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경고문 캠페인

!@#… 걷다가 공사 현장 옆을 걸을 때, 경고문이 있습니다. 뭐 떨어지거나 바닥이 꺼지거나 어쨌든 해로우니까 조심하라고. 나름의 쾌감을 느끼기 위해 술이나 담배를 하고자 할 때, 경고문이 있습니다. 당신 건강에 해로우니까 알아서 좀 하라고. 영화나 게임을 즐기려고 할 때, 또 경고문이 있습니다. 청소년 정신건강에 해로우니 좀 참으라고 등급이 부여되어 있죠. 미끄럼 주의, 파손 주의, 감전 주의, 하여튼 잘못 활용했다가는 해롭다 싶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종종 경고가 붙어 있습니다. 이런이런 문제가 있으니 이용하지 말거나 또는 이용하더라도 잘 알고 하시오, 라는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소식을 전달해주는 (아직까지는) 가장 공식적인 경로 중 하나인 저널리즘 역시 잘못 활용하면 무척 개인의 정신건강에도 사회적으로도 꽤 해롭습니다. 그렇기에 적절한 경고를 붙여주면, 아마 취사선택하고 적절히 스스로 조처해가며 받아들이기에 그럭저럭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그런 발상으로 Tom Scott라는 영국 (geek) 코미디언이 비디오나 식품 경고문 형식을 패러디한 Journalism Warning Label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는데, 많은 호응을 받아 다른 문화권에서도 각자의 언어로 번안판이 나왔습니다. 주류 저널리즘이 품질면에서 참 여러가지 난감한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한국사회의 경우도 당연히 이런 것이 하나쯤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국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한국판을 작업하면서, 원작에 충실한 번역보다는 약간 더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한국사회의 언론상황에 가까운 번안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문구 번안 및 항목 추가 내용에 대해서는 원저작자도 허락했습니다).

우선 가장 간단한 활용방법은, 경고문을 붙이고 다니는 겁니다. 파일을 다운받아 레이블용지에 인쇄하여, 신문을 읽다가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오는 기사 위에 찰싹 붙여주세요. 스티커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FACT 사실여부 관련
–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한 저널리즘은 그 자체로 죄악이니까.

1.1. 경고: 인터넷에서 대충 긁어온,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한 기사입니다.
1.2. 경고: 검증되지 않은 익명 관계자의 발언에 기반한 기사입니다.
1.3. 경고: 학술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과학 관련 주장을 담고 있는 기사입니다.

 

2. LAZYNESS 게으름 관련
– 게을리 쓴 티가 나는 기사는 그 자체로 한심하며, 나아가 저널리즘 전반에 대한 기대수준을 떨어트림.

2.1. 경고: 향후 인터뷰를 위해 중요/민감한 질문은 회피한 기사입니다.
2.2. 경고: 보도자료를 그대로 오려 붙인 기사입니다.
2.3. 경고: 마감 또는 특종 경쟁 때문에 다른 기사를 베껴 만든 기사입니다.

 

3. PROFESSIONALISM 전문성 관련
– 저널리즘 기사인가 아니면 얄팍한 찌라시질인가의 차이.

3.1. 경고: 이 기자는 기사가 다루는 분야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3.2. 경고: 본 기사의 제목과 소제목은 낚시입니다.
3.3. 경고: 논리적 희박함을 애국심, 지사정신 또는 기타 열정으로 보충한 기사입니다.
3.4 경고: 변희재틱한 내용을 포함한 기사입니다.

 

4. INTENTION 의도 관련
– 의도성이 문제가 아니라, 객관으로 위장한 숨겨진 의도성이 문제. 매우 큰 문제.

4.1. 경고: 통계, 설문 등 분석에 언론사나 스폰서의 마사지가 가해진 기사입니다.
4.2. 경고: 기자가 자기 의견을 몰래 심어 넣기 위해 일반화와 주어 생략을 다수 저질렀습니다.
4.3. 경고: 기계적 중립을 내세우며 특정 진영을 적극 옹호하는 기사입니다.

 

!@#… 스티커 시트는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스티커 DOWNLOAD (PDF)] (*주: 40칸 레이블 용지에 맞추어 편집). windburial님이 제작해주셨고, 여러 분들이 문구와 항목 다듬는 과정에서 피드백 주신 멋진 온라인 협업의 결과물입니다.

여하튼 보시다시피 하나의 시트에 배치된 스티커의 갯수는 항목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더 적게 배당한 항목들의 이유는… 바로 찾아보기 힘들거나, 너무 일반적이라서 오히려 지적하기 힘들거나, 변희재거나.

자, 이제 출력해서 들고다니며 여기저기 붙여주시면 되겠습니다.

!@#…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추가 제안: 종이신문과 잡지에 경고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충분히 많은 선량한 시민들을 허접한 저널리즘으로부터 보호해주기 힘듭니다. 스티커가 모자라니까요. 그리고 종이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렇기에 온라인뉴스의 경우에도 경고 스티커를 레이어로 붙여넣어 표시해주면 한층 훌륭할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는 한 개인 개발자분께서 Newscrud.com이라는 서비스를 그래서 시작하셨죠. 국내에서도 예전에 오픈마루의 레몬펜서비스라고, 원래 문서 위에 레이어로 메모를 입힌 상태로 링크를 주고받는 것을 가능하게한 것이 있었으니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원주소를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뒤에 표시하는 식으로 하면 (예: http://www.vuvuzela-time.co.uk) 링크 에티켓도 그럭저럭 충족해줄 수 있죠.

이렇게 온라인 저널리즘 경고 스티커를 부착한 뉴스링크를 서로 돌려보면, 일종의 집단참여형 뉴스읽기(아니면 요새 유행 키워드 방식으로 조합하자면 ‘소셜 리딩’)가 성립됩니다. 위에 소개한 Newscrud 처럼 “이 보도보다 해당 내용을 더 제대로 다루고 있는 글은 이거다” 까지 같이 링크해준다면 금상첨화. 충분히 많은 이들이 진지하게 참여하면, 뉴스품질에 대한 훌륭한 소비자 권리행사이자 다뤄지는 중요 사안들에 적극적 관심을 끌어내는 열쇠가 되어줍니다. 그것을 사업으로 다룰 법한 메타블로그 같은 온라인콘텐츠 유통업체든, 운동으로 다룰 법한 미디어운동 진영이든, 재미와 의미가 있다고 느낀 뜻있는 개인들이든, 한번 만들어 굴려볼만한 서비스 아닐까요.

혹 직접 스티커를 다운로드하고 제작해서 뿌리는 것도 품이 들고, 온라인서비스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 지금은 어찌 할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래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A. 위의 스티커에 담겨있는 문구들을, 특정 뉴스 기사가 왜 허접한지 판단하고 그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도 주장하기 위한 ‘기준’으로 인용해 주십시오. 어떤 기고에서든, 블로그에서든, 트윗이나 게시판 리플에서든.

B. 아니면 그냥 이 포스트를 10군데에 소개하십시오(핫핫).

…참 쉽죠? (밥 로스 목소리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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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지난 capcold님의 글이지만 다시 한 번. http://capcold.net/blog/6372 아직 국내 온라인 서비스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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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_deep 그거 한글판도 있더라. http://t.co/GoIfkII0 '이 기사는 낚시입니다 항목의 속았지 속았지 속았지…마크가 무지 현실감 넘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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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낚시기사 부분은 저런 글자보다는 이왕이면 백괴사전 로고같은 낚시하는 그림을 넣는게 더 나은거 같네요.

  2. !@#… 민노씨/ 좋은 원본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분류를 좀 더 다듬고 체계화한거죠 결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