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스 기사로 한번만 더 광우병 떡밥을 물다

!@#… 최근 한창 히트중인 광우병 이야기는 담론 생성이라는 관심분야 측면에서 충분히 흥미로운 떡밥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이상 파고 드는 것을 가급적이면 피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너무 눈에 밟힐 때는 어쩌다 한 번쯤 지적하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이다. 최근 가장 신선한 떡밥, 로이터스발 기사가 있던데, 일부 블로그에서 “미국에서 개밥으로도 안쓰겠다는 30개월 이상 소를 한국에서 수입한다고 본격 비웃는 기사”로 여겨지곤 한다. 원문까지 다 링크하며 분개하시길래, 한 번 찾아보기 쉬워서 편했다. 그래서 읽어보니…

FDA bans certain cattle parts from all animal feed
Thu Apr 24, 2008 | WASHINGTON (Reuters)

한국 독자들이 쉽게 착각하는 것이, 외국 언론이 한국에 무척 관심이 많을 것이라는 상상이다. 한마디로 대답하자: 택도 없다. 각자 자기 나라 관심사, 자기 소속 동네 관심사를 따를 뿐이고 나머지는 양념이다. 영국/미국 소속인 로이터스의(Reuters본부는 영국, 경영지분의 53%는 미국의 Thomson사) 이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시장을 종 부리듯 하는 미제가 강요하는 광우병 공포에 대한 근거를 덧붙이고 싶은 분들의 바람과 정반대로, 기사의 핵심은 미국이 광우병 예방을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내용이다. 우선 30개월 이상 소의 동물용 사료 사용 금지 관련 부분을 보자.

The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which oversees animal feed, said excluding high-risk materials from cattle 30 months of age or older from all animal feed will prevent any accidental cross-contamination between ruminant feed (intended for animals such as cattle) and non-ruminant feed or feed ingredients.

반추/비반추동물 기반 사료간 우발적 광우병 확산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 30개월 이상 소의 ‘광우병 위험 부위’를 사료로 가공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는 것. 이것이 바로 한국에도 일부 보도된 바 있는, 내년 4월부터 미국내 동물 사료 제한 강화 조항이다. 즉 이것은 미국소의 광우병 위험을 낮추고자 하는 조치다. 하지만 역시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한국이 언급된 부분.

Last week, South Korea officially announced it would gradually open its market to U.S. beef imports as Washington intensifies safety standards.
Eventually, if all goes well, a full range of U.S. beef boneless and bone-in, from animals of any age, would be shipped to a market estimated to be worth up to $1 billion a year.

항상 그렇듯, 있는 그대로 읽기를 권장한다. 한마디로, 미국이 더 열심히 광우병을 통제하면 드넓은 시장이 열린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 사례로 든 것이다. 워싱턴이 안전기준을 강화해 나가면, 한국이 서서히 열어주겠노라고(‘would gradually’)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제대로 될 경우에(‘if’ all goes well), 결국은(eventually) 모든 품목에 대해서 전면개방을 해줄 것이고 그 시장 규모는 연간 10억불. 물론 실제로는 현재의 한국 정부가 미국 언론의 상식적인 상상력보다 훨씬 막나가는 곳이라서 막무가내로 마구 결정을 내리고 자빠져서 문제지만, 이 기사의 핵심은 참 깨끗하다. 안전 강화하고 시장을 얻자는 주장이다. 광우병이 두려운 분들, 건강이 중요한 분들이라면 쌍수들고 지지해야할 기사고, 제도란 말이다.

!@#… 여튼 처음 이야기로 돌아와서, capcold가 광우병 떡밥을 잘 물지 않고자 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미국소 광우병에 대해서 조심하자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그 위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무수한 도시전설 속에서 거대해진 것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팩트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안타깝게 생각하니까. 그런데 폭도가 되어 상점에 불지르고 다니기 전까지는, 불안과 공포로 분노하는 분들을 적극적으로 뜯어 말리기도 뭐하다. 고작 과학적 팩트 따위로 말린다고 말려지지도 않을 뿐더러, 이왕 이렇게 감정적으로 고조되었기에 최소한 이 사안에 이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사실 사안의 핵심은 아무런 합리적이고 철저한 검증과정이나 의견수렴이나 숫제 안전제한 없이, 그것도 통상 카드로 예비해두었다던 사안을 덜렁 날려먹고 흡족해하는 멍청이들이 행정을 말아먹고 있다는 것. 하지만 축산 농가 어떻하나 하는 접근으로는 어차피 씨알도 안먹히고, 당신 코 앞에 들이닥친 공포라고 해야 좀 몰입하고 있지 않던가. 그리고 이런 몰입 덕분에 겨우 재협상에 대한 여론이 좀 표면화되고 있고.

