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TN사태 정상화를 기원하는 ‘그때 너는 검었다’ 이벤트의 AS해설편, DVD로 치자면 일종의 코멘터리 트랙. 비록 산발성 이벤트지만, 이왕이면 이런 것도 뭔가 조금씩이나마 ‘노하우’의 축적을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첨가.
!@#… 사회문제에 대한 홍보 이벤트의 경우, 가장 먼저 직면하는 질문은 정해져있다. “고작 내가 이래봤자 어떤 실질적 힘이 있나“. 캠페인 덕분에 국민의 뜻을 알게되어 누군가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눈물을 흘리며 개과천선 감동의 해피엔딩 그런 거 없다(마치 그런 것 처럼 보인 착시 사례가 역사적으로 몇번 있어서 오해를 사곤 하지만). 천만명이 일어나도 그런 일 없고, 그런 방식에 기대는 것이 그리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슈의 중심에 놓인다는 것은 보기보다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 – 그러니까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 어쩌고 하는 이야기들을 아직도 할 수 있는 거지. 비유하자면, 사회참여에 있어서 캠페인의 역할은 일종의 장작 쌓기라고 할 수 있다. 장작만 쌓는다고 저절로 낭만의 모닥불 데이트가 되지는 않지만, 어떤 방식으로 불을 붙일 생각이라 할지라도 여하튼 장작이 있어야 모닥불이 성립된다(물론 그 ‘애인을 확보한다’ 같은 엄청난 과제는 별개로). 그리고 종종 더욱 중요한 것은, 장작을 쌓는 과정에서 그 행위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조낸 장작 패고 무겁게 운반해서 공들여 준비하는 것으로 보아, 나는 이번 데이트에 승부를 걸었나봐”. 이것을 러프하게 다시 캠페인 이야기에 적용하자면, ‘여론 형성’과 참여자들의 ‘가치 부여’다. 하지만 여론 형성은 좀 심히 복잡한 과정이라서 이벤트 캠페인 하나로 뾰로롱 인과적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그냥 정직하게, 여론형성을 위한 도구가 되어주는 ‘광고 효과’ 정도로 해두자. 즉 광고효과와 스스로의 이슈 몰입.
!@#… 그런데 즉흥적인 이벤트 제안을 위한 짧은 격문 속에서, 그런 목표들을 어떻게 유도해낼 것인가.
1. 광고효과. “그때 너는 검었다” 캠페인은, 고작 하루 전에 즉석에서 벌인 것이라는 한계 속에서 나름대로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몇가지 통밥을 굴렸다.
첫째는, 이왕이면 눈에 잘 들어오게 하자는 것. 온라인 행동의 대표격인 배너 하나 달기는, 솔직히 장기간 대세가 되어 아이콘화가 되지 않는다면(촛불 배너의 경우처럼) 눈에 별로 안들어온다. 하지만 화면 전반에서 뭔가 어?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주목을 끌 수 있지 않을까.
둘째, 효과적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는 다시 몇가지 발상이 필요하다.
a) 상황을 이해하게 만들어야 한다. 설명은 간명하게, 하지만 너무 단순화시키지 않고. 문제의 ‘패턴’을 뽑아내서 이 사안이 “그들끼리의 이권다툼”이기 이전에 “보편적인 사회문제”라는 점을 부각. 즉 개입하고 싶을만한 사안이라고 뽐뿌질.
b) 전염성을 부여한다. 내가 내 입장 표명하고 끝이 아니라, 여러분도 각각 해보고 더 많은 이들을 끌어오세요라고 제안하기.
c) 참여 방식의 자유도를 높인다. 참여방식이 고정되어 있으면 스스로 무언가를 투여한다는 느낌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배너 달기는 쉽고 보편적이지만, 개성을 발휘할 틈이 없다. 행위에 대한 이입감을 높이려면 큰 틀만 주고, 그 틀 내에서 각자 자유롭게 나서도록 하는 쪽이 좋다.
d) 참여 대상을 넓게 규정한다. YTN 관계자나 비분강개한 열혈 지사들만 참여하라는 식이 되면 곤란하다. 그들은 이미 여기에 개입되어 있어서, 캠페인의 의미가 없다. 순수성/진정성 같은 개념은 고이 포장해서 냉동실에나 넣어놓고, 폭넓은 이들이 각자의 느낌에 의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판을 개방한다. YTN이라는 방송의 과거나 현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YTN 노조를 탐탁치 않게 여겨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건의 경우 보편적으로 인기있는 특정 프로그램인 ‘돌발영상’을 언급했지만, 사실 심지어 그 프로를 좋아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보편적인 선의 원칙을 바탕에 깔되, 고리타분한 도덕율로 가지 않도록 각자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소소한 이득을 건드려준다. 지금껏 재미있어 했던 그런 ‘돌발영상’을 앞으로 다시 보려면 정권의 의도에 개길 줄 아는 이들이 계속 활동해야 한다든지.
2. 이슈 몰입. 이것의 핵심은 바로 “참여의 기억”이다.
