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놓고 진보신당 지지 좀 하자

!@#… 워낙 한국은 현실적으로 이미기득권을가진나만잘먹고잘살래메롱주의자™들의 물질적/정신적 지배가 공고하다 보니(이런 괴이한 상황에 진보-보수-수구나 좌파-우파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솔직히 혼란스럽고도 무의미할 지경이다), 그들을 견제하는 세력은 언제나 공고한 성문에 충차를 들이대는 도전자의 입장이었다. 한 10년동안 대통령을 배출했다한들 말이다. 덕분에 현실적으로 그들에게 맞설 수 있는 힘이 있는 이들에게 지지를 모아주어야 한다는 논리, 소위 ‘비판적 지지‘가 대형 선거를 목전에 두면 항상 한번쯤 나온다. 이런 ‘될 놈 밀어주자‘ 논리 속에서 보통 새로운 싹을 틔우려는 정치적 시도들은 차후를 위해 미뤄야 하는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 capcold의 경우 비판적 지지라는 논리를 무척… 안타까워 하는 편이다. 힘 있는 라이벌 세력을 키워서 균형을 이뤄내자는 정치공학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니고, 실제 일을 이뤄내려면 힘을 분산하면 안된다는 논리는 진보진영의 핵심 조건인 ‘연대’의 본질이기도 하니까. 안타까운 것은, 굳이 ‘비판적’이라는 수사를 붙여서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서 변명하는 것이다. 내가 이들을 진짜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나는 더 고상한 무언가를 추구하지만, 그래도 현실이 그러니까 이들을 지지해준다는 논리 말이다. 하지만 행동과 소신이 다르다고 자랑하는 것은 그냥 구차할 뿐이다. 진보신당에 마음이 동하지만 민주당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민주당에 표를 줬다면 그건 그냥 민주당을 지지한거다. 어디든 자신의 생각을 100% 그대로 반영해주는 대표자가 있을리 만무하니(빠순빠돌이들을 제외하면) 어떤 경우라도 크건 작건 ‘비판적 지지’이기는 하겠으나, 여하튼 지지하는 것은 지지하는 것이다.

‘비판적’이라는 수사에 의존하면 할수록, 소신과 유리된 행동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가 즉 비판적 지지의 끝이 어딘가 하면, 고작 민주당 지지 정도가 아니다. 그냥 한나라당을 지지해주고 “한나라당의 소장파 세력이 당을 제정신으로 이끌어줄꺼야”라고 자족(자폭?)하는 경지일 것이다. 아니 한 단계가 더 있구나. 아예 이명박 각하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이렇게 제정신인 내가 충성을 맹세했으니 뭔가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서 베푸는 정치를 해주시겠지 하는 것. 그런건 만우절 농담 꺼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고개를 들어 한국노총의 눈물겨운 삽질을 보시든지.

하지만 가장 큰 비극은 역시 비판적 지지를 주장하다가 결국 원래 추구하려던 지지의 소신도 행위도 쌍쌍으로 흐지부지되는 이상한 경우다. A군이 맥주병을 따기 위해서 도구를 고르겠다고 나섰는데 열쇠고리만 다양하게 있다고 쳐보자. 그 중 가장 병따기에 적합해 보이는, 약간 모서리가 지고 튼튼해 보이는 물건을 고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것 참, 병이 잘 안따지네. 그런데 그 동안 친구 B양이 옆방에서 새 도구들을 한 묶음 들고 왔다. 그 속에는 어머나! 좀 약해보이기는 해도 여하튼 병따개가 들어있다. 하지만 A군은 눈길도 주지 않는다. “좀만 기다려봐, 거의 다 땄어! 이게 원래 잘 따진다니까… 에이씨 짜증나. 그냥 물이나 마셔.” 소신과 행위가 분리되면 무엇을 해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결국 전반적 무력감과 짜증만 쌓인다.

