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진보의 담론전략에 대한 좀 더 굵직한 글의 일부로 들어갈 내용인데, 이왕 ozzyz님 블로그에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즉 진보에는 간지가 필요하다는 요지인데, 수년전 김규항씨가 이야기한 “당시 운동권은 가장 호감가는 선배들” 개념과도 맞닿아 있으리라. 당위가 아니라 멋져야 설득력이 있다는 말은 액면 그대로 훌륭한 전략이지만, 그 멋이 바로 어디에서 오는지 좀 더 까놓고 직시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친다. 즉 이런거다:
간지는 승자의 몫이다.
…혹은 최소한, “성공할 것 같은” 자의 이미지다. 멋있음은 기본적으로 역할모델이다. 그런데 닮고 싶은 역할을 그냥 피상적인 모습이나 취향에서 찾는 얄팍한 패션은 심지어 아이돌 가수라고 할지라도 먹히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 방지가 그린피스의 절실하지만 기본적으로 구린 외침이 아니라, 세련된 지도층의 쿨한 사회의식으로 이미지가 급전환한 것의 배경에는 앨 고어 같은 사람들이 있다. 지금껏 활동해온 모든 운동가들의 업적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고어라는 요소가 전체 인식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말이다. 그런데 앨 고어가 역할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세련되어서가 아니라, 성공한 자의 이미지가 풍기기 때문이다. 20세기 말 미국 최고 호황기의 부통령, IT 전도사, 첨단 긱들의 영웅. 그렇듯 한창 승승장구중인 미국의 리베럴들은 힐러리든 오바마든 성공의 이미지를 풀풀 풍기는 이들이 선두에 서서 의제를 이끌어간다. 김규항씨의 옛날 글에서 호감이 갔다는 당시의 운동권 선배라면, 사회를 통찰하는 지능과 사교성과 인맥을 지닌 이다. 한마디로, 사회 나가면 크게 될 성공의 이미지다. ozzyz님은 슬램덩크 강백호가 머리 깎을 때 같이 삭발했다 한다. 강백호는 입지전적인 천재 캐릭터고 작품 전체가 그가 전국구 명선수로 성공하는 과정이다.
!@#… 여러 분들도 지적하듯, 진보가 성공하고 싶다면, 간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진짜 간지는, 피땀어린 악전고투의 투쟁보다 세련된 성공의 냄새에서 나온다(물론 그 성공을 얻는 과정에서 있는 투쟁이라면, 그것도 간지의 일부가 된다). 한국 사회에서 수구 기득권들은 그런 노력을 굳이 할 필요도 없이 이미 돈으로 권력으로 성공의 확고한 모델들이다. 그렇기에 진보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성공을 포장하고 기를 써서 스타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공감과 동경이라는 두 요소를 같이 겸비하는 것이 물론 필수지만, 민중, 서민 운운하면서 공감에만 집중하는 것은 현재의 연계에 머무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투표를 할 때, 지지를 보낼 때 나름대로 미래에 투자한다. 닮고 싶은 동경을 불러일으키기, 즉 성공의 냄새를 풍겨야 그 영역을 공략할 수 있다. 스스로를 세련된, 성공적인 스타로 위치짓는 담론전략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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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가 간지일 수 있을까?…
우연찮게 허지웅이 말하는 멋진 진보란 무엇인가? 라는 글을 보고서 던지는 질문이다. 생각이 자꾸 확장되어 덕택에 잠도 안 자고 이 짓거리 하고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일은 과감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