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을 표방한 찌라시즘의 새로운 경지를 목도하다

!@#… 한국 저널리즘의 “위기”에 대해서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그 이유로 포털사이트가 어쩌느니 조직문화가 어쩌느니 기자실이 어쩌느니 많은 설명들이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의 가장 근본에 있는 것은 바로 언론사들이 스스로의 품격을 차별화할 필요성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스포츠신문이고 연예타블로이드고 자칭 중앙일간지고 간에 한 면만 잘라놓고 보면 혹은 아예 기사 하나만 잘라놓고 보면 거의 구분이 안간다니까. 구분이 안가면, 마치 중력이 작용하듯 당연히 하향평준화양적팽창이 이뤄질수 밖에. 사람들이 포털에서 뉴스를 보고 어디에 인용을 할 때 ‘**일보 기사’로 구분하지 않고 그냥 ‘네이버뉴스에서 봤어요’라고 쓴다는 것이 얼마나 적신호인지 도저히 위기감이 돌지 않는 것일까.

!@#… 조선일보가 위클리월드뉴스 기사를 외신으로 타전하고 다닌 전설적인 삽질은 웃기기라도 했지만, 이번 문화일보의 신정아 누드사진 게재 지랄은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 사건 보도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함의는 “**의 집에서 신정아씨와 관계된 개인적 사진이 발견되었다, 관계가 생각보다 광범위한 것 같아서 졸라 수상하다” 정도의 언어로도 충분했을터인데, 네모박스로 가리고 전신사진 띨룽 박아넣은 건 사건보도를 하겠다는건지 떡밥 눈요기 지하철 ‘퀴즈펀치’류 잡지와 맞짱뜨겠다는건지 수준이 심히 의아하다. 하기야 품격 없기로 치자면 애초에 노골적 수위의 연애편지가 어쩌느니 하고 공개 떡밥을 날려준 검찰도 대동소이하지만, 문화일보는 이미 모 연재소설 논란으로 인하여 품격의 밑바닥을 보인지 오래라지만, 그래도 너무한 건 너무한거다. 게다가 선정성으로 확 밀어버린 덕분에 사건의 진실 추구에 대한 수요는 커녕, 시끌법쩍 담론의 큰 흐름이 ‘누드’와 ‘문화일보의 찌라시질’로 향해버리지 않았나. 난 누가누가 연계되어서 어떤 뒤봐주기 비리를 저질렀는지의 네트워크가 궁금하고 그런 거대한 야매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궁리하는 것을 바라지, 서재에서 누가 훌렁 사진을 찍었든 말든 전혀 관심없어요.

!@#… 물론 문화일보가 타락한 악의 소굴이라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단언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위에 링크한 미디어오늘 기사에 언급된 조선일보 사회부 최원석 차장의 발언을 보면 아마 조선일보가 그 사진을 먼저 입수했더라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듯 하지 않는가(추가: 멀리 갈 것도 없이, 알고보니 이미 조중동이 가세했더라는… 클릭, 그리고 클릭). 하지만 여하튼 문화일보가 그 무모한 야매 삽질을 했고, 따라서 기자협회는 해당기자(무려 특별취재팀)와 담당 편집자(이용식 편집국장)에게 중징계를 내려 마땅하다. 제명이든 뭐든. 개인적인 소신이지만, 특히 편집국장이 좀 조낸 맞아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이런 건 하면 나름대로 진짜 구체적인 피해가 오긴 오는구나 하고 약간은 기억하지. 그리고 블로거들, 리플러들은 그냥 역시 한국언론은 안돼! 그런 아무도 신경안쓰는 두루뭉실한 이야기로 소일하지 말고, “**일보의 ***기자들, ***국장의 야매질을 꼭 기억하고 기억합시다, 그들이 쓰고 담당한 기사에 대해서는 다음부터는 무조건 신뢰도를 -3레벨 정도 접읍시다, 그 사람들이 언론인으로 밥먹고 사는 것의 난이도가 +3레벨 올라가도록 해줍시다”라는 식의 방향으로 주장을 해주시기를 바란다.

