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잡지에 나가고 홀드백 이후 이 블로그에 오른 지금 시점에, 이 이슈는 이미 원더걸스 만큼의 떡밥레벨도 없는 유사 망각의 영역으로 벌써 사라지고 있도다. -_-;
남북협상 뭉개기 방지하기
김낙호(만화연구가)
마치 초등학생들이 방학 마지막 날에 밀린 일일 숙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듯, 한 정권 내내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던 남북관계가 임기 말에 결국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레어 DVD 박스세트로 상대의 환심을 사는 참으로 바람직한 접근에 힘입었는지 몇몇 상당히 소중하고 구체적인 남북협력 사업계획 성과를 가지고 돌아왔고, 바닥을 치던 국정지지율은 일시에 거의 50%를 넘나들고 있다. 남북 평화의 중요성 뭐 그런 뻔한 것을 제외하고 가장 큰 교훈이라면, 역시 자고로 인생은 한 방. 하지만 문제는 워낙 임기 막판이라서 선언은 현 대통령이 하고 일은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 그런데 사람들의 현재 후보 선택 성향이란 것이 남북 발전보다는 대운하 개그에 쏠려 있는 만큼, 이번 협상 내용들의 향후 진행에 난관이 적지 않을 것임을 자연스럽게 예고하고 있다.
사실, 사업이라는 것이 지속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인력의 연속성이다. 반면에 사업의 지속성이 파괴되는 가장 보편적인 패턴은 바로 후임자의 뭉개기다. 뭉개기란, 적당히 무관심과 홀대, 혹은 기타 방법을 통한 사업 냉각으로 서서히 자연스럽게 말라버리게 하는 것을 말한다. 뭉개기에 대한 교과서적인 참조사례 가운데 하나가, 샐러리맨 만화 『용하다 용해』다. 귀찮은 것 싫어하고 이기적이고 소심한 회사원들로 가득한 회사. 그 곳에서는 각종 사업들이, 일들이 적당히 뭉개진다. 남 좋은 일은 절대 하기 싫어하는, 적당히 눈치 보면서 사는 인생들. 그런데, 이들의 이러한 패턴은 지극히 낯익다. 그리고 공감이 간다. 왜냐하면, 남이 벌려 놓았는데 자신에게 떨어진 사업을 적당히 뭉개고 싶어 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힘든 일은 자기가 해야 하는데, 잘되어 봤자 애초에 일을 벌였던 전임자의 공과가 되니까 말이다. 전임자의 사업을 확실하게 더욱 발전시키고 키워서 자기 공과로 인정받도록 하면 되지 않겠는가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몫에 전임자 몫에 플러스 알파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엄청난 귀찮음이 따른다. 그래서 사업을 갑자기 완전히 뒤엎어버릴 만한 명분이 있으면 편하겠지만, 보통 그것도 용이하지 않다. 그런 애매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란, 역시 뭉개기다.
이번의 남북협상 역시, 뭉개기의 위협에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는 상태다. 생색내기로 먹고사는 정치판에서, 이미 생색은 다 내고 이제 일만 남았는데 뭉개기의 유혹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기야 현 정권도 국민의 정부에게 물려받는 햇살정책 노선들을 대북송금 특검 등의 방법으로 적당히 뭉개고 시작하지 않았는가.
다시 『용하다 용해』를 보면, 사업이 완전히 뭉개져서 없어지는 것을 막는 확실한 방법이 한 가지 나온다. 뭉개고 넘어가지 못하도록 상관이 계속 쪼고 구박하는 것. 뭉개는 것은 망각의 힘을 빌어오는 것으로, 일이 안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망각해주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그리고 계속 뭉개다가 일 자체가 회생불능이 되면 어차피 뭐라도 상관없고. 그렇기 때문에 망각하지 않고, 계속 상기시키고 쪼고 구박하고 상관으로서 강제하면 된다.
남북협력 사업을 해야 할 것은 대통령이고 정부인데, 누가 그 상관이란 말인가? 아 그렇지, 민주주의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 사회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상관이다. 저널리스트들, 온라인 논객들, 동네 포장마차를 채우는 회사원들, 기타 등등 법적으로 발언의 자유를 누리는 모든 개개인들이 망각하지 않고 상관으로서 자꾸 주지시켜주는 것이 바로 이번 남북협상이 진짜 사업으로 원활하게 이어지도록 하는 필수조건이다.
======================================
(격주간 <팝툰>. 씨네21 발간.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양상을 보여주는 도구로서 만화를 가져오는 방식의 칼럼.)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불허/영리불허 —
시의적절한 글입니다. 정말이지, 수많은 개념들이 모여있다는 안드로메다를 향해 벌써 떠나고 있는 이 이슈를 계속해서 붙들고, 소환해야 할 것입니다. 그나저나 민주주의였군요. 가끔 잊거나 회의하게 돼서 말입니다;
이번에 깨달은건, 결국 참 많은 세력들이 서로에게 유리한 ‘통일’이라는 떡밥을 던지시느라 진정 빨리 올수 있었던 평화는 뒷전에 있었다는거…
아이쿠 이 블로그에서 정치 이야기는 피해야지.
!@#… 오르페오님/ 요새는 심지어 선거철이 코앞인데도 잊게 되더군요;;;
nomodem님/ 이 블로그 상에 선거법상 민감한 발언들이 나와도, 현행 선거법을 미묘하고 애매한 선에서만 위반하도록 주인장으로서 논의 흐름을 조율해서 화를 피하는 것도 나름대로 수련해볼만한 스킬이죠. 모 후보(들)에 대한 쌍욕 막말만 아니라면야 왠만하면 커버 가능.
capcold님은 수구 세력을 너무 만만히 보고 계십니다! 인터넷 블로그가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헛소문 유포의 진원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정 모 의원의 발언을 벌써 잊으셨단 말입니까! …라는 건 농담이고, 정권 바뀌면 진짜로 그런 스킬을 연마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선거법 위반이 트랙백을 따라 줄줄이 엮이는 사태가 발생할지 그 누가 알겠습니까 -_-;;
!@#… stirner님/ 구데기 무서워서 장 못담구겠습니까. 저야 뭐 선거법 위반 안하겠다고 굳이 입을 다물고 있을 사고방식의 소유자는 아니니까요. 다만 이왕이면 부당한 규제를 받지 않도록, 애매하게 살짝 위반하겠다는거죠. 한쪽에서는 그 법 자체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고치려는 사람들을 응원하면서.
사실, 객관적으로 알고 있는 사안이지만 모포탈사이트의 모블로그관련 서비스에 특정단체가 특정후보를 열심히 야단치고(?)있는 것은 맞죠. 단지, 그게 ‘루머’는 아니라는거..그리고 그런 활용(?)은 나름대로 건전한 네트웍상의 정치해법이 아닐까 하는거.. 정도가 제 생각이네요.
!@#… nomodem님/ 솔직히, 저는 그런걸 굳이 숨기지 않고 차라리 다들 당당하게 드러내고 하는 사회가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문제가 생기면 책임도 지고). 괜히 객관적인 척, 중립인 척 하지 말고.
동감입니다. 정말 리얼중도인 제가 설 땅이 안 보인다니까요오~ (참 혹시 기다리신 책일지 모르지만, 히스토리에 한국어번역판 4권이 막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