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그리우면 북으로 가라” 김용민/라디오21시론

!@#… 박정희 교도 열성신자들이 날뛰고, 수많은 자칭 ‘건전한 시민’들의 마음속에 잠복해있던 박정희 바이러스가 다시 꿈틀대는 2000년대의 시대착오적인 풍경. <그때 그사람들> 정도의 유약한 발언조차 법원에서 정색하고 나서서 틀어막는 이 동네에도 과연 희망의 싹이란 것이 있는가. 사회학적인 민주화 이론 고찰보다는 심리학의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해야 겨우 이해가 갈락말락한 이 괴이한 현상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 숙제다, 숙제.  

!@#… 이웃블로그에서 퍼놓은 ‘라디오21’의 김용민 씨가 쓴 시론을 발견. 나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보다 훨씬 알기 쉽고 호소력 있게 정리. 물론 그렇다고 해서 뻘타 카드를 연속으로 남발하는 노무현 정부를 특별히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여전히, 민주노동당이 제 역할을 하도록 밀어줘야 한다는 입장). 여튼 가서 읽어보시길.

[김용민] 박정희가 그리우면 북으로 가라

요즘 포털 사이트의 최다 검색어가 뭔지 아는가?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이다. 돌아가신지도 20년. 잊혀질만도 할 이 시점에 어째서 고인이신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이 운위되는 것일까? 이런 가운데 보수세력들은 현 정권이 ‘박정희 죽이기’를 일삼는다고 주장한다. 반역과 야합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한일협정 당시 외교비사가 공개되는 일부터 시작, 박 전 대통령이 친필로 쓴 ‘광화문’ 현판을 교체하려는 시도,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여자관계를 희화화한 영화의 개봉문제까지. 수구세력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각각의 잎사귀인 것 같아도 줄기는 하나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해석하기를 ‘노무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심각한 열등감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쪽은 경제를 살렸고, 한 쪽은 경제를 망쳤다는 이유인고로 경제를 망친 현직 대통령이 경제를 살린 과거 대통령의 명예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그 공적마저 폄하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이 강남의 호텔 VIP룸에서 ‘뱃살 좀 빼셔야 할 분’들끼리 모여 한담(閑談) 중에 나온 것이라면 시비걸 바 아니지만 버젓이 중앙 일간지 칼럼에까지 거론되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우선 필자는 ‘노무현의 열등감’ 운운하는 자에게 충고하고 싶다. 좀더 솔직하라고. 당신의 속내는 이것 아닌가? “박근혜 대표님, 다음 보선이든, 총선이든 국회의원 출마하고 싶습니다. 저같은 젊은 피를 묵혀두셔야 되겠습니까?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투철한 충성심, 노무현에 대한 뚜렷한 적개심. 이런 생각을 가진 청년 인재를 어디가서 찾으시겠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저를 등용하소서.”라는.)

필자는 이 란을 빌어 ‘노무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열등감이 없다’라며 장황하게 강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다음 대선에서 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 맞 붙을 계획도 없을 것이요, 심지어 박 전 대통령의 고명하신 따님과도 대결할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  무엇보다도, 봄날 개나리처럼 만개한 참여민주주의 시대와, 엄혹했던 유신시절의 환경을 동률에 올려놓고 정치 지형과 경제 지표를 따질 까닭도 전혀 없다. 따라서 중앙 일간지 논설위원께서 꺼내신, 이 문제에 있서 등장하는 ‘열등감’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거대한 시대의 물결에 역류하려다 점점 힘을 잃고 수렁에 휘말려 가는 수구세력 자신들의 무력감은 아닐까.

하지만 이 보수세력들은 하나같이 이런 논리를 확산시키는데 주력하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가 역사 바로잡는다고 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을 죽이려 드는 이유 알겠지? 박 대통령은 잘했는데, 자기는 못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그래서 이 참에 과거의 티끌만한 잘못을 태산같이 키우려고 드는거야. 그리고 박근혜 대표를 죽여야 다음 정권도 창출할 수 있다고 보는거지.”

3공 때 나온 소형 계산기로 정치를 하니, 뺄셈 덧셈은 그런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로그나 방정식같은 심오한 민의를 읽지 못한다. 자, 그렇다면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종사자들은 역산해보시라. 이런 상황 인식으로 최근래에 정치적 재미는 얼마나 보셨고, 실익은 어느 정도 챙겼는지 말이다. 필자가 여러분들을 대신해 계산해 본 바로는 ‘0’였다. 요는 이 것 아닌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를 청산하려다 보면 박정희 시대를 건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부득불, 본의아닌, 불가피한 과정이다. 만개한 민주주의 꽃을 탱크로 짓밟고 들어와, 전 권력기관의 사단화, 전 국토의 연병장화, 전 국민의 공병화를 주도했던 박정희는 민주주의를 침탈한 만악의 근원이다. 이런 엄연한 역사의 평가가 몇 사람의 의도된 공작에 의해 규정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러기에 누가 그렇게 야비하게 통치하라고 했던가.

