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의 말대로 하지 말라고 그 분이 말씀하셨다

!@#… 대통령의 말을 교조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대변인의 주문. 이것 참 미묘하다. 대통령의 말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주장이라니. 생필품 50개 운운도 사실 50개 뽑았다는 것도 아닐 뿐더러 심지어 뽑으라는 것조차 아니고, 영어몰입교육도 사실 몰입교육을 하라는 것이 아니고. 아마 이 페이스라면, 대운하도 “사실은 운하를 파듯 전 국토 차원의 비전을 가지라는 의미다”라고 할지도. 총선이 코 앞에 닥치자 난데없이 정신을 차린 척을 하는 것이 마치 정신병원 퇴원 심사를 앞두고 난데 없이 멀쩡한 사람 흉내내는 분열증 환자 같은 느낌이지만, 뭐 그러려니. 여하튼 스스로 자신의 말을 무시하라고 선언하시니, 제발 저를 레임덕 취급해주세요 라고 호소하는 것. 추진력을 (유일한) 자랑으로 삼으면서, 레임덕 취급해달라는 그 논리는 그 분 특유의 모순화법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로다. 전임 대통령도 정책상으로 한 모순 했지만(소위 ‘좌깜빡이 우커브’), 이 분은 모순이 바로 존재방식 그 자체다. 애초부터 자신들 계급의 이익에 해악을 미치는데도 기꺼이 찍어준 모순된 지지표에 크게 힘입어 당선이 되었으니, 완벽하다.

아니 사실 이건 상당히 철학적이다! 요약하자면 “그 분 말대로 하지 말아라” 라는 이야기인데, 그 분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바로 그 분의 말대로 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오오, 이거 완전무결한 패러독스, 어떤 쪽으로 하든지간에 그 분의 의지대로 되어버리고 우주의 질서는 붕괴하는 경지 아닌가!

!@#… 천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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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thoughts on “그 분의 말대로 하지 말라고 그 분이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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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민노씨.네

    영어몰입교육 네버 다이! : D…

    0. 대통령 이메가는 말했다. “영어몰입교육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다.” 1. 블로거 아거는 말했다. “이명박의 도롱뇽쇼”2. 블로거 capcold는 말했다. “그 분의 말대로 하지 말라고 그 분이 말…

Comments


  1. 당당하게 말하니까 그 모순도 어찌나 정당하게 먹히는지, 뉴스란 덧글 보면 무섭다니까요 -ㅁ-;

  2. 뽑은사람에게 따져야지요…-_-;(절망중) “재미난집” 책을 구입하고 낯익은 이름을 발견해서 기뻤습니다(사자마자 와서 덧글을 남겼는지 아닌지 헛갈리지만)

  3. !@#… erte님/ 리플로 그런 비밀을 누설하시다니, 천잰데요?

    dcdc님/ 떡밥이 식고 사람들이 모순을 눈치채기 전에 얼렁 새 떡밥을 던져주는 센스도.

    마나각님/ 따지면 받아들이실만한 분들이라면, 뽑지도 않으셨겠지요…;;; 참, “재미난집”은, 방명록에 덧글 남겨주셨어요 :-)

  4. “총선이 코 앞에 닥치자 난데없이 정신을 차린 척을 하는 것이 마치 정신병원 퇴원 심사를 앞두고 난데 없이 멀쩡한 사람 흉내내는 분열증 환자 같은 느낌”

    정신병원이 아니라 교도소 얘기지만,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모건 프리먼이 ‘바깥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됐다’고 할 때는 내보내 주지 않다가 ‘전 나가면 안돼요’라고 하니까 석방해주죠…

  5. !@#… mike님/ 그런데, 4월 9일날 심사를 할 수천만 심사위원들의 정신상태 역시 무척 못미더워서 걱정입니다.

    lysh님/ 하지만 그런 분에 비유당하신 프리만 할아버지가 섭섭해할꺼에요.

    하늘빛마야님/ “모든 것은 계획대로!”

  6. 요즘들어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논리있으신 분인지 알게 됐습니다.

  7. !@#… 언럭키즈님/ 그 분이 종종 자신의 논리대로 행동하지 않았던 것은 무척 유감이죠. 하지만 아예 논리를 뒷산 운하에 삽으로 묻어버리신 수장과 그 내각과는 비할 바가 아니라는…

  8. !@#… 이승환님/ 솔직히 츳코미 넣기도 귀찮아 죽겠어요. (이것도 모두 계획대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