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대 비상식보다, 여전히 진보 대 보수

!@#… “상식 대 비상식“. 안철수 원장은 그냥 자신의 입장이 기존의 정치적 대결구도에서 어떤 진영에 완전히 들어맞는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이야기로 꺼냈다고 보지만(그만큼, 이 말 자체로는 별반 알맹이가 없다), 이게 아직까지도 꽤 널리 좋은 호응을 얻는 듯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구닥다리 체계적 사고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몇마디 G+에 적어뒀다가 블로그에도 살짝 몇마디 덧붙여 옮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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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교수노조와 자본주의님

!@#… 이명박 가라사대.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수노조 설립법안 문제와 관련, “상임위 소위에서 관련법이 통과됐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대학교수라는 사람들이 노조를 만들어서 뭘 하겠다는 건지 의심스럽다. 연구를 잘 하겠다는 건지, 제자들을 잘 가르치겠다는 건지…”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 내 건전한(…) 상식으로 생각해보자면, 이런 인식을 표명한 결과 최소한 교수사회와 기타 정규/비정규 학계 종사자들 정도는 이명박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할 터. 왜냐하면 자신들의 이익에 정면으로 배치되니까. 물론, 내가 그런 상식이 통하리라 특별히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이 희극적인 단순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노조를 만들고 노동자로서의 권익을 확보하면, 연구도 더 잘할 수 있고 제자들도 잘 가르칠 수 있다구요.-_-;;; 노동조건을 맞춰주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 지적 서비스업도 당연히 노동의 범주에서 시스템화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시장의 합리성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시장의 규칙. 이 모든 것이 당신네들이 특히 지지하는 자본주의 무한경쟁시대에 필요한 경쟁력과 덕목이 아니던가. 이런 시장 파괴자, 자본주의의 적 같으니라고! 뷁! 아 그래, 21세기 세계경쟁과 시장자본주의를 지지하시는 분들도 이제 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시면 맞겠다. 아주 상식적으로.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삼성 X파일 보도한 이상호 기자 무죄 선고.

!@#…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표어로 당선이 된 대통령의 행보가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이 시대에, 오랜만에 정말 상식적인 일이 한가지 벌어져서 훈훈한 미담으로 화자되고 있다(어디가?).

[미디어오늘] ‘X파일 보도’ 이상호 기자 ‘무죄’
– 서울중앙지법 11일 선고…김연광 편집장엔 선고유예

(2006년 08월 11일 조현호 기자)

즉 요약하자면, 목적의 공익성보도 방식의 신중성이 갖추어질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을 빌미로 하여 정당한 언론보도에 재갈을 물릴 수 없다는 판결.

!@#… 시간이 좀 지난데다가 이건희 8천억 박치기 쑈 덕분에 거의 완전히 담론적으로 상쇄되어버려서 대부분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지 오래지만, MBC 이상호 기자가 터트린 삼성 정치자금(이라고 쓰고 장기적 뇌물이라고 읽는다) 근거자료 공개, 속칭 삼성 X파일 건은 한국사회의 근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굉장히 큰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상호 기자는 불법도청자료 공개 문제를 빌미삼아 완전히 피박을 쓸 지경이었고. 뭐랄까, 황우석 사건때의 피디들에 대한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비난, 강도잡은 택시기사가 오히려 보험도 못받고 손해만 본 것 등등 “나서서 무언가를 바로잡으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AS가 완전히 결여되어 있는 행태”야 말로 현대 한국의 독특한 문화 유산이 아닐까 한다. 뭐 제대로 된 AS야 아직은 너무나 엄청난 것을 바라는 것이고, 그나마 손해라도 보지 않도록 판단을 내려주는 정도의 상식 조차 긴가민가 하던 차에 이번 이상호 기자 무죄 선고는 정말 반가운 일이다. 이 땅에 법과 도리가 아직 존재해서 그런지 아니면 판사가 좀 상식이 박혀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우연히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아직 전혀 속단할 수 없지만, 한국 언론사에 길이 남아줘어야 할 멋진 판결임에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애초에 도청행위 자체가 정당화되어서는 안되고, 부화뇌동하여 부랴부랴 뒷북을 치며 전문 공개를 해버린 월간조선의 뻘쭘함을 이상호 기자의 보도행위와 같은 레벨로 추켜세워줘서는 안될 것이다. 그저 아주 조금만, 상식적 정의가 아직 통할 가능성을 확인한 정도로 기뻐하는 것 뿐. 약간의 희망만으로도 세상 대다수의 문제점들을 과감히 상쇄시킬 줄 아는 능력이 바로 판도라의 상자 전설로 상징되는 인간사회의 원동력이니까. 여하튼, 상식적인 무죄판결을 받아내어 한 단계 성숙해질 기회를 잡아낸 한국 언론에 축하를.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