!@#…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비판적 지지고 어쩌고가 아니라, 그냥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지해라. 이 순간 자신의 계급적 이익이나 가치관에 가장 합당하다는 이들을 자신의 지지정당으로 삼아라.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세’가 약하다면, 세를 불릴 수 있도록 한 마디라도 소문을 더 내고 정치후원금 한 푼이라도 더 내고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이쪽 논리로 포섭하면 될 일이다. 만약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 정도까지가 자신이 생각하는 지향점이라면, 민주당을 찍으면 된다. 비판적 지지가 아니라, 그것이 바로 지지성향이다(게다가 그 당이 지금 내걸고 있는 목표치도 딱 그것 아니던가). 반대편 스펙트럼도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경제를 위해 안정적 국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판적 지지를 보낸다는 구라는 집어치우시라. 선진 민주사회라면 안정적 국정은 말이 되는 정책과 확실한 설득/협상에서 나오는 것이지, 닥치고 독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까. 그냥 한반도 대운하와 닥치고 재벌 제국이 조낸 기대되고 그 떡고물 속에 헤엄칠 예정이면 한나라당 찍든가, 아니면 한나라당에 표를 던지지 말거나.

!@#… 그런 의미에서, capcold는 현재 진보신당을 지지하고 있다. 모든 것을 동의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그래도 비판적 지지가 아니라 그냥 지지다. 신도질도 빠돌이도 아니지만 이들에게 내 가치를 대변하게 해주는, 정통적 의미의 정치적 지지다. 말장난처럼 들릴지 몰라도, 진보신당은 당장의 ‘대안’이 아니다. 신생 정당 준비위가 한국의 민주세력을 통째로 대체하기라도 기대한단 말인가. 하지만 대안, 즉 무언가에 대한 다른 선택권이 아니라, 애초부터 반드시 선진사회라면 자리잡고 있었어야 할 모종의 역할을 이제서야 제대로 정립하려고 하는 시도다. 그 역할은 바로 노동자 권익, 사회 보장, 평화 프레임, 생태 균형적 발전 같은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소위 ‘진보적’이라고 일컫어지는,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솔직히 거의 판타지SF처럼 들릴법한 사회적 지향점들을 현실 정치의 의제로 올려놓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종류의 진보를 종합선물세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권익이라는 하나의 핵심의제에 더욱 집중해서 이 사회의 ‘노조’ 역할을 자임해주었으면 하지만(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지만), 그건 또 스스로의 담당 영역을 너무 좁히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 뭐 당장 심각하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지식인이라는 특수한 직종 속성 특유의 겉멋든 순수 지향이라고 비웃어도 상관없다. 정책이 판타지인 것이 아니라 단지 ‘세력’이 미미한 것이라면 10년이 걸리고 20년이 걸리더라도 키워볼 필요가 있으니까. 독일은 무슨 진보의 요람이라서 녹색당에서 부총리와 장관들을 배출했던가. 진보신당의 역할은 여느 민주주의 사회의 ‘당’과 마찬가지로, 혁명을 일으켜서 세상을 뒤집는 것이 아니라 정치판 시스템 속에서 이쪽 가치관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실 민주노동당이 원래 그런 시도를 표방했으나 주사파 쌩쑈 속에서 그 역할을 포기하는 특급 삽질을 저질렀다. 진보신당은 목적의식이 순수하고 이상주의적이어서 민주노동당으로부터 분당한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더 이상 그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도구가 아니기 때문에 인지도 소실이라는 커다란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갈아탔다. 물론 순수를 지향하고자 하는 지지자들도 있으니까 (결국 결렬되었지만) 심상정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이나, 나아가 현재 총선 선거운동이 투톱 스타 플레이어에 집중하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있던 것이다. 하지만 capcold의 경우는 이들이 바로 그런 것들을 시도할 정도로 현실감각과 융통성이 있다는 것이 현실정치의 대중정당으로서 말이 된다는 안도감을 얻었다(게다가 이번에는 민주집중제 같은 은근히 특급 뻘타도 없고). 비판적 지지 운운하며 소신과 행동을 분리시키며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기에는 너무나 ‘말이 되는’ 정당이다. 따라서, 비판적 지지를 모아주지 않고 반한나라당의 역량을 분산시킨다는 가책 따위는 없다. 앞으로 모든 정책의 핵심인 재원확보 즉 사회 시스템에 걸맞는 조세정의 확립이라는 가시밭길을 회피하지만 않는다면 더 많은 지지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 하지만 거꾸로, 비판적 지지든 뭐든 표가 들어온다는 것을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 ‘비판적 지지’를 뭔가 치우치지 않고 사려 깊은 행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이왕이면 진보신당을 비판적 지지 해주셈. 한 표라도 더 긁어서 그 놈의 국회에 좀 들어가서 일좀 하게. 한 표 굽신굽신. (결국 이것이 결론인가!)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S. 기왕 써놓고 보니 선거운동 같은 것이 되어버린 김에, 노출도도 좀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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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환경 생태 평화 이야기하는 정당이 파병보내고 한미FTA주도하는 민주당과 후보단일화 하겠다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들군요. 진보신당 당게에서는 자체와 관련없이 지역구의 문제라고 변명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심상정’이라는 당의 대표선수가 그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스타마케팅으로 뜨는 당에서 스타를 그렇게 굴리다니. 좀 문제있군요.

