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국회가 잘 굴러가려면

!@#… 짧은 시국 개그.

(처절한 반항 이전)
닥쳐, 내맘대로 할꺼야.

(처절한 반항 이후)
네가 한 달 정도 떠들도록 놔두고, 역시 그냥 내맘대로 할꺼야.

… 에에, 보통 이런 것은 대화, 합의 뭐 그런 용어로 부르지 않을텐데?

!@#… 사실 이런 막무가내질이 가능한 것은, 뻔한 소리지만 현재 국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먹이를 주는 손’이 이 아니라 청와대라서 그렇다. 공적을 쌓아서 공천을 받는게 먼저고 그 뒤에는 어차피 자리만 잘 받으면 당 파워로도 당선되는데 당연히 그쪽의 의중을 따라야지. ‘민’주주의? 그거 뭐 먹는건가염 우적우적. 문제의 핵심은, 87년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현재의 사회상황에 있어서는 정치세력에 대한 무려 4년 주기의 평가 따위는 영향력이 지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법안들의 파급력은 미칠듯이 빠르고 크게 나타나며, 핵심 이슈도 확확 바뀌어 기억력이 따라가기 조차 힘들다.

따라서 정치세력에 대한 평가는 더 세밀하게 그때그때 케이스-바이-케이스로 유효하게 피드백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다행히도 미디어 기술력이나 제도적 운영능력 역시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할 만큼 그간 충분히 발전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여전히 한번 선거하면 4년 동안은 국민의 선택이니 그간 뭐든 우리맘대로 하겠삼 그러도록 방치하는 것은… 아아 너무나 정밀하지 못한 짓이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데 사이버모욕죄는 반대한다면, 도대체 어쩌라고. 경제 살리라고 이명박을 뽑아줬지만 운하는 파기 싫으면 어쩌라고. 그들이 날치기 처리하고 싶어했던 85개법안 가운데 43개만 찬성하면 어쩌라고. 바로바로 개별적으로 평가를 하고 내 이익과 불일치하는 만큼의 쓴맛을 보여줘야할 것 아닌가. 3-4년 뒤에 수많은 다른 이슈들이 쌓여서 그걸로 평가하기에도 정신 없을 때가 아니란 말이다.

즉 정치권력이 더 정밀하게 내 의견을 대변해주고 내 이익에 기여하기를 원한다면, 더 자주 실효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제도들을 자꾸 도입하도록 해야한다. 예를 들어 미국처럼 국회의원 선거를 조낸 자주하는 것도 방법이다(상원은 임기 6년에 2년마다 한번 전체의 1/3을 물갈이하고, 하원은 아예 임기가 2년). 미국이라고 돈이 남아 돌아서 선거를 자주하는게 아니다. 선거를 자주 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고 그것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 공휴일 지정 없이 전자투표나 융통성 뛰어난 부재자 투표 방식 같은. 게다가 개별 정책에 대해서 주민발안과 투표가 가능하고, 주민소환에 의한 경질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미국에서 국회가 자기 지지기반 유권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한쪽으로는 특유의 자치적 지역 정치라면, 다른 하나가 바로 이런 집요한 평가 기제인 것이다. IT강국을 자처하는 인프라를 지닌 한국이 전자투표 기술이 없다고 하겠는가, 포장마차 뒷담화 수준일지언정 정치 이야기가 일상에 넘치는데 관심이 부족하다고 하겠는가. 선거가 너무 자주 이루어지면 선거 준비만 하느라고 사회적 비용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지적 또한 돈과 시간을 제한하는 등 상당부분 제도적/기술적으로 상쇄 가능하다. 포퓰리즘에 휘둘리게 된다는 우려는, 4년에 한번 포퓰리즘에 올인하느라 더욱 거창하게 (무려 “내 힘으로 뉴타운 유치” 운운한다든지)판만 키워놓는 현재보다 뭐 특별히 나빠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 선진화 운운은 그렇게 좋아하면서, 선진국의 민주주의 운영기술을 연구하는 건 왜 그렇게 관심이 없냔 말이야.

!@#… 국회의원을, 그리고 그들의 개별적인 작업을 더욱 자주, 정밀하게 평가해서 쓴맛을 보여주는 제도의 도입. “민중의 힘”에 목숨 거는 진보계열 정당들이야 당연하고, 이름값을 해야 하는 민주당은 물론, 그저 기복정당으로서 당을 선택한 뭇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그것을 원해야 이치에 맞다. 심지어 정치배들의 싸움질이 마음에 안든다며 싸그리 혐오하며 정치를 멀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랏님 말쌈을 닥치고 따르겠쌈 너희는 안 닥치면 총살” 주의자들과 일부 자신의 무능을 필사적으로 숨겨야하는 현직의원들만 빼고, 사회적 지향이든 개인적 욕심이든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자의식이 있는 모든 이들이 함께 동의할만한 일이다. 개헌을 논의한답시고 중임제 내각제 그런 이야기만 하다 끝나지 말고, 정말로 ‘민’의 힘을 강화하는 직접민주주의적 장치들을 좀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니까. 바로 명랑사회의 대의정치를 위해서 필요하다.

