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만에 컬쳐하이웨이에 쓴 것은, 최근 꽤 만족스럽게 결말을 맞이한 이 작품(다만 ‘그것’이 사실은 상당히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행동하기가 실제로는 쉽지 않다는 옥의 티가 있지만). 게재본은 여기로.
절망에서 빠져나오는 세계 최강의 능력 – 절망 vs 소녀
어떤 분야든, 그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가 되면 어떤 비밀 기관에서 세계제일임을 증명하는 손목시계를 채워준다. 선정된 이는 막대한 예산 지원을 받게 되지만, 거짓말을 하면 시계에서 독이 나와 죽는다는 제한이 있다. 그런데 그 분야가, 인생성공을 보장하는 멋있는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온갖 절망적인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려 살아남는 것에서 세계 제일”이라든지 말이다.
[절망 vs 소녀](마사토끼, 도현 / 레진코믹스)는 작가가 만든 이런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두번째 작품이다. 은행털이가 벌어지고 무장강도들이 점포에서 한 소녀를 인질로 삼아 탈출하여 고립된 산장에 데리고 들어간다. 그런데 그 ‘소녀’는 하필이면, 늘 절망적 상황에 휘말리고도 살아남다가 세계제일로 인증받은 인간이었다. 이번에는 건장한 강도 네 명의 유린과 살해의 위협을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 범인과 인질의 대결과 탈출이라는 구도는 무척 흔하지만, 주인공이 이렇게까지 절망적 상황인 것은 드물다. 무력으로 제압하는 육체적 강함도 없고, 근성으로 뒤집겠다는 굳건한 정신력도 없고, 신기한 도구의 힘을 빌릴 수도 없다.
그가 가진 것은 약하기 때문에 지니는 탁월한 신중함, 이후 상황을 그려보고 최선을 고르는 판단력, 그리고 그것이 최선인 것을 알기에 어쨌든 강행하는 결단력이다. 당연하다는 듯이 하나의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더 큰 위기가 오는 상황에서, 소녀는 약자이기에 비로소 짤 수 있는 전략들의 연속을 통해서 대처해나간다. 이런 살짝 변칙적인 두뇌싸움이 폐쇄공간 스릴러의 긴박감과 맞물리며, 탁월한 재미를 선사한다. 전작 [매치스틱 트웬티]보다도 진일보한 풍부한(주로 다양한 맥락으로 고뇌하는) 표정묘사도 작품의 절망적인 긴장을 더욱 살려내는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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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컬쳐하이웨이’. 주기적으로 특정 문화항목을 강조 편집하는데, 만화가 강조되는 주간에 로테이션으로 집필 참여. 가급적 진행중인 작품에 대한 열독 뽐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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