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매로 점철되어 있다보면, 튀어나온 하나의 건을 주욱 잡아빼면 새록새록 고구마줄기 마냥 뭐가 자꾸 나온다. 요새 한창 떠들썩한 “시간여행청와대회견뽀록영상 삭제 사건“에 대한 나름대로 첫 실체 해명 기사.
“<돌발영상>, 청와대 수정요구 있었다”
미디어오늘 / 2008년 03월 08일 (토) 18:30:35 김수정 기자
이에 대해 YTN 홍상표 보도국장은 8일 “방송기자들이 사제단 발표에 대한 청와대의 반박을 먼저 요청했고 청와대도 사제단 발표 이후에 쓴다는 전제로 엠바고를 걸고 발표한 것”이라며 “<돌발영상>은 이 엠바고를 어긴 것이므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삭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청자들이 제기하는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수정 요구는 있었다. 하지만 (삭제 여부는)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홍 국장은 해명했다. 삭제 과정에 대한 시청자들의 해명 요구에는 “차후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우선 여기에 인용된 그 분의 말이 오해™ 없이 제대로 옮겨적혀 있다고 전제한다면… 이거 정말 무척 난감하다. 이 짧은 발언 속에 도대체 얼마나 층층이 너도나도 함께 하는 야매 저널리즘 관행들이 박혀있는지, 현기증이 난다. 그러니까 이런거다:
이 말에 따르면,
* 어떤 골때리는 방송기자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반박을 먼저 요청하기까지 했다.
– 사제단 발표예정에 대한 청와대의 ‘심경’을 한번 물어보는 것이라면 모를까, 어째서 아직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반박 ‘발표’를 요구한다는건가? 도대체 기사 작성의 프로세스가 어떤 식인거야?
* 어떤 골때리는 청와대는, 요구한다고 신나서 발표를 했다.
발표해달란다고 또 발표하는가? 실제 지목을 당하고 조사를 하고 결과를 낸 후에 비로소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 무려 YTN의 보도국장이, 엠바고가 뭔지 모른다.
– 엠바고 Embargo는 특정 시한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보도를 금하는 협약. 엠바고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특종 경쟁하다가 기사의 내용이 야매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함(과학적 발견의 경우), 특정 시한까지 안전이나 이익의 이유로 보안 유지를 해야 할 경우(국제협상이라든지), 혹은 일제히 프레스에 터지도록 하는 것(홍보 쑈). 즉 조건이 충족이 된 후에는 뭘 하든 상관없다. 게다가 조건이 충족된 시점 이후라면, 그 전에 그런 엠바고가 걸려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하는 것 역시 엠바고의 금지 관습에 포함되지 않는다(예를 들어 당초의 엠바고 조건 자체를 그대로 싣는다든지… 뭐 보통은 아무도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약간 더해서, 아예 “보도와 관련된 어떤 사실은 이후에도 계속 보도를 금하는 것을 엠바고 조건으로 한다” 고 하면 어떨까. 그건 엠바고가 아니라 이미 비보도 전제 정보 제공, 즉 ‘오프더레코드 Off the record’. 그런데 이건 전혀 별도의 합의과정을 따른다. 아니면 설마 반드시 특정한 내용으로 맞추어 보도해달라고 하는 것이라면… 자의면 ‘유착‘, 타의면 ‘탄압‘. 그런데 무려 반박 회견 내용이 오프더레코드라면 좀 웃기지. 권언유착이나 언론탄압이라면 엄청 낭패고. 이게 기본 개념인데, 무려 보도국장이 자사의 보도가 무려 “엠바고를 어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니 참 딱한 노릇이다. 아무리 이미 황우석 사기 사건 당시 맞춤형 줄기취재의 책임자로 악명을 떨친 바 있는 분인 만큼 별로 저널리즘 정신에 대해서 기대할 것이 없다고는 해도, 이건 너무하잖아.
* 아까 그 골때리는 청와대는, 실제로 수정 요구를 했다.
– 무엇을 수정해달라고 했을까. 사실 문제의 핵심은 발표시점 그 자체인데, 무려 발표시점을 수정해달라고 했으면 그건 왜곡보도 청탁. 돌발영상은 성격상 실제 취재 클립으로 구성되어, 짧은 자막 멘트 빼고는 따로 보도문이 없다. 발언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자막을 고쳐달라고? 다른 영화 패러디로 바꿔달라고? 아아 더욱 궁금해진다.