  2. !@#… erte님/ 특히 정작 저는 해외라서 투표를 못하는 관계로, 그 대신 10명을 포섭해야겠다는 의지로 불탑니다(정말?)

    dcdc님/ “있어” 보이잖아요.

    mcfreak님/ 그 사안에 대해서는, 저는 이쪽(링크) 입장을 수긍하고 있습니다. 뭐 결국 조건이 안맞아서 후보단일화가 결렬되었지만.

  3. 추천했습니다.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에서 더 활발히 홍보해야할 것 같습니다. 전 이미 10명 포섭 ㅎㅎ

    진보신당이 내세운 표어안의 가치는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게 다루고 싶은 가치입니다. “연대”해야합니다.

  4. 진보신당 찍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정당득표 3%가 불가능할거같은 현실때문에 고민입니다. 정당투표의 사표는 그대로 그나라당을 돕는거기에, 이것도 비판적지지라면 지지겠지만요…

    구시대와 결별을 선언해도 구시대적인 NL이 진보신당보다 지지율이 높고, 인터넷만의 스타였던 문국현은 혼자지만 총선에서 (여유있게)이길거 같고, 뭘 어떻게 하든 결국 자기지역에서 여유있게 이기는 성추행범이나 갈아타기상습범을 보면 정치는 이치로 하는게 절대 아닌거 같습니다.

    그래도 진보신당 지지한다면서 해외투표자보고 글보다는 비행기 타고 와서 투표하라는 것보다는 훨씬 좋네요~~~

  5. 어쩌니 저쩌니 해도 저런 분들이 국회에 어느정도 지분을 확보하는게 사회적으로도 좋을텐데 말이죠. 그나저나 그 민주집중제 얘기에 대해서 심의원님은 요즘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모르겠군요.

  6. !@#… 스내치님/ 젊지 않아도 소중한 가치들이죠 (아 저는 물론 젊습니다 핫핫)

    sasayuki님/ 하지만 저라는 사람은 워낙 이치 쪽의 종족이다보니, 이치 쪽으로의 설득에나마 집중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참, 3%는 현재 진보신당의 인지도 상승 추세를 볼때 4월 9일까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척 간당간당하죠.

    후후님/ 제가 좀 댄디해서요. (라고는 해도 이 시대의 진짜 ‘댄디’들은 하버드 졸업생 잘생긴 언론사 사장님 출신을 지지하고 다니는 것 같지만)

    지나가던이님/ 음… 민주노동당 비대위에서의 경험을 거친만큼 그 생각이 최소한 일정부분 수정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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