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릴레이: 나에게 독서란 [허세]다

!@#… 독서 릴레이가 마감 하루를 남기고 이 어둠의 동네까지 도달했다아아;;;

!@#… 여튼 거두절미하고. 나에게 독서란…

… ‘허세‘다. 다다이즘에 무릎 꿇는 것 만큼 겉멋의 허세고, 샹젤리제에서 뉴욕트리뷴을 외치는 것 만큼이나 자아도취의 허세고, 국민을 섬기며 선진 일류국가를 만드는데 온몸을 바치겠읍니다 만큼이나 입바른 구라의 허세다. 정확히는, 독서라는 행위 자체에 몰입하는 것이 바로 쉽게 허세에 빠지도록 하는 커다란 함정이다. 독서를 하고 나면 – 특히 길고 어려운 텍스트일수록 – 마치 한 단계 텍스트와 자기 자신의 틀을 깨고 성장시킨 듯한 쾌감을 느끼며, 해당 글의 생각을 이해하여 하나의 링크를 만들어냈다는 듯한 짜릿한 자뻑성 쾌감에 잠기게 만든다… 대략 0.86초 동안은.

하지만 약간만 진정하고 생각해보면 독서는 실상 삼라만상의 모습을 흡수하기 위한 수많은 경로 중 하나에 불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다지 효과적인 것도 아니다. 수천 페이지 교과서보다 저자의 본심이 제대로 담긴 강연 한 시간이 더 훌륭한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그런데 하필 ‘독서’를 했다는 것이 주는 이상한 아우라는, 사람을 우쭐하게 만든다. 게다가, 흡수한 것들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서 취사선택과 변환과정을 거치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금 표현해내어 그것을 다시 세상 속에 맥락화시키기 전까지는 그저 모호한 반죽일 따름이다. 그런데 그 모호한 반죽을 ‘벌써 자기 것’으로 착각하기 시작할 때 허세의 늪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다. 그렇기에 내게 독서는 가장 의식적으로 지적 겸손을 발동시켜야 하는 순간인 셈이다. 물론 그런 불편함이 있다고 해서 딱히 피할 수 있는(혹은 피하고 싶은) 성격의 것은 아니지만. 뭐 어쩌겠나. 알아서 잘 조율하면서 계속 해나가야지.

!@#… 룰에 따라서, 이쪽까지 오게된 루트. 한 사람이 둘씩 추천하므로, 전체 루트는 지금쯤 꽤 가지치기가 많이 되었을 것이다.

– inuit : 독서는 [자가교육]이다.
– 유정식 : 독서는 [성장]이다.
– 쉐아르 : 독서는 [확장]이다.
– 최동석 : 독서는 [삶]이다.
– 구월산 : 독서는 [여행]이다.
– easysun : 독서란 [영양제 챙겨먹기]다.
– 민노씨 : 독서란 [연애감정]이다.
– leopord : 독서란 [만남과 헤어짐]이다.
– Hendrix : 독서란 [연애]다.
– 그리고 여기, capcold로.

[릴레이 규칙]

규칙입니다.
1.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이 릴레이는 6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 참조

!@#… 그리고 이 바통은 어떤 두 분에게 넘기냐 하면! 음음. 나름 마이너계의 메이저지만 이런 거와 지금껏 은근히 인연이 없으신 sprinter님과 좀 많이 시의적절한 캠페인 ‘책을 적게 읽자’를 펼치시는 모기불님을 초빙하도록 해보겠습니다. :-)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특별광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
6월21일 6시30분 성공회대학교 대운동장(막판에 여기로 장소 변경).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관련 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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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thoughts on “독서 릴레이: 나에게 독서란 [허세]다

Trackbacks/Pings

  1. Pingback by Read & Lead

    월아, 알고리즘…

    부제: 독서(讀書) → 독아(讀我) → 월아(越我)inuit님께서 나의 독서론이란 주제로 릴레이 포스팅을 시작하셨다. 규칙입니다. 1.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를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이 릴레이는 6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 참조inuit님께서 유정식님과 맑은독백님께 바톤을 넘기셨고, 나는 맑은독백님으로부터 바톤을 이어 받았다…

  2. Pingback by mindprogram

    [릴레이]나의 독서론…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돼서, 어떤 사람은 이런 나를 “활자중독증”에 걸린 사람이라고 합니다만, 독서와 독서론에 대한 특별한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책을 사서 모으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그냥 꾸준히 읽는 겁니다. 내가 실무할 때까지, 그러니까 2006년도 2월까지는 제대로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고,…..

