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캡콜닷넷 연례행사, 올해의 베스트 2012년 시리즈. 그중 가장 독특한(?), 해를 거듭할수록 전통과 권위와 기타등등을 누적시키며 n명의 독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어쩌는지 모를 capcold 세계만화대상. 세계라고 해놓고는 한국이라는 만화 시장 기준에서만 뽑는게 특징.

올해도 먼저 제시하는 애매하면서도 간단한 선정기준. 2012년 한 해 동안 나름대로 완성도와 의미를 갖춘 작품들이지만, 굳이 한국작가에 한정되지 않고, 꼭 2012년에 나왔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예술성도 대중성도 매니아적 깊이도 절대적인 잣대가 아니라 그저 2012년의 만화, 만화 관련 사건들로 capcold적 성향의 독자가 기억할만한 것들을 뽑았다. 순위 같은 것은 계산하기 귀찮아서 그냥 무순. 왜 이 작품은 없는가 물어보신다면, 까먹었거나 너무 연말에 출시되서 아직 못읽어봤거나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거나. 여기 뽑힌 작품이나 사건에 관여하신 분이라면, 알아서 뿌듯해하시면 됨(뿌듯해할만한 종목이었다면).

**2012년의 작품들

(무순. 종이 단행본 발간시 출판사 표시, 온라인연재 만화는 가급적 온라인 지면도 따로 표시)

* 미생 (윤태호/미디어다음/위즈덤하우스) – 오늘날 한국 화이트칼라 전문소재 만화. 드라마성, 디테일, 시대성 뭐 하나 빼놓을게 없는 올해의 대놓고 베스트. (관련평)

* 안되는건 안되는거다 (홍작가/미디어다음) – 아련한 감성파에서 다시 쿨한 유머감각의 활극으로 돌아와 아주 날아다닌다. 마법과 느와르와 개그.

* 프라이드 오브 바그다드 (앙리숀, 본 / 시공사) – 동물만화를 통한 인간사회 비유의 감각이 탁월한 작품. 무엇보다, 전쟁과 자유라는 굵은 이슈들을 쉽사리 단순화하지 않기에. (관련평)

* 사람 냄새, 먼지 없는 방 (김수박, 김성희 / 보리) – 삼성 백혈병 노동자 사태를 논하는 두 작품. 정치구호가 아니라 진짜로 ‘사람이 먼저’인 접근법이 돋보인다. (관련평)

*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아오노 슌쥬 / 세미콜론) – 아저씨 만화. (관련평)

* 미디어 씹어먹기 (뉴펠드, 글래드스톤 / 돋을새김) – 뭔가 이상한 한국어판 제목과 달리(…) 언론이 악의 수하가 아니라 우리의 거울이고 우리가 나서서 더 좋은 미디어 환경을 가꿔야한다는 훌륭한 매체분석 만화. (관련평)

* 세인트 영 멘 (나카무라 히카루 / 학산) – 성인만화. 그런데 聖人. (관련평)

* 올라 치꼬스 (조훈 / 애니북스) – 무의미개그만화의 명작으로 남을 책. 컬트보다는 한 시대의 대표작이었으면 좋았겠으나;; (관련평)

* 우리 마을 이야기 (오제 아키라 / 길찾기) – 일본의 신공항 투쟁을 배경으로 하는 철거민 투쟁 이야기. 단순한 선악보다 다양한 이해 관계, 커뮤니티 붕괴의 모습들을 선 굵게 그려낸다. (관련평)

* 타임 인 조선 (이윤창 / 네이버) – ‘깨알 같다’라는 아무렇게나 막 쓰이는 표현이, 이 퓨전사극 작품 특유의 헐렁한듯 세밀한 개그감각에는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 은수저 (아라카와 히로무 / 학산) – 아아, 소년만화다. 그런데 냉엄한 산업화된 농업. (관련평)

* 피크 (홍성수, 임상혁 / 영상노트) – 전문소재만화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려내는데 성공한 박진감 연출. ‘간접광고 포함’이라는 성과 하나만으로도 이 리스트에 꼽힐 만함. (관련평)

* 나는 99%다 (박순찬 / 경향신문 / 비아북) – 현역 최강 시사만평 [장도리]의 두번째 단행본. 단행본으로서의 구심력은 첫 단행본에 약간 못 미치는 면도 있으나, 작품들은 여전히 좋고 표지 하나만으로도 압권. (관련평)

* 히틀러의 성공시대 (김태권 / 한겨레출판) – 관계자분들껜 미안하지만, 전작인 중세미술이야기나 한나라이야기는 큰 재미 없었다. 역사적 사례를 통해 노골적으로 문제적 사회 현실의 결을 풍자해낼 때 깊숙한 지적 재미는 물론이고 작가의 집요한 개그조차 살아난다.