!@#… 그리고 비록 내키지는 않지만, 신정아 본인이 와서 꼭 명예훼손으로 수십억대 소송을 걸어서 나쁜넘 결정되면 수단방법 안가리고 매장하는 폭도 찌라시근성에 경종을 울려주기를. 아, 소송 걸려면 물론 한국에 들어와야지. 들어와서 좀 잡혀서 조사 받아 이번 문화계 비리의 전모도 봄 밝히고, 본인도 주범으로써 조낸 처벌받아주셈. 한큐에 일망타진. 경사로다 경사로세.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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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thoughts on “저널리즘을 표방한 찌라시즘의 새로운 경지를 목도하다

Trackbacks/Pings

  1. Pingback by 민노씨.네

    2007년 9월 13일, 언론사닷컴의 풍경…

    #. 잊혀진 2005년 ‘국정원 엑스파일 사건’을 떠올리며 신정아-변양균 관련 포스팅 한지 2시간쯤이 지났을 뿐입니다. 그래서 관련 포스트들을 좀더 읽어보기 위해 올블에 들렸습니다. 그게 약 1…

  2. Pingback by Imitation jewellry Box

    모든 언론의 주간 썬데이(?) 화????…

    이글루스 자그니님 댁에서 트랙백. (← 링크)SBS 스포츠 뉴스서 수상한 포스가 퐁퐁 났던 것이 기자랑 PD를 아무나 해서가 아니라 그게 권장사항이었던거군요. 요즘 기자는 아무나 하나부다 →…

Comments


  1. !@#… 참치님/ 좋든싫든 6개월 관광비자 만료되면 돌아오겠죠. 핫핫 (그때까지 사람들이 이 사건을 과연 기억해줄것인지는… 의심스럽지만)

  2. capcold님의 글은 유쾌하고 날렵하기 그지 없는데, 그 안에 담겨진 대상들의 풍경은 우울하고, 칙칙하고, 음습하며, 매캐하기 그지 없네요.

    ““**일보의 ***기자들, ***국장의 야매질을 꼭 기억하고 기억합시다”

    특히나 위 지적에는 백배공감합니다.

  3. 시원한 글 잘 읽었습니다.
    링크 신고 드립니다.
    (링크하다 잘못해서 트랙백 날려버렸는데; 무관하다고 생각되시면 지워주세요.^^)

  4. !@#… 민노씨/ 언젠가 야매보도사례 및 그 책임자들을 전문으로 모아놓은 위키라도 하나 굴려보면 어떨까 합니다. 그 안에다가 불명예의 전당도 만들고.

    lakie님/ 비아그라 광고만 아니면 저는 트랙백 대환영입니다. :-) 시원하게 읽으셨다니 감사.

  5. 네, 저도 유감이어요. 데스크 아래 기자들의 참담함은 이루 말 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게재안이 보안 유지가 되었던 상황이라 폭격맞은 분위기구요. 저도 진심으로 부끄러워요.

  6. !@#… 차마님/ 말씀하신대로, 팀 바깥에 있던 일선 기자들은 정말 황당하게 뒤통수 맞은 셈이겠죠… 그 분들에게 애도를, 그리고 황당한 결정을 내린 편집국장에게 그만큼 더 큰 문책을.

  7. 편집국장들은 모 후보랑 폭탄주 마시고 마사지 정보 교환하느라 너무 바쁘셔서 이런 일에 신경쓰시기 어렵습니다…

  8. !@#… yunsk님/ 그러고보니, 현대와 연이 깊은 이명박 후보의 마사지걸 서비스 발언 물의 보도(13일 오마이)의 파문을 상쇄하기 위해서, 현대와 연이 깊은 문화일보가 장엄하게 돌격했다는 식의 음모론도 돌더군요. 저는 음모보다는, 야매질이라는 쪽에 한 표 던지지만요… 핫핫.

  9. 모일보의 보도는 음모론에 가까운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하더군요.
    시사in의 창간호 인터뷰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기사를 읽어보면 혼란스러워요
    얼핏 보면 신씨의 잘못이 사소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들더군요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 부분에 관해서 신씨의 인터뷰에 보충을 하지 않았는데 아쉽더군요.
    2호에는 관련 기사가 명확하게 올라오겠죠.

  10. !@#… kariel-j님/ 하지만 음모론은 아무리 설득력이 있더라도, 사적자리의 술안주나 사고(thought)실험용으로 한정지어야 음모론이죠. 확고한 증거가 나와준다면 모를까. // 신씨의 잘못(사기)과 신씨를 통해서 드러난 커다란 사회적 잘못(학력을 미끼로 권력다툼을 하는 야매시스템), 신씨를 다루는 과정에서 벌어진 또다른 담론 난리통(찌라시즘) 등 세 가지는 각각 별개의 큰 영역들입니다. 제대로만 다룬다면 한국 사회모순 3종세트. 시사in에서 이 기회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