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이야기하는 만화에 주목하기 [기획회의 281호]

!@#… 지난 기획회의 커버스토리 ‘만화,세상의 창이 되다’에 들어간 총론 꼭지. 총론 쓸 때 일반적으로 그렇듯 기본 개념, 그 분야의 지형도, 주요 사례 같은 것들로 큰 그림을 주욱 짚어주는 식이다. 아무리봐도 이 잡지는, 커버스토리를 참 단단하게 잘 구성해낸다.

 

현실을 이야기하는 만화에 주목하기

김낙호(만화연구가)

서사예술을 통해서 당대 정치와 사회에 관해 적극적 발언을 한다는 것은 사실 그다지 특이한 일이 아니면서도, 동시에 상당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들다. 우선 의도적으로 개인적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나 형식미학 자체에만 몰입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작가가 생각하기에 중요하고 독자들에게 읽힐 법한 이야기 거리는 그들의 세상을 어떤 식으로든 반영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전면에 내놓고 직접 내세우기에는, 작품 또는 아예 그 양식 자체에 대해 창작자들과 사회가 기대하는 바가 걸리기 마련이다. 단적인 예로, 한국에서 만화는 오랜 기간 동안 대체로 장르오락적인 속성 쪽으로만 문화적으로 부각되어왔다. 재미있지만 허황되고 과장된 것의 대명사로, 한편으로 가장 대중과 밀접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진지하면 어색해지기 쉬운 것으로 말이다. 물론 이 배경에는 만화에 대한 정치표현 검열의 오랜 역사, 만화담론을 진지한 예술양식으로까지 범위를 넓히기 위한 평단의 성과 부족 등이 있다. 그렇기에 사회적 메시지 역시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발언’되기보다는 몇 겹의 은유 속에 사회상을 ‘반영’하는 정도가 더 일반적이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기 쉬웠다. 그렇게 사람들은 [북해의 별]의 북유럽 가상사극에서 학생운동을 찾고 [기계인간109]의 인간 대 사이보그 관계에서 노동계급 문제의 은유를 찾아 보여주기에 바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여러 작품들의 대중적, 비평적 성공 속에, 만화가 보다 직접적으로 사회적 현실을 담아내고 발언을 하는 경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만화에 사회적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것은 늘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었지만, 만화를 현실 도피적 장르오락이 아닌 영역에서도 점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만화에서 현실 사회의 반영과 사회적 발언은 어떤 식으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몇가지 세부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사만화의 새로운 재미

가장 초창기부터 오늘날까지 가장 사회적 발언이 중심에 놓여있던 만화 장르는 신문이나 잡지 등에 연재되곤 하는 시사만화다. 현대 신문만화의 기본양식이며 워낙 보편적이다보니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여 잊기 쉽지만, 시사만화는 만화가 현실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더욱 날카롭게 직시할 때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늘 증명해준 분야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시사만평이 신디케이션 등 외부기고가 아니라 신문사에 전속된 작가에 의해 제작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그러다보니 신문사의 논조를 벗어나지 않는 또 다른 정규사설의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발생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문화일보 등의 사례에서 드러났듯 편집부가 작가의 정치사회적 시각을 문제시하여 지면을 박탈하는 것이고, 다른 문제는 만평 지면 자체가 점차 감소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매체기반 자체로만 보자면 전통적인 신문지상 시사만평의 기세는 눌려야 할 듯하다.

그런데 얄궂게도, 시사만화가 사회적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 갈수록 필요 이상으로 충족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들인데, 시사만평이란 이런 것을 해학적으로 지적할 때 빛나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의 궁중사극을 전달하기에 바빴던 당시 시사만평계에 환경, 양성평등, 보편적 인권, 문화 등 다양한 이슈들을 들고오며 탁월한 유머와 연출로 새 판을 열었던 박재동의 [한겨레그림판] 이래로, 시사만화에는 현실사회를 보는 탁월한 안목이 돋보이는 작품의 명맥이 이어졌다.