필자는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다수의 국민들이 이같은 허접한 수구세력의 논리에 동조해, ‘구관이 명관이다’, ‘박정희가 최고였다’라며 박 전 대통령같은 대통령상을 원한다면 말이다, 그러니까 입법, 사법, 지방권력에게 권한을 나눠준 이른바 분권정책을 포기하고, 대통령의 철혈 통치가 조자룡의 칼춤처럼 마구 휘둘려지며, ‘경제 주체들에게 용기를 북돋는 것만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믿어왔던는 그 (기업의) 자율성 본위의 사고를 철저하게 부정하는 것은 물론, 대화를 통한 해법이 아닌 주석궁에 탱크를 몰고가는 침략주의적 패권성을 핵심으로 하는 강경 대북 응징 정책을 강요한다면. 그렇게 해주는 것이다. 그 국민들 수준에 맞는 통치를 하라는 이야기이다. 박정희는 이렇게 했다. 하지만 박정희 보다 더 한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 헌정적 정통성있는 권력을 갖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장기 집권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5년만 하다 끝나면,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헌법재판소가 딴지를 걸어 사실상 좌초 위기를 만나고 있는 신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보라. 순조롭게 진행한들 삽 뜨는 것은 다음 정권에나 가능하지 않나. 이래서야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또 어떻게 나라의 체질을 바꿀 수 있겠나. 방법은 있다. 일단 계엄령을 선포하라. 극심한 사회 혼란, 끝모를 경제위기, 서슬퍼런 북핵위협. 명분이야 갖다 붙이면 그만이다. 전두환처럼 국보위를 가동해, 까부는 판사, 검사를 모조리 옷 벗기고 물 먹인다. 국회를 해산하고, 반발할 한나라당에게는 갚지 않은 대선 불법자금 추징금을 내놓으라고 압박해, 당의 금고는 물론이요, 소속 국회의원들 재산까지 몰수한다. 그렇게 해서 나라가 조용해지면 그 다음 조치는 ‘통일주체국민회의’의 부활을 추진한다. 그리고 노 대통령이 삭신이 쑤셔 그만 두거나 돌아가는 날까지 대통령직을 보위할 수 있는 ‘체육관 선거제’로의 개헌을 결의한다. 이른 바 ‘신유신정권’의 출범을 선언하는 것이다. 

아참, 그 다음에는 경제를 살려야겠지? 이번에도 역시 박정희식 방법을 동원한다.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대기 중인 한 대의 버스에 태운다. 그리고 쥐새끼하나 없는 강원도 산간 골짜기에 데리고 가 5박 6일간의 체력 훈련을 선사한다. 그동안 골프에만 편중해 관리했던 심신을 통나무 굴리기, 원산 폭격, 레펠, 쪼그려 뛰기, 피티체조 등 다채로운 전신운동으로 단련해드린다. 대부분 군 생활을 제대로 안하셨을 것이라 판단되는 만큼 ‘숙련된 조교’도 귀신잡는 해병대 출신 이상으로 배치해 줘야 한다. 그런 다음, 내수 진작을 위한 ‘투자 및 인력채용 의향서’를 제시해 사인하라고 요구한다. 금고에 있는 돈 탈탈 털어 시중에 풀라는 일종의 강요 각서이다. 만약 거부하거나 주저하면 5박 6일 추가 훈련 코스로 인도한다. 그리고 쓸 때까지 훈련은 계속된다. 50조 이상 묵혀두고 정권이 꼬리내리기를 바라는 기업들의 기고만장함. 이 방법 하나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또 하나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바로 언론이다. 내란을 선동하는 자들을 방치하는 것은 언론 자유 보장이라 말할 수 없다. 사회 질서를 유지해야 할 정부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박정희 식 방법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우선 언론사마다 보안원 심는다. 매일 기사 검열을 한다. 특히 <좃선일보>에는 수백명을 파견해 기자들을 일대일로 마크한다. 그래서 뒤에 앉아 노트북에 무슨 단어 입력하는지까지 모조리 감시한다. 말 안들으면 바로 그동안 팔도강산에 뿌린 비데, 자전거 경품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감당못할 추징금을 부과한다. 안 내놓으면, 태평로 사옥은 물론, 동작구에 있는 대저택까지 압수하고 폐간시킨다.

또한 반대 세력의 시위를 엄단해야 한다. 이들이 국가 전복 세력과 연결돼 있다고 뒤집어 씌우고 다 붙잡아다가 칠성판에 묶어 전기고문에 통닭구이도 한다. 그렇게 해서 받아낸 자백으로 기소해, 전광석화와 같은 판결 과정을 거쳐 즉각 극형에 처한다.

