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언론 관련 쌩코미디 몇 토막

!@#… 그냥 이런저런 언론 소식 뒤적이다가 던져놓는 생각의 토막들. KBS, 태극기, 쇠고기리콜, 최민수, 투명망토에 관하여(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알 수 없잖아!).

!@#… 토막 하나. 이명박 대통령, KBS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에 냉큼 서명. 이 분은 확실히, 자신이 얼마나 엄청난 악역을 자처하고 있는지 최소한의 자각도 없음이 (다시 한 번) 확실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소송이 최대한 오래 최대한 시끄럽게 진행되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는 이 이슈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이의 뇌리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기는 한가 보구나” 하고 각인되었으면 한다. 최소한, 차기 사장에 MB 미니미(앞으로는 MBMM이라 칭하도록 하겠다)를 뽑으려고 하면 사람들이 버럭 화낼 수 있을 정도로.
[0813추가: 아 씨발(클릭)]

!@#… 토막 둘. 대통령의 올림픽 응원에서 태극기 뒤집어 들기 사건. 뒤집어 든 것에 대해서 대통령에게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 중 극히 일부는 그보다 “태극기 나온 사진이 포털에서 사라졌다”는 점에 분노. 하지만 그런 분들 가운데에서도 상당수는, 알고 보니 포털이 없앤 것도 청와대가 압박을 넣은 것도 아니라 언론사에서 불필요한 소란을 우려해서 삭제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분노를 누그러트리신 듯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실관계가 밝혀졌으니 이제부터야 말로 본격적으로 분노해야할 타이밍이 아닌가 한다. 앞선 미디어오늘 기사에서 인용해보자:

한편 박창기 연합뉴스 사진부장은 (…중략…) 국가체면도 있고 해서 내 판단으로 그날 밤 10시 넘어서 기사를 내리고 대통령 손에 든 태극기가 안 보이는 사진만 남겼다”고 말했다. (…중략…) 고명진 뉴시스 사진영상국장은 “국가 위신을 생각해서 밤 10시께 기사를 송고하며 대통령 손에 든 태극기 부분만 잘라냈다.

… 도저히 이 따위 천박하기 그지 없는 언론관이 여전히 통용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국가의 체면과 위신이라니, 이건 2년전 황우석 사기사건 언론재앙의 근간이 되었던 국익만세지랄병의 망령이 그대로 남은 것 아닌가. 부탁인데 팩트보다 (국가) 위신이 중요하다는 사고방식이면, 언론이 아니라 홍보처로 자리를 옮김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 토막 셋. 쇠고기 리콜관련, 1년전 보도를 연합뉴스에서 잘못해서 최신뉴스인양 뿌리자 그대로 온갖 신문으로 퍼진 사건. 이건 너무 한심해서 해설도 필요없다. 마치 이름까지 베껴버려서 컨닝을 들킨 머저리 초딩들의 쌩쑈를 보는 듯. 뉴스포털 사이트들이 언론의 기능을 일부 하기 때문에 언론사와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논의가 많은데, 이런 것을 보면 언론사가 자체적 취재 기능을 스스로 개무시하기 때문에 뉴스 포털사이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측면도 무시못할 듯 하다.

!@#… 토막 넷. 은둔중인 최민수 이야기, 은둔 생활 이후 첫 본격 취재. 두둔할 생각도 없고 팬도 아니고 모든 사실이 밝혀졌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증거물에 입각한 무혐의 처분 이후 이런 식으로 다른 각도의 후속 정황들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 한 때 미친듯이 오버해서 생매장에 앞장섰던 각종 ‘언론’의 연예부는 놀랄만큼 조용하다. 아직 사람들 관심도 좀 있고, 뉴스 가치가 없지는 않을텐데?

!@#… 토막 다섯. 사실 외형과 상관없이 기본기 자체가 부족한 언론일수록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호들갑”이다. 뭔가 더 선명해 보이고 싶고, 더 대단한 이야기인 듯 보이고 싶어서 오바를 떠는 것. 그 과정에서 선정성도 발생하고 특종지상주의도 발생하고 소설쓰기도 발생하고 그로 인한 여러 부대피해도 발생한다. 그런데 엄청난 규범론을 따지기 이전에, 너무나 일상화된 오바질부터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빛을 굴절시켜주는 신물질 개발성과에 대한 소위 ‘투명망토’ 기사. 영국의 선데이타임즈 기사를 인용해서 서울신문의 나우뉴스에서 기사화. 그런데 이 사안을 다루는 어휘들을 보면 확 차이가 난다.
– “although this is still years off”, “have moved closer“… (Sunday Times)
– “눈 앞”, “개발이 멀지 않았다”… (서울신문)

