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성장담 -『도로시밴드』[기획회의 080101]

!@#… 어쩌다 보니 바로 직전 호의 원고도 락음악 관련 만화여서, 담당자분이 잠시 혹시 원고가 잘못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여튼, 높은 품질에 비해서 화제성이 참 떨어지는 비운(?)의 작품.

락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성장담 -『도로시밴드』

김낙호(만화연구가)

락앤롤로 세상을 구원한다는 발상은 참 60년대적이다. 비틀즈와 롤링스톤즈와 밥딜런과 기타 락의 젊은 신들이 한 세대를 새롭게 재발명해내던 의기충천한 시대의 이야기다. 한국에서도 좀 다른 형태와 규모이기는 했지만, 90년대에 재발견되며 잠깐 대중문화의 창조적 힘에 대해서 이야기되고 락 담론이 반짝인 적이 있다. 하지만 어차피 음악이 거의 ‘배경음악’이 되어버린 2000년대의 오늘날, 그 정도 과대망상급 긍정성은 많이 희박해졌다. 요즈음 락이 각종 밴드 영화나 만화로 한국의 대중문화 속에서 재발견되고 있는 것은, 락의 힘 자체보다는 주로 뭔가 아련함을 이야기하는 계통이 많다. 고된 삶으로부터 잠시 동안의 청량감 있는 도피를 하는 것이다 보니, ‘쿨’함이 부족하다.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장르 편중화의 문제인데, 비유하자면 진득한 블루스락에 편중되어 직설적으로 발랄한 펑크락이 가려져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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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으로서의 락 음악 – 『창고라이브』[기획회의 070915]

!@#… 난데없이 직장인 락밴드 영화가 두 편이나 동시개봉해서 그저그런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락덕후 몸부림과 좌절의 타이밍에 지난번 원고를 끄집어내고 말았다.

소통으로서의 락 음악 – 『창고라이브』
김낙호(만화연구가)

90년대 초중반 즈음, 한국에서 대중문화 담론이 폭발했을 당시 락 음악은 무슨 대단한 저항정신의 상징이어야만 한다는 듯 소개되곤 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진 후 남은 실상은, 락 음악도 다른 여느 음악과 마찬가지로 그 시작은 기존 다른 장르들에 만족하지 못해서 탄생했고 대중적인 무언가를 두드리며, 때로는 상업성에 찌들기도 하고 때로는 예술성을 꿈꾸기도 하는 또 다른 대중음악이었다. 다만 음악의 형식상 좀 더 원초적으로 열정적이며 강렬하게 내지를 수 있는데(하기야 그런 성향 자체가 이미 우리 현대 사회에서는 ‘반골’이지만 말이다), 예술적 성취에 목숨 거는 다른 온갖 고상한 장르들보다도 훨씬 편하게 소통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원래부터 그렇기에 기타연주 기교와 찰랑거리는 갈기머리 휘두르기, 위악적 무대설정으로 포장된 80년대 주류 락이, 90년대 초에 그저 동네 청년들 같이 차리고 나와서 젊은 세대의 불안과 자조를 거칠게 내지르던 너배나에게 밀려났던 것 아닌가. 중요한 것은 저항이라는 이름표가 아니라 크고 작은 억눌림 속에서 살고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 자신들의 감성을 솔직하게 락 음악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그저 창고에서 친구들과 모여서 굉음을 낸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좀 더 솔직하게 우리 이야기를 하겠다는 욕망, 다른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소통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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