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시위는 사회적 비용으로 돈이 무척 많이 든다고 한다. 합법시위보다 수천배쯤 더. 여하튼 그렇다고 학문적 연구가 나왔다고 주요 일간지님께서 알려주신다.
… 그런데 미안. 관심이 가는 떡밥은 그냥 물기보다 이왕이면 약간 쪼개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각하에 대한 짝사랑의 메시지로 항상 가득한 D일보, 일명 동아러브레터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좋은 물고기가 아니라서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 처음에는 그저 그 연구의 본문이 궁금했다. 어떻게 계산했는지 궁금하잖아. 그런데… 신문사가 입수했다는 이야기만 있지 어디에 어떻게 실렸다는 이야기가 없다. 그리고 보고서라고 하니, 역시 학술지로 정식 출판되지 않은 연구용역 보고서를 관계기관에서 보도하라고 나눠준 것일 가능성 다분.
그렇다면 그 다음 단계로 알아볼 것은 도대체 누가 언제 어떤 취지에서 발주한 연구인지 찾아보는 것이 순리. … 구글님하는 위대하시다. 키워드 잘 골라서 좀만 찾아보니 치안정책연구소의 치안정책리뷰 2008년 6호가 나오신다. 여기보면 8월 11일에 용역과제로 두 교수에게 발주되었다는 단신이 말미에 나온다. 작년 8월이라… 뭐 어떤 시기였는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런 상황에서 경찰대학에서 발주한 연구용역이고 제목 자체부터가 법질서와 돈에 관한 이야기라면 어떤 자료를 얻고자 하는 취지인지 목적이 대충 그려지지 않는가. 그것만으로는 좀 넘겨짚기다 싶으면, 같은 잡지의 메인 아티클 가운데 하나인 김상겸 교수의 연구보고서(요약)을 보면 되겠다. 제목부터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추정 연구’… -_-; 2006년 자료에 기반한 연구로, 범주 분류 방식이나 결과로 나온 수치의 규모 등으로 볼 때 이번에 나왔다는 연구용역보고서의 모델이리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 목적이 뻔하다고 해도, 수치가 맞으면 훌륭한 연구고 탄탄한 근거 아니겠는가. 사실 김상겸 교수의 2006년 연구는 불쾌감으로 인한 간접효과 운운하면서 20조까지 예상 운운하고 GDP 몇 % 꺼내는 부분에서 이미 좀 신뢰를 접었지만, 이번에 기사화된 2007년 연구라고 하는 것은 본문읋 안 읽어본 상태인데 닥치고 의심하면 미안하잖아. 그런데 다행인지 어떤지, 소개 기사에 언급이 있다:
집회시위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생산 손실, 경찰(전의경 포함) 투입에 따른 비용, 집회시위 현장 주변 업소의 영업 손실에 따른 비용, 교통 정체로 인한 비용, 국민의 직간접 피해 등을 합쳐서 추산됐다.
… -_-;;;
집회시위 참가자의 생산손실이라면, 그들이 집회를 하지 않았을 때 결국 겪게 되는 불이익(복직좌절 등)은 다시 빼주었을까? 적어도 시위에 나온 이들은 그 정도의 대차대조는 해보고 굳이 길거리에 나오는데 말이지. 교통정체로 인한 비용은 워낙 헌법보다 교통법을 중시하는 한국적(!) 시위관리의 일환이니 그렇다치고, 국민의 간접피해라는 이야기는 왠지 이전 2006년 자료 연구에서 국가 브랜드니 하던 것이 떠올라서 불안하다. 그리고 시위 동원 인원, 시위에서 주장하는 사안의 파급력이 미치는 인원 등 두 범주 간의 수평비교를 가능하게 하는 변인통제들은 이루어졌을까 모르겠다. 왜 모르겠다고 의심부터 하고 보냐하면… 2006년 자료의 연구에서는 그런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2007 자료의 연구는 수상하게도 범주구분이나 결론적인 숫자가 비슷하게 나왔으니까.
!@#… 아아, 왠지 실망. 하지만 연구 자체를 미리 의심하는 것은 여기까지. 진짜 주목하는 부분은 그 연구를 끌어다가 보도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만들어내는 그 동아러브레터 기사의 전개방식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이 연구팀은 2007년에 경찰의 사전 허가를 받은 1만1904건의 합법 집회시위와 64건의 불법 집회시위를 분석했다.
대체적으로 무해하게 보이는 서술 같은데? 라고 반문하신 분들은 이미 함정에 빠진거다. 이 문장에는 사실 무지하게 강력한 술수가 걸려있다! 바로 경찰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합법 집회시위라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 자체가 그렇게 범주화를 했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문제는 매한가지다. 아무리 한국이 집회시위에 대한 법체계 적용이 괴상망측하다고 해도, 헌법 명목상으로라도 집회는 사전 허가제가 아니다. 단지 특정 공공장소의 사용을 사전 신고해서, 장소 사용에 충돌이 있는지 경찰이 조정하는 것일 뿐이다. 동아러브레터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경찰이 사전 허가해줘야만 집회를 할 수 있고 덕분에 다들 참 조용하게 닥치며 충성하는 곳일지 몰라도, 민주주의 사회는 그러면 안되거덩.
또한 소스 맥락을 지우는 기법도 주목할만하다(솔직히 그냥 원래 그런 것을 신경 안쓰는 야매 저널리즘 관행의 결과일수도 있지만). 누가 언제 의뢰한 보고서인가, 어디에 실리는 것인가, 그런 세부적인 제한조건 맥락 없이 그냥 어떤 분야 교수들이 연구한 보고서라고만 하면 보편성의 이미지를 얻는다. 그냥 흘려 읽는 독자들일수록, 연구의 근거 가치가 턱없이 과대평가할 수 있다는 말이다.
… 한마디로, 쫌 비열.
!@#… 흔히 그런 이야기들을 종종 한다. 학문이 전문적인 지식을 생산하고, 저널리즘은 그것을 시민들에게 일상의 용어와 개념으로 풀어주는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고. 그런데 학문도 의도와 기타 맥락을 고려해서 수용해야하고, 저널리즘은 더욱 그렇다… 하물며 저널리즘에서 학문을 동원하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뭐 그렇다고 누구나 매번 이런 것을 찾아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냥 간단한 전제를 기억하자.
– 명쾌한 정의일수록 의도를 넣기도 쉽다.
– 동원하는 연구의 출처 맥락이 구체적이지 않을 수록 함정임.
—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그런데 함정임 링크는 뭐입니까;;;
!@#… erte님/ 원래 이런 개그입니다;;;
역시 떡밥을 물어도 주변 상황을 잘 파악하고 물어야겠군요;;
erte님// http://blog.naver.com/gfjehun/140061194807 이런 개그로도 활용이..
!@#… 언럭키즈님/ 아니면 최소한, 내가 이 떡밥을 물면서 주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수도 있다, 라고 미리 전제를 하는 정도라든지요.
이런 종류의 ‘기사 검증’을 모아놨으면 합니다. 각자가 관심가는 분야에 대해서 기사를 감정적이 아니라 팩트를 바탕으로 검증해 나가고, 기사를 쓴 기자와 언론사를 찾기 쉽게 하는 것 만으로 저널리즘이 최큼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
!@#… JNine님/ 만약 ‘뉴스로그’가 잘만 굴러갔더라면 그런 기능을 매개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울 따름이죠. 참여자들을 끌어들일 동기부여와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수익성 확보, 그 양대 화두를 잘 커버하면서 비슷한 취지의 서비스가 재개되었으면 바랄 뿐. 그 전까지는 각자 알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