자꾸 필요한 검토를 건너뛰고서라도 실제 이상의 것을 독려한다는 점에서, 호들갑은 야매성과 친구다. 세트로 척결해야할 친구들.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음 이런 식으로 넣는구나;;; 티스토리에는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플러그인이 있다던데, 워드프레스같은 설치형 블로그용 소스공개는 안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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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thoughts on “최근의 언론 관련 쌩코미디 몇 토막

Comments


  1. 언론이 아니라 홍보처로 자리를 바꾸기 보다 언론을 홍보처 대체수단으로 만드는게 더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가령 이미 중간까지는 진화(?)해온 sbs 나 조중동 정도만 봐도 가끔은 그 임무를 성실히 수해한다고 봅니다.

  2. !@#… ullll님/ 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만들려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보지만), 스스로 자처하고 나서는 것이 핵심이죠. // 하지만 저는 이번 연합뉴스와 뉴시스의 행보는 각하에 대한 충성이라기보다, 팩트보다 국가위신을 먼저 챙긴다는 엉터리 언론관 자체의 해악이라고 봅니다.

  3. 알아서 기는 언론이 더 재수 없죠. 게다가 언론들이 서로 서로의 기사를 받아쓰기 하는 걸 보면 웃기지도 않더군요. 이건 얼마전 모 스포츠신문에서 특종이랍시고 제 블로그에서 이야기를 퍼간 뒤 소설을 마구 지어낸 사례입니다. http://www.dangunee.com/132328

  4. 2. 민족을 배재하고 생각하면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사진의 국기를 바꿔버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인에겐 그때 기억이 생생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4. 연말에 외국영화에 출연한다는 거 같은데, 그렇게 되면 다시 영웅으로 바뀔지도;

    어찌되었든 일련의 코메디에 대한 캡콜드님의 통찰, “언론사가 자체적 취재 기능을 스스로 개무시하기 때문에 뉴스 포털사이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측면”이 현상황에 대한 정확한 지적입니다. 다만 그들은 ‘개무시’한다고 보기 보다는 ‘현실적 이유’로 그렇다고 하겠지만요.

  5. !@#… 당그니님/ 우와, 정말 막나갔군요 그 스포츠서울 기자분. 약간만 먼저 알았으면 본문의 토막 한 꼭지로 포함시켰을 법한…;;; 강호의 도리만 땅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언론판의 도리도 아주 지하 150미터로 떨어진지 오래죠.

    의명님/ 분야를 막론하고, 배달겨레의 피 속에는 뽀샵의 혼이 흐르기 때문이죠 (핫핫). // 뭐, 둘 다 합쳐서 “현실적 이유로 개무시”할 수도…;;;

    nomodem님/ 하지만 닥터이블의 경우와 달리, MBMM은 좀… 많죠.

  6. 하아… 저 언론사의 영어해석능력은 항상 보고있자면 한숨밖에 안나옵니다… 언론사 시험볼때 토플토익점수 보지 않았나요? -_- 하긴, 이번 부시방한때 ‘non-combat help’의 동시통역의 단어선택에 대해 논란이 있을 정도니 뭐…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그 중요한 자리에서 말이지요!)

  7. 당그니님의 비극(?)을 접하고 생각난…….네이버에서 nomodem 을 검색하면 맨 1위내용이…”ID ‘nomodem’이라는 네티즌은 “군대에서 휴가나와 용산을 찾는 날 용산견을 만나면 변치 않고 그 곳에 앉아 있는 모습에 왠지 모를 기쁨과 안도감을 느꼈다”고 땡비를 회상했다”

    전 방위출신인데.

  8. !@#… erte님/ 영어능력의 문제라기보다, 호들갑을 발휘하고 싶은 의지 자체의 문제라고 봅니다.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자기 좋을대로 보이죠.

    nomodem님/ 제게도 “만화책 5만권”이라는 엄청난 뻥 기사의 추억이…;;; (클릭)

  9. 영어능력의 문제와 의지의 문제가 결합된건 이것도 있죠. 호주 신문에서 이렇게 쓴 문장을…

    “Korea’s world champion Park Tae-hwan, who upset Australian medal hope Grant Hackett to take gold in yesterday’s 400m freestyle, came in ahead of the mighty American.”

    (http://www.smh.com.au/news/swimming/phelps-subdued-in-200m-free-semis/2008/08/11/1218306728155.html)

    …한국신문에선 이렇게 번역해놓는군요.

