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cold or 캡콜드 or Nakho Kim or 김낙호

!@#… ‘용산의 기억을 우승시키자’ 캠페인, 정리포스팅입니다. 보시다시피 2010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의 만화부문 인기상은 1953표를 얻은 ‘아론의 무적함대’에 돌아갔고(우승작 축하합니다), ‘내가 살던 용산’은 1329표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제가 투표 첫날 처음 보았을 때 ‘용산’에 던져진 표는 열 몇개로 확실한 최하위권이었는데, 더 알리겠다고 제안문 쓰고 몇차례 홍보트윗을 날린 후 며칠만에 그래도 몇백표로 뛰어오르며 1위를 달려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투표 막바지가 되자 더 많은 분들이 각자의 동기에 의하여 더 널리 홍보에 나서셨죠. 시의적 계기와 참여할 방법이 있으면, 꼭 거대한 흐름까지는 아니더라도 결코 적지 않은 유의미한 정도의 사람들과 무언가를 해볼 수 있습니다. 여하튼 행사 자체는 종료된 시점에서, 캠페인 과정에서 몇몇 분들이 제기하신 반론에 답하면서 정리포스팅을 할까 합니다.

Q. 우승이니 뭐니 이게 무슨 게임이냐.
A. 우승은 수단이고, 목표는 기억 상기입니다. 다만 우승하면 더 효과적으로 목표를 추구할 수 있으니 좋죠. 만화작품으로서도, 솔직히 이런 방향의 완성도 높은 작품이 인기를 얻고 우승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굴뚝입니다. 가요로 치자면 아이돌을 폄하하지 않지만 아이돌 일변도 차트가 아니라 진지한 락도 힙합도 트로트도 공존했으면 하는 바람이랄까요.

Q.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뽑는건 노력한 다른 작가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가. 작품성으로 선정해야 하지 않나.
A. 자신의 작품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어떤 작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인기상 분야는 “작품성”이 아니라 인기몰이가 판단기준이고, 많은 인기작들에서 인기의 대표적인 구성요소중 하나인 팬덤만 하더라도 딱히 미학적 완성도나 사회적 함의 같은 작품성 척도들과 그다지 많이 중첩되지 않습니다. 인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희망과 그 이유를 피력하고, 그것에 사람들이 동의해서 인기몰이가 된다면 인기상 선정에 딱히 문제될 요소가 없습니다. 동의를 구하기보다는 마치 강요를 하는 듯 밀어붙이시는 분들이 있었다면, 그런 분들은 아마 알아서 무시당하셨으리라 봅니다.

Q. 정치적 이유로 내세우면 작품 자체로 평가받지 못하지 않는가.
A. 앞서 이야기했듯 인기상 분야입니다. 또한 애초의 취지설명문에서는 왜 ‘내가 살던 용산’이 작품으로서 좋은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으니 같이 읽고 퍼트려주세요(이왕이면 링크한 서평도 참조). “나는 누가 트윗 돌리는 것만 봤지 취지문 같은 것 읽지 않았다”고 하신다면, 아쉬운 노릇입니다. 나름 취지문 링크도 많이 돌아다녔고, 검색도 잘 되던데.

Q. 이런 조작적 투표이벤트는 그냥 적당한 자기만족감만 주고 끝나지 않겠는가. 이런 것 말고 책 나눠주기, 도서관에 집어넣기, 더 조직적이고 강한 운동 등을 하란 말이다.
A. 시의적 캠페인과 다른 더 적극적인 운동들 사이에서 딱히 양자택일을 해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 이런 것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 것입니다. 다른 것은 여건되는 만큼씩 또 하면 됩니다. 책 기증운동, 출간 직후 출판사에서 직접 했습니다. 도서관에 집어넣기, 이미 여러 분들이 각자 움직이고 계십니다(아동도서라고 도서관측에 쿠사리를 먹었다는 사례도…OTL). 홍보 공연행사인 북콘서트도 두 번이나 했고, 작가진/출판사와 대책위 분들의 교류도 이미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더 대단한 일들을 벌이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도록 관심과 아이디어와 참여와 돈으로 도와주세요.

Q. 결국 인기상 못 탔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A. 인기상을 못 탔어도, 여하튼 투표에 참여하신 많은 분들 및 이 캠페인을 접하신 더욱 많은 분들은 용산의 기억을 상기하셨고 작품은 다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도 다른 만화상에서 같은 캠페인을 전개할 것인가하면, 반드시 그래야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막 시작한 2010독자만화대상의 경우만 해도 상의 맥락도 투표절차도 결과 발표 방식도 전혀 다르니까요(아, 물론 저는 일반독자로서도, 심사위원으로서도 분명히 ‘용산’에 한 표를 더할 것입니다). 각 행사에 따라서, 얻을 수 있는 효과도 다릅니다. 반드시 이 만화와 이 사안아 아나라도, 좋은 작품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억을 환기할 수 있는 또 다른 참여 가능한 계기가 생길 때, 그에 적합한 무언가를 또 해봐야겠죠.

!@#… 여하튼 이번 캠페인에서는 제가 관여하는 부분은 대략 이 정도 정리포스팅까지인 듯 합니다. 투표에 참여하셨던 분들은 유종의 미(핫핫)라고 치고 이 정리포스팅도 퍼트려주세요. ‘내가 살던 용산’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이 반가웠으며, 다음에도 함께 기억을 상기하고 더 전파하며 무언가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을 해볼 수 있다면 한번 해봅시다.

— Copyleft 2010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