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브 2014: 미디어/시사

!@#… 베스트오브2014 시리즈, 미디어편(미디어 관련 국내 및 해외 이슈, 불명예스러운 일들 등)과 시사편(시사사건, 올해의 키워드 등).

 

** 미디어 이슈 한국편

세월호 사건, 언론의 바닥과 가능성: 과열된 오정보로 얼룩진 초기, 정치 진영에 복무하는 방어성 보도라는 밑바닥. 장기 이슈화, 여러 방식의 설명 저널리즘의 등장이 보여준 가능성들.

네이버뉴스의 변화 시도: 검색 개편부터 클러스터링 도입까지. 한발 늦게, 하지만 파급력은 크게… 라고 말하고 싶지만, 새 시스템의 알고리즘이 어뷰징에 따라잡히지 않게 계속 업그레이드되어야 비로소 정착이 이뤄지는 것이니 지켜봐야.

다음카카오 출범: 포털 강자와 모바일 강자의 합체. 연초에는 만우절 농담 소재였는데, 어느틈에 진짜가 되어버렸다.

JTBC 뉴스룸 시작: 2시간동안 뉴스라는 상당한 모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출범: 한겨레와 파트너십을 맺어 심층보도 부문을 채우고, 브랜드 인지도로 블로거들을 채우고, 여러 뉴스에디터들이 큐레이션 부분에 집중. 뚜렷한 허포만의 저널리즘적 장점을 보여주는 것은, 좀 더 기다려봐야할 듯.

사이비 “큐레이션” 범람. 전문적 명사들이 참여하는 인사이트성 꼭지를 생산하며 시작한 ‘인사이트’가 우라까이 매체로 변모한 건 상징적 사례다.

신문협회, “뉴스 제값받기”를 목표로 포털에 압력 준비중: 그런데 “제값”을 어떻게 산출할건지는 글쎄. 그리고 압박의 방식을 또 기사 총동원 네이버 때리기로 선택하면, 제 관에 못박기일텐데.

YTN 해직기자 일부 복직 판결: 정치진영 기반 부당해고에 대한 소중한 승리… 인데 부분적으로만.

MBC 인사 전횡 (또) 표면화: 줄기세포 한학수 피디를 스케이트장 관리 역할로 배치한 것이 실로 정점. 공영방송 거버넌스의 기능감시라는 화두.

지상파의 고전, 오락성 킬러콘텐츠의 확연한 케이블행 위치 이동: 지상파에서 까인 [미생]의 성공, 수익성 증가에 안달난 지상파들의 유투브 버리기 등 여러 현상들이 결국 뻔하게 나타내는 바다.

 

** 미디어 이슈 세계편…이라고 해놓고 대체로 영미권

뉴리퍼블릭 파국: 백년 전통의 진보계열 정책 잡지가 변해가는 정치지형 속 틈새층 소실, 페이스북 출신 새 회장의 단기 수익성 압박 등으로 고전하던 중, 정통심층파 편집장의 경질에 빠직하여 주요 기자들이 일거에 이탈. 뉴스의 사회적 역할, 실리콘밸리 패트론 모델의 지속가능성 등 중요한 화두로 가득한 징후적 사건.

버즈피드, 짱먹다: 언론사라기보다는 소통설계회사.

아이스버킷, 소셜의 파급력 떨치다: 어떤 곳에서는 무난하게 원래대로, 어떤 곳에서는 껍데기로만, 어떤 곳에서는 창조적으로 현지맥락으로 진화하며.

망중립성에 오바마가 끼어들다: 하지만 별 큰 진전은 없다.

제1세계 곳곳에서 피케티마니아 발생: 구조적 불평등 기제를 줄여야만 한다는 담론이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하고, 개별 사회는 물론이며 국제적인 공조까지 대처에 필요한 시대라서.

NYT 혁신보고서 유출: 유출되자 세계 언론관계자들은 여러가지 의미로 기뻐했다.