첫째, 참여하는 것이 ‘약간’ 귀찮아야 한다. 참여하는 방법이 많이 귀찮으면 참여를 안한다. 하지만 너무 쉬우면, 투여된 노력이 적어서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때 너는 검었다”의 경우 스킨을 검게 칠하고 인증샷을 박는 것을 기본 모델로 주고, 각자 하고 싶은대로 더 혹은 덜 하도록 열어놓았다. 결과적으로 어떤 분들은 검은 미소녀 일러스트를 그리셨다든지 하는 좀 더 노력이 투여되는 작업을 하셨다. 어떤 분들은 굵은 검은 색 글자로 포스팅을 하셨는데, 그 경우도 대부분 “스킨을 바꾸고 싶었는데 스킨 변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라는 이유가 있다. 즉 해보려고 했는데 못했다는 노력 투여가 있는 셈이다. 그 귀찮음은 기억으로 바뀐다. 내가 그렇게 했구나, 그런데 내가 왜 그렇게 했더라. 또한 하루 동안 블랙이라는 컨셉은 그 다음 날에 다시 원상복구를 하기 때문에, 한 번 더 귀찮아진다. 기억은 강화된다.
둘째,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 배너의 경우만 해도 일정기간이 지나서 혹은 디자인 변경에 의해서 배너를 다시 내리게 되면 그냥 잊혀지기 쉽다. 그런데 하루 블랙 이벤트라면 더 순식간에 잊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제안한 것이 인증샷이다. 참여했다는 포스팅과 인증샷이라는 기록이 남아있으면, 참여의 기억은 그만큼 강화된다. 다만 이왕이면 그 기록이 묻히지 않고 필요시 다시 상기/유통되는 것이 중요한데, 일종의 참여한 분들의 디렉토리 페이지를 만들면 유용할 듯 싶다. 물론 한 명이 모든 링크를 찾아볼 수는 없으니 위키 형식으로 해서 각자 등록한다든지 말이다. 하지만 현재도, 트랙백 보내기를 통해서 많은 이들이 연결되어 있다. 몇몇 클러스터로 분리되어 있다 할지라도.
!@#… 그런데 아무리 이런 큰 틀에서 머리를 굴려서(라고 해도 바로 전날에 즉흥적으로) 내민 캠페인이라고 할지라도, 몇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그리고 몇가지 대답들.
Q1. 이런 기억은 하루이틀 지나가면 잊고 땡 아닌가? 적어도 대다수 사람들은, 먹고 살기 바쁜데 하나의 이슈에 계속 관심 가지기 힘들다고.
A1. 이봐요, ‘15분간의 명성‘의 시대에, 무려 하루 기억한게 얼마나 큰 일인데! …물론 그것에 만족하고 배불러하면 곤란하겠지만.
Q2. 그래 하루 검게 칠했는데, 이제 끝? 이후에 할 수 있는 일은?
A2. 각자의 형편에 맞추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시길 권장한다.
– Lv1은, 나중에 이쪽 사안에서 불행히도 큰 사건이 터져서 뉴스를 도배하게 될 때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 Lv2는 이 이슈에 대한 새 소식들이 나올 때 추이에 주목하는 것.
– Lv5는 이 이슈에 대해서 빠삭해지고 항상 기억하는 것.
– Lv10는 자신의 전문성을 이 사안을 이해하는 것에 접목시키는 것. 애초에 언론계통 전문이라면 뭐 너무 뻔하고, 예를 들어 미소녀 오덕이라면 이 사태를 막장 미연시 시나리오에 비유하며 풀어보든지.
– Lv50는 자신의 전문성으로 이 사안에 아예 개입하는 것. 만화가 전문이라면 이 상황에 대한 만화를 그리고, 키워질 전문이라면 키워질을 하고, 웹프로그래머라면 플래시 게임이라도 만들고. 누구나 똑같이 길거리 나와서 촛불 드는 것은 완벽한 낭비다(어쩔 수 없는 극단적인 경우란 항상 발생할 수 있지만). 이왕이면 각자 자기 잘 하는 것에서, 자기 하고 싶은 만큼씩 개입하기가 좋다.
– Lv99은 이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인과응보가 담긴 사회적 내러티브를 성립시키는 것. 정치권력이 부당하게 맘대로 언론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면 큰코다친다, 라거나. 사회의 지배적인 규범이 그런 식으로 스며들어갈 때 비로소 개인은 물론 사회로서도 만렙이다.
한번, 자신의 각오는 어느 정도의 레벨까지인지 가늠해보는 것도 좋겠다.
Q3. 이게 과연 끝일까?
A3. 아마 그럴 리 없으리라 본다. 방송국이다 보니 이전 시사저널 기자단 파업에서 시사인이라는 새 매체 창간으로 간 경로를 따라갈 수도 없고, 어떤 식으로든 사람이 물러나야 결론이 지어질테니까. 한 해가 가기전에 3차, 운나쁘면 4차 ‘YTN 생각하는 날’이 돌아올지 모른다. 그 때는 좀 더 일찍, 더 알차게 밑밥을 뿌리며 더 재미 있는 참여 이벤트로 화제를 모아보는 것이 좋겠지. 그리고 그 사이에 가급적이면 Lv5 정도까지는 지향해보고, 여력에 따라서 더 참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또한 그 쪽 YTN노조 응원 카페에서 참여 행동 강령 같은 것을 가끔 뿌릴 때 주목하고.
!@#… 여튼 오늘의 결론.
“YTN을 싫어해도 상관 없습니다. 낙하산 자체는 불가피한 정치과정이라고 여기셔도 상관 없습니다. 스스로 진보를 자청하든 보수를 표방하든 상관 없습니다. 정권의 의도를 무모한 방법으로 개입시켜서 저널리즘의 품질이 박살나기 직전인(KBS는 이미 박살났…) YTN 사태의 정상화를 위해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 간지가 아주 제대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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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캠페인의 표어는 20세기 만화의 금자탑이자 희대의 경전, “멋지다 마사루”의 챕터제목 “그때 너는 붉었다”에 대한 오마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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