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알시와 함께 하는 공공운수노조의 무가지 꼼꼼이 다소간의 휴식 끝에 재발간 시작. 전태일 40주기를 맞이하여 관련 내용으로 쓰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받아, 평소 연재물과 살짝 다른 주제로 건드려 봤다.
사회운동과 언론의 협력: 전태일을 생각하다
김낙호(미디어연구가)
전태일 열사를 기억할 때는 분신이라는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숭고한 희생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그가 기억되어야 할 더 중요한 업적은 자생적 노동운동가로서의 활동들이다. 노동법전과 함께 자신의 몸을 불태우기 이전에 그는 열악한 노동환경, 그보다 더 열악한 사주들의 노동자 권익에 대한 인식 자체를 개선하기 위해 적지 않은 활동을 했다. 사업장이 영세하게 난립하여 정식 노조 같은 것을 세우기 힘든 환경에서, 지금으로 치자면 직능노조 개념에 가까운 모임을 만들어냈다. 사업장 실태를 조사하고 설문자료를 취합하여 정책 추진을 압박하고자 했다. 체계적으로 배운 것도 아닌데도 필요에 의하여 가능한 모든 수단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의 ‘분신’ 때문에 이후 노동 인권 문제가 널리 의제화된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일을 했던 이였기 때문에 의제화된 셈이다.
그가 자생적으로 필요성을 파악하고 추진한 여러 활동들은 오늘날의 각종 사회운동에도 많은 함의를 던져주는데, 그 중 특히 언론을 통한 이슈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인들의 각성을 노리는 경우든 구체적 정책실행을 노리는 경우든, 사회운동의 가장 기본적 기반은 먼저 현 실태에 대한 정보를 널리 효과적으로 유통시켜 이슈화하는 것이다. 어느 집단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 상황들을 대외적으로 보다 널리 알려서 사회적 공감대를 일으켜야 그것이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들의 연대나 정책 압력 같은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하기에 당시에는 물론이고 오늘날도 아직 가장 유용한 것이 언론이다. 노동청 출입기자가 진정서를 내러 왔던 전태일에게 작업장에서 더 많은 조사를 하여 많은 서명을 받아 청원하라며 그러면 기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해주었을 때, 전태일과 동료들은 온갖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렇게 했다. 그리고 신문기자는 그것을 기사화시켜서 제한적이나마 사회적 이슈화를 이루어냈다.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패턴이 몇 가지 들어있다. 첫째, 사회운동의 활동가측과 뜻 있는 언론이 효과적인 이슈화를 위해 함께 전략을 세워 협력했다. 언론이라고 해서 항상 외부 관찰자 위치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을 투명하게 전달하고 공정한 관점을 유지한다면, 사회적으로 필요한 사안에 대해 이슈화라는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이 터부시될 필요가 없다. 단순한 호의적 기사 이상으로, 전략 기획부터 협력자로 만드는 것이 사회운동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둘째, 데이터를 바탕으로 움직였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객관적 실태자료를 현장에서 폭넓게 확보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정책압박과 언론을 통한 이슈화에 들어갔다. 제보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적당히 일반화시키고 “인간적인” 공감과 동참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런 문제가 있다는 데이터와 현장 사람들의 여론을 구체적으로 모아 통계 장난 없이 제시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바꾸고자 하는 입장에 있어서, 좋은 데이터만큼 강력한 무기란 없다.
셋째, 아무리 불리하다 할지라도 제도적 틀로 공략하는 것을 건너뛰지 않고 오히려 언론에서 이슈화할 수 있는 소재로 제공했다. 정치권의 주류 언론에 대한 유형무형의 통제가 지금보다 더 심했기에 사회비판적 내용을 다루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석을 밟았던 셈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3가지 패턴은 당시보다는 노골적 통제는 옅어진 현재의 사회운동에서도 종종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하는 것들이다. 어느덧 40주기가 된 전태일의 뜻을 기리고 이어받고자 한다면, 그가 시도했던 일들 속에서 오늘날 오히려 더욱 더 적용해야할 함의들을 이런 식으로 추출하고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 Copyleft 2010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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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보다 언론운동, 시민운동이 더 잘한다고 볼 수 없겠네요 ㅠㅠ RT 사회운동과 언론의 협력: 전태일을 생각하다 [꼼꼼 36호] http://t.co/jjDRBOx via @capc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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