오늘날은 온라인상에서 개개인들의 정치발언 속에 폭넓게 인용되며 퍼져나가는 것이 특히 중요한데, 뉴스를 신문이나 기타 고정매체로 읽지 않는 시류 속에서도 작품 자체로서 인기를 끄는 만화들이 있다. 우선, 경향신문의 4칸 시사만화 [장도리]의 경우 정치와 자본권력의 모순을 탁월한 리듬감의 칸 연출로 표현하며 널리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작년에는 그 중 이명박 정권 시대의 사회 세태를 그린 에피소드들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한 바 있는데, 한참 시대가 지난 후 회고적 모음집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사회현실에 대해 시사만평을 책으로 묶어낸 것은 신선한 시도였다.

[장도리]와 함께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시사만화는 주간지 시사인의 [본격시사인만화]로, 매니악한 대중문화 패러디 코드와 사회에 대한 섬세한 회의적 시선을 버무린 작품이다. 소재의 성공적인 비유 자체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는 전통적인 시사만화의 접근방식보다는, 상황에 대해 자신의 해석과 견해를 직접 설명하는 인터넷게시판 커뮤니티의 감성에 가깝다. 대중문화를 활용한 패러디 역시 웬만큼 ‘국민적’ 소재일 때에나 어색하게 동원하곤 하는 기존 시사만화의 자세가 아니라, 맞아떨어진다 싶으면 칸마다 가득 채우는 인터넷 패러디문화의 연장선에 있다. 덕분에 기존 시사만평으로는 담아내지 못하는 설명력과 다른 수요층에게 만화로 현실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

지식만화, 사회현실을 학습하다

서사적 재미보다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만화는 흔히 학습만화라고 통칭되곤 한다. 하지만 주로 아동 대상으로 특정 분야에 대한 백과사전 또는 교과서적 지식을 전집의 형태로 전달하는 이미지로 오랫동안 고착되어왔다. 이런 식의 고정관념에는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 히트작이 한 몫 했는데, 이원복 작가는 그것은 물론이고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도 우익적 세계관을 노골적으로 설파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당대 한국 현실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우회적으로만 언급하곤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부터 당대 사회의 이슈들을 정면으로 다루되 그것을 전문지식을 풀어내는 형식으로 접근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존 학습만화의 이미지와 스스로를 차별화하기 위해 교양만화, 지식만화 등의 호칭을 들고 왔다.

사회적 발언을 담아내는 지식만화의 대표적 스타작가는 김태권으로, 미국의 이라크전쟁과 한국의 파병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면서 그 형식으로 십자군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전문지식의 전달을 표방하는 [십자군 이야기]로 인기를 모았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들을 풀어낸 [돌아온 어린왕자] 또한,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지나친 자본 친화적 경제정책 철학이 결국 개인의 삶에 미칠 영향과 그것에 저항해야할 필요성 등을 역설하고 있다.

혹은 시사적 이슈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배경지식을 전달하는 만화 역시 이런 부류에 들어갈 수 있다. 워낙 만화를 통한 입장 설명이 각종 사회운동에서 보편적인 도구가 된지 오래지만, 최근의 좋은 사례는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법안들 가운데 시민 사회의 시각에서 문제점이 있는 것들을 지목하고 왜 그런지 알려주는 [악! 법이라고]를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원래 온라인 릴레이 만화로 여러 작가들이 참여했던 것이며, 각각 하나의 법안을 담당하여 짧은 작품으로 풀어냈던 사례다.

사회적 발언을 하는 지식만화에서 작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전문지식의 적합함이다. 어설픈 지식내용과 단순한 감성적 호소로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저급한 결과물이 된다. 작가가 원래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분야이거나, 전문지식을 자문하고 수정할 수 있는 절차가 갖춰져야 한다. 예를 들어 [악!법이라고]의 경우 연재 당시부터 각 작품은 공개 이전에 민변의 자문 과정을 거쳤는데, 대형 시사 이슈에 관해 어떤 ‘사실’을 전하고자 하는 만화 가운데 그보다 훨씬 헐렁한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에 출간된 해외만화의 경우 천황제도에 기댄 일본사회의 보수성 문제를 지적한 [일본인과 천황] 등이 대표적이다.