어떤가. 끔직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게 대부분 박정희 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민주주의를 압살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나? 갈 수 없는 것이다. 이 사회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그 야만의 세월로의 회귀를 수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 그 사람이 그립고 보고프다면, 할 수 없다. 더 이상 약이 없다. 정부는 날이 정해 이런 자들에게 북쪽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 북쪽에는 박정희같은 절대권력이 살아 있다.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절대권력에 기생해 살고 싶다면 그 길 밖에 없다. 그쪽도 특권층이 그리 배를 곪지 않는 듯 싶다. 그리고 그 쪽은 이 쪽처럼 정권이 바뀔 것을 걱정 안해도 되고, 따라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심각한 낭패감을 가질 여지가 없다. 조금 불편하겠지만 생존을 위해서 이북으로 건너가 팔자에 없던 주사파 행세하며 여생을 즐기길 바란다. 여기서 시끄럽게 떠들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필자는 박정희가 북쪽 정권보다 특별히 나아 보이는 것이 도무지 없어 보인다. 물론 이런 말을 하면 북쪽은 펄쩍 뛰며 반발할 것이다. 박정희와는 달리 친일 청산을 완벽하게 했을 뿐더러, 민족 자존의 기틀을 세운 역사적 정통성이 있는 자신들과 박정희 같은 친일파를 한 부류로 엮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극도의 불쾌감을 표할 것이다.

다시 요약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적’을 추켜세우고 노무현 대통령을 폄하하고 싶은 자들은 적어도 이런 전제사항이 실현될 수 있는지 여부도 고려해주길 바란다. 뭐냐고? 대통령 일개인이 20년 동안 홀로 장기집권해야 한다. 또 대통령에게 하늘을 나는 새를 떨어뜨릴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어줘야 한다. 국가 자체가 테러집단이었던 시대 때 처럼 반대파를 잔인하게 응징해도 뭐라고 이야기할 사람이 전혀 없는 그런 시대가 돼야 한다. 길 뚫어도, 산을 뭉개고, 강을 뒤엎으며, 바다를 흙으로 메워도 누구 하나 시비거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 태평양 전쟁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마치 엿바꿔 먹듯 가로채도 누구 하나 문제제기할 일이 없는 그런 무뇌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문제만 해결되면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경제에 있어 문외한인 필자가 대통령이 돼도‘성공한 정권’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의 시대가 그대로 2005년으로 옮겨져 온다면 어떨까. 바판 언론 입틀어막고, 견제하는 야당 조지고, 시위 대학생들 빨갱이로 몰아버리고, 그러면서 밤이면 밤마다 안가에 여자들 불러다 놓고 홀딱쇼에 계곡주 파티나 하고…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오! 그래! 지도자는 저렇게 멋져야 하는 법이야! 저 것이 바로 참 리더십이야!’라며 국민들이 호응해줄까.

오늘 날 대통령 혼자 마음 먹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는가. 소수 야당이 조금만 몽니를 부려도 국회가 올스톱되는 세상이다. 야당, 시민단체, 언론, 지역주민 등 어느 누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견제 세력’들이 시퍼렇게 추상같이 권력을 감시하고 있다. 통합과 조정 노력을 조금만 게을리 해도 큰일 난다. 박정희 시대에는 과연 이런 고민이 있었던가?

박정희는 자국민의 아픈 과거를 팔아 적국으로부터 돈을 끌어들였다. 그렇게 해서 경제를 부흥(?)시켰다. 이 것이 역사적 맥락에서 무슨 가치와 의미가 있는가.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 해결해 준 것만으로도 성은이 망극하다는 말인가. 게다가 박정희는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완벽하게 훼손해놓았다. 민주주의를 짓밟은 시대를 예찬하면서, 민주주의의 꽃인 ‘언론의 자유’를 멋대로 오용하는 자들은 생각해보라. 스스로 돌아보기에 뭔가 모순된 행태는 아닌가. 내가 박정희 지지자라면 군소리 않고 쿠데타 준비나 하겠다. 

한나라당이나 수구 언론들은 현직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국민들 70% 이상의 불만도를 기록하고 있다고 날이면 날마나 목소리 높여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노 대통령이 못한다’라고 이야기하는 이들 국민들이 박정희 시대로의 회귀를 바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런 자들이 ‘선진’이란 말을 넣은 새 당 이름을 염두해 두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히다. 그 ‘몰상식’의 끝은 어디까지일지 가늠키 어려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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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박정희가 그리우면 북으로 가라” 김용민/라디오21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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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이버덧글 백업]
    – 룸이 – 멋집니다….! *ㅍ* 개인저장 개인저장♥ 2005/03/16 2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