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동영상을 유투브에서 못 본다고 큰 일은 아니지만 [IZE / 141208]

!@#… 게재본은 여기로: 유튜브에서 <무한도전>을 볼 수 없다면

 

방송 동영상을 유투브에서 못 본다고 큰 일은 아니지만

김낙호(미디어연구가)

최근, 앞으로 유투브로는 국내 방송 프로그램의 클립을 볼 수 없다는 뉴스가 잠시나마 잔잔한 화제를 모았다. 사건인 즉슨, 주요 지상파 방송국과 종편을 회원으로 하는 온라인 광고엽업 대행사인 스마트미디어렙이 프로그램 공급처를 새로 정했는데,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포함시키고 유투브는 제외했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국내 사용자 대상 서비스에서만 제외하고, 해외 사용자 대상으로는 존속하는 방식이다.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지목했듯, 이유는 수익성이다. 방송사들은 지상파를 필두로 광고 매출 감소에 따른 경영 악화를 겪고 있었고, 따라서 광고 수익 배분이나 사용자 패턴 데이터 확보 등에 있어서 지난 3-4년 동안 유투브와 맺고 있었던 조건보다 자신들에게 훨씬 유리해진 조건의 계약을 맺고자 했다. 방송사의 자체 플랫폼을 거쳐가도록 해서 사용자 데이터를 남기는 서비스 방식, 광고수익을 90대 10으로 스마트미디어렙에 지급하는 분배율, 원하는 광고를 부착하는 광고영업권 부여 등이 여기 해당된다. 그런 조건을 유투브는 거절했고, 다시 본격적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키워내고자 하는 국내 양대 포털은 수락했다. 신기할 것 없이, 그저 이해득실로 맺어진 평범한 기업간 거래다.

그런데 동영상 프로그램의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떨까. 애초에 왜 유투브가 국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동영상서비스가 되었는지, 5년전으로 시계를 돌려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아이폰으로 결국 봇물이 터진 스마트폰 붐이 있었다. 아이폰 국내 정식 출시를 매개로 폭발한 그 붐은 저장한 동영상이나 DMB 수신 너머 동영상 사이트를 찾게 만들었고, 보유량이나 편의성에서 유투브는 여타 국내 서비스들보다 단연 뛰어났다. 또한 “인터넷 실명제” 같은 표현의 자유 문제가 있었다. 국내 업체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규제정책에 쩔쩔맬 때, 유투브는 해외기업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쿨하게 우회했다. 국내 동영상 업체와 유투브는, 매체공간이 주는 신뢰라는 측면에서 확실하게 브랜드가치가 갈라져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에 유투브가 우월했던 그 두가지 미덕을, 지금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같은 국내 포털들이 충분히 따라잡았을까. 먼저 편의라는 측면을 이루는 요소들, 즉 그간 축적량, 호환성, 검색의 용이함, 혹은 기타 재생기능 등은 어떨까. 우선 축적량은 그나마 낫다. 방송사들은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콘텐츠를 국내 포털에 제공할 예정이기에, 원하는 영상을 시청하는 것 자체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호환성도 여전히 앱이 과도한 기기 권한을 요구한다든지 웹사이트가 무겁다든지 하는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기술이 나름 발전해서 웬만하면 불편 없이 돌아간다.

반면 검색을 보자면, 유투브 동영상들이 구글 검색엔진과 연동되어 있는 수준의 원활함을 네이버 TV캐스트와 다음 TV팟에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여전히 어렵고 계속 발달하는 구글의 기술력을 볼 때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런 기능이 부착되어 있기에 더 편한 무언가를 신경 쓰는 솜씨에서 국내 포털들은 유투브에 상당히 뒤쳐진다. 유투브가 우월한 소소한 편의적 기능은, 정확히 이 대목에서 빵터졌다고 초 단위로 지정해서 트위터에 공유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안다. 한국 뮤직비디오 영상에 누군가가 번역해서 첨부한 영어와 중국어 자막을 켜보고 재미있어 해본 사람도 안다. 재미없는 대목을 두 배 속도로 재생해본 사람도 안다. 자신이 관심사로 등록한 시리즈의 신규 회차가 올라올 때 자동으로 메시지 받아본 사람도 안다. 개별 영상을 단순히 시청하고 끝나는 것 이상으로 유투브를 적극적으로 사용해본 이들이라면, 유투브가 아닌 것으로 전환할 때 불편을 느낄 구석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개별 기능은 한 발짝 늦게나마 따라갈 수 있을지언정, 그런 류의 소소한 기능들을 유연하게 계속 도입해내는 사용자 중심적 사고는 아쉽게도 부족하다.

한층 민감한 것은 신뢰 문제다. 국내포털은 부당한 규제라도 일단 들어주고 그 뒤 사용자들이 크게 반발하면 그것을 레버리지 삼아 항의하는 정도가 지금껏 보여준 최대한도고, 그러다보니 적지 않은 사용자들에게는 정부에게 복종한다는 과장된 이미지까지 박혀있다. 내 사용내역 정보가 고스란히 남에게 사찰당하고, 중요한 사실을 담고 있는 콘텐츠가 정부에 민감하다는 문제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신뢰를 얻는 것은 좀 더 적극적 행보를 필요로 한다. 국내 사업자로서 겪는 어려움은 인지상정이지만, 유투브 수준의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유투브 수준으로 법무팀의 의지를 자랑하지 않고도 그간 유투브가 얻은 수준의 신뢰를 얻을 방법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사용자들이 국내 방송 콘텐츠를 보고자 할 때 유투브를 그리워하지 않게 만들려면, 더 편하고 더 신뢰가 가는 서비스를 과시하면 된다. 만약 그것을 못해낸다면, 한류의 인기와 함께 점점 더 많이 중국이든 사우디든 우회적으로 유투브에 올라오는 해적판들이나 잘 나가게 된다. 저급한 영상품질을 보는 사용자도 저작권 침해를 당한 방송국도 그 사이에 낀 서비스업체도 함께 패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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