즉 안전장치 마련과 무역협상 수단이라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당연한 정략적 목표를 얻을 수단이 되어주기에, 굳이 팩트로 사안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교정하지 않겠다는 적당히(적잖이) 비겁하고 비과학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양심을 발휘하자면, 이 정도 이야기만 남기고자 한다.

걱정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조심은 하되 움츠려들지 말고, 정보는 모으되 근거 박약한 것까지 맹신하지 않으면 됩니다.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Trackback URL for this post: https://capcold.net/blog/1140/trackback
21 thoughts on “로이터스 기사로 한번만 더 광우병 떡밥을 물다

Comments


  1. 저번 블로그의 답글을 보고 인터넷도 찾고 서적도 좀 훑어 보았습니다. 말씀대로 두려운 것을 찾고 규명하는 일을 하니 두려움은 없어졌습니다.
    그럼 이젠 미국산 소고기가 축산농가를 초토화해서 축산업자들의 자살빈도가 높아지는 작은 문제만 해결하면 되겠군요. 하하하.
    ;_;

  2. 하지만 이러는동안에도 광우병 떡밥은 점점 커져 “공기로도 전염되어” 페스트, 에이즈를 뛰어넘는 사상 최강의 질병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더군요.
    오히려 그렇게까지 위험하지 않다는 뉴스에 대해 마녀사냥하는것도 가끔 보이는것 같고…

  3. 후우.

    뭐 좀 동떨어진 예지만, 라팔전투기가 더 좋다는 식의 과장된 보도를 흘려서 결국 F15 를 잘 깎아낸 당시 국방부의 지혜로운 낚시와 그 덕에 아직도 라팔보다 존내 꾸진 F15를 샀다고 알고 있는 몇을 남겼던 밀리터리 언론 후유증이 잠시 번개처럼 스쳐지나가는군요. 음…

    여하튼 이러다가 냄비에 열이 빠지는 순간, 광우병의 위험요소에 대해 오히려 평가절하할까봐 그게 미리걱정되는구만요~ 언제나 오버해주는 언론 . 그것이 야매강국의 필수요소겠거니.

  4. !@#… 언럭키즈님/ 줄기세포로 이미 복제인간을 만들고 만병이 치유되고 수십수백조원이 쏟아진 2년전의 모습들이 연상됩니다. 소문이란 원래 증폭적이죠.

    네이탐님/ 모 각하의 말씀을 받들어 1억짜리 소를 만들거나요. -_-; 농축산 정책(을 둘러싼 담론들)의 난점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nomodem님/ 언론의 오버와 소문의 오버가 완벽한 궁합을 이루고 있고, 언론의 기능과 소문의 생태를 동시에 지니는 블로고스피어는 그 정점이죠.

  5. 근데 이게 점점 외통수로 몰리는 것 같아서 왠지 불안합니다.
    정말로 여기서 김이 빠지면 완전히 뒤로 밀려버리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6. 광우병으로 탄핵까지가 좀 무섭군요.
    탄핵 열풍의 대다수가 광우병을 이유로 드는건 정말…

  7. !@#… 하늘빛마야님/ 한편으로는, 김이 끝까지 안빠지고 그대로 곰삭아서 토착신앙화될까봐 두렵습니다. 사실 외통수에서 빠져나올 유일한 방법은 공포에 의한 대중적 광분이 아니라 제도적 차원에서 국회에서 힘을 모아 재협상을 관철시키는 것 뿐이죠.

    ullll님/ 상식보다 소중한 것이 돈이라면, 그 돈보다 유일하게 소중한 것이 목숨이니까요.

