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의 KBS 정권방송화(공영방송의 이상향이야 이미 날라갔고, 국영방송 같은 용어마저 사치스러우니) 계획, 오늘도 순조롭게 한 걸음을 딛었다. 이슈가 광우병이나 서태지나 올림픽에 비해서 재미가 없다보니 은근히 인지도가 마이너한지라, 우선 지금까지의 간단한 줄거리 소개부터 들어가자. 그리고 그것에 얽힌 생각의 토막들.
!@#… 줄거리 요약: (전략)… 2008년 1월. 한 사회의 불가사의한 천박함을 대변하고자 당선된 새 정부는, 당선과 함께 어떻게든 공영KBS 방송국의 수장을 짜르고 자기 정권의 인사를 집어넣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펼쳐온다(클릭). 그런데 KBS노조는 원래 현 정연주 사장과 관계가 좋지 않아, 여러 이유로 사장 퇴진 입장을 밝혀왔다(클릭). 그리고 2월에는 공식 성명까지. 사실 굿보고 떡먹어도 좋았을 새 정부는, 그러나 특유의 추진력(…)으로 전방위 압박을 시작했다. 특히 광우병 정국 속에, 자신들을 엿먹였다고 굳게 믿고 있는 두 공영방송국을 물먹이기 위해 KBS는 사장 교체를 통한 정권방송화, MBC는 민영화라는 두 축으로 복수하기 위한 칼날을 휘둘렀다. 그 과정에서 진보적 성향으로 알려져있던(즉 정치논리에 의한 KBS 사장 경질에 반대하던) 김금수 이사장 사임(클릭), 교수직에서 짤리는 사장 교체 반대파 이사도 나오고, 하여간 참 집요하게 공세가 계속된다(클릭, 또 클릭). 역시 생크림 케잌 위의 딸기 격은, 검찰과 감사원을 풀어서 먼지가 나올 때까지 털어보자 프로젝트(클릭). 청와대-한나라당의 의중을 못 읽은 이색적인 소신발언도 나오지만, 묻혀버림(클릭). 여튼 결국은, 공권력 및 사설 어깨들을 좀 풀어서 날치기 이사회 개최(클릭). 반대자들에게 좌빨이라 놀림받는 경향/한겨레를 제외한 대다수 소위 ‘신문’들은 공영방송이 정권방송이 될 위험에 처했든 말든, 언론자유가 휘청이든 말든, 입닥침(클릭). 그리고 KBS노조는 “사장 경질 = KBS를 정부에게 날로 먹힘”이라는 엄한 상황의 심각성에 직면(클릭). (더 자세한 내용들은 미디어오늘에서 더 찾아보시길)
!@#… 토막 하나. 결국 사장 경질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기로 결정했다는 KBS이사회의 명분은 이렇다.
이사회는 “백척간두의 상황에 있는 국민의 방송 KBS의 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사분오열된 조직 내 갈등을 해소하고, 합리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여 공영방송의 기틀을 다지고, 양극화되어가고 있는 사회를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는 불편부당한 공영방송으로 더욱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 정연주 사장을 해임제청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선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프레시안’ 보도에서. 클릭)
그 자체는, 생각보다 꽤 말이 되는 명분이다. 수사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인 비리가 따로 적발된 것이 없다 해도, 애초부터 낙하산 임용에 2006년에 얍삽이 재임용, 두 아들 병역 문제, 원칙 부족 인사 운영, 적자 경영에 대해 공공목적에 맞는 합리적 근거 부족 등 현 정연주 사장의 단점은 극명하다. 물론 편파성 운운에 대해서는 글쎄욜시다스러운 것이, 송두율 다큐에 빡돌아하는 것은 조선일보(와 그 빠돌빠순이들) 따위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탄핵 당시 방송의 대처로 치자면(클릭) 자고로 언론은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적극적 토론 지형 반영을 목표로 해야한다는 것을 지극히 평범한 당위라고 생각하는 만큼, 도저히 감사원이나 한나라당 모 의원들의 일방적 쌩쑈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정치꾼들 특유의 착시 작전이 이 사안에 가득하다. 앞서 줄거리 요약에 걸린 기사들에서 엿볼 수 있듯, 애초부터 정권지향성 때문에 쫒아내려고 준비를 해놓고는, 경영 이야기는 명분을 만드느라 나중에 끼워맞췄으니 말이다. 즉 현 사장의 문제점과 정부의 적극적 해임 의지는 별개의 사안이다. 사실 이것은 당초 KBS노조의 입장과 맞닿아있기도 한데, 그들이 옳다 그르다 판단할 만큼 내부사정에 밝은 것이 아니니 사장 퇴진에 대해서는 capcold는 판단을 유보한다. 하지만 정권이 내 편 인사에 대한 순수한 의지에 의해서 퇴진을 시키는 것은 공영방송이라는 컨셉 자체와 공공성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에 의거해서, 당연히 반대한다. 이 이슈 자체를 바라보기 위한 가장 간편한 가이드,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
!@#… 토막 둘. 대통령이 KBS 사장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임명권 vs 임면권 논쟁. 법적이기보다 정치적인 그 당 의원들과 청와대 실무자들의 컨셉은, 임기보장을 통한 독립성이고 자시고 다 필요없고, 뽑은 이에게 짜를 권리도 법적으로 자동 보장되어 있다, 라는 무척 단순명쾌한 논리. 즉 무능하고(명분) 마음에 안들면(의향) 잘라도 된다는 무척 실용적인 자세 되겠다. 만약 이런 초법적(이라고 쓰고 야매적이라고 읽는다) 발상을 사법부에서 손들어준다면, 사회 전반이 일관된 논리에 의해서 운영되어야 하기에 결코 이번 사안 하나에 한정될 제한적 파장이 아니다. (5초 침묵) …어라?