* 루드비코의 만화-영화 (루드비코 / 미디어다음) – 영화평을 빙자한 성찰 만화. 다른 어떤 분의 덧글을 인용한다: “이렇게 깊게 성찰하고도 이렇게 찌질할 수 있다니!”

** 미묘(좋긴 한데 뭔가 음…한 부분이 남은 작품들)

* 신과 함께: 신화편 (주호민 / 네이버 / 애니북스) – ‘프리퀄’로 프랜차이즈의 끝을 찍는 것은, (완성도를 떠나서) 확실한 만족감을 유보당하는 미묘함이 있다. ‘앞날’에 대한 신화들로 마지막 에피소드들을 장식했더라면 미묘함을 벗어났을지도?

* 죽음에 관하여 (시니, 혀노 / 네이버) – 감상적인 소재들도 적절한 반전을 담아 담백하게 압축해서 좋은데, 죽음을 대하는 좀 더 엇갈리는 입장들보다는(예: 낙태아 에피소드) 지나치게 해탈 노선으로 간달까.

** 과대평가
– 속칭 ‘원나블’이라고 묶여 불리는, 원피스/나루토/블리치 등의 인기 소년만화작들. 일본 소년점프 편집부가 집단 식중독에 입원하고 알바생들이 대체하고 있는건지, 3대 인기작이 하필 함께 무리한 스토리 전개의 수렁에서 허우적댄 한 해.
 

**올해의 만화계 사건

– 만화진흥법 통과: 정확히는 11년 12월 29일이지만. 이와 맞물려 지원정책 재편, 만화단체들 재구성 노력 등 여러가지가 맞물려 서서히 움직인 한 해.

– 표현의 자유 이슈: 열혈초의 청보법에서(클릭) 가상청소년 아청법으로(클릭). 어떤 정권이든 간에 표현 규제라는 손쉬운 도덕성 ‘눈가리고아웅’을 고수해온 세태, 부족한 자율규제 속 또 하나의 사건.

– 크레딧 문제: [핑크레이디]의 작가 표기 문제로 불거진, 창작 참여자들에 대한 정당한 크레딧 부여가(늘 강조하듯, 저작인격권은 매우 중요하다) 논란이 된 바 있다.

– 포털 웹툰 유료화 실험의 시작: 완결 분량에 대해서 이용권 방식으로 구매. 미디어다음이 강풀만화, 피크 등으로 먼저, 네이버가 신과 함께로 뒤이어. 매우 근거 희박한 주제에 강렬한 반발도 물론 일각에서 제기.

– 일본 고료 논쟁: 일본에서 활동중인 박무직 작가가 공개한 일본 고료 내역과 일본 만화계 진출 독려를 계기로 해서 한국과 일본의 창작 수입 논쟁이 불붙은 바 있다. 다만 큰 시장에 대한 개인적 진출 이야기로 갔을 뿐, 적정 작업비에 대한 노동권 이슈로는 이어지지는 않았다(…)

– 오너캐와 작가의 인격 논란: [역전!야매요리]가 인기를 끌며 작가의 오너캐인 작품 주인공 야매토끼가 널리 알려졌는데, 모 만화에서 까메오로 난감한 상황을 연출하여 작가 자신에 대한 성희롱으로 악화. 오너캐는 작가 자신인가 캐릭터인가 이슈. (관련글)
 

**내년 가장 시급할 이슈(즉, 한국 만화계에 대한 희망사항)
– 늘 그렇듯, 만화 창작 노동권의 이슈화와 그에 따른 길드 노조 결성.
– 유료 웹툰 사업 모델의 안착.
– 사회 전반적으로 강해질 표현의 자유 경직 분위기에서 성공적으로 자율등급제 안착시키기.
 

**올해의 명장면
– [사람 냄새] 중, 위독한 딸을 싣고 가는 아버지의 택시 내부 시퀀스. ‘미어진다’는 단어가 이럴 때를 위해 존재.
– [미생] 중 87화 요르단 사업 PT 과정 전체. 스릴 연출의 힘.
– [장도리] 12월 9일, ‘세대’ 편(클릭). 비웃음의 양비론이 아닌, 본질을 건드리는 풍자의 힘.
 

**염장의 전당(아직 한국어판 미출간 화제작)
– Building Stories. 크리스 웨어의 신작. 큰 박스 안에 파편화된 16개 각각 다른 출판 포맷으로 이뤄진 이야기들이 오늘날 미국 도시 중산층의 모습과 그들이 여기까지 온 모습들을 큰 그림으로 완성한다. 여기에 비하면 그 ‘지미 코리건’ 조차 준비운동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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