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capcold세계만화대상 발표

2007 capcold세계만화대상

!@#… 작년까지는 그나마 웹진의 동료 몇 분의 의견을 모아서 ‘두고보자세계만화대상‘으로 작업했는데, 안 그래도 동면중이었던 그 공간이 이제는 완연한 뇌사상태라서 여차저차 그냥 capcold만의 이벤트로 축소할까 합니다. 축소했다면서 왜 여전히 세계냐 하면, 매해 이야기했듯 “아직 안드로메다의 만화책을 본 적이 없어서 우주 대상으로 하기에는 양심이 아주 약간은 찔리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둘러보는 애매하면서도 간단한 선정기준. 2007년 한 해 동안 나름대로 완성도와 의미를 갖춘 작품들인데, 굳이 한국작가에 한정되지 않고, 꼭 2007년에 나왔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예술성도 대중성도 매니아적 깊이도 절대적인 잣대가 아니라 그저 2007년의 만화, 만화 관련 사건들로 ‘capcold적 성향‘의 독자가 기억할만한 것들을 뽑았습니다. 순위 같은 건 물론 없고… 뭐 별로 엄청난 명예도 아닌데 뭐 하러.

주욱 보시고, 혹시나 나는 여기에 이것도 덧붙였으면 한다! 라는 의견은 알아서 리플로.

**2007년의 작품들
(무순)

도로시밴드 (홍작가/미들하우스)
쿨하기 그지없는 락앤롤 환상모험 성장극. 작화력도 이야기 구성력도 깔끔무쌍. 한국에서 락이 이렇게 찬밥만 아니었다면, 좀 더 확실히 히트쳤을 작품.
태일이 (최호철, 박태옥/돌배게)
사람들의 삶이 있는 풍경, 그 속을 살아가며 성장하는 평범한 사람 전태일의 이야기. 우리가 무엇 위에 서있는가에 대한 시들지 않는 질문.
그=그녀 (킨다이치 렌주로/학산)
성별혼란코미디계의 새로운 강자. 나름대로 엄청난 상황들과, 그것들을 여하튼 별 문제없이 받아들여버리는 캐릭터들이 일품.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와카스기 키미노리/서울문화사)
주인공의 고통이 독자의 기쁨이라는 법칙을 교과서적(?)으로 실현하는 데쓰메탈 코미디. 주인공이 자신의 재능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게 되는 긴장감이랄까.
고스트월드 (댄 클로우즈/세미콜론)
소녀들은 성장한다. 좋든 싫든. 착하든 독하든. 모호하고 단절적이며 오해 가득한 인간관계 속에서 나름대로 우정도 있다. 키치적인 것에 대한 애착까지 뿌려서 버무리면 명작 완성.
아날로그맨 (김수박/새만화책)
2006년 연말 출간이었지만, 너무 연말이라서 작년에 내가 안뽑아준 관계로. -_-; ‘아날로그’라기보다 거의 ‘러다이트’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최소 조건 인간사 속에 담아내는 따뜻한 시선의 깊이가 대단히 효과적이다.
마녀 (이가라시 다이스케/애니북스)
기이한 초월성에 대한 날 것 그대로의 경이. 잡학으로 무게 잡는 과장법이 아닌, 그저 드러나는 쾌감. 빛나는 만화적 표현력.
철콘근크리트 (마츠모토 타이요/애니북스)
마츠모토 타이요 세계의 정수, 청춘과 천진함과 펑크적 감성과 성장 모티브의 역동적 광각렌즈 속 뒤범벅. 한국에는 한 타이밍 늦게 도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반가운 명작.
본격2차대전만화 (굽시니스트/웹연재)
오늘날 한국 폐인들의 취향문화에 대한 집대성이 필요하다면 이 시리즈다. 유머, 신랄함, 전문지식, 폐인레벨 뭐 하나 대박급이 아닌 것이 없는 작품. 2007년의 승자, 승리의 굽본좌.
본격2차대전만화
사채꾼 우시지마 (미나베 쇼헤이/대원)
피도 눈물도 없는 돈 세상에 대한 피도 눈물도 없는 만화. 사채를 매개로, 스스로 파멸의 길에 접어드는 인간사에 대한 건조한 관찰을 일삼는다.
곰선생의 고만해 (이정호, 김경호/길찾기)
박제된 고전문학을 어설프게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민담적/만담적 재미와 맥락을 정공법으로 돌려주는 우수한 교양만화. 품질이나 필요성으로 치자면 ‘먼나라이웃나라’보다 잘 팔려야 정상.

**이것도 넣어줘!

(유시진/시공코믹스): 세련성이야 좀 올라갔지만, ‘폐쇄자’만큼의 강력한 몰입감과 집중력이 부족.

푸르츠 (김의정/서울문화사): 기조를 잘 유지하면서 완결된 것은 좋지만, 귀여운 이야기라는 것 말고 결정적 심지가 뭔가 부족.

