돈받고 팔아서 심히 상업적 이득을 침해했으면 나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소위 말하는 2차 법적책임 되겠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실제로 돈 있는 놈을 고소하는 것이 저작권자측의 패턴이다. 적어도 민사소송과 배상금 대박이 일반화되어있는 미국은 그렇다는 것인데, 맨처음부터 이야기했듯 FTA는 그런 판에 같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국식 저작권법은 인센티브라는 행위원칙, 그리고 고소라는 행위방식으로 움직인다. 인센티브란, 저작권 클레임을 걸음으로써 걸지 않았을때보다 명백하게 이득을 얻을 수 있음을 지칭하고, 고소는 모든 절차가 결국 법정 판결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물론 법정판결 이전에 중재를 해서 합의를 하는 것 역시 흔한 일이지만, 그것 역시 고소를 취하한다는 것이 전제되기 때문에 고소라는 키워드로 묶여도 무방하다. 그리고 그 인센티브를 보다 키우기 위하여 2차 법적 책임자를 엮어넣는 것 역시 흔하고, 1차를 징검다리 삼아 가기도 한다. 즉 개별 사용자를 징검다리로, 결국 돈 많은 포털을 엮어넣는 식. 예를 들어 내가 만약 뭔가를 잘못 퍼와서 포털에 포함된 블로그에 올렸다고 치자. 그런데 알고보니 그 저작권자가 와서 침해로 나를 걸었다. 나에게 거는 것은 미끼다(물론 벌금은 내겠지만). 나를 징검다리로 삼아 그 포털을 벗겨먹는 것.

그런 사태를 방지하는 방법은? 니들이 퍼가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법적 책임 안질꺼라고 약관을 동의하게 만든다든지, 여러가지 법적으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것. 큰 곳이든 작은 곳이든, 기술적으로 관리자가 모든 것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한마디로, 직살나게 대가리 굴려가면서 주판알 튕기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열린 참여가 주는 상업적 이익과, 그러다가 저작권 침해 소송 들어오면 털리게 될 리스크를 균형잡아가며 머리쓰는 것 (미국에서는 그게 이미 일반적인데, 유튜브 같은 것 보면 딱 드러난다). 그 결과 직접적인 임팩트는 역시, ‘펌’이 줄고 링크가 보편화되겠지. 친고죄의 부분적 폐지는 심히 유감스럽지만, 그것만큼은 환영. 만약 개인적 보관을 하고 싶다면? 자기 하드에 해야한다. 그래도 불법 복제에는 걸리겠지만, 들키지 않을 가능성이 좀 더 크니까.

그 결과 인터넷 상의 백업문화는 앞으로 꽝이다. 한국은 백업문화가 펌이라는 형태로 너무 만연해버려서 오히려 정보중복의 공해수준이 되었지만. 만약 자신의 콘텐츠가 지금 나에 대한 상업적인 가치 이상으로 장기간 보존되어 인터넷상에서 세상 지식담론의 일부로 남아주어야한다고 믿는다면, 선택은 대안저작권. CC든 카피레프트든, 어떤 조건만 지켜준다면 마음대로 퍼가세요라고 당당히 선언할 수 밖에. 문제는, 대형 상업기업(예를 들어 언론사)들일수록 그런 진취적 마인드가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 그 결과 공식적인 글들일수록 각 회사 서버의 불안정한 보존과 개편때마다 바뀌는 부실한 주소체계의 희생양이 되어 장기적으로는 사라져버릴 위험에 처한다는 패러독스. 멋진 신세계다.

한국의 경우 이미 FTA 이전부터 저작권을 ‘세계적 수준'(즉, 미국형)으로 올린다며 계속 폐지하려고 했던 개념이 이 친고죄다. 불법을 엄단한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제한적으로 폐지, 조건을 붙이기, 아무리 이야기해도 기본 원칙이 깨지면 국물도 없다. 자유로운 베이스 위에 규제를 하는 것은 말이 되지만, 규제적인 베이스 위에 자유와 융통성 논하는 것은 불가능. 즉, 친고죄로 해놓고 침해여부 감시 위탁을 제도화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비친고죄로 해놓고 그 위에서 자유로운 활용을 만들어내라 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저작권 분야에서 한국이 딱 한가지 밖에 관철할 힘이 없다면, 그 힘을 친고죄 조항 유지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슬슬 깨달으셨으리라. FTA의 저작권 타결이 된다고 해서 엄청난 것이 온다기보다, 이미 한국 내에서도 통제주의자들의 논리, 재산권자의 독점적 권리를 키우려는 자들의 논리에 기울어 저작권을 계속 개발하다보면 당연히 가게 되었을 귀결이다. 일부는 이미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진행중이기도 했고 말이다. 친고죄 이야기든 기술적 보호장치든 법정손해배상이든. FTA는 핑계고 구실이다. 원래 그 방향으로 (그들의 용어를 빌자면, “선진적 수준”) 가고 있었는데,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계기로 FTA라는 막강한 우군을 끌어들인 것 뿐. 왜냐하면, 미국이 그 방향으로 아무래도 한국보다 한 단계 더 깊게 들어가 있으니까.

