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논의를 듣다가 교육을 생각하기

!@#… 몇몇 즐겨찾는 블로그에서 한창 학교에서의 ‘체벌’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어서, 그냥 교육에 대해서 생각하는 한 두 가지 이야기.

사실 아주 간단하고 기초적인 부분부터. 체벌은 학생들을 관리하는 방법의 문제인데, 좋은 관리 방법이란 의무교육 과정 학교 교육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부터 점검하고, 그것에 가장 적합한 것을 찾는 식으로 하는 것이다. capcold가 파악하고 있는 학교 교육이 맡아줘야 할 역할은 socialization 기능, 즉 사회적 장면에서 합리적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행동체계를 체화시켜주는 것. 전인적 인격 교육 같은 건 집에서 하고, 전문지식 어쩌고는 전문분야에 갈 때 배우란 말이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몰아넣은 그 학교라는 기관에서는 사회를, 사람사는 세상의 룰을 체험으로서 배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OS만 제대로 깔아줘도 과분하다. 각 개인이 필요에 따라서 그 위에 이것저것 프로그램을 깔고 자신의 작업방식에 맞게 써먹다가 때로는 잘 돌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하드 뻑나기도 하는 것. 이상하게도 교육 정책 입안자들은 그런 걸 좀처럼 중요하게 여기지 않더란 말이지.

!@#… 즉, 학교는 사회의 모델링. 어차피 학생들에게는 좋든 싫든 학교가 곧 사회의 거의 전부이기도 하고. 그런데 어째서인지, 자꾸 중고등학교의 교육모델을 사회 일반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학교라는 것이 특수하긴 특수하다. 그런데 실제 사회와 방향이 달라서 특수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사회의 엑기스를 뽑아서 집중체험을 시켜줘야 하는 훈련실이라서 특수한 것이다. 왜 이런 학교 교육의 목표 이야기를 꺼내냐 하면… 학교에서 체벌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체벌이라는 것이 학교 바깥의 무엇에 대한 모델인가, 를 한번 고민해보라니까.

예를 들어 이런 거다. 회사에서 말 안듣는다고 상사가 몽둥이로 두들겨 패면? 안녕 인터넷 제보, 반갑구나 법원, 잘왔어요 합의금. 심지어 군대에서도 구타는 영창행 초청장이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는 육체적 폭력에 의한 처벌을 금지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그 사회적 원리를 오히려 더욱 압축해서 학습시켜줘야할 것 아닌가. 학교 교육이 제 기능을 추구하고 있고도 체벌이 교육적 목표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식은, 체벌 교사가 시말서쓰고 감봉당하고 좌천됨으로써 인과응보라는 합리적 사회시스템을 몸소 보여주는 경우 밖에 없다.

!@#… 이럴 때 항상 나오는 이야기란, 학생들 통제가 안되서 현실적으로 사랑의 매가 필요하고 선생의 권위가 어쩌고 그나마 매가 평생 따라다니는 빨간 줄보다 낫고 어쩌고 징징징… 그럼 선생 하지 말든지. 선생의 권위는 몽둥이에서 나오는 것도(‘미친개’), 훌륭한 인격에서 나오는 것도(‘스승’) 아니다. 학교라는 공간의 사회적 룰에서 나오는 것이다(굳이 푸코 운운하지 않아도). 선생의 권위를 확보하고 싶다면, 그 룰을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제대로 지키면 저절로 생겨난다. 애초에 그런 룰이니까. 필요하면 빨간 줄도 긋고, 평생 남을 기록도 하고, 일정한 룰에 의해서 기록을 상쇄시켜주기도 하고. 학생이라는 집합체 이전에 개인이라는 각 개체로서 평가하고 인정하며 처벌도 포상도 내리고.

우와, 그런 걸 어떻게 하냐고? 한국에서는 될 리가 없다고? 그러니까, 중고등학교와 사회를 자꾸 분리시켜서 생각하지 말자니까. 의무교육 기관으로부터는 벗어나 있지만 여전히 ‘학교’라는 틀을 쓰고 있는 기관의 사례 하나만 봐도 간단하게 드러난다. 대학교말이다. 대학교와 고등학교는 엄연히 달라서, 대학은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고 고등학교는 의무라고? 글쎄. 현재 한국의 말도 안되는 대학진학률을 보면 대학교도 의무교육기관 맞구먼. 적성 전공 그런거 관계없이 닥치고 들어오는 경우가 태반이고. 대학교 입학을 기점으로 학생들의 인격이 급격하게 달라지는 것도 아닐 터. 그런데 대학교에서 체벌한다는 소리, 체벌이 필요악이라느니 하는 이야기 듣기 힘들지 않던가. 게다가 활동내역이나 성적들이 모두 각종 기록에 남아서 두고두고 따라다닌다. 취직 앞둔 졸업생에게 한번 물어보자. F받을래, 아니면 그냥 엉덩이 10대 맞을래? 100이면 99는 맞겠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선택따위, 주어지지 않는다! 그게 우리가 사는 사회의 룰이고, 대학교 역시 그 룰에 따라 움직이니까. 그런데 대학교에서 체벌을 안해서 학생들을 도저히 관리할 수 없다는 볼맨소리가 나오던가. 룰에 의한 학생 통제, 사회적 룰과 어긋나지 않는 교육기관의 룰, 모두 한국 상황에서 이미 가능한 일이에요.

!@#… 한 단계만 그 다음에 있는 것을 보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발상은, 비단 체벌 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의 기형적 입시 구조 전체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대학진학에 대한 열망이 너무 높네, 유럽처럼 30%까지 내려야 실질적으로 정상화될 수 있네 하는 의견들에 대해서 항상 제기되는 반론은 한국에서는 그렇게 안된다는 것.