ISIS의 미디어캠페인의 우수성이라는 비극: 적절히 세련되고, 타겟층의 스케일이 크다보니 발생한 문제적 성공.

아마존, 아셰트 등 대형 출판사들과 대결: 가격 지정과 수익률 확보를 위한 샅바싸움. 건전한 경쟁으로 소비자가 유리해지면 좋겠으나, 자칫하면 아마존의 슈퍼 갑질.

구글 뉴스, 스페인에서 철수: 뉴스업계의 정당한 권리와 과욕 사이, 종합유통로와 개별 언론 사이, 전략적 행보와 멍청한 판단 사이.

뉴욕타임즈 질 아브람슨 편집장 교체 파문: 현존하는 “유리 천정”, 권위적 리더십, 소유와 경영과 편집의 역할구분 등에 대한 화두.

 

**올해의 저널리즘 홀오브쉣

세월호 초기 보도 일반, 감정의 과잉과 사실검증의 과소. 보도경쟁의 과잉과 정보의 맥락화된 정돈의 과소. 한쪽 측면에서는 전원구조 오보와 책상 연출부터 다른 측면에서는 다이빙벨 몰입까지, 여러 지지 성향과 여러 토픽에서 동시다발.

c일보의 “폭죽연료”: 진영 공통으로 동의할만한 민주제 파괴행위인 백색테러 사건을 맞이할 때, 그리고 그것을 사실에 입각하여 보도를 해야할 때 어떻게 나와야하는가. 최소한, 몰염치하고 프로답지 못한 모습 정도는 보이지 말아야할 것이다.

* …그리고 FS배너를 장착한 모든 언론사 사이트들. 책임자들은 벽보고 손들고 반성했으면 좋겠다.

 

**올해의 우수 저널리즘 기획

미디어다음 세월호 추이 페이지: 포털이 제대로 포털의 역할을 해줬다.

뉴스타파의 권은희 재산문제 비판 보도: 언론으로서의 규범이 진영 지지보다 우선한다는 평범하고 간단한 진리를 실현.

SBS 취재파일: 정규보도보다 이쪽 코너가 훨씬 알찰 때가 많다.

미디어오늘의 ‘디지털퍼스트’ 현장 취재 연작: 정작 미디어오늘이 그 기사들을 제시하는 아카이브 활용력은 실로 난감하다는 것이 또 아이러니.

경향신문 “원전 회의록” 만화: 차고 넘친 멀티미디어 저널리즘 가운데, “왜” 이런 형식을 활용했는지가 가장 직관적으로 잘 전달된 사례.

 

** 주목할 국내외 시사 사건

국내.

세월호 침몰: 정서적 충격은 양분으로 두고, 안전성을 추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논의로 발전하면 좋겠다.

청와대 십상시 논란: 중요한 것은 사실 십상시가 누군가라기보다는, 문고리 권력이라도 상정하지 않으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투명하고 비합리적이고 결과물도 엉터리인 청와대 인사시스템.

통진당 해산 판결: 내 이상적인 상상은, 국회가 정해진 절차로 문제 인사의 의원 제명을 하고, 국민이 정당을 군소 종교정당급으로 듣보잡화시키고, 사법부는 정당 해산에 있어서 엄격한 조건을 요구해서 기각시키는 것이었다. 허나 현실은 뭐;;

쌍용차 해고노동자 소송, 대법원 원심 파기: 대법원은 법률심 기능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건 그냥 기존 자료를 뒤집은 모양새. 그래도 되는 거니까 그렇게 했으리라.

서울시의 서울 인권헌장 거부: 희대의 삽질이었다고 판단한다.

마카다미아 회항: 재벌 간부의 개인 인성 문제가 아닌, 기업 지배구조 왜곡과 눙치기가 초래하는 부패 문제.

토크콘서트 백색테러: 이 사건을 주류사회의 여론이 진영공통으로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의 야권 위축: 지방선거는 지역이슈의 각축장입니다. 제발 잊지 맙시다.