대한민국 헌법 제67조 ①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
하필이면 문책사유도 적자경영, 인사전횡, 아들 특혜 … OTL 여튼, 이 땅의 자칭 보수들은 총궐기해서 그런 무법무질서를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닌가?)
(노파심에서 080809추가: 물론 이건 실제 법적인 근거 이야기가 아니라(실제로는 임명/임면의 컨셉가지고도 섬세하게 다투는 판에, 선출과 임명을 구분 못하면 곤란하니까), 그 기저에 깔린 논리 자체의 빈약함을 풍자하는 개그. 덧붙여, “그러니까 우리도 이명박 대통령 짜르자”가 아니라 도대체 왜 특정 직책들이 임기보장을 기본적으로 보장하며 면직을 위한 조건 충족에 여러 제한을 두었는지 좀 생각해보자는 취지.)
!@#… 토막 셋. 이사회를 통한 경질 퍼포먼스는 확실한 호러지만, 사실 진짜 공포는 따로 있다. 원래 진짜 공포는 “다음에는 뭐가 튀어나올까” 하는 서스펜스에서 오는 법.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 구본홍 YTN 사장 임명, 언론재단 이사장 사퇴 압박의 사례에서 보듯 도저히 현 정권의 인사 안목이 정상인에 준한다고 신뢰할 근거가 없다. 중립성이야 애초에 물건너갔고, 공정성에서도, 전문성에서도 도저히 “말이 되는” 구석이 드물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믿을 판에, 콩으로 쑨 메주라고 뻥치고 존내 이상한 똥덩어리들을 한웅큼씩 내민 지난 6개월의 전례를 깨끗하게 잊어버리란 말인가. 그래, 차기 KBS 사장으로 거론되는 후보는 그래서 또 누군데?
박 본부장은 특히 KBS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강동순 전 KBS 이사와 김인규 전 당시 이명박 후보 방송경영전략실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정당 활동을 했던 낙하산 인사”라고 규정하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미디어스 기사에서. 클릭)
강동순씨라면, 이런 이야기를 내세우고는
차기 방송위원으로 선임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강 감사는 ‘KBS와 권력’에서 KBS와 역대 정권과의 ‘유착 관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KBS의 일부 PD들이 정권의 의도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내부 인사 등에 개입해 부적절한 권력을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기사에서. 클릭)
실제로는 이런 평가를 받는 분. 이제 정권방송의 수장으로 거론된다고? 다른 한 분인, 좀 더 유력한 후보로 오래 거론된 김인규씨는 이명박 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 공보팀장, 대선 후보 당시 선거캠프 방송전략실장. 장난하는거지? 그치? 아 물론 낙하산은 이명박 정부의 전매특허도 아니고, 2003년 노무현캠프 언론고문 출신 서동구 사장도 낙하산으로 KBS에 부임하고는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으로 11일만에 사퇴했던 바 있다. 하지만 그런 식의 최소한의 사필귀정이 항상, 아니 하다못해 자주라도 성공하리라 속단하지 마시길. 2008년 오늘의 YTN 구본홍 사장은 지금도 열심히 새벽에 몰래 출근하곤 한답니다.
여튼, 이런 면면만 봐도 가히 공포스럽지 않은가. 아니면 뭔가 마음 속 공포회로가 지나치게 둔감해지지 않았는지, 한번 자책을 해볼 일이다. 해임의 야매성이 필연적으로 가져올 (더) 야매적 사회상황보다 당장 무서운 것은, 고작 거론되고 있다는 인사들의 무시무시한 부실함이다.
!@#…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만약 촛불 시위 정국을 하면서 광우병 무서워, 또는 단순히 이명박 절대악 그런 것 말고 약간이라도 더 진지하게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분들이 있다면(있다는 것은 알지만, capcold의 짐작보다 훨씬 많기를 희망한다), 반드시 현 정부의 언론장악 프로젝트에 주목하시라는 이야기. 시청료수신료 납부 거부운동도 좋고, 싸움에 나선 의원들이나 언론운동단체에 후원금 주는 것도 좋고, 오바질로 인한 역효과만 조심해준다면 더 기발하고 직접적인 행동이라도 좋다. 하지만 그 전에 우선은, 사안을 알고 또 알리는 것 부터.
PS. 이번 날치기 이사회를 통과시킨 KBS이사진의 친 이명박 정부 이사 6인. 뭐 각자의 정치적 위치와 욕망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고 사는 것이고, 이 개인들이 아니라 다른 또 누군가가 갔어도 어차피 성향과 구도로 만들어진 이사진 배치인 만큼 결론은 같게 나왔을 터. 하지만 이런 이야기와 이런 시각으로 한 세대의 업계와 후학들에게 빛을 비춰주던 인재가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무척 씁쓸하다. 역할모델에서 반면교사로 바뀌는 것은 학문이든 정치든 뭐든 명예를 먹고 사는 분야에 있어서 가장 큰 치욕일 터인데, “강호의 도리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from 영웅본색).
—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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