 

PS. 어째서 다른 글 마감들이 몰려있을 때일수록, 이렇게 머리는 많이 쓰지만 미칠듯이 인기 없을 것 같은 이야기가 줄줄 나오는 것인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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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thoughts on “사실, 국회가 잘 굴러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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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미소고기 같은 특대형 이슈도 몇 달 못 가고 사라진 판국에 국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인 선거가 정당 공천+4년이라는 긴 시간은 확실히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잦은 선거가 힘들다면야 ‘의원평가제’라도 도입해야 할 지도..

  2. 국민들에 정치에 무관심할수록 이익을 보는 집단이 다수인 한 기대난망한 이야기군요

  3. 작년에 월스트리트 기업들에 대한 구제 금융안이 미국 하원에서 부결된 것이 기억나네요. 얼마 뒤에 상당수 의원을 교체하는 하원 선거가 있기 때문에 그 의원들은 전부 반대표를 던졌던(…)

    좋네 싫네 해도 결국 그네들은 우리보다 선진국이고, 배울 점이 많죠.

  4. 사실….이 글보단 저 아래 저널리즘에 대한 글에 트랙백 하고 싶은데…
    일단 트랙백은 한곳에만 보내요…^^

  5. !@#… 언럭키즈님/ 예를 들어 의원평가제를 하는 경우라도, 평가에 따라서 어떤 실질적 불이익을 주는지가 관건이죠. 벌점제 방식으로 차기 선거 출마 제한이라든지, 당 벌점제 누적방식으로 비례의석을 박탈하든지…

    필군님/ 그 분들이야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할수록 이익을 본다기보다, 실제로는 멍청한 근시안 기복신앙에 빠져있는 주제에 관심만 많을수록 이익을 보죠.

    erte님/ 이것은 그럼 두뇌 대청소… :-)

    Cranberry님/ 하지만 격투 능력이 부족해서요…;;; 공중부양도 못하고. 국회는 기인열전.

    고어핀드님/ 제 ‘먹이를 주는 손 이론'(시장경제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사회적 행동에는 이것이 있다! 라고 앞으로 살짝 밀어줄 생각입니다)의 혁혁한 설명력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사례죠. (핫핫) 하지만 그런 건 안 배우고 어디서 이미 망한 공화당 경제정책들만 뒷북으로 베껴오려다 고초를 겪는지… OTL

    LieBe님/ 뭐 두 곳 다 보내셔도 좋은데… 그런 의미에서 제가 트랙백 쏘겠습니다. :-)

  6. 전투능력 출중한 바보를 공부시켜서 내보내는 것보단 캡선생에게 비급을 전수해서 내보내는 것이 훨 효율적일 거 같은데요. 뭐 홍막장 같은 느끼한 페이스를 갖추지 못한 것도 불안요소이긴 하지만 나름 큐티한 이미지라 잘만 하면…. 심슨 팬들을 겨냥한 밀하우스 코스프레라든가…
    메신저 로긴해 주삼. 앞으로 3일정도는 밤 12시에서 새벽 사이에 켜두겠음.

  7. !@#… 모과님/ 에에… 제 관절나이를 고려하자면, 전투능력 출중한 바보를 공부시키는게 효율적일수도 있다고 봅니다 (핫핫).

  8. 새벽에 이 글보다 추신에서 무너졌습니다.
    왜 마감 앞두고 신경은 많이 쓰이지만 인기는 없는 글을 쓸까?

    저도 생각해 봤는데, 일단 마감이란게 부담되는 일이라 그것으로부터 도피하려는 본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마감 앞두고 띵가띵가 놀다가 조낸 깨진 적이 꽤 여러 번 있죠. 스스로 후회한 적도 많구요. ^^.

    또 한 가지는 먹고 사는 데는 당장 지장이 있어도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해야한다는 사명감도 있을 것 같아요. 그밖에도 많지만 다 얘기하단 인생의 쓴 맛을 볼지도 모르겠네요. 세상에 어디 단순한 일이 있어야죠?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표현도 통쾌하고 대안도 나름대로 제시하고…부럽습니다. ^^ 그런데 이 글이 몇 일 후면 다른 사람이 보기 어려운 먼데로 간다는 게 아쉽습니다. 나중에 그 글을 기억해서 찾아낼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요. 좋은 글을 링크나 특집으로 묶어 재확인시키는 걸로 아는데….

    조회순, 인기순으로 글을 그때그때 매겨보고 디렉트 컷처럼 맘에 드시는 글을 따로 묶어 추천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늘 처음 댓글을 다는데 잘 부탁드립니다. 뭐 식견이 높아 저 정도야 댓글 달 타이밍 찾기가 어렵던데 가끔이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9. !@#… pope2032님/ 메타에서 추천을 날리시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오래 사람들의 시선 속에 있겠… 지만, 그런 쪽하고 무척 인연이 적은 공간이다보니;;; 말씀하신대로 뭔가 “우왕 내가 봐도 좀 좋은 글” 코너라도 하나 마련하는 것 나쁘지 않겠군요. 하지만 우선은 링크라도 업어가주시면 좋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