  3. Pingback by Nakho Kim

    http://capcold.net/blog/3833 독서론 릴레이: "나에게 독서란 [허세]다"

  4. Pingback by 고어핀드의 망상천국

    [릴레이] 나의 독서론…

    블로고스피어의 제갈공명으로 불리는 inuit 님이 시작하신 독서 바톤이 결국 제게도 넘어왔군요. inuit님이나 처음 바톤 릴레이를 받으신 분들이나 제 블로그 지인 분들이셔서 금방 제게 넘어올 줄 알았습니다만, 야무진 착각이었습니다. 마감 전날인 오늘에야 바톤을 받게 되네요.그럼 시작하겠습니다.릴레이 규칙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앞선 릴레이 주자를 써주시고,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릴레이는 6월 20일…

  5. Pingback by Inuit Blogged

    [릴레이] 나의 독서론…

    책은 좋은 친구입니다. 더 기특한건 책을 통해 파장이 맞는 사람을 알게 되는 점이지요. 요즘에도 제 책 리뷰를 통해 의견 주고 받으며 친분이 쌓여가는 블로거 분들이 많습니다. 참 즐거운 경험입니다. 전에 ‘그대 서가에는 안 읽은 책이 몇 권 있습니까’, ‘애서가의 만담’ 릴레이를 통해 책 좋아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이제 나른한 여름도 다가 오고, 연초에 책읽기 계획을 세우고 잘 안지켜지는 분들도 있는듯 합니다…

  6. Pingback by 모기불통신

    독서란 밥먹기 다….

    이전에 다른 분도 요청한 바 있고 캡콜드 사마도 요청한 독서로 릴레이를 써본다. 다만 나는

    사람많은 데가 정말 싫기 때문에

    릴레이의 규칙에 따라 연결하지 않고 그냥 이 주제에 대해서만 써보는 것이다. 이전에 다른 분의 요청을 거절한 바가 있기 때문에 캡콜드 사마의 릴레이에 연결하는 것은 그 분께 미안한 느낌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그렇다. 좌우간, 내게 독서란 밥먹기 다.

    다들 하는 소리대로, 책이란 마음의 양식이다. 마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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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ttp://inuit.co.kr/1606), capcold님(capcold님의 독서론)이 얼른 업어가라고 하셔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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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뭔가 꽁끼한 말을 뽑아내고 싶기도 한데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허세]나 [자뻑]을 뒤 이어 [거세]나 [자폭] 등을 생각해봤지만, 그건 내 이야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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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고 아울러 내 머리 속 일부가 좀더 성장했다는 느낌도. 물론 그것은 캡콜드 님 지적마냥 그저 막연한 하나의 느낌이자 심지어는 환각일 수 있다. 그래서 […]

Comments


  1. 허세, 커다란 함정, 지적 겸손…
    우리 삶에서 늘 경험하는 좋은 개념들이 독서를 통해서도 연결되는군요.
    감사합니다.

  2. 저도 실은 모호한 반죽 상태에서 뭔가 자꾸 뽑아서 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설픈듯.. ;;

  3. 저는 독서는 [자뻑]이라고 봅니다. 자아도취 지적 나르시즘에 빠지기 위한…. 험난한 세상 그정도 자뻑이라도 있어야 세상 살아가는 맛이 있지요. ㅡ.-) 먼산~

  4. 관련되는 몇몇 글 중 가장 맘에 와 닿네요.
    요새 더러 하는 생각이라 그런지…
    책을 읽었다는 것이 뭐 좀 아는 척 하는 용도로 쓰이게 되는/쓰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게다가 비판적 시각도 없이 읽으면 자칫 아주 위험해질 수도 있는 허세라는 점.

  5. 으.. 독서론도 너무 어려워요. 캡콜드님의 독서론도 허세입니다. ^^;;;;
    그래도, 책 읽은 사람이 책 읽은 사람 이야기 듣고 말하는 사람보다 허세부릴 자격은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생각하게 하는 글 잘 봤습니다. ^^

  6. 독서릴레이는 죄송하지만 받지 못하겠군요.

    1. 독서론이라고 쓸만한 견식이 되지 못한다.
    2. 제 독서론은 “(쓸데없는) 책 좀 그만 읽지?” 이것으로 끝이라서…
    3. 이미 다른 분의 같은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이런 이유입니다. 양해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7. !@#… 최동석님/ 지적겸손 같은 건 늘 경험한다기보다, 늘 경험했으면 좋을 것이겠지만 말이죠. (핫핫) 저도 감사합니다.

    Hendrix님/ 뭐… 충분히 많이 뽑아내고, 뽑아낸 상태에서 계속 다듬어 완성하는 방법도 물론 있습니다. 저도 가끔… :-)

    easysun님/ 헉, 스팸함에도 없는데… 혹 주소관련 오타거나, 서버 차원에서의 오분류라든지 기타 제 커버범위 바깥인 듯 하군요. 하지만 수동 트랙백 잘 받았습니다.

    언럭키즈님/ 독서의 ‘서’는 현대적 개념의 종이책이라기보다, 글을 적어놓은 매체 일반을 의미하니까 어차피 그것도 독서. :-)

    TheQ님/ 오오, 혹시 릴레이 받아가실 생각 있으시면 냉큼 업어가세요오오!

    덧말제이님/ 저도 관련된 몇몇 글 중 가장 맘에 와닿았습니다(핫핫). 여튼 독서가 ‘아는 것’이 아니라, 알게되는 과정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식해야죠.

    inuit님/ 왠지 이국적 배경의 세피아톤 뽀사시 셀프촬영 사진을 짤방으로 첨부해야 할 것 같은… (핫핫) 좋은 캠페인 시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불이님/ 흑흑 아쉽지만, 양해는 당근 해드려야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