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의 미네르바 체포 건은, 본질적으로 이명박 정권의 기본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담론의 관심에서 벗어나면 집요하게 뒷통수치기.
관심이라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특정한 조건에 따라서 불타올랐다가 또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든다. 긍정적 의미든 부정적 의미든 말이다. 그런데 아주 일관적으로, 이 정권은 어떤 이슈가 관심의 대상일 때는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척 하다가, 집중 관심사에서 벗어나는 순간 집요하게 뒷통수를 쳐서 밟아놓는 방식을 취해오고 있다. 광우병 정국에서 촛불시위가 몇가지 이유(재협상 실시, 과학적 팩트 확산, ‘운동권’들의 참여 확대에 대한 거부심리, 그리고 그냥 시간의 경과 등등)에서 관심에서 슬슬 벗어난 후, 진압은 더욱 강경해졌고 또한 시위 자체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법안들이 마구 솟아나왔다. 대운하 사업의 허구성을 폭로한 김이태 연구원에 대해서 처벌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수개월, 관심영역에서 사라지자 중징계가 내려졌다. 여야가 예산안 합의로 가닥을 잡아서 슬슬 관심에서 사라질 때, 한나라당 국회는 의회봉쇄를 하고 날치기 통과를 시켰다(그 결과, 이후의 법안상정 정국에서 어떤 난리가 벌어졌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제 그 목록에 ‘미네르바 체포’가 추가되었다. 환란을 “예측”했고 정권이 그를 요주의인물로 낙인 찍어준 탓에 스타가 되었다가, 이후 거듭된 무리한 예측내용과 심지어 정부가 달러매수를 금지한다는 공문을 돌렸다는 주장을 몇 시간 동안 올려놓음으로써 신뢰도와 관심이 하한가를 쳤고, 경제 이야기보다 살아온 사연 운운하는 것으로 보아 이제 그저 평범한 주갤 죽돌이 레벨로 돌아가려나 하는 상황이었다.
… 그러자 검찰이 왔다.
금융조작 작전세력으로 잡은 건가 의심도 해보지만, 그런 경우라면 아싸 하면서 자신들이 처음부터 대박 발표했을터. 자신들이 밝힌 이야기로는 허위사실 유포가 명목이란다. 그런데 관련 기사에 따르면, 직접적인 피해당사자인 재정부가 고소한 것도 아니다. 그냥 “검찰의 판단”(과연…)에 따라서 단속한 것. 게다가 아직 영장 청구도 안한 상태에서 당사자의 신상까지 밝혀가며(뭐랄까, 사람들이 그 신상에 관심을 좀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 언론에 흘렸다는 것도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이해 불능이다. 이왕 그렇게 허위사실 유포를 막기 위한 정의감이 타오른다면, 일관성 있게 다음에는 네이버 뉴스란 등지에서 “전라도 놈들은 다 빨갱이”라고 외치는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모조리 잡아보시길 바란다(물론 그 경우 역시 capcold는 반대해줄꺼다). 그러니까 이런 말이다: 미네르바가 허접한 예언을 한 만큼씩, 특히 정부의 환율 정책에 대한 무려 공문 뻥을 친 만큼은 담론적 민폐를 끼쳤다(다만 그 경우도 조사 과정에서 “그것이 사실이라고 스스로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면 무혐의처리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재정부가 나서지 않는데 검찰이 나서서 일개 게시판 말꾼을 체포하는 것은 공안정국에 대한 그리움의 발로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게 다 한나라당이 오매불망 추진하고 싶어해서 파행국회도 불사한, 비친고죄인 사이버모욕죄 신설이나 익명성 금지 같은 이슈들과 맞물려 들어간다는 점은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 박정희 전두환식 독재시대가 다시 돌아올지는, 모를 일이다. 시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이라기보다 욕망)이 그때보다는 그나마 약간씩 더 성숙해졌다느니 그런 긍정적인 요인이 있기는 하니까. 하지만 그 상황으로 돌아가기 위한 조건만큼은, 점차 하나씩 충족되어가고 있다. 표현의 자유 억압은 사회적 사고의 기반을 무너트리며, 집요한 뒷통수 치기와 결합하면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움츠러들게 만든다. 약간만 정신줄 놓으면 바보되는 것, 순식간이다. 개개인이 안그래도 바보를 벗어나기 힘든 세상, 본격 삽좀비 모드가 되기를 바라는 자들이 권력을 쥐고 있을 때 세상은 좀 명랑하지 못하다. 피곤할 정도로, 모든 것을 일일이 관심 기울이고 기억해야 하는 시대다.
—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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