트레이스 (네스티캣/미디어다음): 지금 연재중인 3부가 1,2부 내용과 얼마나 잘 맞물려 들어가냐에 따라서 결정(누가 뭐래도, ‘도깨비’의 용두사미에 당한 적이 있으니까). 젊은 웹만화가들 특유의 연출 낭비도 좀 더 개선해줬으면.

– 기타 이런 저런 안 읽은 것들, 까먹은 것들.

**한국 만화계 이런저런 사건들

새 만화 공간 실험 계속. 만협이 주도하며 화려하게 시작했으나 지금은 여차저차 부천에서 토스받아 저글링중인 ‘코믹타운’의 지지부진함. ‘씨네21이 만드는 만화잡지’라는 키워드로 야심차게 창간한 격주간 ‘팝툰’의 부침 과정. 편의점 만화 ‘2030’ 라인의 쓸만한 컨셉과 시행상의 허점. 게임에 방점을 두며 미디어 융합을 내건 ‘코믹2.0 / COMIC2.0’의 이상하게 조용한 출범. 그에 비해서 네이버/다음/파란 포털사이트 만화란은 가면 갈수록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침체다 말은 많아도 여전히 판은 활발하게 움직인다.

만화발전계획 2차 5개년 계획 논의 시작. 당연히 작가단체들, 출판업자들이야 직접 눈 앞에 현금이 주어지는 식의 ‘창작 지원’을 강하게 어필. 하지만 역시 capcold는 정부 기관의 발전계획이라면 마케팅 개발/상품 기획 지원이라든지 저작권(및 수익) 관리 지원같은 ‘판짜기’에 더욱 더 집중해야한다고 보는 쪽. 뭐 결국 적당히 타협해서 만들어지겠지, 그 계획.

저작권 단속, 팬을 빙자한 도둑질과 법무법인의 삥뜯기 사이. 어떤 법무법인들이 월권을 하며 삥뜯기를 일삼는다고 해서 명시적으로 달려있는 금지메시지까지 무시한 불(!)펌의 책임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또한 많은 이들이 개념없이 불펌을 일삼는다고 해서 정당한 범위내에서 효과적으로 즐기는 방식을 더욱 장려해야할 필요성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발전의 키는 애초부터 창작자들 자신이 쥐고 있다.

만화상의 품질, 지속적 저하. 풍장의 시대 “신인”상도 의아했고, 부천상을 둘러싼 잡음이 발생하는 것도 씁쓸했고(수상작들의 결과적 품질이 어떻던, 주최/심사측과의 연관에 대해서 확실하게 미리 선을 긋지 않으면 흙탕물이 될 수 밖에). 독자만화대상 같은 소수 예외적 경우를 빼면, 문제의 핵심은 만화상들의 컨셉없음, 룰없음, 심사위원 선정기준없음. 그냥 우수한 만화를 뽑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의/어떤 식으로’ 우수한 만화들을 뽑는지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발상이 과연 언제쯤 박힐련지.

**2007 괴작의 전당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이원복/김영사). 이제는 꽤 흔해 빠진 접근과 얕은 재미로도 잘만 팔아재끼는 브랜드파워도 괴이하지만, 가로세로바로 캐릭터 컨셉에 집착하는 모습이 더 괴이하다.

조선만평, 뭉클뭉클편. 올해 들어 특히 많은 조선만평들과 나대로선생들이 괴이했지만, 이게 역시 최고봉.

**2007 명장면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GO! TO! DMC!”를 열광하는 콘서트 장면들. 요한 크라우저 2세님의 (원치 않은) 카리스마 대폭발.

도로시밴드: (‘오즈로 가는길2’ 중) “위안은 안되겠지만, 너도 내 인생 망쳤어”. 주인공들의 쿨하면서도 겹겹이 엮인 유대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상황극.

본격2차대전만화: (‘크리스마스 특집’ 중) 바다를 가르는 허본좌를 바라보는 ‘발그레’. 아스트랄 폐인개그와 현실정치의 환상의 궁합.

**염장의 전당

World War Hulk (Pak, Romita Jr/Marvel Ent.)
작년의 시빌워와는 달리 호쾌하게 질주하는 쾌감이 만땅.

League of Extraordinary Gentlemen: Black Dossier (Moore, O’Neill/ Wildstorm)
장르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은 여전, 만화매체에 대한 실험도 여전.

What If? Civil War (V.A./Marvel Ent.)
합리적 타협만 좀 했더라면 올 수도 있었을 이상적 해결책…에 대한 후회.

(그러고보니 (좁은 의미의) 그래픽노블 계열은 2007년에 의외로 별로 안 읽었다는…;;; 좋은 작품들 많이 나왔다던데.)

!@#… 뭐, 결국 2007년 몫은 여기까지.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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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굽시니스트작품까지 여기있을줄은..

    웹툰포함하면 인기도를 친다면 조석도…[..]

