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9일에는 보궐선거. 벌써부터 공천 관련 마찰, 후보단일화 같은 여러 전략들, 이슈 선점을 위한 사전 떡밥 투여가 난무하지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6일 이후에 비하면 뭐 장난 수준이겠지. 누차 이야기했듯 선출직들에 대한 국민들의 권력 행사 경로가 한심할 정도로 제한적인 한국 환경에서, 비록 몇 개 지역에서만 하는 재보선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가뭄에 단비같은 역할을 하는지(특히 연말연초를 뜨겁게 달군 문제적 법안 패키지의 저지를 위해서라든지)는 따로 이야기하면 손가락만 아프다.
!@#… 흔히들 말하길, 아무리 긴 겨울이라도 결국 지나간다고 한다. 문제는 자연현상으로서의 겨울과 달리 “사회적” 겨울은 주기가 정해져있지 않고(선거 주기야 물론 보통 정해져 있지만, 그것 자체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미 이승만 박정희 시절부터 누차 증명되었지 않나), 사회 구성원들의 힘으로 겨울을 끝내야만 끝난다는 것. 즉, 봄을 준비하는 것과 겨울을 끝내는 것은 별개의 작업이 아니다. 혹은, 싸움과 학습은 하나다. 싸움은 당장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들을 최대한 막아내는 것이고, 학습은 그래서 얻어낼 봄을 어떻게 잘 유지하고 관리할지에 대한 생활자세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에 대해서 capcold가 종종 주목하곤 하는 몇 가지 핵심 원리를 살짝 복기해본다. 왜 어떻게 투표할지 어떨지 같은 것은, 이 정도 기반 위에서라면 각자 알아서 판단하시고(판단하기 힘드시면 이런 친절한 도표들을 참조하시면 되겠다).
1)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결이라는 의결 행위 따위가 아니라, 그 전에 이루어지는 다각적 토론과 전문적 평가와 합의도출의 과정이다. 그것을 건너뛰어 버리면, 복잡하고 시끄러운 민주주의에 솔직히 무슨 장점이 있겠는가. 하버마스를 학문 꼰대들의 두뇌질이 아니라 일상적 사회원리로 녹여낼만한 필요가 있겠지.
2) 권력 확보는 상대성에 기반한다. 선출 권력의 힘은 전국민 중 특정 정파 지지자의 비율이 아니라, 무언가 지지를 하는 자 중 특정정파 지지자의 비율이다. 무당파는 김용 무협소설에서나 멋있는거지, 현실에서는 그냥 뭐 암것도 아님.
3) 집단의 판단능력이 그 구성원들의 일반적 지능수준보다 크게 떨어져도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각자 각각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것들을 제한된 용량 내에서 처리하는 것이기에, 체계적인 조율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때 전체 판은 무척 빠르게 멍청해진다. 제한된 합리성 이론, 혹은 숫제 비합리적 이입까지도 전제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내러티브론은 장식이 아니다.
4) 민주주의는 호수 위 백조 같아서,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떠 있는 것 같지만 물 밑으로는 안간힘을 다한다. 구성원 개개인의 지속적 각성 없이 저절로 유지되는 민주주의 따위, 개념적으로도 실체적으로도 불가능하다. ‘포스트민주주의’ 같은 예쁜 키워드들이 한 때 좀 유행을 탈 듯 싶더니, 또 뭐 가라앉았다.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 컨셉은 좀 더 히트를 칠 수 있으려나?
5) 자기편끼리만 하는 소통보다는 약한 고리만을 가진 타인들, 다른 시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현재 자신이 소통하는 자기편의 반경을 키워서, 자신의 생활에 실제 영향을 미치는 사회망의 반경과 격차를 줄일 수록 좋다. 개념화시키면 꽤 어려운 느낌이지만, 결국 인의 장막을 둘러치고 내부 결집만 신경쓰고 순혈만능으로 쪼그라들지 말자는 이야기. 사회망 이론가 그라노베터의 ‘약한 고리의 강점’ 논의를 추천.
!@#… 여튼 뭐 그렇다고. 물론 이런 나름 생각해볼 거리까지 들어가는 것도, 공권력행사 기구들의 마인드 수준이 딱 이따구인 상황에서라면(클릭) 어쩌면 그냥 사치로 보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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