  8. 사람들이 정말 맹신하는게 서적 쪼가리에 맹신하고 있죠.
    정책을 하거나 무슨일을 할때는 그 성공을 고려하는게 아니라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광우병에 대한 기사나 서적 좀 찾아보셨습니까?….논문은 봤어요?….아니면 직접 현지인들의 반응도 보셨습니까? 단순히 사람들의 광분으로만 보시는 분들..국가적으로도 거절받는 것에 대한 것을 우리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작가의 주관이 듬뿍 담긴 책으로 그것이 진정한 정보인양 맹신하는 세대들 거기서 사실만 받아들여야 겠지만 주관까지 받아들이는….오히려 책으로 농간부리면 그냥 누가 예수의 재림이라면 그거믿고 눈물흘릴지도 모를수도 있겠네요.

    무조건 “예”하는 것보다 적절한 상황과 조건을 보면서 “아니오”는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기정사실화된 것에 대해서 “아니오”를 외친다면 그것조차 씁쓸한게 또 없지 싶네요.

  9. cloud 님..

    사람들이 정말 맹신하는게 신문이나 TV에 맹신하고 있죠.
    의견을 내거나 여론에 동참할때는 그 숫자를 고려하는게 아니라 어디까지가 객관적인 진실인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광우병에 대한 2004년부터 제대로 나온 기사나 서적 안 찾아보셨죠? 논문도 안 보셨죠? 현지인들의 반응이 뭔지 영국이라면 2007년 현지인의 반응인가요. 1990년 현지인의 반응인가요? 단순히 광분에 대해서 비판하는것으로만 보시는 님.. 국가적인 정책과 과대포장되는 위험에 대한 보도를 구분하지 못하는것이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기자의 주관이 듬뿍 담긴 보도자료를 진정한 정보인양 맹신하는 세대들 거기서 사실만 받아들여야겠지만 주관까지 받아들이는…, 역신 TV로 설레발보도를 하니 그냥 누가 화성인이 침공했다고 라디오로 외치면 그거믿고 도망갈지도 모를수도 있겠네요.

    무조건 “예”하는 것보다 적절한 상황과 조건을 보면서 “아니오”는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기정사실화된 것에 대해서 “아니오”를 외친다면 그것조차 씁쓸한게 또 없지 싶네요.

  10. !@#… cloud님/ 광우병에 대한 기사나 서적 좀 찾아봤고, 논문도 봤고, 미국 현지에 살고 있는 것도 꽤 되었습니다. 덤으로 (리플 다실 시간의 절반이라도 내셔서 본문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이명박 정부의 수입정책도 충분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nomodem님/ 대신 답변 감사.

  11. “걱정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조심은 하되 움츠려들지 말고, 정보는 모으되 근거 박약한 것까지 맹신하지 않으면 됩니다.”

    이것은 바로 나의 인생모토인 “능글능글한 사람이 되자”의 지식인 버전. ㅎㅎ

  12. 제대로 된 사회 담론과 그에 따르는 행동으로 이어지길 바랬었는데, 제가 가졌던 낙곽은 천박하기까지 하군요.

    http://www.themeatrix.com/

    오래 전에 북마크해 두었던 것인데, 꺼내봅니다.

  13. 정작 미국서 살고있는 사람들이 보기엔 쓴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죠. 게다가 탄핵이라니, 이건 누굴 탓해야 할지.

  14. 정말 잘 몰라서 그런데,

    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보는 광우병 위험은 어느정도인지..
    지금 국내 언론 보도가 어디까지 뻥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국내 언론이라고 해봐야
    주요 내용은 거의 PD수첩에서 다룬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팩트에서 틀린 건 없는 것 같아서요..

  15. !@#… yicj님/ 미트릭스는 공포보다는 인간성에 호소한다는 측면에서 그래도 정말 양반이죠. 그건 그렇고 속편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군요…;;;

    모과님/ 능글능글능금족의 세상을 만들어Boa요

    흐흥님/ 제가 자라날 당시에는 중학교 사회시간에 탄핵 절차와 의미라든지 하는 것들을 가르쳐주곤 했었는데 말이죠.

