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의 즐거움으로 버텨봐 -『SLTS』[기획회의 071215]

!@#… 연말연초는 자고로 롹이 제 맛.

락의 즐거움으로 버텨봐 -『스멜스 라이크 30 스피릿』

김낙호(만화연구가)

작년 여름 무렵, 필자는 모 영화 잡지에서 만화 원작 작품 붐과 관련지어 “영화가 한번 내볼 만 한 한국만화”를 몇 개 선정해보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당시 온라인에서 연재 중이던 직장인들이 밴드를 결성해서 밴드 경연에 나가는 내용을 담은 삶의 페이소스와 은근한 낙천성이 담겨있는 만화였다. 안 그래도 대세가 그랬던 것인지, 올해들어 실제로 두 편이나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개봉했던 바 있다. 다만, 그 두 편 모두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뭐랄까, 필자가 추천했던 그 만화가 가지고 있던 독특한 재미와는 거리가 먼 컨셉의 작품들이었다. 여전히 ‘와이키키 브라더스’스러운 복고정서에 가까웠지, 정작 오늘날 가장 흥미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8-90년대에 한국 락과 해외 락의 하드한 대폭발을 온 몸으로 향유했다가 지금은 한창 사회의 쓴맛에 절어 들어가며 30줄 회사원이 되어가는 락키드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래 전에 꿈을 버렸다가 일상에서 일탈하며 되찾는 청춘만세보다 훨씬 진한 공감대를 불러 모을 수 있는 이야기라면, 락커의 꿈을 버릴 듯 말듯 하면서도 계속 아쉬움을 가지고 뭔가 해보고 싶어 하지만 아무것도 풀리지 않는 그 답답함이다. 그런 삶 속에서 바로 밴드를 만들고 연주를 시작할 때, 비로소 락은 일시적 도피처가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즐기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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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으로서의 락 음악 – 『창고라이브』[기획회의 070915]

!@#… 난데없이 직장인 락밴드 영화가 두 편이나 동시개봉해서 그저그런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락덕후 몸부림과 좌절의 타이밍에 지난번 원고를 끄집어내고 말았다.

소통으로서의 락 음악 – 『창고라이브』
김낙호(만화연구가)

90년대 초중반 즈음, 한국에서 대중문화 담론이 폭발했을 당시 락 음악은 무슨 대단한 저항정신의 상징이어야만 한다는 듯 소개되곤 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진 후 남은 실상은, 락 음악도 다른 여느 음악과 마찬가지로 그 시작은 기존 다른 장르들에 만족하지 못해서 탄생했고 대중적인 무언가를 두드리며, 때로는 상업성에 찌들기도 하고 때로는 예술성을 꿈꾸기도 하는 또 다른 대중음악이었다. 다만 음악의 형식상 좀 더 원초적으로 열정적이며 강렬하게 내지를 수 있는데(하기야 그런 성향 자체가 이미 우리 현대 사회에서는 ‘반골’이지만 말이다), 예술적 성취에 목숨 거는 다른 온갖 고상한 장르들보다도 훨씬 편하게 소통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원래부터 그렇기에 기타연주 기교와 찰랑거리는 갈기머리 휘두르기, 위악적 무대설정으로 포장된 80년대 주류 락이, 90년대 초에 그저 동네 청년들 같이 차리고 나와서 젊은 세대의 불안과 자조를 거칠게 내지르던 너배나에게 밀려났던 것 아닌가. 중요한 것은 저항이라는 이름표가 아니라 크고 작은 억눌림 속에서 살고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 자신들의 감성을 솔직하게 락 음악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그저 창고에서 친구들과 모여서 굉음을 낸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좀 더 솔직하게 우리 이야기를 하겠다는 욕망, 다른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소통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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