만화로 보도하기: 르포만화

하나의 사안을 입체적으로 깊이 있게 파고들어 뉴스로 보도하는 것을 지칭하는 ‘심층 저널리즘’ 가운데 하나의 기법은, 취재자가 그 사안을 직접 목격자로서 체험하거나 체험자들의 경험을 집요하게 기록하여 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서는 흔히 ‘르포타쥬’라는 용어로 지칭되는데, 보도 부분을 만화로 풀어내는 작품을 최근 수년간 르포만화로 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의 르포만화는 두가지 전통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겨났는데, 만화와 저널리즘의 오래된 결합, 그리고 수기형식 만화의 정착이다. 사회적 사안을 소재화하는 저널리즘적 전통, 논픽션 사연을 주관과 객관을 오가며 다루어내는 설명 기술 등이 합쳐진 것이다. 성공적인 르포만화는 생생함을 잃기 쉬운 일반 기사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독자를 각각의 사연에 몰입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생생하게 눈 앞에 보이는 듯한 체험의 문장이 르포타쥬의 강점인데, 만화로 표현하면 문자 그대로 눈 앞에 보여줄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굴곡진 현대사 속에서 만화가 사회적으로 개입할 구석이 무척 많았는데, 안그래도 무거운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만화는 주로 통쾌한 풍자 위주로 흘러가곤 했다. 그렇기에 르포만화라고 부를만한 작품들이 좀 더 폭넓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 중 오영진의 [남쪽손님 / 빗장열기]는 국내에 나온 모든 장르의 북한 취재기 중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들 가운데 하나다. 경수로 사업 관련으로 북한에 파견되어 일하면서 작가가 듣고 겪은, 북한사회의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생활 속 에피소드처럼 담아낸다. 여기에는 남북한 사람들의 은근히 비슷한 정서와 영 서로 다른 모습들이 가감 없이 들어있으며, 통일 염원보다는 서로를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정서가 있다.

다만 최호철의 [코리아 판타지], 잡지 ‘월간 인권’이나 만화가들의 자선사업 프로젝트 ‘러브툰’에서 연재된 인권침해 또는 불우이웃 사연 등, 르포만화는 주로 단편이 많은 편이다. 아무래도 하나의 내용으로 장편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취재에 드는 시간과 노력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작년 발간된 작품이 용산참사를 다룬 김홍모 외 여러 작가들이 힘을 합친 [내가 살던 용산]이다. 이 작품은 취재로 얻어낸 개별 사연에 집중한다. 각 작가가 용산참사에서 사망한 철거민들의 인생 사연을 하나씩 추적하는데, 사건에 대한 각종 정치적 경제적 의미 붙이기 속에서 탈인격화된 개인들을 재발굴하여 오히려 이 사안의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귀중한 시도로 볼 수 있다.

해외 작품으로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법한 것이 바로 [쥐]다. 작가가 나치 치하 유대인 강제수용소 생존자인 아버지를 취재해 그 사연과 취재과정을 같이 담아내는데, 단순히 피해자인 유대인의 비극적 불쌍함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소 경험과 현재의 모습, 가족 관계와 또 다른 인종 편견의 불씨들을 고루 중층적으로 보여주어 큰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르포르타주로서의 저널리즘 가치를 인정받아 1992년에 퓰리처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혹은 현장취재의 저널리즘적 엄밀함을 훨씬 부각시켜서 ‘만화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를 유행시킨 것은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과 [안전지대 고라즈데]도 반드시 꼽히는 작품들이다. [팔레스타인]은 작가가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독립운동) 이후 팔레스타인 분쟁지역에 방문해 현지인들을 인터뷰한 것이며, [안전지대 고라즈데]는 보스니아 내전의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두 작품 모두 민족분쟁 속에 담긴 뒤엉킨 역사적 갈등, 현실의 억압, 단순히 피해자의 불쌍함이 아니라 극단적이고 모순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가 굴러가고 있는지를 다양한 디테일의 사연들을 통해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기행문에 가까운 형식으로 한 사진사의 아프가니스탄 참상 취재과정을 담은 르페브르와 기베르의 [사진사], 캐나다 애니메이터 기 들리즐이 바라본 버마(미얀마) 사회의 모습인 [버마연대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좋은 르포만화를 만들기 위한 가장 큰 난관은 당연하게도 취재의 난이도다. 전문적 저널리스트 훈련을 받은 작가는 드물기 때문에, 대체로 이미 어느 정도 잘 알거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해 취재를 하게 된다. 혹은 대상을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주관이 너무 많이 개입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적당한 절제력을 발휘하며 잘 정리해낸다면, 르포만화는 뛰어난 현장감과 몰입도로 독자를 매료시킬 수 있다.