그러다보니 통제적 저작권 제도들이라 할지라도, 모두 논리가 확실하게 갖춰지지 않은 것이 없다. 여기에 대해서 보편적 정보권이네 개인의 존엄이네 하는 애매한 논리로 이를 무화시키는 싸움을 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한쪽으로는 이미 헌법 안에 들어있는 법적 논리로, 다른 쪽으로는 향유 환경과 2차 창작 환경을 개선하여 산업적으로 유의미한 움직임을 도모한다는 실용적 논리로 맞서 싸우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정당사용이라는 예외조항을 보다 확실하게, 광범위하게 인정받도록 논리를 강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개인적 사용의 범위를 단순한 ‘가족’개념에서 더 현실적인 인적 소통관계의 범위로 확장해야 하고, 비영리와 대비되는 영리활동에 대한 보다 좁은 정의를 내리며, 침해시 실손해 입증의 책임과 방법에 대한 가장 엄격하고 구체적인 잣대를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사용자의 정당사용 범위를 제대로 인정받는 것은 한국 저작권법이든 미국저작권법이든 FTA든 뭐든 어디에서든 지속적으로 추구해서 관철시켜야 할 사안이다.

다행히도 문광부도 “다만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을 보장하는 등 예외 규정을 통해 이용자 편의를 살려나가도록 노력할 것” 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그 쪽으로 힘을 실어주면 승산이 있다. 이럴 때 확실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가가 결국 한국의 정보운동 진영의 역량, 혹은 한국 시민운동 진영 전반의 정보화 마인드, 아니 숫제 한국 국민 전반의 생활 속 자기 권리 확보하기에 대한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 쓰다보니 쓰잘데기 없이 길어져 버려서, 방송통신과 FTA 이야기는 또 언젠가 다음 기회로 과감하게 패스. -_-;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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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thoughts on “한미FTA, 지적재산권의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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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Fragments of Memories

    한미FTA(KORUS FTA)와 인터넷 자유문화…

    그 예로 한국과 미국 사이의 FTA 체결에 관해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 의견으로는 FTA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많은 측면과 영역에서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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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 dcdc님/ 혹시 힘 있는 후배들이 있으시면 더욱 더 환영입니다. (…)

  2.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짧지만 이슈와 관련해서 글을 적어둔 것이 있어서 트랙백 보냅니다. :)

    근데 읽다보니.. 정말 예전 ‘전송권’ 개정때 붉어져 한창 이야기가 되었던, 저작권 침해 비친고죄화 논란이 생각났습니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자세히 챙겨보질 못했었는데, 지금 법제처에서 확인해보니 어느새 ‘제140조’가 개정이 되있었네요.; –;
    2006년 12월 28일에 개정되서, 올해 6월에 시행될 예정으로 ‘영리를 위하여 상습적으로 저작재산권 등을 침해한 행위등을 친고죄에서 제외하여 권리자의 고소가 없어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함.’ 친고죄로 놔두되 예외조항을 신설했습니다.
    논란이 되었을 당시에는 발의한 쪽에선 ‘반의사불벌죄’로 갈거라고 했던거 같은데.. 결국 후퇴했는지 친고죄가 존속하기는 했군요. 이번 한미FTA로 이조항이 다시 바뀔지 아니면 ‘예외’를 들어 그대로 갈지 궁금해집니다. (자세한 타결문을 알수 없으니 확실히 알수없지만, 그대로 가도 될 것 같은데 말이지요..;)

  3. !@#… 달크로즈님/ 겉으로 보기에 결과적으로 비슷한 결과물처럼 보이더라도, 친고죄를 유지하고 예외 강제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친고죄를 폐지하고 예외 허용 조항을 마련하는 것보다 1385.34배 쯤 더 낫기에, 저도 그 개정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4. 앞으로 인터넷서핑도 조심해서해야겠다는 생각이드네요. 사실 FTA하면 농업,자동차 등 핵심분야만 알고있었는데 지적재산권도 문제군요. 대부분 사람들이 이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생각이드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