    CJ님/ 광우병에 관해서 팩트 그 자체에 충실한 한국어 자료라면 이 3개 동네부터 추천합니다: 브릭(굵은 아이디의 게시물만 보시길), YY님, 기불이님. 그리고 가장 깨끗한 팩트와 수치를 보고 싶으시면 역시 영국이죠: 클릭. PD수첩은… 황우석 쌩쑈 당시를 상기해보자면, ‘수사력’이 뛰어난 프로지 ‘과학력’ 자체가 우수한 건 아니죠. // 그리고 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걱정하는 분들은 광우병보다 육식 자체의 ‘비인간성’에 대한 거부를 하고 채식을 선택하는 쪽이죠. 나름대로 엘리트 인텔리들 사이에서 큰 유행입니다.

  16. 아우우…. 대문 그림의 황소를 이제 보고 어어어어엄청 웃었습니다! 언제 바꾸신 건가요?
    – 이제 시위할 때마다 촛불…음… 신기한 것 중 하나.
    – 요런 상황에… 사이언스북스에서 2006년 나온 광우병 관련서 좀 확 팔려줬으면 한다능… 저도 안 읽어서 내용은 잘 모릅니다만 일단 쵸쵸 재밌다고 하네요!!! (고기의 국적과는 관계없이, 현대인의 육식 생활에 경각심을 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파워블로그에 홍보성 댓글하나 슬쩍 남겨보았습니다. -_-;

  17. !@#… 수선님/ 사실 원래 몇가지 돌아가는 것 가운데 하나였는데, 듣고보니 우연이 만들어낸 좋은 아이디어군요. 그걸로 한동안 고정 들어갑니다 :-) // ‘죽음의 향연'(리처드 로즈 |안정희 옮김) 말씀이시군요. 직접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좋은 책이라는 평이 워낙 자자하고 내용은 많이 접했습니다. 다만 과학서적이 아니라 탐사저널리즘 책이며, 97년 책이기에 그 뒤 (이런 책들 덕분에) 미국에서 그나마 바뀐 제도나 새로 발견된 과학적 사실 등을 보충해서 읽어야 한다는 주의사항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살짝 덧붙이겠습니다.

  18. 사이언스가 좀 벌어야 저희 팀도 거기 묻어간다는 것 때문에 –; 단지 ‘재밌다’는 걸로 낚시를 꾀하려던 저의… 사실 아까 쓰고 나서, 굉장히 오래된 책이라는 기억이 나면서… 다시 봤는데, 보충된 내용이 있을까 싶긴한데 잘 모르겠네요. 쩝. 편집과정에서 어딘가 보완되었을 수도…? (덧글이 오가면서 홍보 효과는 커녕 역효과 발생! ㅋㅋ)
    그나저나 디씨는 이제 그만 박쥐 검역을 마치고 결과 좀 통보해줬으면 합니다. 저는 피가 마르고 있습니다…

  19. 일반인들한테, 잡힐듯말듯 실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고액권을 팔랑팔랑 보여주면 모든 게 무마되고 오해로 오케이인 모습을 너무 만끽하다 보니 그만 덜컥 실수를 해 버린 듯합니다. 사람들은 고액권 앞에서 상식도 미풍양속도 자존심도 다 팔아넘기지만, 이런 사회라도 돈보다는 딱 한 가지, 그래도 자신이랑 자기 가족 목숨이 더 중요하니까요. 여태까지의 삽질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을 텐데, 자본주의에서 되게 중요한 역린을 하나 건드려 버린 것 같아요. 관련된 모든 소문들이야 ‘쟤네들 고액권 때문에 잘못하면 내 새끼들이 비명횡사하겠어!’ 의구심을 확인시켜줄 뿐이고요.

  20. MB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알아서 욕을 버는데 할 말이 없어집니다. 촛불시위 사법처리한다는데 정신줄 놓거나 대통령하기 싫어진 모양입니다.

  21. !@#… 쁘뉴마님/ 실수라기보다, 원래 딱 그 돈 중심 세계관까지가 한계라고 봅니다. 핫핫 (아니 웃을 일은 아니지만)

    수선님/ 그러게 말입니다. 이러다가 다크나이트가 먼저 개봉하는거 아닌지;;;

    흐흥님/ 촛불시위 후 길거리에 떨어진 촛농에 분개하는 조선일보와 세트로 욕을 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