리얼리즘과 픽션

서사물로서의 재미를 가장 잘 조율해내는 것은 역시 지어낸 이야기, 즉 픽션이다. 현실사회의 비극적 모순들을 직면하고 메시지를 던지고자 할 때 가상의 이야기라는 점은 디테일을 잘못 포착할 경우 어설픈 현실 흉내라는 괴리감을 주지만, 제대로 본질을 짚어내면 큰 울림을 줄 수 있다. 문학분야에서 이미 오래전에 이런 접근법에 대해 ‘리얼리즘’이라는 용어를 붙여준 바 있는데, 만화에서는 이 분야가 비교적 약한 편이었다가 80년대 성인극화에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간판스타], [부자의 그림일기] 등 당대 사회의 비정한 모습과 그 속에 좌절하거나 갑갑한 하루를 살아가는 처지의 시민들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런 전통은 90년대 장르오락으로서의 만화가 한껏 성장하는 와중에 주춤해지며 다시 현실도피적 오락성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00년대에 들어 인디만화 출판 등 작가주의 성향 작품의 기반이 넓어지고, 새로운 세대의 작가들과 새로운 방식의 매체들이 넓어지면서 현실 사회적 발언을 담아내는 픽션들이 늘고 그 중 성공사례도 늘고 있다. 지나치게 빠른 서울생활에 부적응을 선언한 주인공과 도시빈민들의 생활을 현실적 디테일 넘치지만 따뜻하게 그려낸 [아날로그맨]은 비평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대중적 히트작 가운데에서도 적극적 현실 반영과 발언을 담아내는 작품들이 여럿 등장했다. 현대사회의 권력관계와 욕심 및 정의와 고집 등을 어지럽게 묶어내며 독자를 매료시킨 [이끼], 광주항쟁의 피해자들이 전두환 암살시도를 모의하면서 그 과정에서 각자의 인간적 사연들이 절절하게 흘러나오는 [26년] 등이 여기 해당된다. 혹은 발언으로서의 강도는 좀 덜 하더라도, 동시대 동세대 현실을 더없이 세심한 디테일로 담아내는 [무한동력]도 꼽을 만하다. 심지어 개그만화라 할지라도 [사립입시명문 정글고등학교]처럼 사회문제 비판으로 가득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 분야의 가장 뚜렷한 스타작가라면 최규석을 들 수 있다. 단편집 [공룡둘리를 위한 슬픈 오마주]와 [우화] 시리즈에서는 공장노동자로 성장한 아기공룡 둘리든, 희망고문으로 주인공을 평생 수탈당하게 만든 천사의 이야기든, 가상의 환상적 캐릭터와 소재를 동원하면서도 너무나 추레한 현실로 귀결된다. [습지생태보고서], [대한민국원주민] 등은 명백하게 우리와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소위 ‘없이 사는 이들’을 정면에서 응시한다. 그리고 최근작 [울기엔 좀 애매한]까지, 쉬운 해답을 내릴 수 있을 리 없는 현실사회의 복잡하고 갑갑한 모순들을 ‘끄집어낸다.

