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기사 때문에 한국의 문화수준이 어쩌니 하면서 약간 시끄러운 듯 하다. 일인 즉슨,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부산영화제 때문에 방한했는데 대접이 부실해서 화내며 가버렸다는 내용. 발단은 한 기사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기사를 적당히 짜깁기 인용해서 몇몇 유사 기사들이 후속타로 연결되기도 했다. 절망했다! 한국의 문화수준에 절망했다! 식으로 개탄하는 여러 블로거들 리플러들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 capcold에게는, 뉴스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두 가지 요소를 사람들이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기회였다. 뭐 별 다른 설명은 필요없고, 우선 자료부터. (강조는 capcold)
A.
엔니오 모리코네, 피로누적 PIFF 핸드프린팅 불참
2007-10-04 23:22:00
[마이데일리 = 부산 이경호 기자]
만 79세의 고령으로 오랜 비행에 2일 연속 2시간이 넘는 공연을 직접 지휘했고 연이어 이날 부산으로 이동한 모리코네는 피로 누적을 호소해 오후 4시 미리 핸드 프린팅을 진행했다.
B.
강동원에 마비된 PIFF, 국제망신
2007-10-06 16:28:39 [마이데일리 = 부산 이경호 기자]
하지만 200여명의 취재진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아 행사 시작이 지연됐다. 특히 사진촬영과 방송사 카메라 동영상 촬영이 동시에 진행할 수 없는 작은 규모의 시드니룸을 장소로 정한 것이 문제의 발단. (…) 이 과정에서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곤혹스러운 표정을 촬영하려는 사진기자를 경호원이 강하게 저지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C.
엔니오 모리꼬네, ‘PIFF에 불쾌해’ !
2007-10-07 14:16:42 [부산=이경호 기자]
엔니오 모리꼬네는 당초 핸드프린팅을 진행하기로 했던 개막축하 파티에도 예고 없이 불참했고 5일 오전 부산을 떠났다.
!@#… 행여나 이 개그를 한번에 이해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한 오지랖 보충설명. 4일날 개막식이 있었다. 그런데 4일날 4시에 이미 피로누적으로 행사 불참을 결정하고 핸드프린팅만 미리 방에서 해줬다. 그런데 4일날 밤 개막식 입장의 의전 미숙 때문에 밤의 개막파티 핸드프린팅 행사에 불참했단다(이거, 시간여행 SF?). 미리 돌아갈 준비 하는 고령의 어르신이 밤 10시반에 하는 파티에 쌩쌩하게 참석할 것이라는 발상도 좀 웃기기는 하지만. 한 마디로, C.기사는 개 구라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문예창작의 영역 되겠습니다.
!@#… 게다가 그 기사를 쓴 기자가 같은 사람인 이상, 몰랐어요 잉잉 하는 변명이야 애초에 성립이 안되고. 그런데 4일의 드라이한 불참 예정 기사와, 7일의 진득한 영화제측 까버리기 기사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기에 그렇게 화장실 가기 전과 후 마냥 태도가 돌변했던가. 유일한 이유인지, 결정적인 이유인지, 아니면 이유인지 아닌지도 미리 단언할 수는 물론 없겠지만, B.같은 사건이 좀 있었다는 정도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아 왜 그랬어요. 기자의 악의를 자극하면 어떤 종류의 일들이 벌어릴지 예상들을 좀 하시지 그랬어요. 차라리 곤혹스러운 표정 한두번 찍혀주고 마시지 그냥. 아니 뭐 그런 식으로 악의를 자극받는 기자가 별로 훌륭한 기자, 그런 기사를 실어주는 지면이 제대로 된 언론일 확률은 물론 한없이 순수한 0으로 수렴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런 경우들이 실제로 차고 넘치는 것을 (객관적인 척 하려고 약간 제스쳐를 취했지만 결국 엇비슷한 수준을 자랑하는 다른 스포츠”신문” 기사도 한번 보시길).
!@#… 하지만 capcold는 애초에, 도대체 왜 이 건이 이렇게 퍼지고 있었는지 자체부터가 좀 의아하다. 사람들이 마이데일리 같은 그저그런 연예뉴스사의 기사에 왜 그렇게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보던 시절이 오기 전에, 지하철 가판대 타블로이드 ‘연예영화신문’에 나온 기사들을 보면서 그렇게 신뢰를 보낸 적이 있던가? 그 뭐냐, ‘배용준 벗었다’라고 1면에 써있으면, 그 밑에 조그맣게 “배용준이 이미지 쇄신을 위해 안경을 벗었다”고 써놓곤 했던 그 찌라시들 말이다. 아아, 그렇지. 사람들은 ‘마이데일리’ 뉴스를 본 것이 아니라, ‘네이버 뉴스’, ‘미디어다음 뉴스’를 본 것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듣보잡 3류 언론사의 찌라시성 기사나, 심층취재를 한 밀도 높은 기사나 모두 같은 지면으로 뒤섞여 있는데도 사람들은 그냥 하나의 ‘언론’으로 받아들여버리는 그 이상한 공간. 그래서 무려 제목에 ‘느낌표’가 붙어있는 쌈마이 티 줄줄 흐르는 기사에도 일희일비할 정도다(‘PIFF에 불쾌해’!).
!@#… 처음에 말을 꺼낸, 뉴스 읽기의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요소, 그것은 바로 “기사의 출처가 어디냐(기자, 언론사 등)”, 그리고 “언제 쓰여졌냐” 라는 것이다. 그것들이 바로 기사에 맥락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그것이 바로 하나의 독립된 객관적 정보로서의 뉴스가 존재할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착각에서 벗어나서, 사회현실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뉴스를 능동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한국언론은 역시 안된다느니 낚시꾼들이 난무한다느니 하는 지당하고 뻔한 푸념을 늘어놓는 것도 좋지만, 이놈의 세상 당하고만 살 수는 없지 않는가. 자기 자신의 뉴스 수용 능력의 근육도 좀 키워야지.
PS. 그리고 리플과 블로그질을 통해서 헛소문 확산에 기여한 만큼의 10분의 1, 100분의 1만이라도 그 소문의 정정에도 좀 기여해보는 담론 매너는 좀 어떨까. 뭐, 그런 것은 정의를 위한 분노만큼 유쾌하고 흥겹고 재미있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약간추가) 리퍼러 따라서 DVD모 게시판을 가보니 굳이 귀찮게 설명을 달아줘야만 알아차릴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데, 이 포스트 자체는 난데없이 대세가 된 이명박 기차놀이 이야기도, PIFF가 문제없었다고 두둔하는 이야기도 아니랍니다 – 물론 그런 쪽 논의로 이어지는 것이야 전혀 반대하지 않지만. 허접한 저널리즘 (을 빙자한 사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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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콜드님의 캡쏭 쿨~한 글 ‘기자의 악의를 자극하면’을 읽고 드는 생각은 이런거다. 일단 위 글에서 캡콜드님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뉴스 읽기의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요소, 그것은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