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사이드바에 달아놓은 좌우명 “쫌 추해도 정밀하게”가 무슨 의미인지 문의하신 분이 있어서, 간단 해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intherye님의 리플에서 얻었는데, 원래 있던 비교적 직관적인 좌우명 “I might be wrong, so prove me wrong”(제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틀렸다고 증명해주시길”)과 달리 약간 추가 설명이 필요할 듯 하긴 하다.
!@#… 그냥 요새 정국을 한번 떠올려보자. 뚜렷한 멍청함에 맞서기 위해서 수많은 뜻이 모여들 때, 만약 나름대로의 주장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은 극명하게
“1이 필요하다” 라고 할 것이다.
진심으로 그것을 반대하는 기득권자들은
“0이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런데 좀 더 팩트에 밝은 어떤 소수의 이들은 문제를 느끼며,
“1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부정한다.
그런 것을 보고 1을 외치는 다수의 사람들은,
“1에 동의하지 않으니 당신들은 0을 외치는 이들과 한 통속”이라고 간주한다. 혹은 “어찌됐든 0주의자들의 의도대로 하게 만드는 배신자” 취급을 하든지. 운 나쁜 경우 1의 허구를 지적하던 똑똑한 사람들이 짜증나서 관심을 끊거나 아니면 아예 1주의자들을 본격 바보취급하고, 다수를 차지하는 1주의자들은 적을 만나 더욱 불타올라 아예 2까지 가자고 오바를 하기 시작한다. 더 운 나쁜 경우,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구라가 섞이고.
!@#… 하지만 개념인들이 해줘야할 몫은,
“0.759483으로 가자”
고 제안하는 것이다(특히 사회과학적 훈련을 조금이라도 쌓았다고 자처한다면). 1의 허구성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0에 고착되지 않아야 하는 당위도 말하고, 양비양시론에도 빠지지 않으면서 자신의 지식한도 안에서 구체적 방향과 세밀한 제안을 하는 것. 큰 덩어리처럼 보이는 것도 요소별로 분해하고 요소들 사이의 연관으로 파악해서 조율하고 취사선택하는 자세 말이다. 나의 세계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여! 아니면 나의 적! 이라는 유사종교적 사고가 아니라,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거부할 것은 거부하고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은 유보하는 합리적 사고.
예를 들어 이 블로그에서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은 국회의 대의 기능에 대한 부정도, 사법 권력화에 대한 옹호도, 국민이 킹왕짱이니 정당이고 시민운동체고 다 즐쳐드셈 같은 괴상한 오바질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더 정교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해서 현재의 수요에 걸맞는 다양한 합리적 대변 경로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여러 안전장치들이 조율되어야겠고, 그런 조건들에 따라서 구체적인 제도 운용이 결정되어야 한다. 방향이 옳다고 해서 100% yes, 100% no 같은 것이 아니다. “Yes”나 “No”가 아니라, “Depends”(상황에 따라 결정된다)고 대답할 수 있는 미묘한 사고 기준을 말하는 것이다.
!@#… 참고로 capcold의 경우는 아직 내공이 턱없이 부족한지라, 고작
“0.7과 0.8 사이가 낫지 않을까” 정도를 제안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뭐, 계속 하다보면 어쩌면 더 정밀해지겠지. 물론 그런 자세는 많은 경우, 쫌 추해 보인다.
—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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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불이 님이 요즘 신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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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겠지만, 전반적 흐름은 뭐 대동소이. 여튼 백투더소스의 필요성이라든지 쫌추해도정밀하게 사상과도 관련이 적지 않은 김에, 여기에 소개. 보고 함께 눈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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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rd 님의 말에 다시 꺼내본다. http://bit.ly/cymThc 세상은 마냥 1도 아니고, 그렇다고 0으로만 있을 수도 없다. 둘 사이에서 해법을 찾기 위해 정밀하게 바라봐야 한다. 2008년 글이지만, 모두가 보면 좋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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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 @skyjets http://bit.ly/cymThc 세상은 마냥 1도 아니고, 그렇다고 0으로만 있을 수도 없다. 둘 사이에서 해법을 찾기 위해 정밀하게 바라봐야 한다. 2008년 글이지만, 모두가 보면 좋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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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 추해도 정밀하게” http://t.co/RPVtMSC via @capcold 방향이 옳다고 해서 100% yes, 100% no 같은 것이 아니다. “Depends”(상황에 따라 결정된다)고 대답할 수 있는 미묘한 사고 기준을 말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