만화가 사회적 발언을 할 때

앞선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 만화로 적극적인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00년대 들어서 특히 이런 것이 대중적 이목을 끌 정도로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쪽으로는 독자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만화의 르네상스격인 80년대와 기법과 장르물의 다양화를 겪은 90년대 이래로 만화를 향유한 세대들이 성장하여, 좀 더 사회적으로 날카로운 만화도 대중적으로 성공할만한 향유 기반이 생겼다. 혹은 반대로 창작자 측면을 볼 수도 있다. 일본처럼 대중잡지만화 위주의 장르오락 산업화가 끝까지 진행되지 못한 와중에, 젊은 작가층이 다시금 다양한 시도로 분화되었기에 그 과정에서 사회참여적이며 대중적 호소력도 있는 작품들이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혹은 사회 자체의 측면도 있다. 원래 만화는 가장 대중적인 눈높이에서 사회를 이야기해왔는데, 오늘의 시대상 자체가 워낙 평범한 일반 시민들에게 냉엄한 현실을 강요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반영하는 작품들이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나아가 패러디 ‘짤방’과 웹툰의 사례로 종종 증명되듯, 온라인 문화에서 특히 만화라는 매체 자체가 현실 사회의 적극적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편리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에 부각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요소들 및 기타 여러 우연(예를 들어, 사회적 토픽으로 히트를 하는 작가와 작품의 등장이야말로 최고의 우연이다)들이 함께 모였기에, 사회적 발언을 하는 만화가 히트할 수 있다는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진 상태다. 다만, 사회문제를 읽어내는 통찰력은 저절로 갖춰지는 것이 아니며 표현기술 자체에만 천착하게 될 경우 빠르게 사라지는 만큼, 이 흐름을 유지하거나 강화하고 싶은 모든 이들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

Copyleft 2010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자유/영리불가 —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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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규석의 자전만화, 내 이야기로 역사를 말하기…

    기획회의 281호커버스토리 ‘만화,세상의 창이 되다’에 들어간 세번째 꼭지. 총론 꼭지는 capcold선생. 같이 읽기를 추천.게다가 이와 관련되어 ‘자전만화’라는 개념으로 블로그에 정리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 디지털만화규장각 매거진 스페셜에 기고함. 역시 이 글들과 세트로 구성되어있으니 한꺼번에 읽어보시기를 추천함. 논픽션의 힘, 만화로 다가오…

Comments


  1. 사소한 오타가 있네요. –>, 잠시 착오가 있으셨나 봅니다.

  2. 헉, 괄호를 쳤더니 내용이 안들어가는군요. 습지생태관찰기–>습지생태보고서 입니다.

  3. 확실히 최규석 작가는 대중성과 사회고발성을 한 번에 휘어잡은 작가라고 생각해요. 20, 30대 사이에서 매니아층도 형성되어있고. 근간 ‘최규석의 우화’를 한 번 기대해 봅니다. 덧붙여 사계절 ‘1318 만화가 열전’ 레이블에도 소소한 관심과 기대를.

    추신. 오래전부터 (…) 댓글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팬픽의 요소를 통해서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겠죠? 최근에 『닌자보이 란타로』에 어쩌다 보니 관심이 생겼는데, 이 만화. 은근히 설정이 현실적인 부분이 많아서, 이걸 현실적으로 버무려보는 프로젝트를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소설은 잘 못 쓰지만, 주위 사람들 반응은 (당연히 지인들이니 그러겠지만;;;) 괜찮다는 반응이 있네요.

    추신 2. 본문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올해는 만화 / 사회 블로그로 더 꾸리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포스팅 자체 양이 확 줄었다는 울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capcold 블로그에서 연말에 상 받기는 글렀군요. 흑.

  4. !@#… 아거님/ 옙, 사실 한국현대사야말로 그런 식으로 다뤄볼만한 내용이 참 많은데 말이죠. 하지만 무려 미국에도 ‘쥐’는 ‘쥐’ 하나 밖에 없으니;;;

    Skyjet님/ 하지만 미소녀가 등장하지 않아 독자층이 현저히 제한되는 작가죠(핫핫). // 포스팅 소홀로 인해 capcold대상에서 탈락한다면, 아마 캡콜닷넷이 가장 먼저 탈락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