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정국 와중, 생각의 토막들

!@#… 촛불 정국 와중, 집단지성과 담론 속 구라와 야매 판별법과 사회과학과 제도에 관한 생각의 토막들.

!@#… 토막 하나. 집단사고가 진짜 집단지성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순간 대처능력에 의한 진화 이외에도 무엇보다 기억력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의 기록들이 외마디 외침들이 아니라, 진짜 기억이 되도록 총체적으로 인덱싱하고 소통하는 작업이 이미 절실한 이유다. (yy님에게 한 수 배우자…)

!@#… 토막 둘. 시위에서 폭력이라는 수단이 소통이라는 진짜 목적을 처절하게 방해하듯, 담론에서는 구라라는 수단이 설득력이라는 진짜 목적을 일백번 고쳐 죽여버린다. 이제 시위의 폭력을 자제하는 스킬을 습득할락말락하고 있는 오늘날의 촛불 군중은, 담론에서 구라를 자제하는 능력을 새로 취득하기 시작할 때다. 업그레이드는 계속되어야 한다.

!@#… 토막 셋. 쇠고기 재협상 문제를 야매로 떼우려는 갖은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수출자제 요청이라느니 수입금지 결의라느니 120일간 월령표시라느니 외교적 신의라느니 실질적 효력이 있다느니 뭐니. 모든 기법에 대해서, 야매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면 된다: “그렇게 안하면 어쩔껀데?”. 그렇게 안해도 되는 것은 반드시 안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통상협상이 중요하고, 그 결과물인 협정문이 있는 것이다.

!@#… 토막 넷. 발전 가능성을 믿지 않으면 사회과학을 할 이유가 없고, 발전 가능성을 맹신하면 사회과학을 때려치워야 한다. 사회에 참여할 생각이 없으면 사회과학을 할 이유가 없고, 성찰 없이 동원만 일삼으면 이미 ‘학’이 아니다. 그 미묘함이 바로 사회과학의 매력…인데 과연 그 매력에 이끌려서 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잠시 좌절.

!@#… 토막 다섯. 백시위불여일선거, 백선거불여일제도. 지금같은 순간일수록 더욱 잊지맙시다. 길거리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최종 목표는 제도의 힘으로 야매를 척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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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thoughts on “촛불 정국 와중, 생각의 토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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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각에서 그 전제를 벌써 망각하고 폭력불가피론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기억력’을 담보하지 않고 ‘집단지성’을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에 대한 반증이다. 길거리의 흥분으로 소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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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역시 바로바로 정리해주시는 센스.
    근데, “성찰 없이 동원만 일삼으면 이미 ‘학’이 아니다”에 대해 쫌만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의도를 알듯말듯하여서 말이죠.
    가령, ‘동원’이라든지 ‘학’이 정확히 어떤 걸 의미하려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쨌든, 제대로된 사회과학도로 살아보려는 capcold님의 의지가 엿보여 보기좋네요.
    자극도 되고. ^^

  2. 자신이 알고 있는 이론이나 신념에 대한 지속적인 자기반성과 학문적 가지치기가 없이 지식인이라는 ‘명찰’만 달고 이슈 때마다 선동가 노릇을 하는 걸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이해했어요.

  3. !@#… advantages님/ 사실 진석 리플에 크게 덧붙일 말이 없군요 :-) 위의 토막들 모두 문자 그대로 이번의 시국상황을 보면서 찔러보게 되는 생각들입니다. 당장 대중이 움직이는 방식이 익숙한 패턴과 새로운 패턴이 섞여가며 또다른 무언가가 되고 있는데,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읽어내며 장단점 함의를 파악할 생각하지 않고 광장 민주주의의 복귀니 하는 식으로 편하게 이름붙이곤 감격하며 선동하는 어떤 지식인들의 모습이 곤란해 보였다든지 말이죠. 혹은 길거리 민주주의를 칭송하기에 바빠서 정작 그들이 해야할 진짜 역할, 바로 그 이후 민주주의의 길에 대한 방향 제시를 망각한다든지… 뭐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더 이상 ‘토막’이 아니게 됩니다! (핫핫)

    진석/ 의외로 이럴 때 같은 선생의 영향을 받았다는게 드러나는건가…;;;

  4. 지성적으로 소통하고 속이지 말고 속지말자는 이야기군요.

    그런데 이성의 간지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5. 이번 사태 관련해서는 참으로 다양한 양상들이 펼쳐져서 ,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계속 지켜보는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많이 소진될 정도입니다..

    길게 적었다 예의가 아닌것 같아 지웠습니다.

  6. !@#… 인형사님/ 물론 (제가 항상 그렇듯) 그런 방향으로 어떻게든 가야한다는 제시를 하는 것이지, 당장 내일부터 모두 그렇게 바뀌지 않으면 꿈도 희망도 없어 식의 조급함은 금물이죠. 비록 제 영역은 아니지만 ‘감성’의 간지도 중요하고.

    nomodem님/ 아주 길게 적으셔도 좋아요…;;;

    미고자라드님/ 훌륭한 작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위키피디아의 기계적인 NPOV 텍스트보다는 yy위키식의 레퍼런스 인덱싱이 특히 한국상황에서 더 나은 면이 많다고 보지만)

  7. 위키피디어 관련 문서작업의 두번째 링크는 매우 실망스럽더군요…위키피디어에서 가능한 자체검증에 대한 활용은 둘째치고 참고 자료의 양과 기간범위가 너무나 협소해서, ‘괴담’은 아닐지라도 ‘과장’과 ‘정치적인 이슈’가 ‘제어가 안되는 색인으로 혼돈스럽게 섞여있는 상태’로 보여집니다.

    아직도 현시점에서는 개인적으로….게렉터님이 적으셨던 글 수준 이상의 텍스트를 보기 어렵네요.

  8. !@#… nomodem님/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에, 오히려 이 쪽 방법이 낫다는 겁니다 – 링크로 게렉터님 글도 통짜로 포함시킬 수 있고. (그러고보니 yy님은 요새 개인사로 바쁘신 듯 하던데, 어서 돌아오셔야…) 위키피디아식 NPOV가 성립되려면 충분히 많은 다양한/상충하는 시각의 에디터들이 상충해서 중간에서 합의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한국어 위키피디아에서는 무척 요원한 일.

  9. !@#…인형사님/ 혹시 제가 있는 쪽이 이미 다크사이드인지도! (씨스와 제다이는 종이한장 차이)

  10. 엇! 이미 알고 있었단 말입니까?

    그럼 얼른 이쪽으로!

    이번 사태에서 진보적 식자층의 대중의 자발성에 대한 불편함과 경계가 두드러져 보이더군요.

    왜 그럴까요?

    양 쪽이 하나가 되어야 다크사이드를 피할 수 있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