안되긴 뭐가 안돼… 약간만 ‘그 뒤’로 눈을 올려보면 뭔가 보인다. 바로 ‘대학원‘ 말이다. 제 아무리 한국에서라도, 대학원 진학은 학계에서 직업을 찾으려는 사람 혹은 어느 정도 이상의 학문적 내공을 쌓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만을 위한 하나의 선택지다. 대학원을 나왔다고 해도 그 특정 분야의 경력 정도로 인정해줄 뿐이기 때문에, 관계 없는 분야로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그 모든 것이 완벽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로 간주될 뿐이다. 예를 들어 핵물리학 석사 출신 보험외판원이라든지. 그래서 대학원 진학률은 그리 높지도 않고, 대학원 입시를 놓고 이상한 묻지마 거대 시장이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앞으로 로스쿨은 어찌될지 몰라도). 그런데 사실은… 이 양상들이 정확히 4년 내려와 있어야 했다. 대학원이 아니라 바로 대학이 이런 위치에 있어야 했다. ‘대졸’이라는 말보다, ‘** 분야 전공’이라는 말로 통용이 되어야 하는 곳이란 말이다. 대학을 무슨 필수 통행증처럼 취급해서 별로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들의 인생까지도 의무적으로 4년씩 낭비하는 행태를 극복하는 방법은, 왜 대학원은 그럼 인기가 없나를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대학의 메리트를 대학원만큼이나 좁고 한정적으로 만들기, 즉 ‘분야별 전문성을 배가시키기’가 정석이다. 온 사회가 묻지마 ‘대학’입시에 불타오른다는 것은, 사실 대학교육이 정작 전문성 측면에서 별 볼 일이 없다는 말의 반증에 불과하다. 아 물론 인기 있는 전문대 학과들은 입시경쟁이 미어터지기는 하지만, 해당 분야에서 전문 기술을 인정받기 때문이지 대졸 졸업장으로서의 가치를 챙겨주지는 않지 않나.

!@#… 체벌이든 입시 전반이든 다음 단계를 바라보면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을 약간만 더 극단으로 끌고 가면, 국가적 교육 개혁의 진짜 목표가 보인다. 현재 대학으로 넘어온 기능을 고교로 돌려보내고, 대학원에서야 하는 기능을 대학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 고등학교 레벨의 어리버리함은 중학교로 보내고, 중학교 레벨에서 이제 막 사회적 관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것은 초등학교로 내리고. 그 전의 것들은 그냥 리셋. 좀 놀게 놔두란 말이다. 대학의 교과과정을 최소한 현재의 전문대들에 준할 정도로 전문화시켜서 ‘닥치고 대졸’의 메리트를 확 줄이고, 냉엄한 사회적 룰 체험과 진지한 진로선택 등은 고등학교에서 처리하도록 교과과정을 개조하고(독일식 모델이 좋은 참조가 될 수 있겠다), 청소년의 방황은 중학교에서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한마디로, 총체적인 다운쉬프트.

물론 이것, 실제로는 엄청난 이해 관계들이 엮여있어서 실행하기는 무진장 난해하다. 당장 입시산업만 해도 ㅎㄷㄷ. 하지만 적어도, 입시제도 개선 백번 떠들며 예산낭비하는 것보다는 구체적 비전이고, 대학평준화를 부르짖으며 교육 기간의 낭비를 합리화하는 것보다는 실용적이다(전문인력 양성체계의 개선이라는 면에서 대학평준화 자체는 찬성하지만, 입시문제 해결책으로서 대학평준화? 글쎄).

!@#… 그런 의미에서, 초간단 일망타진 해결책: 전국의 고등학교의 명패를, 전부 ‘대학교’로 바꾸는 것이다! 어차피 뭘 배우는지는 아무도 신경안쓰는데 뭐 어때. 중학교 졸업하면 다들 자동으로 대학생되고 해피, 추가적인 4년 낭비 없이 곧바로 자기 인생 진로 신경쓰기. 경사로다 경사로세.

3줄 요약:

1) 한국에서도 체벌 없이 교육 가능하다니까. 이미 하고 있고.
2) 대학이 전문적인 기능을 제대로 해내면 인기도 없어지고 입시 과열도 해소.
3) 여튼 인생낭비를 줄이는 교육체계를 향해서 고고고.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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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만약 관계 없는 분야로 먹고 살게 된다면 완벽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로 사회적 공인을 받은지 오래다. —

    요기가 약간 어색해보여용. 그외에 으음. 그렇구나.. 전국 대학의 고등학교화.

    이미 ‘대학생이 애들화 된지 오래’ 이므로… 수준맞추기는 당장부터 가능할듯 싶습니다.

  2. !@#… 초록불님/ 원천소스를 제공해주셨던 초록불님의 그 글에 비하면 택도 없습니다.

    nomodem님/ 원래 무지하게 긴 문장이었는데 거두절미 잘라버렸더니…OTL 문법교정 들어갑니다. // 미안한 이야기지만 지금 대학생들은 이미 늦었고(핫핫), 다음 세대들이라도 어떻게 좀 대학이 대학노릇하고 고교가 고교노릇하는 세상으로…

  3. !@#… 미고자라드님/ 하지만 제 글들은, 명쾌할수록 인기나 호응이 없다는 징크스가… 핫핫

  4. 구구절절이 다 공감. 오빠 멋져요 ㅜ_ㅜ)b 저희학교 총장님으로 와 주시면 안 될까요?

  5. !@#… 보라/ 모든 학교의 총장급(즉, 최소한 교육부 장관이라든지)이 되어야 조금씩이나마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6. !@#… duddnek님/ 홍길동만 스카웃한 다음이라면 언제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