* 청와대는 “수정”을 요구했는데, YTN은 “삭제”를 했다.
– 사단장이 “낙엽이 좀 떨어졌군” 하면 대대장은 병졸들에게 나무를 뽑고 산을 갈아엎게 만든다. 언론중재위를 통한 반론보도 청구 같은 합리적 경로는 어디에 있으려나. 분명히 청와대에서 언론중재위 통해서 오보 클레임 걸고 어쩌고 하는 프로세스를 밟았던 사례들이 이전에 여럿 있었는데… 아, 이번 정부는 그런 거 안키우나? 그냥 프레스 후뤤들리하게 사장실로 전화 한 통?
!@#… 물론 청와대는 나름대로 기자회견도 하고 발표문도 뿌리고 하며 사실의 한도 내에서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홍보할 자유가 있다. 그리고 YTN은 자사의 기준에 따라서 얼마든지 자신들이 만들고 저작권을 지닌 영상클립에 대해서 삭제를 할 수도, 포털에 그것을 퍼간 것의 삭제를 요구할수도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당연하고 마땅한 권리다. 그리고 어떤 것이 민감한 소재고, 어떤 것이 자신들이 나름대로 전략적으로 잘 보여야 할 대상과의 관계를 껄끄럽게 만들 것인지 판단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이 너무나 야매스럽고 택도 없는 과정을 거치기에 스스로들의 프로페셔널리즘에 똥칠을 하면, 그 똥냄새는 유감스럽게도 혼자 뒤집어 쓰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뉴스를 보는 바로 우리들이, 좀 더 질 높은 좀 더 폐부를 찌르고 진실의 파편들을 긁어모아주는 저널리즘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돌발영상’으로 중요한 파편을 모아주는 빛나는 성과를 내고, 바로 다음에 삭제 파동으로 스스로 어설픈 정치적 판단으로 그것을 뒤집어버리는 YTN의 야매질은 너무나 애처롭다. 야매성의 깊이가, 미래를 예견한 현 정부, 미래를 예견해달라고 청와대 무당을 불러낸 어떤 기자들과 아주 코드가 팍팍 통한다.
우리 모두 오랜 만에 창문을 열고 다시한번 크게 외쳐보자:
야매척결.
(3.10. 추가) 아줌마, 여기 야매 하나 추가요. 데일리안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YTN이 보도에 대한 징벌로 3일동안 청와대 춘추관에 출입금지를 먹었단다. 무려 “기자단의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즉 한마디로 기자단이 자기들끼리 찍어냈다는 거다. 그런데 그 죄목이 “백 브리핑 실명 비보도 원칙과 상호 신의 등을 위배한 것”이란다. 백브리핑이라… 백룸브리핑을 이야기하는건지, 백그라운드브리핑을 이야기하는건지 이런 한국식 변종용어™만으로는 알기 힘들지만 뭐 여하튼. 애초에 청와대에서 대변인과 브리핑하는데 무슨 놈의 실명 비보도 원칙인가. 실명 비보도를 굳이 한다면 오로지 취재원 보호라는 목적일때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청와대 대변인이라고 안하고 이름을 거론했다고 해서 찍어낸다면 세상에 그거보다 덜 궁색한 변명은 없었을까 무척 궁금하다. 상호 신의는 그따위 시공연속체 초월쑈 예언의 순간에 참석해서 그냥 입닥치고 있자는 공범 의식에 쓰여도 좋을 용어는 분명히 아닐테고. 이정환닷컴에 의하면 YTN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결국 그렇다면 청와대도) 이미 오전부터 사제단의 발표 명단을 알았다고 주장한다는데, 뭐 그럴 수도 있다. 사제단이 무슨 MI6나 CIA도 아니고, 정보는 자칫하면 어떻게든 누출될 수 있으니(정보를 빼내간 넘은 돌 좀 맞아야하는건 당연하지만). 하지만 무려 청와대가 실제 발표되지 않은 만큼 100% 확실하지 않은 정보에 기반해서 기자들과 회견을 했다면, 여전히 문제는 그대로다. 저널리즘 의식이 1mg도 없는 기자단과 정보공개나 대국민 소통에 대한 프로페셔널리즘이 0.1mg도 없는 청와대가 같이 손잡고 명랑하게 야매의 언덕을 뛰어노는 광경이다.
—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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