군대 폭력 이슈화: 윤일병 사망, 임병장 총기 난사, 남병장 대충 방면 등, 오래 곪은 병영 인권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나옴.

각종 붕괴 사건들: 경주 콘도, 판교 환풍구 외. 붕괴에 기여한 개별 요소들의 비중은 사건마다 달라도, 안전 절차 준수 부족이라는 공통점은 항상 등장한다.

– 그리고 러버덕: 갑툭튀 대유행. 하반기에는 허니버터칩이 그 자리를 차지.

 

해외

미국의 내재화된 인종차별 문제가, 경찰의 여러 치사 사건들 및 후속조치로 인해 대폭발: 퍼거슨, 뉴욕, 클리브랜드, 밀워키…

ISIS 급부상: 통쾌한 정체성이 있으면, 후진 사회관과 폭력적 극단주의로 무장한 자들조차 세력을 키워낸다.

홍콩 우산혁명: 온전한 민주제를 얻고자 시민들이 스스로 일어나려면 갖춰야할 크고 작은 조건들에 대해 많은 화두를 남겼다.

말랄라 노벨평화상: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운동하여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노력을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면, 아직 십대 소녀라고 해도 노벨평화상을 못 받을 이유가 없다.

또 팔레스타인 침공: 팔레스타인 통합에 대한 이스라엘의 견제, 민간인 납치 살해 보복의 상호 에스컬레이션, 로켓탄과 미사일의 교환, 비례 따위 없는 파괴와 억울한 죽음들.

멕시코 집단살해 쇼크: 반면교사로 삼기조차 난감한, 황당한 부패의 극단.

에볼라 불안: 이번에는 본격 미국, 유럽으로 환자가 도달하며 세계적으로 불안 증대. 오죽하면 타임지 올해의 인물이 ‘에볼라와 싸우는 이들’이겠는가.

CIA 고문 보고서 공개: 소위 “강화 심문기법(enhanced interrogation techniques)”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사건: 우크라이나든 러시아든 러시아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 분리세력이든, 확실하게 책임을 조사하여 제3국 민간기를 격추한 전쟁범죄로 다스려야 할 사안…이지만 그게 어렵다.

미국 동성결혼, 각 주에서 합법화 승승장구: 꾸준하고 효과적인 운동이 결실을 맺어가는 모습.

 

** 올해의 키워드

지휘공백.
지휘자의 역할이란 책임을 지고 상황을 지휘하는 것. 그러라고 높은 사람 대접도 해주고 권한도 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뻥뚫린 사례가 차고 넘친 한 해다. 가라앉는 배에서, 자기가 구출될 때까지 선장의 역할 공백. 구조 투입 의사결정에서 몇시간 씩이나, 청와대의 역할 공백. 동성애 차별 금지라는 당연한 문구조차 통과시킬 수 없다며 인권헌장을 꽝내고는, 며칠 동안씩이나 시청 점거가 필요할 정도로 서울시장의 역할 공백. 국정원과 특수사가 국내여론 공작한 것이 마구 드러나는데도, 나서서 제대로 기소 물리는 검찰 노력의 공백. 거짓선동으로 우익테러를 유도할 지경인 TV조선 같은 방송국이 재심사에서 우수평가를 받고 자빠진 아사리판을 바로잡을만한, 방통위의 전문적 리더십 공백.

지휘자가 권력은 가지되 제대로 지휘는 하지 않을 때는, 별반 권력도 뭣도 없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중하게 댓가를 치루게 해야 한다. 그런 메커니즘을 두는 것이 합리적 사회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주: 사실 원래는 ‘안알랴줌‘을 뽑으려고 했다. 청와대 인사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주요 언론의 업무에 언론규범이 과연 어떻게 반영되는지, 시민들의 정치인 지지 취향에 대체 어떤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다들 워낙 안알랴줌이라서. 하지만 괜히, 세월호 7시간 이야기로 축소되어 받아들여질까봐 막판에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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