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네코 사건으로 저작권 체계의 맹점을 생각하다

!@#… 저작권의 미묘함이란 끝이 없다. 공공창작의 사유화라는 자본주의의 뼛속 깊이 뿌리박힌 관행 – 아니 원동력 – 에 대한 해답은 과연 어디에? 그것을 한번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최근 사건이 하나 있다.

!@#… 일본 대중문화에 관심있는 분들은 누구나 한번쯤 접해보셨을 ‘마이아히 송’. 원래 O-zone이라는 유럽 댄스그룹의 노래 ‘Dragostea Din Tei(사랑의 말들)’인데, 경쾌한 유로비트로 한번 들으면 멜로디가 딱 감겨오는 그런 곡이다. 그런데 한때 한국에서 유행한 ‘식섭이쏭’ 마냥, 이것을 일본어로 약간 유머러스하게 가사를 듣기 시작하면 아주 걸작 개그송으로 바뀐다. 그래서 종종 그렇듯, 일본의 온라인 폐인 집중서식촌인 2ch에서 사람들이 플래시 뮤직비디오로 아예 만들어버렸다. 일본어식으로 읽는 가사와 그 상황을 개그스럽게 묘사하는 그림을 배치하는 꽤 흔한 방식인데, 주연은 그쪽 분위기가 항상 그렇듯 소위 ‘모나’. 이 모나라는 것은 일반 아스키 문자 코드로 만든 고양이 모양 캐릭터인데, 일본쪽 웹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이 녀석이 바로 그 녀석. 굳이 말하자면 약간 더 비주얼한 이모티콘에 가깝다. *^^* 이라든지, OTL 이라든지 하는.

      ∧_∧
 ( ・∀・)    (그림1)

!@#… 그런데, 일본의 초대형 AV(…그 AV가 아니라;;) 업체인 AVEX가 그 노래를 공식 수입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명민한 상업기업이 그렇듯, 당연히 현재의 유행의 근원이 2ch식 폐인문화임을 파악, 아예 ‘사랑의 마이아히'(그러니까, 원제는 사랑의 말들…)이라고 제목 붙여서 들여왔다. 달러멘디 음반을 한국에서 ‘뚫훍뚤훍뚥’이라고 이름붙여서 들여오는 것 같은 만행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비주얼 이미지로는… 노마네코를 캐릭터화. 공식 홍보 홈피 http://maiahi.com/index.html 에서 볼 수 있듯, 모나를 낙서체 선으로 이식한 캐릭터. 이름하여 노마네코.

!@#… 그런데 문제는 AVEX가 이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발생. 분명히 문자가 아닌 선으로 만든 그 캐릭터는 AVEX의 창작이지만, 그것이 나타내고 있는 대상은 공동창작물이자 일상적 표현수단인 그 문자캐릭터. 그렇다면 캐릭터 저작권을 주장해도 되는걸까? 아니 그보다 문제는 상업적 저작권 행사의 첫 걸음인 유사품에 대한 단속인데, 그렇다면 AVEX는 2ch에서 사람들이 노마네코를 쓰는 것을 무단사용이라며 단속해도 되는걸까?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2ch는 난리가 났다. 사태 추이는 좀 더 진행되고 나면 그때가서 다시 정리해봐야겠다. … 하기야 따지고 보면 나이키 광고에서 ‘스틱맨’을 상표등록한 것도 아햏햏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공공재의 사유화가 문제가 되는 것은 사적 사용 자체가 아니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으로서 사용권 독점을 애용한다는 것인데, 문화 창작물이라면 그것이 참 미묘한 문제가 되어버린다.

!@#… 가장 좋은 방법은 모나를 맨 처음 고안해낸 누군가가 나타나서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 소유를 증명받은 후 사용권을 공공에 열어버리는 것이다(정보공유운동 진영의 기본 발상이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척 불분명한 경우는 어렵다. 현행 저작권법 체계의 가장 큰 맹점이 바로 이 지점인데, 뚜렷한 ‘저작권자’가 있어야만 저작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으로 구성된 사회 일반’은 저작권을 가지고 있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자유로운 사용의 문제를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저작권 소유를 통한 것 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를 들어 공공문서 공개 어쩌고 하는 조항들은 결국 ‘국가라는 저작권자’를 상정하고, 그 저작권자가 사용처를 열어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공동창작’이란 것은 “OS땅 프로젝트”, 또는 “이글루양 만들기” 등에서도 볼 수 있듯, 대단히 재미있는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는데 말이지. 사용권이 아니라 저작권 자체의 사회환원에 대한 새로운 법논리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 아아, 여튼 복잡하게 들어가면 어려운 이야기가 될 듯 하다. 대충 여기서 접고, 나중에 정리되면 또 이야기 꺼내보자.

(수정 주: 노마네코는 avex 캐릭터 이름이고, 원래의 2ch 캐릭터는 모나입니다. mirugi님의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 2005 copyleft by capcold. 이동 수정 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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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노마네코 사건으로 저작권 체계의 맹점을 생각하다

Comments


  1. [네이버덧글 백업]
    – mirugi – 저 (그림1)의 원래 이름은 ‘노마네코’가 아니라 ‘모나[モナー]’가 맞습니다.’노마네코’는 ‘노마’='(술을) 마시다’와 ‘네코’=’고양이’를 합쳐서 avex가 내놓은 상표명이죠. ‘노마’라는 것은 해당 곡의 가사 중에 그렇게 들리는 부분이 있는데, ‘노마’란 말이 일본어로 ‘마시자’란 뜻의 구어체적인 표현이라서 그 캐릭터 이름을 ‘노마네코’라고 붙인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명칭은 그렇다 치고 그 캐릭터의 생김새가, 말씀하신대로 2ch을 중심으로 (사실 그 이전에 다른 곳에서 먼저 만들어졌습니다만, 번성한 것은 역시 2ch) 유행한 AA (ASCII ART) 캐릭터인 ‘모나’를 그대로 본따 만들어졌다는 것이죠.

    물론 에이벡스 측의 설명도 “아스키 아트에 인스파이어되어 캐릭터화시켰다”고 말합니다만, 일본의 인터넷 사용자들 중에서는 강하게 반발하는 사람도 많은 듯 합니다. 2005/09/17 14:42

    – mirugi – 유사한 사례로, 2002년 역시 아스키 아트의 일종인 ‘기코네코’를 타카라가 상표출원했다가 네티즌들의 맹반발을 받아 결국 취소했던 일이 있었죠. 2005/09/17 14:43

    – 캡콜드 – !@#… 아 옙, 잘못쓴 부분 바로 고쳤습니다(모 2ch계 플래시 격투게임에서 모나라는 캐릭터이름을 봐놓고도, avex 사이트를 읽다가 이런 실수를);; 노래의 노마노마 이예~ 부분에서 노마네코. 2005/09/17 15:58

    – 연필 – 궁금했는데 잘 알고 갑니다. 2005/10/04 12:07

    – 쿠키에 – 이거..10월 초에 일본에서 이 avex사장과 가족이 살해협박당하는 기사가 나오던데…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궁금하네요. 하여튼 잘 읽고 갑니다. 감사 ^^ 2005/11/02 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