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방겸영 문제, 초간단 해설

!@#… 아래 떡밥스코어 포스팅의 리플 가운데 하나, 신방겸영 이슈를 둘러싼 모 인쇄소식매체들의 안쓰러운 구라질을 보다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듯 하여 간단 정리. 고작 신문과 방송 같이 하는게 뭐 그리 대수냐, 어차피 케이블에서는 열릴만큼 열려 있고 인터넷상에서도 뭐 신문사가 동영상 보도 이미 하고 있고 각 개인들의 경우라면 그런 매체 구분을 하기조차 애매하지 않느냐 등등. 음… 하지만 좀 대수다.

!@#… 확실히 매체 산업의 측면에서 보면, 매체융합이 기술적으로 문화적으로 넘치는 시대에 한 회사에서 같이 경영하면서 전략세우고 하면 당연히 좋은 기획도 나오고 판도 커지고 일자리도 창출되고 다 좋지. 게다가 신문사들이 경제적으로 워낙 망하고 있는 와중이잖아. 이것 자체는 명쾌한 사실이고, 조선개나리 지면에 실린다고 한들 구라가 되는 것이 아니다(모 연구기관의 보고서마냥 잔뜩 장미빛 전망으로 일자리 창출이니 경제효과 수치를 최대한 부풀려 놓지만 않는다면). 또 잘 사는 나라 중 어떤 곳은 신방겸영을 허용하는 곳도 있다, 이것도 명쾌한 사실. 덕분에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은 이것을 주요 여론 호소 포인트로 잡고, 미래를 당기는 자 vs 기득권이나 지키려는 고리타분 딴지쟁이 구도로 만들고 싶어한다. 물론 방송업 진출에 나름대로 사운을 걸었다는듯이 달려드는 (그리고 그것을 반대하는 MBC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헤코지하는) 조선개나리, 중앙공작소, 동아러브레터는 뭐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매체의 여러 역할 가운데에서도 바로 저널리즘의 차원에서 보면, 여론 점유력이라는 사회적 변인이 있다. 여러 매체시장을 동시에 지배하게 된다면, 그런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특정 진영(아무래도 거대 자본, 기득권 우익세력 등)의 입장이 여론을 독과점할 수 있는 것. “어차피 세상은 인터넷이야, 언론사를 통한 여론독점 같은 건 지난 시대의 유물이야” 어쩌고 하는 아름다운 낙천성은 제발 초등학교 일기장에만 남겨놓으시길 바란다. 떡밥을 지배하는 자가 여론을 지배하기 마련이고, 언론사들은 예나 지금이나 떡밥의 제왕이다. 그래서 기존의 법은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금지해온 것이고, 나아가 공공재로서의 지상파 즉 공중파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더욱 공공성에 대한 참견을 한다. 신방겸영을 허용하는 영국의 경우라 할지라도, 여론독과점에 대해서 더욱 확실하게 후려친다(그리고 막강 방송 BBC가 버티고 있고).

!@#… 결국 두 가지 접근에서 옳은 소리들만 추려서 합치자면, 길은 하나다: 매체간 교차소유를 차차 허용하는 쪽으로 가되, 여론독과점이나 정권의 매체장악은 막아내는 것. 그런데 문제는 순서다. 우선 죄다 허용한 뒤에 “앞으로 독과점 방지할께” 그런 방식을 주장한다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순서를 뒤집어서, 여론 다양성 보존 장치를 먼저 확보한 후에 매체 겸영 금지의 빗장을 풀어야지. 브레이크를 먼저 달아놓고 엑셀을 밟게 해야지, 엑셀을 먼저 밟게해서 전속력으로 폭주하는 자동차에 브레이크를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나라당이고 최시중 방통위원장이고 문화부 장차관들이고 나와서 허구한 날 정권이 방송장악 의도도 능력도 없다느니 입장을 밝히는 것 따위,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뭐, 없는 것 보다는 좀 나으려나). 솔직히 청와대발 “용산참사 정국을 연쇄살인범으로 물타기하셈” 보도지침 사건을 보면 능력이야 그렇다쳐도 의도가 과연 없는지 심히 의심스럽지만 말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어떻게든 방송 장악을 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장치가 들어있다면 그런 엄청난 독이 들어있는 법안은 애초부터 상정은 커녕 생각해내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시장 독과점을 막을 수 있는 장치들이 미비한 상태에서라면, 아무리 시대가 새로운 미디어융합을 요구한다 할지라도 우선 지금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여론 독과점 방지 장치들을 깨서는 안된다. 당장 신문사와 대기업에 방송사의 20%까지 소유지분 제한을 완화한다면, 그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독과점 규제를 설치해서 다양성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제도란 그렇게 신중하고 복합적 고려를 하면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게 정석이라는거다:

(1) 한나라당의 삽질안을 저지한다
(2) 여론 독과점 규제 장치를 연구해서 국민적 합의를 본다
(3) 제한적으로 시범 실시해본다
(4) 경과에 따라서 점차 전면 실시를 한다

현재는 명백한 1의 단계다. 이후로 2,3,4를 밟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에에, 이야기하고 보니 기존체제에 대한 이런 신중함이야말로 진정으로 ‘보수적인’ 접근 아닌가. 보수를 자처하는 수많은 아저씨아줌마분들, 잘 기억해두세요.

!@#… 그런데도 이런 뻔한 순리를 무시하고 닥치고 강행하려는 자들이 보인다면, 그때는 도대체 ‘왜’ 그럴까 좀 의심해도 좋다. 만약 근거만 나와준다면 결론을 내려도 좋고.

1) 그냥 상당히 무능해서 그렇다
2) 여론 장악에 사실은 욕심이 좀 있다
3) 성사시키면 업체들로부터 떡고물이 떨어진다
4) 1,2,3 모두 정답
5) 일본을 공격한다

 

 


PS. 별 것 아닌 용어 설명:

인쇄소식매체: 특정 함량미달의 언론을 일컫을 때, 신문이라 부르면 마치 저널리즘적 가치가 담겨있기라도 한 듯 해지고 찌라시라고 부르자니 적을 일부러 폄하하는 듯한 적개심의 위앙스가 강해서, 그냥 가치중립(과연?)적인 규정을 쓴다.
조선개나리: C일보. 너무너무 옐로우저널리즘 일직선이니까. 정치적 성향 뭐 그런거 다 떠나서, 핵심은 옐로우.
중앙공작소: J일보. 보도사진이나 통계자료 등을 하도 대충 지어내거나 이상하게 다듬는 공작질이 돋보여서.
동아러브레터: D일보. 각하를 향한 뜨거운 애정으로 가득차 있고, 그 외의 방향성은 그다지 찾아볼 수 없어서. …물론 억지로 고수하는 예의를 접어 놓고 이 매체에 대한 솔직한 인상이라면, 이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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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thoughts on “신방겸영 문제, 초간단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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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 erte님/ 저도 사실은…

    Joyh님/ 조금만 더 망가지시면 6) 좌시하지 않겠다 까지 떠오르실겁니…;;;

  2. !@#… 이승환님/ 하지만 한나라당이 날치기하기 전까지는 근래의 글들 가운데 가장 호응이 바닥을 기는 글이었죠;;;

  3. !@#… monopiece님/ 얄궂게도, 정작 명쾌한 설명의 내용이란 사안이 그렇게 명쾌한 것이 아니니 신중하고 섬세하게 정책을 만들어야한다는 이야기죠. (핫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