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응력 빠른 대한민국 국민. 이제는 어느틈에 대중교통시스템 개악마저도 받아들여버리고 있는 듯. 과연, 강하다. 교통비용이 증가한 것이 마구 피부로 느껴지지만, 다들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느라 그냥 모두 용납해버리고 있나보다. capcold 같은 불순분자들이나 딴지를 걸고 있지.
…그래서, 오늘은 한번 ‘카드의 비밀’을 파헤쳐보자. 내릴 때 카드를 다시 찍지 않으면 다음날에 탈 때 두배의 요금이 청구되는 ‘버그’. 그것에 대해서 일단 공식적인 설명은 “찍지 않으면 환승할인을 받지 못하며, 이전 승차요금을 청구하게 된다”라고 버스마다 문에 붙어있다. 그러니까, 환승할꺼면 반드시 찍어라…라고 얼버무리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 ‘환승’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주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이 차를 내리고 다른 차를 타는 것. 한마디로, 오늘 500번 버스로 집에 온 다음 다음 날 아침에 500번 버스를 타고 회사에 가도 그건 환승인거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번에 버스 한번 타고 이민을 가버리지 않는 한, 기술적으로 볼 때 모든 승차행위는 환승이 된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환승(즉 하나의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 중간에 갈아타는 것)과는 달리, 항상 찍어야만 하는 이유는 이거다. 뭐 그래도 이정도면, 적어도 틀린 말은 아니니까 짜증은 나지만 욕은 참겠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안내문의 바로 밑을 보면, 이렇게 써져있다: “환승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30분이내(밤시간 1시간)에 갈아타셔야 합니다”. 여기서 문제 발생! 할인혜택을 위한 ‘환승'(여기서는 ‘갈아타기’ 개념!)조건은 고작 30분이다. 하지만 바가지성 추가 요금을 물어야 하는 ‘환승’ (여기서는 대중교통을 다시 이용한다는 포괄적 개념!) 조건은 무한대다. 할인혜택이 30분 이내라는 것은, 이전 탑승정보는 여튼 일정시간 지나면 없어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바가지성 추가요금을 위한 탑승정보는 계속 남아있다. 이거 좀 심한 모순 아닌가? 만약 이 인간들이 맨날 떠드는 것 처럼 기술적인 문제때문에 생기는 버그라면 탑승정보가 남아있으면 남아있고, 없어지면 없어져야지… 승객한테 삥땅칠 때는 남고, 혜택줘야할 때는 없어지냐? 자, 우리 추론 한번 해보자. 기술적인 버그가 아니라면 과연 무엇일까?
…두두두두두둥…
…짜잔!
사.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우리는 서울시와 스마트카드사에게 사기당하고 있다. 억울하지? 짜증나지? 쉽게 극복되지 못하는 기술적 문제를 빙자해서 부당이익을 마구 긁어가고 있는거다. 반환 규정 어쩌고 해놨다고는 생색내지만 사람들이 그걸 다 챙기는 것도 아니고(특히 버스기사 아저씨들이 성질내면 더더욱). 스마트카드사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해서 쫄딱 망하게 만들어버려도 시원찮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날도 더운데, 이런 걸로 전 국민적으로 스트레스 해소라도 하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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