  2. 본격 2차 대전만화는 참 좋았어요!

    그에 반해 네이버의 모만화는 ‘운빨’ 더 좋게 말하면 ‘타이밍’

  3. [마녀]는 예전부터 보려고 했는데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고스트 월드]는, 뭐랄까, 보고 다시 봐도 잘 모르겠더군요;

  4. 만화의 이해라는 책이 품절되어 어느 대형서점에서도 구할수 없고 심지어는 홍대앞 만화전문서적에서도 구할수 없는것도 한가지 뉴우스!!
    구할수있는 방법 없을까요?

  5. 요즘 만화책 무엇을 볼까 고민했는데, 저중에 몇권 골라봐야겠군요 +_+

  6. !@#… 참치님, nomodem님/ 굽본좌가 2007년 결산에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마음의 소리’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아직 두고보는 입장입니다 (단발성 개그와 느슨한 연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에피소드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뭔가 업그레이드를 하지 못하면 곤란).

    달바람님/ ‘마녀’는, 새벽놀 또는 저녁놀 시간대에 읽으면 딱 좋습니다. ‘고스트월드’는 까칠한 백수의 불안한 마음가짐으로 읽으실 때 가장 적합합니다.

    마나각님/ 저도 못구합니다. -_-; ‘이해’, ‘미래’를 재간하기로 했던 출판사가 어째 계속 제게 연락이 없군요. 신작을 출간하기로 한 출판사에서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은 뭐 그렇다 쳐도.

    kuka/ 하지만 뽑고 보니 미소녀 계통은 전멸…;;;

  7. 신설부문 하나 고민해주세요.

    만화퍼블리싱쪽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만화를 싣는공간, 편집하는 공간도 참 중요한데.
    (특히 국내는)

    그런데에는 칭찬이 없어 보이는 만화세상.

  8. !@#… nomodem님/ 정확한 지적입니다. 다만 현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제 물리적 조건이, 오프라인 만화 지면 공간에 대해서 각각 평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기적 구독이 불가능해서요 (오프라인 잡지들의 연재물도 대부분 웹진 연재 버전으로 보고 있으니). 그렇다고 온라인만 평가하는 건 좀 그렇고… 정말 필요한 신설부문이지만, 제가 담당하기는 힘든 부분이다보니 ‘만’에 한번 제안해볼까 합니다.

  9. 굽본좌 최고지요. 특히 그런 몸이 되어버린 괴링짱(….)
    오프라인 만화이면서 왠지 주위에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있는 [팝툰] (창간호부터 모으고 있것만…;_;) 연재중이라 거의 혼자서만 불타고 있는 것 같은 [전원교향곡]도 개인적으로는 2007년 최고의 한국만화로 꼽고 싶은데 말입니다.

  10. !@#… swordofjus님/ 일본식 장기연재의 함정이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시바우치님/ 저는 신경씁니다, 그 잡지. -_-;

  11. 물론 저도 캡콜드님 글 매번 즐겁게 읽고 있지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주위에 추천해도 [웹툰 즐(칼라만화면 일단 웹툰으로 인식되는 듯…)]이나 [취향이 안 맞아] [아직도 국산 만화잡지가 있어?]

  12. 아는거 반, 모르는거 반이군요.
    적당히 골라 (사)읽어서 ‘모르는거’를 좀 줄여보고 싶어지네요.
    그나저나 네이버 웹툰에 올해 연재되었던 ‘호연’님의 <도자기>라는 만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상당히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캡님콜드님께 언급될 정도는 아니었나봐요~

  13. !@#… stefanet님/ ‘도자기’는, 이왕이면 애니북스에서 대기중인 단행본 버전을 기다리는 중입니다(결국 07년 내로 안나왔더라는…08년도에 미리 한 자리 예약?). 왠지, 출판물 버전이 더 잘나올 것 같아요.

    시바우치님/ 에에, 추천을 할 때는 가급적이면 미소녀/년그림을 보여주면서 하시길.

  14. 캡선생님과 작년에 도자기 이야기를 여기서 주고받았었는디… 이제 보니 검색란에서 검색은 안되네요.

  15. !@#… nomodem님/ 코멘트 검색을 그러고보니 제가 안 심어놨군요 (php질은 너무 귀찮아요…;;;). 여튼 도자기는 가장 완성된 나온 형식으로 잘 나와줄 때, 멋지게 평가해주고 싶은 작품입니다.

  16. 참고로 DMC는 올 여름 실사 영화로 개봉 예정입니다.
    주연은 데스노트 실사판의 L역으로 나왔던 마쓰야마 켄이치입니다.

    에니메이션도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단 제작은 착수했다고 합니다.
    2008년은 Go to DMC!!

  17. !@#… 하기야 이미 팬인 데쓰메탈 밴드가 곡도 만들어줬으니… 여튼 L의 공공외설컷이 심히 기대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