    “박태환의 금메달 소식이 호주 메달의 희망 그랜트 해켓을 화나게 했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articleid=20080811153014147h2&newssetid=1331)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upset의 정의 6번까지만 읽어봐도 그렇게 번역할수는 없을텐데 말이죠.

  10. 전 ‘만화계의 황태자’가 저의 공식 별명이 돼 버렸고, 열권짜리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알려져 있지요. ㅠㅠ
    인터뷰 하다보면 어느새 만화가 무엇인지, 만화시장의 특성이 어떠한지를 설명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잘 모르면 차라리 외부기고가를 쓰면 될 텐데…. 쩝(본문과 관련이 없군)

  11. 헛 추억이 새록새록.. 따뜻한…의인…대부호…

    모과님 열권짜리 장편은 언제 나오나용?

  12. !@#… dreamlord님/ 오홋, 그것 또한 훌륭한 코미디군요! “악의로 가득한 피튀기는 경쟁”이라는 이유없이 박진감넘치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어서 혈안이 되어 있기에 생성되는 왜곡안이, 다소의(아니 상당한) 실력부족과 합쳐지면…;;;

    모과님/ 외부기고가는… 돈이 드니까요. 게다가 정말로 만화시장의 특성에 관심이 있는 것이라기보다, 대부분의 경우라면 인터뷰 내용을 정리할 맥락이 필요한 것 뿐이고. 그건 그렇고, 황태자 전하, 열권짜리 장편은 언제 만드실 예정이십니까? (핫핫)

    nomodem님/ 제가 좀 구세대 온라인꾼이라서, 과거 자료 소실을 싫어합니다. :-)

  13. “국익만세지랄병”
    intherye의 어휘가 +1 증가하였습니다.

  14. 그들이 물어봐서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한참 질문에 답하다 보면 이분들이 전혀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계시는 거죠. 그러니 내 말을 하기 위해선 대략 90년대부터의 만화판 흐름을 읊어대야 하는 것이죠. 하긴 “애니메이션이랑 만화는 다른 말입니다”부터 설명하는 연상호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 ㅎㅎ

  15. !@#… intherye님/ 기왕, MBMM도 애용해주세요 (물론 추천구걸버튼을 달아봤어도 12추천 이상 안올라가는 초마이너 감각의 블로그라서, 그다지 대세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모과님/ 그럴 때는, 세부 설명보다는먹음직스러운 키워드를 하나씩 던져주세요. 몰라도 여하튼 써먹을 수 있으니…;;;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스스로 키워드들을 지어내는 습성이 있죠 (황태자! 10권짜리 장편!).

  16. 스스로 기사를 내려버린 ‘국가적 위신’을 고려한 그들은 국정홍보처라고 불러야 마땅합니다. 알아서 기는 군사독재로 회귀한 바보들.

  17. !@#… 시린콧날님/ “2MB정권에 기지 않는다! 그저 국익을 생각할 뿐이다!” 라고 자처하는 사고방식이 슬플 따름입니다.

  18. !@#… 언럭키즈님/ 현재는 결과적으로 츤데레의 모습이 되기는 하지만, 보호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에까지 열심히 저널리즘의 도리를 구부려가면서 매달리는 오지랖은 어느 순간 얀데레가 될지도 모르죠.

  19. 전 예전에 보드타다 쇄골이 부러져서 병원에 입원해있었는데, 모 방송사에서 스키장에서 다친사람 인터뷰한다고 병원으로 왔더군요.

    그래서 다친 정황 이야기해줬는데 인터뷰 끝나고 하는 말이, ‘스키장에서 음주로 인한 사고 위험에 대해 방송하는데, 음주하고 타다가 다친걸로 인터뷰해주면 안되겠냐’ 라고 하더군요.
    간절하게 부탁하고 모자이크에 음성변조도 한다고 해서 그렇게 불러주는 대로 인터뷰했는데…

    담날 모자이크, 음성변조 없이 그냥 방송 나갔더군요. 덕분에 친척들에게 전화오고…
    -_-;;
    물론 설득에 넘어가 거짓 인터뷰를 한 저도 잘못이지만, 그 이후로 언론이나 방송의 인터뷰는 믿지 않습니다.

  20. !@#… 행인님/ 그런 언론사 그런 인터뷰의 사례라면, 그냥 실제 언론사명, 기자명, 기사명 그대로 공개하셔도 좋습니다. 아니, 확실히 공개해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